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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월)

호텔&리조트

[FeatureⅠ] 데이유즈, 거침없는 피보팅으로 최종병기 되나_ 시간 탄력성 높인 호텔 객실 전략 -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인식 여전해
공간 아닌 콘텐츠를 중심으로 상품 개발해야
“데이유즈가 무조건 부정적 시각으로 볼 상품이 아닌 것을 알고 있고, 데이유즈에 대한 니즈도 패키지 판매를 통해 확인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끝으로 당분간 데이유즈 상품은 기획하지 않을 예정이다. 관련 내용이 부적절하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상부에서 꺼리고 있다.”, “아무래도 데이유즈가 모텔, 즉 일반숙박업소 중심으로 성행해 왔기 때문에 관광호텔들은 숙박예약 플랫폼 안에서도 이들과 같이 섞이기를 꺼리는 모양새다. 대부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모션하거나, 플랫폼에 노출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홍보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실 영업에 대한 특급호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아무리 인식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전통적 호텔의 이미지와 대실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여전히 호텔 데이유즈는 주위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호텔의 대실 판매를 코로나19로 생긴 빈방을 어떻게든 채워보고자 하는 수익적인 측면으로만 강조해 보도, 벼랑 끝 이미지를 자꾸 부각하다 보니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호텔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하고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은 호텔들의 몫이다. 명확한 콘셉트, 목적에 충실한 상품구성으로 단순 객실이 아닌 문화를 판매하는 것이다. 데이유즈 이용객들로 하여금 ‘대실했다’가 아닌 ‘OO하러 간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마케팅의 영역으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한 더 많은 목적과 재미를 부여해준다면 고객들은 대실, 데이유즈라는 개념은 잊고 호텔에서 누리는 하나의 즐길거리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가 2021 트렌드 네 번째 키워드로 꼽은 것이 ‘Best We Pivot’다. 피보팅(Pivoting)이란 원래 ‘축을 옮긴다’는 스포츠 용어인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중요한 경제용어로 떠올랐다. 바이러스 확산이나 트렌드 변화로 인해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 변환은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때 어떤 자원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는데, 여행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호텔도 ‘하드웨어 피보팅’을 통해 숙박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는 시설과 서비스 도입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호텔 피보팅의 대표적인 예로 글래드 호텔이 재택근무 직장인을 위한 데이유즈 서비스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 이후 호텔 객실을 프라이빗 다이닝룸으로 제공, ‘호텔에서 회식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저녁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는 최소 3인에서 최대 12인까지 넓은 스위트 객실에서 호텔 셰프의 요리와 와인, 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와 함께 프라이빗 모임, 회식을 할 수 있어 외식이 조심스러운 요즘, 회식은 물론 다가오는 연말 송년회와 각종 모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의 배수진 대리는 “재텔근무 패키지의 경우 먼저 체크인·아웃 시간대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히 이용 가능 시간을 좁히는 대신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구성보다 ‘근무’라는 목적에 충실히 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실제 사무실에서 군것질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때로는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요소들을 어메니티로 제공해 객실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이야기하며, “호텔로 출근해, 호텔에서 회식해 이후에도 호텔에서 운동해(가칭) 등을 기획해 앞으로는 객실 활용도를 높인 다양한 패키지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종에 객실 피보팅의 개념이다. 이제는 잠 이외에도 업무, 회식, 운동 등 ‘호텔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호텔 수익에 있어선 유명무실한 대실?
한편 지금과 같은 데이유즈 상품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반숙박업소에서 데이유즈를 효과적인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 다르게 관광호텔은 규모면에서나 데이유즈 시간 분배 측면에서나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호텔 입장에서 데이유즈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하나의 객실을 두 개 타임으로 나눠서 판매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선 룸메이드 정비 시간과 인력이 두 배로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보통 숙박 고객 객실 정비가 5시 전에는 마감되기 때문에 체크인·아웃 시간과 정비 시간을 잘 조율하지 않으면 값은 대실로 받았는데 결국 호텔 입장에서는 숙박 객실이 된 상황이 초래된다.”고 설명하며 “그런데 아직 데이유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뿐더러 고객들이 주로 호텔을 찾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대실 수요가 언제 어떻게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는 골치 아픈 제약이 많아 요새는 객실 이용 시간을 쪼개기보다 30시간, 1+1과 같은 형태로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관광호텔, 특히 특급호텔에서는 기본적으로 숙박 상품이 수요예측이나 운영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다. 이에 최근 다시 떠오르는 특급호텔 데이유즈 트렌드도 코로나19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언제 숙박 수요가 이전처럼 돌아올지 모르는 데다 조금씩 고객들이 데이유즈의 메리트에 대해 알아가고 있고, 우리는 더이상 어떤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유즈를 통한 수익창출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시간의 명시적 가치 파는 대실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RM이 중요
데이유즈의 핵심은 호텔 객실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멸하는 상품을 팔기 때문에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호스피탈리티 경영학부 최규완 교수(이하 최 교수)는 “호텔산업에서 불확실한 수요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시장의 수요는 감소했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다 효율적인 경영활동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이는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 이하 RM)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호텔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가지고 있는 물리적 공간을 특정한 Inventory Type(Class, Room Type 등)으로 정의해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고, 시간이 지니고 있는 단위 그대로 가치를 부여해 판매하는 업종이다. 즉 공간에 대해서는 내재적 가치를, 시간에 대해서는 명시적 가치를 판매하는 기업인데, 이 영역에 속하는 산업은 RM을 적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호텔은 공간도, 시간도 세분화해 나눠 팔 수 있기 때문에 RM을 통해 공간과 시간의 재고를 적절한 고객, 적절한 장소와 시간,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에 오는 고객은 그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고객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세분시장과 세분시장별 수요가 달라지고, 이에 따른 호텔의 세분시장별 가격과 서비스의 대응이 달라진다. RM 관점에서 대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호텔의 객실 배분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RM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Price(가격)을 컨트롤하는 것과 Capacity(객실, 인력 스케줄링, 좌석 배치 등)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대개 RM 매니저는 가격 컨트롤만 하는 줄 알지만 사실 수용력 컨트롤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대실 RM을 위해서는 호텔이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Safety Stock을 파악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객실을 숙박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기본적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지 계산하고, 그 나머지 재고 중 숙박과 대실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호텔 객실배분 방법으로 소멸성 자원의 배분문제를 다루는데 필요한 기초 이론 중 대표적으로는 Littlewood’s Rule이 있다.”고 소개했다.

언뜻 간단한 설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RM은 수학이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설계와 모니터링을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에 최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 호텔업계 데이유즈 뿐만 아니라 객실 수익경영을 위해서는 RM에 특화된 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고객 니즈에 대한 연구 필요한 데이유즈
다양한 시도 통해 고객의 대실 수요 창출해야
객실 판매량 중 숙박은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만 대실은 계절의 영향을 숙박보다 덜 받는 편이라고 한다. 즉 호텔의 한정된 자원 속에서 추가 매출을 창출하고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위기관리의 긍정적 운영 요소 중 하나임을 뜻한다. 아직까지 대실은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호텔에 적합한 모델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데이유즈 고객의 니즈 파악은 특급호텔에서 더 빠를 수 있다.
그동안 대실은 일부 일반숙박업소에서만 음성적으로 판매됐던 상품이라 고객들의 대실 원츠와 니즈는 무엇인지,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RM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초에 대실 판매를 시작했던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은 당시 이데일리의 기사에 따르면 호텔이 선보인 당일치기 무박 패키지 상품에 호텔업계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자 호텔은 “수익보다는 고객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든 상품이다. 그동안 우리 호텔 수영장은 뛰어난 전망과 편의시설을 갖춰 도심 속 야외 명소로 각광받았지만 객실 이용 고객 또는 호텔 피트니스 회원에 한 해 한정적으로 개방돼 아쉽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텔은 이러한 고객의 아쉬움을 반영했고, 고객이 이에 응한 것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데이유즈 프로모션은 오히려 니치마켓을 잘 파고든 전략이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상황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불과 몇 년 새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문턱이 높았던 호텔 부대시설은 투숙객만의 것이었지만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오픈됐으며, 코로나19로 객실 콘텐츠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 객실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호텔업등급결정사무국 관계자도 대실 관련 광고 감점 항목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다면 자문위원회와 상의를 통해 언젠가 바뀔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이번에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다시 여행이 재개된다면 데이유즈 상품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최근 어려움 속에서도 코로나19가 호텔이 숨겨왔던 매력을 속속 드러내고 있는 만큼 호텔 데이유즈도 어떻게 뉴노멀의 시류에 편승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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