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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근

[최수근의 Kitchen Tools] 주방도구의 비밀 세 번째 이야기, 커피 3대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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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전설에 따르면 6세기경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방목하던 산양이 날 뛰고 밤새 잠들지 못한 원인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커피 열매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전해진다. 그 후 13세기경에 아라비아에서 음료로 널리 보급됐고, 1605년 로마 교황 크레멘트 8세는 기독교인에게 커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를 뒤로하고 1652년에는 런던에 커피숍이 3000개에 이르며 현재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세계인의 음료가 된 커피는 크게 3가지 도구로 만들어지는데 첫째. 커피를 볶는 과정을 하는 로스터(Roaster), 둘째. 원두를 분쇄하는 분쇄기(Grinder), 셋째. 커피를 추출하는 추출기(Extractor)로 나눌 수 있다. 
사진 제공_ 한국조리박물관 

 

 

우리나라 커피의 시초

우리나라에서는 1800년대 후반 서양요리와 함께 커피가 도입됐다. 고종은 러시아 공관에서 있었던 3개월 동안 양식을 처음 접하게 됐고, 궁으로 돌아간 후에도 양식을 러시아 공관에서 시켜먹다가 손탁(Sontag) 여사를 알게 된다. 손탁 여사는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처형으로 1886년에 경복궁 양식 조리사로 임명돼 양과자와 양식을 만들어 고종에게 제공했다. 이에 고종이 덕수궁 옆에 손탁 구락부를 만들 수 있게 해줬는데 후에 손탁호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손탁호텔은 2층으로 돼 있으며 1층은 식당, 2층은 숙소로 사용됐고, 호텔의 식당은 우리나라 첫 레스토랑으로 불린다. 서민들은 1910년을 전후해 지금의 세종로에서 땔감상(商)을 운영하던 부래상(富來祥·Plaisant)이라는 프랑스인이 어깨에 보온병을 메고 다니다가 나무장사가 오면 다가가 가배(加琲·Café) 차를 호객용으로 한잔씩 줬다고 한다. 이때 커피를 마셔본 나무장사들이 커피를 ‘양(洋) 탕국’이라고 불렀던 것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커피 분쇄기(Coffee Grinder)
커피는 볶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원두의 분쇄와 추출도 중요하다. 그중 커피 분쇄기는 볶은 원두를 추출 방식에 맞게끔 분쇄해주는 도구다. 핸드밀은 맷돌처럼 손으로 직접 칼날을 돌려서 커피를 갈아내는 방식의 수동 분쇄기를 말한다. 이것이 분쇄기의 원조다. 모든 분쇄기가 그렇겠지만 커피 분쇄기 역시 칼날이 생명이다. 요즘은 내구성을 높이거나 칼날이 쉽게 무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동 분쇄기의 경우 티타늄으로 날을 코팅하기도 한다. 인스턴트커피와 같이 대량으로 커피를 분쇄할 때는 균일하게 그라인딩할 수 있는 분쇄기를 사용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커피를 추출하면서 향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내가 아는 커피 전문가, 장재규 씨는 “분쇄기는 커피와 장소의 특성, 기능, 편리성, 전문가의 취향에 따라서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제품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추출기(Coffee Extractor)
커피 추출기는 분쇄를 마친 원두와 신선한 물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다. 물은 100도까지 끓인 후 로스팅 원두에 따라 식혀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다크 로스트(Dark Roast)일수록 가용성(可溶性) 성분이 많으므로 추출 시 물의 온도를 낮춘다. 그리고 추출 시간이 5분 이상으로 길어지면 클로로겐산(Chlorogenic酸)과 페놀 화합물(Phenol化合物)이 증가돼 쓴 맛과 떫은맛이 강해지므로 가급적 2~5분 안에 끝내도록 한다.

 


바리스타들은 커피 추출을 예술이라고 말한다. 좋은 원두를 고르고 로스팅도 잘해야 하지만, 마지막에 갈아서 잘 내리는 게 기술이다. 커피 내리는 연습만 만 번 이상 했다는 커피 장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손으로 직접 드립 하는 것이 기계로 하는 것보다 더 정교하고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커피 이야기
커피에 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특별히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세계 최초로 종이 드리퍼를 발명한 사람은 독일의 멜리타(Melitta Benz) 부인이다. 당시 커피를 추출할 때 터키식 추출법은 아무리 조심히 따라도 커피가루가 딸려 나왔고, 리넨 백 필터(융)는 청소하기가 너무 번거로웠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원두커피를 내릴 때 더 편리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멜리타 부인은 놋쇠에 작은 구멍을 뚫고 큰 아들의 연습장 종이를 필터로 사용해 커피 추출 실험을 했다. 이 과정에서 커피 방울이 종이를 거쳐 떨어지는 걸 보고 새로운 여과법을 발명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 방법은 고상하고 실용적이라는 인식을 줬고, 커피의 잡맛을 줄이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것 때문에 드립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멜리타 부인은 종이 드리퍼를 발명한 1908년 7월에 특허를 내고 그녀의 이름을 따서 멜리타 회사를 창립했다. 


두 번째 이야기로 우리나라의 커피 도입기에 있었던 ‘고종황제 독살 미수 사건’을 소개한다. 고종황제는 198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 러시아 공사인 베베르(Karl Ivanovich Veber)가 고종에게 커피를 소개하면서 이때부터 커피 애호가가 됐다. 그러던 중 고종과 베베르 사이의 통역을 맡아 총애를 얻었던 김홍록은 러시아와의 통상에서 거액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흑산도로 유배되는데 그에 앙심을 품고 궁에서 음식을 담당하던 김종화를 매수, 고종의 커피에 독을 넣는 계략을 꾸몄다. 평소에 커피를 즐기던 고종은 커피의 향과 맛이 이상한 것을 알고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그 사건 이후 치아가 썩는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비엔나 커피(Vienna Coffee)
필자가 비엔나에 갔을 때 마신 커피가 생각나서 비엔나 커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엔나는 오스트리아의 수도이며 방문객이 가장 많은 유적지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96년)인 쉘브론 궁전(Schloss Schönbrunn)이 있는 곳이다.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647년 베니스에서 열었지만 1683년부터 현재까지 수세기 동안 전통을 확립한 비엔나커피는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커피가 됐다. 17세기에도 비엔나커피는 유럽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커피하우스가 곳곳에 들어서게 됐는데 커피는 어른, 아이 모두가 즐기는 음료였다. 커피를 즐기는 대상에는 당시 택시의 역할을 하던 마차의 마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왼손엔 말고삐를 잡아야 하기에 커피에 설탕, 생크림을 거품으로 해서 한꺼번에 넣어 한 손으로 마시게 됐다. 비엔나에서 이 커피를 아인슈페너(Einspanner), 즉 서 있는 한 마리 마차라고 부른다.

 

 

한국의 아인슈페너, 커피믹스(Coffee Mix)
한국에도 아인슈페너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가 있다. 커피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줬고, 지금도 우리 어르신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믹스가 그 주인공이다. 1976년 동서식품에서 분말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기가 막히게 배합해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물에 녹는 커피는 일본인이 발명했지만 맛이 없어서 빛을 보지 못했고, 이후 1861년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럼이나 위스키를 대신해 믹스커피(인스턴트커피)가 제공되면서, 세계 2차 대전 때에도 미군들의 군용 식량으로 보급됐다. 실제로 한국전쟁(6.25) 때도 미군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인스턴트커피는 외부에서 들어왔지만 아인슈페너의 성공과 같이 한국형 인스턴트커피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는 아라비카 원두 함유량을 80% 이상으로 해 커피믹스를 마신 외국인들에게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부터 차 문화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커피가 기호식품을 대표하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83년 프랑스에서 아침식사로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나라에는 커피 대신 숭늉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향후 우리의 식문화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했는데 현재 우리의 변화된 식문화를 보면 그 당시 프랑스 식문화와 비슷해져 가는 것 같다.

 

 

 

최수근

한국조리박물관장/음식평론가

하얏트, 호텔신라에서 셰프를 역임했고, 영남대, 경희대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다 2021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로 정년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장과 음식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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