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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목)

카페&바

[Beverage People] 낭만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바 코블러 연희 유종영 대표

 

21년 차 바텐더인 ‘코블러’의 유종영 대표가 내자동에 이어 연희동에 두 번째 코블러를 오픈했다. 오픈을 기념, 바가 위치한 연희에 얽힌 낭만적인 이야기를 담은 칵테일들이 준비 중에 있다. 정형화돼 있지 않은 공간, 맛과 스토리가 담긴 칵테일을 계속해서 창조해내는 유종영 대표. 후배이자 동료 바텐더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그의 열정과, 바와 위스키에 대한 철학, 앞으로의 계획 등 한 잔의 위스키처럼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시의 섬, ‘바’

유종영 대표(이하 유 대표)의 가업은 호텔이었다. 가족들은 자연스레 그가 가업을 잇길 바랐지만 진학한 호텔경영과는 적성이 맞지 않았다. 호텔리어가 갖춰야 할 적극성보다는 조용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그였다. 그래도 실습이 많은 전공인 터라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서서히 주도적인 서비스의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처음 바에 발 딛게 된 곳은 클래식한 호텔 바였다. “처음 바에서 일하면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왠지 모르게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바를 나 홀로 서 있는 섬이라고 느낄 정도로 외로웠다. ‘도시의 섬’, 그것이 내가 느낀 바의 첫인상이다.” 유 대표는 이야기했다.


하지만 본래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칵테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마티니, 맨하탄, 진토닉 등 클래식 칵테일 중 가장 대중적인 칵테일들을 만들어봤다. 만들고, 또 만들었다. 이전과 똑같이 한 것 같은데 맛이 미묘하게 조금씩 달라졌고 유대표는 이 과정에서 칵테일과 바텐딩의 재미를 느꼈다. 바에 흥미가 생긴 그가 호텔에서 나와 들어간 TGI Fridays는 호텔과 정반대의, 자유로운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유 대표는 그곳에서 칵테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렇게 집에도 가지 않고 밤낮없이 바에 있었다. ‘내가 알던 그 맛’을 찾는 손님을 위해 한 가지 칵테일을 아홉 잔까지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TGI Fridays의 전성기가 지나고,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익숙해질 때쯤 오너 바텐더가 운영하는 개인 업장에서 근무하다 마침내 2007년, 홍대에 그의 첫 바인 ‘로빈스퀘어’를 오픈하게 된다.


로빈스퀘어는 그가 TGI Fridays 근무 당시 지었던 ‘로빈’이라는 닉네임을 반영한 이름이다. 바가 섬같이 느껴졌던 그가 닉네임을 로빈슨 크루소에서 따 로빈이라고 지었던 것이다. 로빈스퀘어를 운영하던 중 2016년도에는 위스키 바 ‘코블러(Cobbler)’를 내자동에 오픈했다.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가 위스키를 마시던 바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13년간 운영한 로빈스퀘어를 정리하고, 내자동과 다르게 차가 다니지 않아 조용하고, 마당이 있는 아늑한 곳 연희에 새로운 코블러를 오픈했다.

 

코블러가 상징하는 것들

‘코블러 셰이크’는 바텐더가 많이 쓰는 도구 중 하나다. 손님들은 칵테일이 만들어지는 동안 재료와 컬러, 향을 알 수 없고, 오로지 코블러에서 잔으로 옮겨져 내놓을 때가 돼야 알 수 있다. 유 대표는 “음료라는 카테고리는 음식과 다르게 손님들이 직관적으로 알수 없는 부분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코블러에서 음료가 만들어지는 동안 음료의 재료, 컬러, 향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코블러는 ‘커튼’과 같은 공간이다. 커튼을 젖히면 생각지도 못한 음료를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블러 내자동에는 유 대표의 음료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 바텐더들은 메뉴판이 따로 없는 바에서 칵테일을 만들기 전 손님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손님의 취향을 파악하고 만족을 주기 위해 대화를 통해 이들의 취향 데이터를 모은다. 이야기를 음료로서 완성해내고 다시 손님에게 전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도구가 바로 코블러다.


코블러 연희의 외관은 가정집과 유사해 처음 가보는 손님들은 단번에 가게를 찾기 어렵다. 정말 이곳이 맞는지 문 앞에서 한 번쯤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바의 무거운 문을 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 점이 커튼 같은 코블러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바에서 이뤄지는 자세한 음료 제조 과정, 한 잔의 칵테일을 만들기까지의 바텐더의 노력을 손님들은 눈으로 볼 수 없다. 바텐더가 바에서 가장 많이 만지는 도구인 코블러는 바텐더의 노력을 상징한다. 코블러는 바의 이름임과 동시에 바의 직원들이 손님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 담겨있다.

 

 

맛과 스토리가 담긴 칵테일
코블러 연희에서는 바가 위치한 연희에 관련된 칵테일을 다양하게 준비 중에 있다. 유 대표는 “복이 들어온다는 뜻을 담아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연희동에는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궁에서 쓰던 별장이 있던 지역이며 장희빈에 관련된 우물터, 연산군, 정종, 회종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 등….” 관련된 낭만적인 에피소드들이 담긴 칵테일들이 오픈과 함께 리스트업될 예정이다. 코블러 연희에 오면 칵테일과 함께 연희동의 이야기를 맛 볼 수 있다.

 

 

 “맛과 스토리, 목적과 의도가 분명하게.
재밌고 독특한 칵테일을 만들어 갈 것”
코블러 유종영 대표

 

바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호텔 바와 TGI Fridays에서 근무하며 칵테일의 매력에 빠졌다. 흥미가 생기니 궁금해져, 칵테일에 대한 모든 걸 공부했다. 지금과 다르게 옛날엔 음료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모히또는 쿠바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인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해 쿠바 관광청에 이메일을 보내 3개월 후에 답장을 받은 적이 있다. 청담, 강남, 종로, 대학로, 홍대 등 여러 군데서 일을 한 후 ‘내가 만드는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방문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개인 업장을 차렸다. 2000년대 초반에는, 피치 크러시,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등 너무 정형화된 칵테일만 있었다. 개인 업장에서 재밌는 칵테일을 만들고 싶었다. 새롭고 독특한 것들!

새로 오픈한 연희동 코블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마당이 있는 바가 하고 싶었다. 바라고 해서 단순히 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밖에서 빛이 들어오면 조명을 잡기 힘들어 바의 분위기 형성에는 좋지 않지만, 손님들이 가게의 내부뿐만 아니라 바의 바깥세상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창문을 통해 눈 내리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도 보고 사람들이 걷는 것도 봤으면 한다. 또한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외부를 거의 꾸미지 않고 가정집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에겐 아직도 바라는 공간은 섬 같다. 바깥에서 보는 섬과 실제로 내부에 들어와서 느끼는 섬은 세세한 요소들이 다르기에, 바의 내부에 들어왔을 때 바깥에서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사실 연희동에 와서 무엇을 해야겠다, 이루겠다는 큰 목적의식은 없다. 손님들이 와서 만족하면 그만이다. 다만 연희동 코블러의 큰 주제는 있다. ‘낭만’이다. 연희동은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 있는 낭만적인 공간이다.

바텐더 일을 해나가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낭만의 순간’이 있다면?
직원들과 새벽까지 미팅과 칵테일 관련 스터디를 하다 보니 날이 꼬박 새 버린 적이 있다. 부서지는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테이블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와 도넛이 있었다. 그때 겨울철이면 생각나는 따뜻한 브랜디 칵테일, ‘스키 롯지(Ski Lodge)’를 마시며 창가의 햇살을 만끽했다. 그 순간이 가장 낭만을 만끽했던 순간인 것 같다. 몸은 피곤하고 힘든데, 문제는 해결된 것이 없고, 그렇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과정에서 희열이 느껴지는, 그 순간이 낭만적이라고 느껴진다. 그 느낌을 손님들과 함께 느끼고 싶어 내자동 코블러에 통유리창을 설치했다. 부서지는 햇살이 들어오도록.

칵테일 제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맛과 스토리, 손님의 취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손님의 취향을 자세히 묻고 데이터를 모은다. 손님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식사는 했는지, 평소에 잘 마시는 술은 어떤 건지, 도수는 어느 정도를 원하고, 드라이한 게 좋은지 스위트한 게 좋은지 등.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취향이 파악되면 그에 맞게 만들어내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칵테일을 맛보고 싶어 한다면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새로운 스타일을 경험한 고객과는 칵테일 하나로 또 다른 대화가 시작되기도 한다. 바텐더의 역량이란 그런 것이다. 음료로써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고객과 무수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미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만들어봤던 칵테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칵테일이 있다면?
지금은 판매하지 않지만 연어가 올라가는 칵테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바에서 만든 음식들 중 연어를 말아 소스에 반 쯤 잠기게해서 내놓은, 연어롤 비슷한 메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음식을 맛본 손님들이 소스가 맛있으니 더 먹고 싶다며 스푼을 달라고 했다. 접시를 정리할 때 보면 소스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오렌지 주스, 발사믹 식초로 만든 그 소스를 베이스로 해 칵테일을 만들었다. 칵테일 위엔 돌돌 만 훈제 연어와 샐러드를 올리고 다이스 한 양파도 살짝 씹히게 넣었다. 단골손님 중 배고픈데 술을 마시고 싶어 했던 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렇듯 칵테일로 재미있는 시도들을 많이 해보는 편이다.

 

 

코블러에는 오래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들은 내 직원이기도 하지만 후배 바텐더이기도, 동료 바텐더이기도 하다. 오래 함께 하고 싶기에 바텐더로서 같이 성장하고 있다. 신입 바텐더일 때는 과제를 내주고 다 같이 모여 세부적이고 난이도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한 잔의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선 역사와 기원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뉴올리언스칵테일을 만들기 위해선 뉴올리언스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바텐더로서의 프라이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공부해야 바텐더로서의 프라이드가 생기는 것이지, 단순히 바텐딩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다. 기초를 다지는 데 가장 중요한 기간인 2년 동안은 이러한 스터디들을 많이 진행한다. 물론 2년이 지났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신입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과제를 또 만든다(웃음).

끊임없이 음료를 연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이유가 있다면?
로봇이 더 다양하고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겠지만, AI 기능을 탑재한 로봇 바텐더가 나오는 시대에서 유일하게 로봇으로 대체 될 수 없는 직종은 바텐더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바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손님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는 바텐더를 만나기 위해서다. 손님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을 수는 없지만, 여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대처능력이있다. 바텐더는 경험을 통해 완성되므로 천재가 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1, 2년차 때 훌륭한 바텐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보이는 사람들은 있어도 반드시 훌륭한 바텐더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더라.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건물 쌓듯 차근차근 쌓아올려야 한다.

앞으로 어떤 바를 운영해나가고 싶은가?
현재 두 가게의 대표를 하고 있다. 직원들이 잘 성장하면 대표 자리를 직원들에게 넘긴 후 산꼭대기에 아주 자그마한 바를 차리고 싶다. 나를 안 지 10년 이상 된 손님들만 들어올 수 있다. 주문도 받지 않고 오늘 만들어주고 싶은 음료를 만들어주고. 물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정말 좋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내 음료를 좋아해주는 손님들, 같이 늙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음료를 만들고 싶다. 손님들이 너무 많으면 직원들이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못 해주는 느낌이다. 조그마한 바에서 70살에 은퇴하는것. 그게 지금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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