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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토)

칼럼

[강규원의 Hotel Music] 선곡 작업 중 유의사항에 대해 #1 공간 방문 고객의 주요 연령대를 확인하라

 

 

계획했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앞서, 추천의 의미로, 아래 언급할 음악 하나를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 아티스트와 베이시스트(‘솔루션스’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권오경의 듀오로 결성된 그룹, ‘이채언루트’가 2015년 발매했던 EP 앨범 <Madeline>의 2번째 수록곡, A‘ Song Between Us’라는 음악인데,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좋‘ 아’만 했던 음대생이 공간에서 음악 청취의 매력을 느끼고, 그 음악이 그날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게 되면 느낄 수 있는 희열감을 알게 도와준 첫 음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이채 아티스트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우리가 아는 바이올린을 켜는 소리보다는 기타처럼 현을 뜯는 소리가 POP스러움을 더하며, 권오경의 낮은 베이스 연주 소리는 음악을 신비스럽고 몽환적으로 꾸며주며 아티스틱한 무게감을 더해준다.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

 

어느날, ‘호텔 음악 컨설턴트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미상의 발신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지금까지 연재했던 호스피탈리티(및 호텔)산업과 음악의 연계성 대한 컬럼을 보고 한 대학교에 재학하는 독자가 자신 또한 전문 음악 컨설턴트를 꿈꾸고 있으며, 직무에 어울리기 위해 어떤 특정한 공부가 필요하고, 또 필요하다면 어느 종류의 자격증을 따야 전문 컨설턴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답변으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요구하거나 필요한 스펙을 준비하기보다는, 음악을 고르는 센스와 자신이 고른 음악들을 상대방에게 자신이 고른 음악의 이유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 있고 자신감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그녀는 플레이리스트 제작에 관심이 많고, 과거에 카페에서 일했던 당시 그날의 분위기, 방문 연령대, 날씨를 반영해 그 공간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으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그녀의 회상을 듣고, 나도 음악 컨설턴트(그 시절엔 이런 직무가 있는지도 몰랐으며, 막연히 이런 업종이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상상만 했을 뿐)를 꿈꾸던 2016년의 여름을 회상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구석의 작은 카페에서 더운 날씨와 휘몰아치는 장마와 함께 일을 했던 시기였다. 1층에 위치하고, 작고 아담하며, 개나리(쨍한) 노란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외관과 책들로 가득찬 공간은 쁘띠스러운(?) 분위기를 내며, 전체적으로 숲속의 다람쥐 집 같은 공간을 연상시켰다. 동심을 자극하고 동화스러운 분위기와 어울리는 공간 분위기를 증폭시키기 위해, 음악을 고르는 시간에는 전자 음악보다는 어쿠스틱 및 악기 리얼-사운드(Real Sound)가 녹음된 팝 음악들을 주로 선곡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손가락으로 줄을 뜯는 소리를 내는 악기들(즉 발현악기), 기타, 베이스, 하프 위주의 음악들로 구성했으며 줄을 뜯는 소리가 요정 팅커벨이 날아가며 흩뿌리는 마법가루에서 영감을 받아, 기타를 연주하는 아티스트가 기타줄을 뜯으며 발설하는 가루의 시각 상상으로부터 청각으로 표현한 꼴이다. 또한 숲속의 오두막이 기타와 바이올린과 비슷한 색일 수도 있겠다는 영감을 통해 음악을 선곡했다. 많은 이유에 의해 이채언루트의 음악이 매일 꼭 들어가기도 했었다.

음악 선곡, 공감 이끌어내야

 

과거 공간 플레이리스트 제작은 대부분이 필자의 선호도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현재는 좋아하던 일에서 ‘생계유지’ 목적으로 마주한 플레이리스트 제작 작업은 정말 다른 차원의 일이라 여겨진다. 필자의 귀에 좋은 것이 상대방의 귀에 좋지 않을 수 있으니, 필자가 선곡한 이 트랙들이 다수의 인원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그들이 입을 맞춰 “좋은 음악인 것 같아요.”라는 반응을 보여야하는 무언의 압박감이 공존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작업시간 동안 필자는 음악은 주관적인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한다.

 

음원 컨설팅 마지막 작업이며 동료들 사이에서는 작업의 ‘꽃’ 이라고 여겨지는 마지막 스텝. 같은 노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적게는 10시간 정도, 많게는 96시간(약 4일 동안 24시간 돌아도 반복되는 음원이 발생되지 않는) 가량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데, 일일이 하나의 음악을 꼼꼼히 들어보고, ‘이 음악이 이 공간과 어울리는 것일까?’라고 곱씹고 또 곱씹으며 하나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과 생각들이 들어간다. 지금이야 생계유지를 위해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으로 여러 조건을 고려하며 선곡하지만, 음악을 고를 때 전문 컨설턴트의 입장으로 꼭 중요시하는 부분에 대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공간 방문 고객의 주요 연령대 고려

 

필자 주변 친구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느낀 필자가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은 세대의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고 파악한 트렌드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바로 적용해보는 행동력이 빠르다는 것이다. 또한 호기심이 많으며, 다양한 문화들을 멀티-습득한다는 것이다. 이 특징들을 음악 청취에 적용해봤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수용하고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비교적 큰 것으로 보인다

 

. 이 점을 고려해, 밀레니얼 세대들을 타깃으로 하는 주 호텔들(비즈니스호텔, 디자인 호텔) 내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템포와 에너지의 변화가 많은 음악들을 주로 선곡한다. 선곡된 음악적 특성(실험적이며, 색갈이 강한 장르들을 주로 선곡한다.) 때문에 호텔 입장에서는 음악을 그들의 마케팅 요소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높은 연령대가 주요 고객층인 공간 같은 경우는 음악은 사전적 의미의, Background Music 그 이상, 이하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 다니던 회사에서 초반 업무로 사수와 함께 한 호텔의 피트니스장 선곡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피트니스 음악은 운동의 효과를 내기 위해 빠른 음악을 사용한다고 보편적으로 알고 있지만, 맡은 프로젝트의 피트니스는 주요 연령층이 높기 때문에, 빠른 템포, 일렉트로닉, 팝 음악들을 배제하고 선곡하라는 가이드를 전달받았다.

 

연령층이 높은 고객이 운동 퍼포먼스를 하는 도중 특정적 ‘쎈’ 음악이 나오면 분위기의 급작스러운 변화에 의해 사고 위험이 높을 수 있기에, 클래식 음악처럼 마음을 편안히 해줄 수 있는 ‘Calm’한 분위기의 음악들로 선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으로는 단순한 멜로디가 가미된 음악이거나, 밀도가 높은 (음악적 용어에서는 Dense(밀집도)가 있다라고 표현한다.) 화성음이 들어간 음악을 배제하고 심플하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기타 선율, 피아노 선율이 고르게 분포된 연주곡들을 선곡했다.

 

이런 신중한 조건을 반영해 음악을 선곡했는데도 불구하고 종종 들려오는 컴플레인 예시로는 특정 금관악기(색소폰, 플루트)의 소리가 ‘찢어지게 들린다.’라는 이야기가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찢어진 소리’란 금관악기가 높은 음 연주할 때 파생되는 음의 울림이 얇게 내는 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선곡 시 유의사항을 하나씩 포함해 더욱 세밀하고 세심한 선곡작업을 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게 된다. 앞 컬럼에 몇 번 언급했던 내용 중, 컨설팅은 공간의 분위기에 맞춰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공간의 분위기와 주요 방문 고객의 조건을 고려하며 그 어느 접점을 찾아 선곡을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필자는 발라드와 비교적 낮은 템포의 R&B 음악을 좋아한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정신없는 사회생활 도중 다시 한 번 마음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뮤직 컨설턴트의 제일 바쁜 시기는 봄에서 여름이 되는 간절기 시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음악을 교체하거나 수정해달라는 클라이언트의 문의가 제일 많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 컨설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도록 초기 세팅을 준비하지만, 예상했던 여름은 어떤 기준보다 더 밝고 신나야 하며, 센티멘털하고 Chill한 분위기의 가을, 겨울 음악들을 준비하면, 분위기가 쳐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날씨. 성공적인 선곡 작업을 위해 유의하는 사항에 대해 다음 칼럼에서 다루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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