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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수)

정승호

[정승호의 Tea Master 50] 티의 명소를 찾아서 ⑥ 러시아 - 호텔, 티 하우스, 티 농원에서 즐기는 러시아의 티 명소들



 

러시아는 육로를 통한 티 로드의 주요 무역국이었던 만큼 오래전부터 매우 독특한 티 문화가 발달해 왔다. 특히 추운 기후로 인해 따뜻한 사모바르(Samovar)를 사용해 티를 데워 마시는 전통적인 티 문화는 매우 유명하다.

 

또한 오늘날 유명 호텔에서는 영국식 정통 애프터눈 티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티 하우스나 티 농원의 휴양지에서는 신선하면서도 독특한 풍미의 최고급 티들을 즐길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식 애프터눈 티와 사모바르를 사용하는 러시아 전통 티를 즐길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한다.

 

영국 정통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스토리아 호텔’

 

 

아스토리아 호텔(Astoria Hotel)은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러시아제국 시대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가장 유명한 호텔이다. 호텔의 외관이 중세풍의 화려한 동상들로 장식돼 있고, 그 규모도 매우 웅장하다.

 

 

이 호텔은 1911년~1912년 당시 유명 건축가인 표도르 이바노비치 리드발(Fyodor Ivanovich Lidval, 1870~1945)이 설계, 건축해 오늘날에도 1등급 호텔로서 그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20세기 초 당대의 유명 예술가들이 활약한 주요 무대이기도 한데, 소위 ‘맨발의 댄서’로 유명한 현대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 1877~1927), 희극 작가인 미하일 불가고프(Mikhail Bulgakov, 1891~1940), 천재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 1895~1925)이 주로 활약한 장소였다.

 

 

그리고 1995년에는 영국 첩보 영화 시리즈 ‘007 골든아이(GoldenEye)’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 호텔은 러시아에서도 영국 정통의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서 티 애호가들에게는 더 유명한 곳이다.

 

 

- 영국 정통 애프터눈 티를 로톤다 라운지에서

아스토리아 호텔의 로톤다 라운지(Rotonda Lounge)는 티 애호가들에게 러시아에서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로톤다 라운지는 영국의 호텔리어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올가 폴리지(Olga Polizzi)가 설계해 그 실내 공간이 매우 우아하기로 유명하다. 광택이 빛나는 화려한 티크 가구들, 아르데코 양식의 샹델리에, 스타일리시한 커튼 등으로 절묘하게 장식돼 매우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또한 그랜드피아노 주위로는 신선한 꽃들이 장식되고, 진품 앤티크 장식품들도 진열돼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장소에서 서비스되는 영국식 정통 애프터눈 티는 그야말로 화려하고도 우아하기가 그지없을 정도다. 애프터눈 티에 등장하는 테이블웨어는 러시아 왕실 도자기 조달업체에서 제작한 코발트 컵(Cobalt Cups)들로 사람들에게 매우큰 눈길을 끈다. 또한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가 선보이는 핫 팬케이크, 전통 러시아 파이의 일종인 피로시키(Pirozhki), 우아하고도 맛깔스러운 샌드위치 등의 훌륭한 요리들이 3단 스탠드에 올려져 티와 함께 제공되면서 티 애호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애프터눈 티의 명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러시아에서 영국 정통의 애프터눈 티를? 그러면 아스토리아 호텔로 가 보길 권한다. 참고로 로툰다 라운지의 개장 시간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다.

사진 출처_ www.roccofortehotels.com/hotels-and-resorts/hotel-astoria

 

 

러시아의 시누아즈리풍 티 숍

페를로프 티하우스

 

러시아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티하우스로는 건축 양식이 시누아즈리풍(중국풍)인 것으로 유명한 ‘페를로프 티하우스(Perlov Tea House)’를 들 수 있다. 페를로프 티하우스는 1890년대 티 유통 상인으로서 자수 성공한 세르게이 페를로프(Sergey Perlov)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먀스니츠카야 거리(Myasnitskaya Street)에 티와 커피를 판매하는 단층 건물로 처음 지었다. 그 뒤 1896년 중국풍의 양식으로 재건축하면서 증축한 것이다.

 

 

건물은 용 문양의 장식과 함께 높이 솟은 탑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크게 사로잡아 오늘날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고 있다. 페를로프가 티 하우스를 이처럼 중국 양식으로 재건축한 것은 티 운송 및 거래의 협상에서 중국의 주요 상인(손님)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도 매우 동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페를로프 티하우스. 이곳에 들러 티 한잔에 마음의 여유를 잠시 가져보는 것도 좋다.

사진 출처_ https://bridgetomoscow.com/time-gap-perlov-tea-house

www.pinterest.co.kr

https://nextination.es/perlov-tea-house

 

 

러시아 전통 티와 함께 휴양을 즐기는

다고미스 티 농원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Krasnodar) 소치시(Sochi)의 다고미스(Dagomys) 지역은 차나무의 재배지이자, 유명 티 브랜드인 ‘크라스노다르 티(Krasnodar Tea)’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다고미스 지역은 흑해 연안에 위치하면서 아열대성 기후를 보여 러시아에서도 차나무의 재배에 적합하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차나무들이 상업적으로 재배돼 ‘티 농장(Tea Plantation)’이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차나무를 재배한 역사는 1878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년생 묘목들이 이식됐고 기후에 잘 적응해 수많은 종자들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1883년 겨울의 혹한기에 그 묘목들이 모두 동사하고야 말았다. 그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차나무의 재배가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으

로 전해진다.

 

 

그런데 1901년 I. A. 코시만(Koshman)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이주해 현 조지아의 흑해 연안인 차크바(Chakva) 지역에서 종자를 들여와 약 800그루의 차나무로 조그만 티 농장을 조성했다. 이곳은 소치로부터 약 30km 떨어진 솔로홀(Solokh-Aul) 계곡의 해발고도 약 220m인 지역이다. 이때 코시만은 차나무를 이식한 것이 아니라, 땅을 개간해 종자를 직접 파종하는 방식으로 차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이로부터 오늘날 러시아에서도 유명한 ‘크라스노다르 티’가 탄생한 것이다.

 

 

차나무 재배자들이 오랫동안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러시아에서도 고품질의 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며, 크라스노다르 티는 오늘날 다른 국가의 티에 견줘 결코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스페셜티 티로 인정을 받고 있다.

 

 

- 관광객을 위한 티 농원의 휴양지

다고미스 티 농원은 차나무의 재배뿐 아니라 휴양을 위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휴양객들을 위한 메인 하우스는 1972년 모스크바의 건축가 슈바르츠브레인(Schwarzbrein)이 목조 양식으로 설계한 것이다. 실내에는 러시아 유명 장인들이 제작한 전통 민속 작품과 목각들이 장식돼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찾는 사람들에게 19세기 중앙러시아와 시베리아 남부의 부유한 상인들의 생활상을 체험하게 해 준다.

 

 

게스트 룸에도 전통적인 장식품들이 벽마다 걸려 있어 우아함을 더해 주는데, 주목할 점은 러시아 최고의 목판화가에 의해 그림들이 그려진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티 테이블웨어로 아름답고 우아하면서 화려한 도자기 찻잔 세트가 준비돼 있어 방문객들을 놀라게 하는데, 이 찻잔 세트는 바로 러시아에서도 유명한 로모노소프 도자기(Lomonosov Porcelain)로 레닌그라드의 유명 예술가 슬라비나(Slavina), 보리소바(Borisova), 그리고리에바(Grigorieva)의 작품들이다.

 

 

이곳 벽난로는 타일로서 장식돼 있는데, 이 타일들도 하나같이 17세기 러시아 전통 타일을 장인들이 정확히 복원한 예술품들이다.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장식품들로서 이곳 방문객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줄 만하다.

 

 

이 티 농원에는 게스트룸 외에 별도의 장소에서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티하우스도 있다. 티하우스 ‘블라디미르스카야 스베틀리차(Vladimirskaya Svetlitsa)’와 ‘윈터홀(Winter Hall)’이다. 먼저 블라디미르스카야 스베틀리차 티하우스의 실내 분위기는 매우 고풍스럽고 앤티크한 장식들로 찾는 사람들에게 매우 편안한 느낌을 안겨 준다. 실내 벽에는 장인들의 작품들과 칠기 소품들이 장식돼 있고, ‘알타이의 꽃’이라는 유명 유리 명인의 작품 시리즈들도 전시돼 매우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물론 러시아 전통의 사모바르를 사용해 매우 뜨겁고 진하게, 또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농도를 조절, 티를 만끽할 수 있다. 윈터홀은 실내에 볼로그다풍 레이스(Vologda Lace), 팔레흐 회화(Palekh Painting), 주스토브 쟁반(Zhostovo Trays), 그리고 키로프 지역의 명인들이 직접 제작한 딤코보 인형(Dymkovo Toy) 등으로 장식돼 있어 러시아의 민속풍을 물씬 느끼면서 티를 즐겨볼 수 있는 공간이다.

 

티 하우스에서는 러시아 전통 복장 차림의 여성이 파이, 잼, 견과류, 과일들과 함께 러시아 전통 티 파티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전통 티와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 티 애호가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하다.

사진 출처_ www.dagomystea.ru/excursion/tea-ho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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