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보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타성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기계처럼 영혼 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밴 습관으로 미처 생각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하다못해 생각과 감정이 없는 물체도 관성이라는 게 있다.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기존의 등속도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성질을 관성이라 하는데, 보통 질량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물체의 관성이 크다고 한다. 물리적 접근으로 관성이라 불릴 뿐 인간의 타성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변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해진 습성, 그리고 타성은 그 나태함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정도가 깊어진다. 하는 일이 익숙해지면 가장 둔해지는 것이 통찰력이다. 아무래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다보니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왜 변하고 있는지, 그 변화로 인해 변한 것은 무엇인지, 애초에 변화의 흐름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Hotel DNA 지면을 통해 마케팅과 PR, 세일즈에 대해 연달아 기사를 쓰고 있다.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을 때 코로나19 위기를 기회삼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각 영
호텔은 관광 인프라 중에서도 종합 환대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다. 그러나 고객의 발이 닿지 않는다면 호텔은 그저 크고 화려한 건물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호텔은 어렴풋이 부유하고 있는 호텔 이미지 속 나름의 포지셔닝을 위해 온갖 마케팅과 PR 전략으로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 역시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저 고요 속의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기업에서 자랑스럽게 내놓은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치는 이처럼 영업, 세일즈가 전제돼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 세일즈는 가치 교환을 이뤄내는 핵심적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발굴, 생성해내기도 하는 조물주다. 그러나 그만큼 창조적이어야 할 세일즈는 눈앞의 목표 달성에 매몰돼 역설적이게도 관성과 하던 대로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기업의 대표도, 마케팅 직원도 모르는 ‘고객의 실재’를 알고 있는 유일한 부서임에도 현장 업무라는 이유로 기업 전략에서 배제돼 온 세일즈. Hotel DNA 세 번째 편에서는 마케팅, PR에 이어, 무관심 속에 멈춰져있던 역동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참고 문헌 세일즈 마스터(Sales Ma
정확한 정보, 신속한 피드백이 생명 20여 년 전, 뉴욕의 왕궁이라고 불렸던 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새 전화망이 개설된 즉시 고장이 나 고객들이 외부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된 사고가 있었다. 20년 전이었으니 당시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는 15시간 동안 직원들이 고객에게 직접 전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19세기식 의사소통 방식이 진행됐었는데, 1800개 이상의 객실이 운영됐던 터라 호텔은 말 그대로 혼비백산이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호텔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 오류는 호텔 브랜드 이미지에 충분히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PR 담당자였던 프란시스 보든(Frances Borden)은 재빠르게 언론에 두 가지 사실을 전달했다. 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야 말로 전화 시스템 고장의 피해자며, 오히려 직원들이 42층 호텔에서 고객의 개인적 응급 전화나 메시지 전달을 위해 비번 기간에도 출근해 일할 만큼 영웅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1980년도 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AHMA(American Hotel and Motel Association)에서 수상하는 위기 시 PR 부문상을 받았다. PR 전략
흔히 홍보로 불리는 PR의 영역은 사실 단순히 기업이나 브랜드, 제품을 홍보, 알리는 것에서 나아가 PR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전략을 필요로 한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일환으로 PR과 같이 활용되는 광고와 마케팅과도 언뜻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타깃 독자부터 접근 방법까지 사실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구전이 중요한 환대산업에 있어 미디어라는 제3자를 통한 PR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동안 광고와 마케팅의 영역에 밀려 중요성에 비해 가장 저평가 받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형태 중 하나다. Hotel DNA 지면은 코로나19로 호텔들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요즘, 그동안 혼재돼 있던 마케팅과 홍보, 세일즈의 본래 역할과 철학에 대해 연재하고자 기획됐다. 9월호 마케팅 1편에 이어 이번 호에는 알고 보면 커다란 사회 제도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PR의 세계관에 대해 소개한다. 기업-이해관계자 관계 도모의 구심점 Public Relations의 약자인 PR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대로 직역하면 공공관계를 의미하는 PR은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조직체와 조직체를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를 부드럽고 호의적으로 만들기 위해 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