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바바(Bava)
‘한 방에 훅~간다’는 농담스런 표현이 있다. 몇 번의 늦가을비와 싸늘한 북풍을 맞더니, 수은주가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나무와 잎들이 바삐 서로 이별을 나누고 있다. 캠퍼스에 뒹구는 단풍잎과 은행잎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별을 맞이할 때, 슬픔을 보듬어 주고, 아픔을 승화시켜 주는 와인은 없을까? 그 때 머리에 떠오른 와인은? 바로 이탈리아 피에몬테 와인이었다. 그렇다. 쇠잔한 벽돌색 색상과 애잔한 부께,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을 어루만지는 네비올로 와인은 시작 보다는 마감을 할 때 더욱 생각하는 와인이다. 그 완성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으로 나의 2018년을 마감하려 한다. 신이 조성한 완벽한 와인산지 랑게 이탈리아 북서부 프랑스와의 접경에 가장 프랑스적인 이탈리아, 피에몬테가 있다. 다분히 프랑스어를 연상시키는 ‘Piemonte’ 라는 말은 ‘산자락, 산기슭’ 이라는 뜻으로, 고담준봉의 알프스 산기슭에 위치한 이 지방 이름으로는 제격이다. 피에몬테 지방의 중앙부 남쪽 지역에는 따나로(Tanaro)강이 흐르고, 그 주변에는 200~500m의 낮은 구릉이 끝없이 이어지는 완벽한 와인 산지가 있으니, 이곳이 바로 랑게(Langhe)지역이다
- 손진호 칼럼니스트
- 2018-12-11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