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tworks_ 호주] 호주, 글루텐 프리의 거대시장

2019.03.06 09:20:55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레스토랑에는 글루텐 프리로 된 재료를 이용해 조리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호주에서 글루텐 프리와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뤄보고자 한다.


글루텐 프리는 밀, 보리 그리고 귀리 등의 밀가루 안에 이를 구성하는 있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의 결합으로 이뤄진 성분으로 물에는 녹지 않으며, 밀가루를 부풀게 해서 쫄깃한 식감을 내는 불용성단백질의 한 종류다. 호주 인구의 30% 가량이 글루텐 프리 식단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이곳의 레스토랑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글루텐 프리로 된 제품이나 음식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호주 내 유명마트인 Coles에서는 호주글루텐프리협회의 후원을 받아 회원들에게 130여 가지의 글루텐 프리 제품에 대한 5%의 할인행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호주는 세계 3위의 글루텐 프리 식품 수출국으로서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연합 등이 흔히 말하는 서양식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과 함께 글루텐 프리를 식품마다 철저히 라벨링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호주가 다른 국가들보다 글루텐 프리 식단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엄격하게 규정을 정하고 있는데  500g의 음식에 글루텐이 0.01g 들어가는 것을 ‘글루텐 로우’로 하는 등, 최대치로 정해 정부 차원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에서 직접 나선 이유는 호주인들이 셀리악이라고 하는 병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셀리악은 만성소화장애로, 밀, 보리, 호밀 등과 같은 일반 곡물의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몸 안의 면역체계에서 염증을 일으켜 영양분의 흡수와 소화를 방해하는 장 질환 중 하나다. 이 병이 심할 경우 악성빈혈, 골다공증에 이를 수도 있는데 주로 빵, 과자, 머핀, 파스타, 피자 등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호주인들은 그만큼 셀리악에 쉽게 노출돼 있다. 따라서 호주에서는 글루텐이 포함되지 않은 과일이나 곡물류, 예를 들어 아마란스, 벅윗,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쌀, 수수, 퀴노아를 비롯한 타피오카와 오트밀, 각종 과일 등과 야채들이 포함된 슈퍼푸드가 인기다. 필자가 근무 중인 레스토랑에서도 이러한 곡물류 중에서 대다수가 정식 메뉴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인데 특히 조식 메뉴에 대다수가 포함돼 있으며 곡물이 들어간 요거트와 글루텐 프리 브레드가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글루텐 프리 식품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가격이 일반식품들보다 3배 가량 높으며, 신경통완화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인데, 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글루텐 프리 식단의 경우 비타민 B, 엽산, 철 등 영양소의 결핍이 나타날 수 있고, 일반식품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은 2~3배가 낮은 반면, 지방의 함유량은 2배 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단백질과 지방의 고른 분포가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구성으로 고른 영양분의 흡수를 저해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가 있다. 그래서 글루텐을 기피하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의 섭취를 차단해 당뇨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 글루텐 프리는 글루텐이나 밀에 예민한 이들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건강식 혹은 다이어트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줄이기는 하되, 영양적으로 다양하게 균형 잡힌 식사가 더욱 중요하다고 호주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이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수퍼푸드나 다양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호주인들이 다른 국가보다도 셀리악병에 더 쉽게 노출돼 있다는 것과 그들의 식단 자체에도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는 향후 몇 년 안에 미국과 이탈리아를 넘는 세계 최대의 글루텐 프리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승
쉐라톤 시드니 온 더 파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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