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근의 Kitchen Tools] 오븐(Oven)

2020.12.25 08:50:00

주방도구의 비밀(Secret of Kitchen Tools)
주방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 각종 조리 도구와 식재료의 저장시설을 갖춰 놓고 조리사의 기능적, 위생적 작업을 수행하는 장소다. 원래 주방은 신들에게 음식을 바치는 장소로 재단의 역할을 했던 것이 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에 들어와 과학적인 조리 공간과 배치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급기야 대량 조리가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20세기에 넘어와 전기 및 가스 사용의 도입으로 주방은 점차 첨단화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음식문화와 함께 발전해 온 주방에서 사용된 도구를 소재로 이들의 유래와 용도 그리고 이에 얽힌 사연들에 대해 필자의 저서 <주방도구의 비밀, 형설출판사, 2020>을 토대로 간략하게 간추려 정리하고자 한다. 
사진 제공_ 한국조리박물관


오븐의 시초

오븐은 밀폐된 공간에 재료를 넣고 열 또는 수증기를 이용해 굽기, 찌기, 건조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구다. 공기의 대류(Convection) 현상을 이용한 오븐은 연료나 열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오래 전부터 주방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됐다.


사실 이러한 오븐은 도구(Tools)라기 보다는 기기(Equipment)로 분류되는데, 제임스하우(James Horwood)의 ‘오븐의 변천사’에 따르면 고대의 사람들은 ‘Open Fire’ 즉, 오픈된 곳에서 불을 이용해 간단한 요리를 하던 것이 중세에 접어들면서 벽돌 구조체에 굴뚝까지 갖춰 벽에 붙은 형식의 오븐으로까지 발전됐다고 전해진다. 이 형태는 주로 불길 위에 커다란 무쇠 솥을 매달아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벽난로에서 요리하는 방식의 시초가 됐다.




세계 최초의 오븐

최초로 오븐이 설치된 곳은 1490년, 프랑스 알사스(Alsace)로 알려져 있는데, 배기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이 벽돌과 타일로만 이뤄져 있었다. 그 후 1728년부터 주철 오븐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독일에서 생산된 오븐들은 ‘Five Plate’ 또는 ‘Jamb Stoves’라고 불렸다.


그밖에도 서양에서는 1800년대에 단체급식에 사용되는 상업용 철제 주방 스토브(일명 럼포드 스토브), 1834년경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오벨린 주철스토브 등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이후 석탄오븐을 거쳐 1826년에 이르러 영국의 제임스 샤프에 의해 가스오븐이, 1882년 토마스 아헌에 의해 최초의 전기오븐이 발명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오븐

이처럼 오븐의 역사는 큰 개념에서 본다면 중세시대의 ‘벽난로오븐’에서부터 나아가 나무를 연료로 하는 ‘주철오븐’과 ‘석탄오븐’, ‘가스오븐’, ‘전기오븐’의 형태로 진화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18세기 중엽 프랑스 천주교 선교사들에 의해 오븐이 반입됐는데, 그들은 홍콩에 있던 파리 외방 전교회 극동 대표부를 통해 유럽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우리나라에 들여왔다고 전해진다. 그 후 6·25 한국전쟁 이전까지 갈탄을 이용한 스토브 겸 오븐을 사용했으며, 6·25전쟁을 기점으로 미군부대를 통해 가스, 전기오븐 등이 도입됐다.


현대에 와서 오븐은 가정용 요리에서부터 베이킹 작업실, 단체급식,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가 많이 확대됐다.


 


오븐 다룰 때의 주의점

이처럼 주방 깊숙이 자리 잡은 오븐을 다루는데 있어서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음식의 특성에 맞는 적정온도를 설정해야하며 둘째, 음식을 넣은 후에는 음식이 다 익을 때까지 문을 열지 말아야하고 셋째,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한 번에 익히려 하면 안 되며 넷째, 배기 구멍은 항상 열어놓아 열의 대류(對流)를 원활하게 해 음식이 신속히 구워지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오븐은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마지막으로 오븐에 넣은 재료의 꺼내는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븐 사용 시 안전사고에 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수근

한국조리박물관장/음식평론가

하얏트, 호텔신라에서 셰프를 역임했고, 영남대, 경희대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다 2021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로 정년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장과 음식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