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Ⅰ] 코로나19가 몰고 온 ‘호텔 투 고’, F&B 운영난 타개할 효자 상품 되나 - ②

2021.03.05 08:57:37

 

F&B 아이덴티티 드러내는 또 하나의 통로돼
정상적 뷔페 운영에 비해 비록 매출이 크지 않더라도 호텔 레스토랑을 알리는 효자 상품으로 투 고 서비스가 적극 활용되기도 한다. 퀄리티, 안전성, 심미적 만족감 등 호텔 프리미엄은 기본이 되고, 그 위에 호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마케팅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호텔의 투 고 서비스가 11월 즈음의 연례행사처럼 자리매김 했듯 호텔의 대표 서비스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설 명절 투 고의 약진이다. 이번 설 명절에는 작년과 다르게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돼 가족끼리 만남이 불가했고,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높아진데다 한파와 폭설,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까지 겹쳐 밥상머리 물가가 치솟았다. 이에 가격이 저렴하진 않더라도 프리미엄 완제품 투 고 박스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설 연휴 주였던 지난 2월 8일부터 14일까지 드라이브 스루 판매량이 200건 이상 기록해 지난해 추석 대비 10% 증가했으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설 명절 기간 4일 동안 일반 도시락보다 설 시즌 도시락이 약 3배 이상, 전 주 동기간 대비 약 2배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이런 반응을 예견이라도 한 듯 대부분의 특급호텔에서는 호텔 F&B의 특징을 살려 각종 콘셉트의 설 투 고 메뉴를 선보였는데 플라자 호텔의 경우 호텔 셰프와 전국 7종가 종부들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명절상을 차렸다. 플라자 호텔의 이 조리팀장은 “플라자 호텔은 2016년부터 전통 종가 내림음식 보존을 위해 레시피북을 발간, 연계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설 투 고 서비스도 이러한 프로모션의 일환”이라고 소개하며 “설 투 고 상품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종가의 종부와 그 내림음식을 전수받은 특급호텔 한식 전문 셰프가 만든 음식으로, 종가의 전통 조리법과 장을 전수, 맛과 풍미를 구현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플라자 호텔의 설 투 고 상품은 올해 처음 선보인 것이었는데 세븐스퀘어 뷔페 레스토랑의 2~3일 간의 매출 합계를 뛰어넘는 판매량으로 조기 마감됐다고. 여기에 다음 명절에도 재구매 의향이 있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호텔 측은 ‘특급호텔’, ‘호텔 셰프’, ‘수제’, ‘명문 종가 종부’, ‘고퀄리티’, ‘갓성비’ 등과 같은 키워드가 고객의 마음을 잡는데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니크한 스토리와 기술이 엮어진 
 복합 상품을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

더플라자 호텔 이재경 조리팀장

 

플라자 호텔에서 투 고 상품 론칭 당시 메뉴 개발 부서에서 포장 및 음식 보관 방법을 직접 개발했을 만큼 투 고 상품 개발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투 고 서비스 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플라자 투 고 서비스는 ‘유니크하고 스타일리시’한 호텔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주력했다. 일반 음식점이나 레스토랑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나 음식뿐만 아니라 호텔의 라이프 스타일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상품 구성은 국내 특급호텔 중식 레스토랑의 효시이자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원의 7가지 시그니처 메뉴와 버라이어티 올 데이 다이닝 뷔페 세븐스퀘어의 6종 시그니처 메뉴로 구성했다. 캠핑, 파티 콘셉트의 기념일 메뉴뿐만 아니라 간편하고 저렴하게 가정 및 사무실에서 특급호텔의 고퀄리티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기획했다.


한편 식음, 조리 기획자와 각 레스토랑 수석 셰프로 구성된 메뉴 R&D 파트에서 투 고 전용 메뉴를 매월 새롭게 연구했다. 그 결과 보관 시간, 온도, 조리방법, 적정 포장법, 품질 유지기한 등을 세심하게 고려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특히 호텔 레스토랑 시스템 그대로 고객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Ready to Order Made’ 방식으로 고객 픽업 시간 30분 전 조리, 10분 전 포장 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픽업 후 바로 먹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전자레인지 조리 가능 용기에 포장하고 있다. 

 

플라자 호텔 투 고 서비스의 주이용 고객 및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무엇인지,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출시 초기에는 레스토랑 기존 단골 고객인 40대 이상의 이용률이 높았으나 고퀄리티의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이 어필돼 다양한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주문이 늘어나면서 20~40대 고객의 신규 주문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프리미엄 중식 메뉴를 선보이는 도원의 메뉴와 세븐스퀘어 뷔페의 13종 시그니처 메뉴를 고객의 취향에 따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Pick-Me Up’ 상품이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타 호텔과 다르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특급호텔 레스토랑의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를 함에 있어 부딪혔던 애로사항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호텔의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상품 기획 시 늘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투 고 서비스의 목적과 고객 편의성, 음식 본연의 맛 재현과 포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호텔의 서비스와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에 포장 용기, 음식의 온도 유지 및 수분 발생 억제, 최적의 조리 시간 등을 집중 연구했으며 메뉴 생산은 각 레스토랑 주방에서 하지만 주문 접수 및 포장, 상품 전달은 경험이 많은 룸서비스 팀에서 전담해 원스톱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이렇듯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호텔의 각 부서 전문가들이 모여 고민한 노력으로 현재 투 고 상품은 단 한 건의 고객 컴플레인 없이 사랑받고 있다. 

 

호텔 운영에 있어 투 고 서비스의 장단점이 있다면?
투 고 서비스는 코로나19가 낳은 긍정적 소비현상으로 호텔을 찾는 고객층에게 다양한 변화를 가지고 왔다. 이전에는 비즈니스, 기념일 등 특정 목적을 가지고 호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이 주였다면, 현재는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호텔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며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음식 서비스산업을 리딩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특급호텔로서 새롭고 트렌디한 투 고 서비스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반면 아쉬운 점은 비대면 서비스기 때문에 고객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호텔 서비스 가치는 현장에서의 고객 대면 서비스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호텔 투 고 서비스의 가능성과 ‘호텔 테이크아웃’이 특화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투 고 서비스는 단순히 레스토랑 메뉴를 포장해 전달하는 서비스에서 진일보해 다양한 목적과 상황에 따라 제공되는 상품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드컬처(Food Cultuer)’라는 용어처럼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투 고 서비스는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콘셉트화돼 그에 어울리는 메뉴와 부가상품 판매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레스토랑 메뉴북에 구성돼 있는 일반적인 메뉴를 테이크아웃하던 개념에서 완전히 탈피해 사회, 문화, 트렌드,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유·무형 상품을 모두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플라자 호텔의 투 고 서비스 비전 혹은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새로운 개념의 푸드컬처 투 고 서비스를 실현해 트렌드 리딩 호텔로서 지속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셰프가 제안하는 ‘야외 캠핑 밀박스 세트’, RMR ‘비즈니스 트래블 전용 간편 도시락’, 쁘띠 타파스와 파티용품이 포함된 ‘브라이덜 샤워 전용 세트’, ‘추석 차례상 세트’, 고객 제안 메뉴에 따른 식재료와 소스, 손질 제공 등의 ‘셰프 장보기’ 등 당사만의 유니크한 스토리와 기술이 엮어진 복합 상품을 연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의 
세심함 더한 투 고

호텔들이 투 고 상품을 기획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어떻게 하면 ‘호텔’ 투 고의 차별성을 가지고 갈지에 대한 부분이다. 호텔 F&B는 퀄리티 높은 요리를 기본으로 호텔리어의 격조 높은 서비스, 뷰(View)나 호텔 베뉴가 주는 특별함 등의 경험이 종합적으로 믹스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 고의 경우 호텔에서 요리만 떼어 내야 하기 때문에 덜어지는 요소들을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에 호텔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포장, 패키지다. 조선호탤앤리조트는 도시락 상품을 개발하면서 ‘포장’에 호텔의 고급스러움을 담아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홍연의 불도장 세트의 경우 일회용기가 아닌 도자기에 음식을 담는다. 도자기도 조선 백자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구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 이기조 도예가가 작업해 패키지에 품위를 더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도자기는 도시락 식사 후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라고 한다.


한편 글래드 호텔은 배달앱을 통해 딜리버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호텔 뷔페 레스토랑의 품위를 내려놓을 순 없어 음식의 맛과 온도,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을 위한 투 고 박스 세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 파트장은 “초기에는 선물박스와 같은 비주얼적인 면에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기능성의 측면에서도 다방면의 고려가 이뤄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먼저 음식이 직접 닿는 용기는 환경호르몬과 내열성을 염두해 플라스틱보다 안전한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용기를 다시 크라프트 종이로 만든 박스에 담아 따뜻함을 유지토록 했다. 그러다가 주문량이 많아지며 버려지는 박스가 많다는 것을 알게 돼, 환경성을 생각해 이제는 알루미늄 용기에 자체 포장한 뒤 은박 보온팩에 넣어 딜리버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사례는 아니지만 창원의 갈비전문점 성산명가는 그들의 시그니처 벚꽃갈비를 홈박스 형태로 제작, 직접 찾아가는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성산명가의 홈박스는 벚꽃갈비 3대, 곤드레밥, 우거지된장국, 한식 6첩반상이 세트로 이뤄져 가격이 8만 7000원인 프리미엄 도시락에 속한다. 성산명가 홈박스는 딜리버리도 오토바이가 아닌, 직접 직원이 셔츠에 흰 장갑까지 갖춰 입은 후 승용차로 배달한다. 여기에 ‘도시락 구이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도시락 구이 실명제는 홈박스 주문이 들어오면 담당 서버가 테이블 위에 주문 고객 이름표를 올려놓고 정성스레 고기 굽는 과정을 녹화하는 것으로, 영상은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전달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원하는 담당자가 있으면 해당 서버를 지정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는 숙제, 퀄리티 컨트롤
코로나19의 끝맺음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쌓이는 투 고의 노하우에도 퀄리티 컨트롤에 대한 부분은 호텔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테이크아웃 메뉴 딜리버리를 실시했던 적이 있었는데, 배달업체 라이더 서비스 퀄리티가 들쑥날쑥 하다 보니 호텔 제품을 맡기는 데에 고민이 많았다. 호텔 입장에서는 음식을 내보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손에 전달되는 순간이 비로소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점인데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이 딜리버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배달까지 할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았던 데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업체의 수요가 높아지다 보니 수수료와 광고비가 터무니없이 수지에 맞지 않는 가격으로 올라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됐다. 차라리 호텔 입장에서는 음식이 포장되고 고객에 전달하기까지의 시간이 최소화되는 것이 좋아, 여러모로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는 투 고, 아니면 드라이브 스루까지만 활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로 대부분의 호텔들이 딜리버리 보다는 직접 픽업할 수 있는 투 고로 한정해 운영하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즈 이동은 과장은 “고객이 직접 음식을 픽업하러 오는 과정도 호텔 PR에 여러모로 중요한 부분이다. 원래 여행을 떠나기 전 공항 가는 길이 가장 설레듯 투 고 픽업에도 분명 이러한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이에 호텔에서는 픽업의 짧은 과정에서도 호텔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레스토랑 서비스의 간접경험을 통해 추후 코로나19가 종식됐을 때 호텔로 유입될 수 있도록 매력물을 요소요소에 설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해
F&B와 투 고 공생전략 모색해야

“투 고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F&B 매출 발생이 있고 나서 +a의 수익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투 고 트렌드는 코로나19로 F&B 운영이 불가해진 상황에서 영업난의 타개책으로 활발해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F&B 업장 사정이 이전처럼 나아진다면 투 고 서비스에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투자할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한 호텔 관계자의 말처럼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투 고 서비스가 지금처럼 활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같은 고객이라면 투 고보다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이 수익적인 측면은 둘째 치고, 고객으로 하여금 호텔리어의 같은 노동력 대비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 레스토랑 영업 환경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는데 투 고 서비스에 대한 니즈만 커진다면 호텔 F&B는 여타의 배달 업체와 진배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이에 앞으로 F&B와 투 고가 서로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밸런스 조절이 중요해 보인다. 최근 설 명절 투 고가 고객들의 주목할 만한 반응을 이끌면서 업계에는 설 선물세트와는 목적이 다른 만큼 명절 투 고가 호텔 식음업장 매출에 새로운 영역을 창출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물론 앞서 소개했던 먹방 유튜버의 사례가 호텔이 자초한 것인지, 유통 과정의 문제인지, 그도 아니면 호텔에서 컨트롤 할 수 없었던 다른 문제가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투 고가 코로나 시대 효자 상품이 될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 F&B와의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 설정은 호텔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 고는 고객과 호텔 모두에게 필요한 상품,
그동안의 노하우 통해 새로운 니즈 발굴해나갈 것”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마케팅 식음료부 조훈 팀장

 

현재 호텔에서 진행 중인 레스토랑 투 고와 딜리버리 서비스를 실시하게 된 배경 및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이야기한다면?
조훈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인근에 주거단지가 많다보니 터키 투 고가 처음 호텔업계에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투 고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내부적으로 닫아놓고 있었던 마켓이었는데,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2016년도에 테스트베드 버전으로 론칭했었다. 말 그대로 구색만 맞춰놓은 수준이었다. 포장도 기성품을 가져와서 했었고, 대대적인 홍보도 없이 판매 채널은 오로지 홈페이지와 유선뿐 이었다. 수량도 15박스 정도로 상당히 적은 양으로 제작했는데, 놀랍게도 당일 판매량이 200박스에 달했다. 아무래도 칠면조 구이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던 데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보다 적정수준으로 가격을 조정, 쉐라톤 브랜드를 가미한 것이 어필된 것 같다. 


이동은 내부적으로도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생각 외로 활발한 시장에 다 같이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부터 시장성을 파악하고 투 고 메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판매 채널이 많지 않아 터키 투 고 고객 타깃을 목동과 영등포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로 했고, 메뉴도 8~10인 정도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구성으로 기획했다. 그러다보니 추수감사절을 겨냥해 만든 투 고 메뉴가 연말 수요로까지 이어져 판매를 연장하기도 했다.


조훈 이후 터키 투 고 이외 메뉴도 시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 평소 호텔에서 반응이 좋았던 뷔페 메뉴를 케이터링 형식으로 구현했다. 당시 케이터링 업체가 많이 없기도 했고, 호텔 퀄리티를 강조하면 또 다른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7년 ‘피스트 투 고’를 론칭해 지금까지 상시 판매하고 있다. 설 명절 투 고는 처음에는 제사음식 세트로 구성했다가 제사음식 보다는 명절에 가족들과 모여 음식을 나누는 의미로 호응이 더 좋아 현재의 명절 투 고 메뉴로 정착하게 됐다.

 

투 고 시장 진입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이동은 아무래도 업계에 투 고 서비스가 활발하지 않은 시기였다보니 자체적으로 PR하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투 고’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다보니 계속 노출하고 관련한 이야기들을 전달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으로 이야기하면 인스타그래머들, 당시 파워블로거들과 적극 협업해 우선 투 고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 페이와 같은 채널이 생긴 것이 투 고 서비스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네이버 페이가 활성화되면서 리뷰가 적극적으로 실시간 개진돼 정보들이 자체 재생산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케팅 입장에서는 PR보다 모니터링에 집중하며 퀄리티 개선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정주희 피스트는 41층에서 보는 뷰가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때문에 피스트 뷔페 상품에는 음식과 서비스, 뷰까지 포함돼 있는 것인데 투 고 상품은 이러한 호텔 베뉴의 특색은 거둬둔 채 오로지 음식으로만 승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때문에 정말 가장 기본적인 ‘음식’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메뉴 선정 시에는 최대한 변질이 없는 메뉴를 선택했고, 고객에게도 최대한 뷔페 레스토랑의 매력물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을 양해를 구하는 등 고객이 픽업 후 호텔을 떠나는 시점까지 케어하는데 초점을 뒀다.

 

초기에는 딜리버리도 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투 고 서비스만 진행하는 이유가 있다면?
정주희 딜리버리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처음 딜리버리를 시작했던 목적은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피드백을 받아 보니 우리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능동적인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 배송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지는지 지역구를 파악했는데 대부분 호텔 근처에서 멀지 않은 지역이었다. 걸어서 내방하기에도 충분히 가까운 거리었기에 딜리버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공급자 입장에서만 편리할 수 있겠다는, 소비자는 호텔로 픽업하러 오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겠다는 점을 더 큰 기회요인으로 판단했다.

 

 

“호기심 많고 능동적인 고객에
픽업 과정에 즐거움 전하고자 해”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 정주희 주임

 

지금까지 가장 반응이 좋은 메뉴는 무엇인가? 또 호텔에서 야심차게 선보였던 투 고 메뉴를 소개한다면?
이동은 피스트 투 고나 명절 투 고는 워낙 스테디셀러다. 1월 중순 씨푸드 투 고를 론칭해 판매하고 있는데 투 고 메뉴 중에서 해산물을 취급하는 곳들이 많지 않아 반응이 뜨겁다. 신선도가 생명인 해산물을 테이크아웃해 먹는다는 개념이 익숙치는 않지만 그간 피스트 투고에서 보여준 신뢰도와 퀄리티에 민감한 호텔 투 고라는 점에 고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하는 듯 보인다.


조훈 요새 고객들은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가성비를 찾기보다, 한 곳에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인 듯 보인다. 이에 투 고 메뉴를 픽업하러 와서도 함께 곁들이면 좋을 마리아주 와인을 리스트업해 놓으면 추가 구매도 망설임 없이 하는 편이다. 

 

투 고 메뉴의 ‘호텔스러움’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이동은 배달, 먹거리, 라이프 스타일이 많이 바뀌기도 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투 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어떻게 하면 호텔의 아이덴티티를 한정된 제품 안에 녹여야 할지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항상 호텔의 딜레마였던 것 같다. 어떻게 ‘호텔’ 다울 것인지 말이다. 투 고는 먹는 것이지만 먹기 전까지, 픽업의 단계에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맡는 과정이 모두 엔터테인먼트 요소라고 판단, 이런 작은 요소에서 심리적 만족감이 들어야 호텔 투 고의 가치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패키지에 붙이는 작은 스티커 하나까지 호텔의 아이덴티티, 네임밸류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은 요소의 심리적 만족감까지 더해

호텔 투 고의 가치 키워나가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즈 이동은 과장

 

코로나19가 몰고 온 투 고 열풍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투 고의 방향성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나?
정주희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코로나19 상황이 풀렸을 때, 그동안의 고객들이 투 고 고객과 레스토랑 고객으로 나뉠 것인지, 정말 다른 고객군인지 아니면 레스토랑 고객이 레스토랑 이용에 제한이 생기면서 대체품을 투 고로 본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투 고를 원하는 고객과 레스토랑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달라지다보니 이벤트성의 지출이 많아지는 트렌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떻게 반영될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다. 만약 투 고가 일상화된다고 하면 투 고 메뉴는 담백해지되 레스토랑은 보다 특별함을 부각시켜야 할 것인데, 투 고는 론칭 초기부터 수요예측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어 지금으로서는 아직 속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본다. 

 

앞으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의 투 고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조훈 기존에는 30~40대를 타깃으로 했지만 이제는 20~30대의 접근성도 좋아져 앞으로 이 고객에 대해서도 포트폴리오를 넓힐 예정이다. 투 고는 고객에게도, 호텔에게도 필요한 상품이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없던 제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객의 니즈가 있다면 그동안의 노하우로 빠른 결론을 내리고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것이다.


이동은 투 고 서비스를 실시했던 지난 4년간의 연구는 우리가 제공하고 싶은 상품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의 갭에 대해 인지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손님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는 노하우들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러한 고객들의 메시지의 맥을 제대로 짚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1편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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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몰고 온 ‘호텔 투 고’,

F&B 운영난 타개할 효자 상품 되나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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