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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3 (수)

칼럼

[Column_ 구은영] 줄어든 국내여행,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


‘강호(江湖)에 병(病)이 깊어 죽림(竹林)에 누웠더니’, 강원도 관찰사 정철이 관찰사로 부임하며 관동팔경을 유람하며 읊은 ‘관동별곡’이다. 속세를 벗어나 자연의 흥취를 느끼고자 했던 조상들은 주먹밥 몇 개와 옷가지를 조금 챙겨 가벼운 봇짐으로 훌쩍 떠나곤 했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현대인 역시 여행을 일상에서의 권태를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찾은 듯하다. 더 나아가 경제 수준의 향상과 다양한 대중매체의 활성화로 인해 여행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서서 여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의 일부로 성장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행선지다. 교통수단의 발달 덕분에 전국 1일 생활권이 형성됐기 때문에 국내 여행이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제항공 여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며 올해 1월 1억 170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국내선 여객은 5년 만에 감소하는 수치를 보였다. 일상에서도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럽게 해외여행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색돼고 있다. 왜 현대인은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지, 현재의 국내여행 적자 수지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관광업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1989년 1월 해외여행이 개방된 이후로 해외여행은 상승곡선을 그리는 반면, 국내여행이 쇠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세 가지 이유를 꼽아봤다


첫째는 높은 물가를 대신하는 저가 해외여행의 발달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관광 관련 품목이 비싼 물가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관광산업에서 한국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으로 교통비까지 절감된 동남아시아는 떠오르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에 반해 대표적인 국내 여행지인 제주도 여행은 웬만한 해외여행보다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고집하며 국내 여행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여행지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정체된 반면, 비용관련 인식은 악화됨에 따라 해외로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둘째는 해외여행을 대체할만한 관광지의 다양성 부족이다. 전국적으로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했으나 전통적 인기지역 1~3위인 제주, 강원도, 부산과 함께 전라북도에 대한 관심도 하락폭이 특히 커 국내여행의 침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컨슈머 인사이트가 2017년과 2018년 수집한 5만 2000명이 어떻게 국내여행을 즐겼고 계획했는지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체감만족도(5점 만점)는 전국평균 3.89점이며 전년대비 소폭 감소함에 따라 해외여행의 평균인 4.01점 보다 낮다. 아시아는 3.94점,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일본 4.06점, 베트남 3.92점이다. 다양한 국가의 문화와 볼거리를 대체할 수 있는 관광지가 실질적으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광지 정보망이 활성화돼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마지막으로, 소비 지출 매력의 미흡을 꼽을 수 있다. 여행 산업의 규모는 경제적 지출을 지표로 삼는다. 여행객 수도 중요하지만 여행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지갑을 열게 하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국내여행의 경우 익숙함이라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소비를 이끌어내는 매력이 부족하다. ‘우와!’하는 감탄을 이끌어내는 특색이 없는 국내에 비해, 새롭고 참신하면서도 처음 보는 체험을 유도하는 해외여행이 국내 소비자의 소비를 자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여행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다. 국내 여행객들의 여행비용과 기간을 살펴본 결과, 절대적인 지출액보다는 가격대비 가치를 따지며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실속추구 성향이 커지고 있었다. 단기간, 근거리 여행에도 불구하고 지출비용의 축소가 거의 없는 교통비는 감소했으나 식음료비와 숙박비가 증가했다. 유명관광지를 방문하는 전통적 여행보다 휴식과 기준전환 등을 목적으로 호텔에 머물며 식도락 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이색 관광지와 액티비티 활동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개썰매나 일본 도쿄의 마리 트레이싱과 같은 활동은 해당 지역의 특색이나 대표성을 띠는 문화를 적절한 액티비티와 결합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예시다. 그 지역의 문화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즐기는 경험보다 더 여행다운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SNS 통한 여행정보 획득이다. 여행의 일상화로 짧은 이동거리와 교통 편의성의 중요성이 크게 늘었다. 근거리·단기간 여행, 가벼운 일정은 자연스럽게 여행의 준비기간과 정보탐색을 축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OTA나 숙박·액티비티앱은 상품탐색까지 간편하게 만들고 있다. TV방송, OTA·숙박앱 등 상품의 유통채널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서도 해외여행의 장점을 국내여행에 적용함으로써 여행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차별화된 관광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이색적인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지역의 지형적인 특성이나 독특한 문화를 적절한 활동과 융합해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활동 기획 이후에는 이를 홍보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홍보 역시 중요한 과정이다. 여행사를 통해 관광명소를 돌아다니며 기념품을 사는 틀에 박힌 코스보다는 SNS와 인터넷을 활용해 혼자 여행하는 트렌드를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홍보하는 것이 좋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광주 역시 G20 재무차관회의, 세계한상대회, 세계수소에너지대회, 세계디자인총회,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수천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와 다양한 전시 이벤트가 열리며 MICE 산업의 양적 성장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관광객 유인 시스템으로 인해 관광업에서는 괄목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위에서 언급한 국내여행의 단점과 트렌드를 고려한 관광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문화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광주의 문화를 뿜어내며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대문 활짝 열어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환대하는 것으로는 관광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서, 두 발 벗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유혹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특색과 홍보가 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알릴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 규모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 해외여행객 유치까지도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 관광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바다.




구은영
호텔앤레스토랑 광주 자문위원 /

홀리데이 인 광주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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