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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목)

위더피플

[이준석의 Brand & IP Law] 상표권 침해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대도시에서 10여 년간 호텔을 경영해 오던 A씨는 최근 지방여행 중 우연히 타인이 자신의 호텔명과 같은 상호로 노래방을 경영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즉각 상표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상표 사용금지, 손해배상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싶어 한다. 과연 호텔업자는 같은 상표를 사용하는 지방의 노래방 업자를 상표법 위반으로 제소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상표권의 범위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좀더 자세히는 상표권 침해의 성립 요건 등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상표권이란?(상표권의 본질)
전통적으로 상표권은 상표의 형태 자체(In Gross)에 의해 독자적으로 발생하는 절대 독점권이 아니라 상표와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과의 관계에 의해서 형성되는 제한적인 권리로 인식된다. 한마디로 상표권은 상품의 사용에 종속(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상표권은 표장(우리가 통상 상표라고 하는 기호, 문자, 도형 등으로 이뤄진 부분)에 관한 권리와 지정상품(자기가 실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상품으로 지정해  특허청에 등록된 상품들)에 관한 권리와의 관계에서 이해해야 한다. 상표권은 지정 상품에 한해서 인정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어떤 문자나 기호 등이 일단 상표로 등록되면 그 등록상표의 독점권이 모든 상품에 미친다고 오해하곤 한다. 지정상품이나 사용 상품에 관계없이 상표권 침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표에 대한 보호가 어떤 상품의 출처에 대한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으므로 상표의 본질이 상표 자체에 있기보다는 상표(표장)와 그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과의 관계에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즉, 상표가 실제 어떤 상품에 사용돼서 소비자들에게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특정 상표와 상품 간에 어떤 의미(관계)가 형성되고, 그들의 마음 속에 형성되는 이러한 식별력 또는 신용과 상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상표가 같거나 지극히 유사해도상품만 다르다면 얼마든지 많은 상표권이 다음과 같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상표권의 침해를 말할 때 그 기준이 되는 상표의 혼동 가능성은 상표 자체의 구성, 모양 등 상표자체의 혼동 가능성이라기보다는 상표가 사용된 상품의 출처에 대한 혼동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상표권은 상표자체에 대한 독점권이 아니라 그 상표를 특정한 상품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독점권이기 때문에 항상 상표권은 사용상품(지정상품)의 범위까지만 미치는 제한적인 권리임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전통적인 상표 이론에 수정이 가해지고 있다. 상표권을 사용 또는 지정 상품과의 관계에서 그 권리 범위가 제한되는 약한 권리가 아닌 상품과 독립적으로 상표 자체에 독자적인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유명상표권자들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또한 상표의 기능이 단지 출처표시로서의 기능뿐만 좀 더 넓게 봐야할 현실적 필요성이 강하게 주장됐다.


실제로 최근에는 상표권자의 영업 범위가 전통적인 상품의 생산라인과 영업 범위를 넘어 미리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품군들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만년필을 만드는 몽블랑이 시계를 만들고, 벨트, 넥타이를 판매한다. 또한 소위 브랜드 로열티(Brand Loyalty)가 강한 유명 브랜드의 경우, 소비자들이 상품보다는 특정 상표를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상표 간에도 소위 브랜드간 컬래버래이션이라고 해서, 지정상품과 관계없이 자사 제품에 타사의 브랜드를 같이 달아 판매하는 전략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상표법의 새로운 이론이 유명상표의 보호를 위한 희석화(Dilution) 이론이고, 우리 상표법에 이미 도입됐다. 희석화 이론에 따르면 일부 유명 상표의 경우 (사용)지정상품에 관계없이 일정하면 상표 자체에 대한 보호를 광범위하게 허한다. 과거에도 오인 혼동의 가능성을 실제 사용 상표를 넘어 넓게 인정하는 유명상표에 대한 보호 법리가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호 가능한 상품의 범위를 조금 확장해 줄 뿐 상표권이 상품에 의해 제한됨에는 차이가 없어 오인 혼동이론의 확장에 불과하므로 희석화 이론과는 상표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다만 희석화 이론은 예외적인 유명상표에만 적용될 뿐 여전히 상표권은 오인 혼동이론에 의해 보호된다.

 

상표권 침해가 되는 행위 (상표권의 범위)
상표권은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거나, 또는 사전에 상표권자가 현재 또는 장래에 사용하려고 특허청에 지정상품으로 등록한 상품(서비스)들에 한정됨을 살펴보자.
먼저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해 그 등록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 그러나 상표의 주 기능이 특정 상품의 출처를 표시해서 다른 사람의 상품과 구별해 주는 것이므로, 출처 표시 기능을 훼손해서 출처의 오인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여타 행위도 금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출처의 오인 혼동은 반드시 동일한 상표를 동일한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경우에만 발생하는가? 시장에서의 경험적 사실에 의하면 오히려 상표를 조금 변형해서 유사한 형태로 사용하거나, 상품을 달리해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상표권의 범위를 상표와 상품의 동일범위내로만 한정하면 상표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상표의 사용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는 상표권의 범위, 즉 상표권 침해여부를 소비자들에게 출처의 오인 혼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Likelihood of Confusion)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이 경우 통상 상표와 사용상품의 유사범위까지 상표권이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상표법 또한 동일범위 내에서뿐만 아니라,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지정상품 및 서비스와 유사한 상품 및 서비스에 사용하는 행위도 상표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거래실정을 고려해서 출처의 오인 혼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상표와 상품이 유사하다면 출처의 오인 혼동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경험적 사실을 근거로 유사범위까지 상표권의 보호범위를 설정해 놓고 있다.


요컨대 법률상 정당한 권원이 없는 제3자가 상표권자가 가지는 동일범위 내에서의 전용권을 해치는 행위를 하거나 유사영역 안에서의 사용으로 상표권의 금지권 범위에 속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반면 등록상표와 유사하지 않거나, 지정상품 또는 지정 서비스와 유사하지 않는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로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표권 침해의 성립요건

① 유효한 상표권의 존재
제3자의 상표권 침해가 문제되는 시점에 상표권이 특허청에 유효하게 등록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용주의가 아닌 상표의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에도 사용 없이 등록만으로 완전한 상표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상표의 사용이 없는 경우에는 손해 배상을 부정한다.


② 타인의 사용이 상표적 사용에 해당
상표적 사용이란 출처표시로서의 사용을 말한다. 사회 통념상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고 자신의 업무에 관계된 상품과 타인의 업무와 관계된 상품을 구별하기 위한 식별표지로서 기능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타인이 자신의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상표적 사용 즉 상품의 출처표시로서의 사용이 아닌 경우에는 상표권의 침해로 볼 수 없다. 예컨대 온전히 디자인적 용도로만 사용하거나. 상품의 기능 설명이나 기종 설명을 위해 타인의 상표를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권의 침해가 아니다.


③ 상표권 보호 범위 내의 사용
상표법은 타인이 등록상표 및 지정상품과 동일한 범위에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유사한 범위에서의 사용도 상표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동일한 범위란 반드시 물리적으로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해석되나, 동일한 상표인지 또는 상품인지 여부는 사실 침해판단의 문제에서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어차피 유사범위까지 상표권 침해가 성립되므로 굳이 상표나 지정상품이 동일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상표의 유사>
상표가 유사한 지 여부는 통상 문제되는 상표의 외관, 칭호, 관념을 객관적, 전체적, 이격적으로 관찰해 그 지정상품의 거래에서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그 상품의 출처에 관해 오인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여기서 이격적으로 관찰한다는 의미는 문제가 되는 상표를 나란히 놓고 서로 대비해서 관찰하지 말고 별도의 시간과 장소에서 차이를 두고 두 상표가 외관, 칭호, 관념에서 일반 수요자와 거래자에게 준 인상, 기억, 연상 등을 종합해서 출처에 관해 오인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라는 의미다. 또한 상표는 구성 전체로서 기능하므로 도형, 문자, 심벌 등 상표의 구성요소 전체로서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표의 구성상 길어서 한 번에 호칭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 특별히 눈에 띄는 두드러진 부분이 있던지, 식별력이 약한 부분이 있어서 흔히 소비자들이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두드러진 부분을 요부로 해서 유사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소비자들도 흔히 경험상 어떤 상표나 간판을 보고 전체가 아닌 그것의 특정적인 부분만을 기억나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상표의 주요부만 분리해서 기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상표의 유사 판단이다. 필자가 과거 특허청 상표심사국과 특허심판원 재직 시에 다룬 많은 상표사건들 중 대다수가 상표의 유사 판단이 주요 이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사건을 다뤘음에도 지금도 상표의 유사판단은 여전히 어렵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큰 부분도 이 부분이다. 유사여부를 소비자들의 출처의 오인 혼동 유발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을 상대로 유사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 일일이 조사해 볼 수도 없으므로, 실제로 실무에선 유사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관, 심판관이나 판사들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상품의 유사>
상품의 유사란 대비되는 두 상품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거래사회에서 일반 수요자들에게 오인 혼동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상품의 품질, 형상, 원료, 생산지 등이 매우 유사한 경우를 말한다. 특허청에서는 심사의 편의상 상표법시행규칙에 따라 특허청장이 정하는 유사상품 구분표에 따라 심사하나, 이는 상표심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유사 상품의 범위를 법정한 것이 아니므로 같은 유사상품 구분표상 같은 유사군 분류에 해당하더라도 반드시 유사한 상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상품의 속성인 원료, 품질, 형상, 용도, 생산자의 일치, 거래경로나 판매점의 일치, 수요층의 일치, 거래의 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거래사회의 실정으로 보아서 두 상품의 제조 판매가 동일한 업자에 의해서 이뤄지는 때가 많고 또 시장에서 그렇게 인식되는 경우 출처의 오인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커지므로 유사상품으로 인정될 가능성 커진다.


④ 정당한 권원이 없을 것
상표권의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정당한 권원이 없는 사용이어야 한다. 사용 허락을 받은 자나 상표법 제99조에서 규정하는 있는 선사용권자 등도 그 사용권의 범위 안에서는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선사용권은 어떤 상표의 등록 전부터 선의로 사용하고 있는 자에게 해당 상표의 등록 후에도 상표권 침해의 염려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일종의 면책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선사용권은 구체적으로 상표침해의 다툼이 생긴 경우 침해자가 주장해서 입증해야 하는데, 부정한 목적없이 상표출원 전부터 계속 사용한 결과 국내 수요자간에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야 한다.


⑤ 상표권의 효력이 제한되지 않을 것
상표법 제90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하는 상표권 효력 제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명 등을 사용하거나, 상품의 품질, 효능 등 성질표시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현저한 지리적 명칭, 관용 표장으로된 상표 등에는 상표권이 미치지 못하도록 한다. 식별력 없는 상표가 착오로 등록된 경우에 상표권 행사에 제한을 가하기 위한 필요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지 않도록 상품의 생산자, 판매자를 위해 상표의 침해문제에서 자유롭게 이러한 상표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에서 시행하는 권리불요구제도(Disclaimer) 제도가 없어 식별력이 없는 부분이 등록돼도 등록 후에는 상표권자가 식별력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표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상표권 효력제한 규정을 이유로 상표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다툼이 있는 경우 침해자가 상표권의 효력이 제한됨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므로 사전에 시장에서의 분쟁예방 효과와 예측가능성 면에서는 권리불요구제도에 비해서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이해를 기초로 앞의 문제를 살펴보면, 우선 호텔업자의 호텔명이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됐는지, 지정상품의 범위는 어떻게 설정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호텔명이 만약 등록되지 않았다면 시장에서의 인식정도(소비자에게 알려진 정도)를 따져서 유명상표로서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보호가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다음으론 우선 상표가 동일하므로 상표의 동일 유사문제는 해결됐으나, 지정 상품(서비스)인 호텔과 노래방 경영업의 동일 유사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시장에서의 상황, 거래실정을 고려해서 고객군이 겹치고 동일업자가 호텔과 노래방 영업을 주로 같이하고 있다면 출처의 오인 혼동이 유발됨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정서비스업이 서로 유사하지 않아도 유명상표인 경우 유명상표로서 보호나 상표가치의 희석화에 따른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다음으로 노래방업자의 사용이 상표적 사용인지, 상표권이 제한되는 범위에서의 사용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처럼 상표권의 침해 판단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장래의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사전에 상표를 신중히 선정하고 지정상품을 등록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준석

특허법인 위더피플 대표변리사

특허법인 위더피플 이준석 대표표변리사는 특허청 차장, 심사국장, 심판장 등 특허청에서 주요 보직과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해 특허 및 상표의 국내외에서의 보호 관리뿐 아니라 자산화를 위한 경험과 전문성 및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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