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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목)

칼럼

[최수근의 Kitchen Tools] 주방도구의 비밀 두번째 이야기, 칼(Knife)

본 글은 음식문화와 함께 발전해 온 주방도구를 소재로 유래와 용도 그리고 이에 얽힌 사연들에 대해 기술한 필자의 저서 <주방도구의 비밀(2020), 형설출판사>를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12월호에 기재된 첫 번째 이야기, 오븐(Oven)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로 조리사의 분신(分身)과도 같은 ‘칼(Knife)’에 대해 정리하려고 한다.

 

 

조리사의 분신과도 같은 칼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있어서 식재료를 다듬고, 다지고, 자르는 용도로 쓰이는 칼은 조리사에게 있어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원시 농경문화시대에 얇은 돌의 양면을 갈아 사용된 석도(石刀)는 그 후 주조(鑄造)기술의 발달로 청동이나 철을 이용해 만들어졌고, 1900년대에 들어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의 발명으로 식칼을 제조해 사용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전통 칼
우리나라에서 칼은 본디 ‘갈다’라는 의미의 ‘갈’에서 기인했다. 한국의 전통 칼은 현대식 칼과는 달리 검고 투박한 특징을 나타낸다. 어찌 보면 화공약품처리를 하여 매끈한 외관의 현대식 칼보다는 단조기술로 오랜 시간 두드려 만드는 과정이 조리사의 인생을 닮아 정감이 간다.


국가별로 식문화가 다른 관계로 동양에서조차 칼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다. 중국에서는 재료, 요리방법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는 ‘차이다오(菜刀)’가 있고, 일본의 식칼은 끝이 뾰족한 ‘데바보우쵸우(出刃包丁)’, 회를 가공할 때 사용되는 ‘사시미보우쵸우(刺身包丁)’, 채소를 다듬을 때 사용되는 ‘나키리보쵸우(菜切包丁)’ 등 용도에 따른 다양한 칼이 존재한다.


필자는 국내여행을 가면 현지의 대장간에서 식칼 하나, 창칼 하나를 구입해 와서 2~3년 사용한다. 녹이 스는 것이 문제이지만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서양 칼보다 손에 딱 붙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서양요리를 할 때에는 이 칼을 사용하면 이상하게 불편하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식은 우리 칼로 해야 맛이 난다고 믿는다.

 

서양요리의 칼
서양요리에 사용되는 칼은 팀 헤이워드가 쓴 <칼, 나이프>라는 책에 따르면 나라마다 만능 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당연히 어머니 손이 선호하는 ‘대장금 칼’이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거 어머니들은 모든 요리를 이 칼로 해결했으니 말이다. 서양에서는 ‘프렌치 나이프(French Knife)’가 만능 칼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셰프들이 프렌치 나이프가 서양요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절단도구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 외 음식을 가공하는 용도에 따른 칼을 본 지면을 통해 전부 나열할 수는 없지만, 정육을 다루는 셰프들은 ‘보닝 나이프(Boning Knife)’와 ‘필레팅 나이프(Feilleting Knife)’를 파슬리나 야채를 다질 때는 ‘민싱 나이프(Mincing Knife)’를 주로 사용한다.

 

모든 요리의 시작, 칼의 사용
이처럼 모든 요리의 시작은 칼을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칼을 고를 때는 조리사의 신체 특성, 즉 사람의 키와 체중 등에 따라서 칼의 길이, 무게, 모양이 달라진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칼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칼을 다루는 연습일 것이다. 필자는 ‘일 못하는 사람이 연장 탓한다’는 말을 나이가 들고 나서야 이해했다. 칼을 잘 다루는 것은 연습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젊은 셰프들도 이 말의 뜻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필자가 요리를 처음 배울 때 선배들이 모두 퇴근하면 혼자 남아서 선배님들의 칼을 늦게까지 간 기억이 난다. 아침에 출근해서 칼이 잘 들면 선배들은 아주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노하우도 많이 가르쳐주시고 몰래 먹을 것도 많이 주셨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이유를 생각해보면 칼이 잘 들어야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고, 칼을 잘 다루는 것은 연습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연습의 시작이 바로 칼을 가는 것부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열정이 가득한 주방에서 젊은 셰프들은 칼을 갈고 닦으며 노력하다 보면 최고의 셰프가 되는 길이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수근

한국조리박물관장/음식평론가

하얏트, 호텔신라에서 셰프를 역임했고, 영남대, 경희대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다 2021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로 정년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장과 음식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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