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세계적인 건축가의 미술관, 그 안의 호텔 - 시모세 아트 가든 빌라(Simose Art Garden Villa)

2023.10.26 08:22:01

사진 출처_ https://artsimose.jp/villa/

 

세계적 건축가인 반시게루가 설계한 미술관 안의 호텔, 시모세 아트 가든 빌라(Simose Art Garden Villa)가 주목 받고 있다. 한 기업가가 평생에 걸쳐 컬렉팅한 세계적인 명작들이 전시된 미술관. 그리고 이를 담은 건축물들은 세토내해의 섬들에서 영감을 얻고, 히로시마의 조선 기술을 사용해 물의 부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다. 

 

아트 컬렉터와 세계적인 건축가의 만남


시모세 호텔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해 2023년 3월 1일에 오픈한 시모세 미술관(Simose Art Museum)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본의 미술관 중에서 건축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시모세 미술관은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지역 기업인 마루이산업주식회사(丸井産業株式会社)에 의해 시작됐다. 건축 자재의 제조 및 공급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마루이산업 주식회사는 시모세 후쿠에(下瀬福衛)가 1958년에 창업한 회사다. 창업 이후 마루이산업 주식회사는 건축자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을 거듭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자 시무세 후쿠에 회장은 아내인 시즈코와 함께 아트 컬렉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아트 컬렉트가 붐이었는데, 시모세 후쿠에도 이러한 현상을 주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아트 작품을 수집하는 가운데, 그는 점점 아트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시모세 후쿠에는 일본 국내외에 저명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모았고, 일본을 대표하는 아트 컬렉터 중 한명으로 지위를 확고히 굳히기에 이르렀다.


시모세 후쿠에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딸인 시모세 유미코(下瀬ゆみ子)가 마루이산업주식회사를 이어받았다. 시모세 유미코는 회사를 이어 받은 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아트 컬렉션을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아트재단을 만들었고 동시에 시모세 미술관의 건설에 착수했다. 시모세 유미코 씨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카 상을 수상한 후 세계적인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반시게루와 함께 시모세 미술관의 건설에 착수했다. 시모세 유미코는 미술관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반시게루에게 두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지금까지 건설된 미술관과 차별화되는 미술관을 만들 줄 것과, 둘째,히로시마의 지리적 특징을 살린 세토우치의 이미지를 반영해 줄 것이었다. 

 


반시게루는 이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 일본에서는 최초로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을 설계했다. 수반 위에 8개의 전시관 건물을 뒀고, 각 건물들은 물위를 걸어서 들어가도록 연결시켰다. 그리고 각 동의 외관은 컬러를 다르게 만들어, 컬러풀한 큐빅들이 마치 섬처럼 물 위에 떠서 다리로 이어진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 시모세 유미코는 반시게루가 멋진 미술관을 건축해 내자, 각 큐빅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생 동안 모아 둔 아트 컬렉션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공예가인 에밀 갈리에, 샤갈, 마티스와 피사로 등의 다양한 거장들의 작품들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관 안의 오베르주


시모세미술관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반시게루와 시모세 유미코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것은 바로 빌라 형태의 시모세 호텔의 건설이었다. 두 사람은 호텔을 만드는 과정에서 컨셉을 ‘물 위의 떠 있는 미술관 안의 오베르주(숙박과 레스토랑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로 잡고, 미야지마를 바라보는 해안선에 면한 4.6ha의 부지에 레스토랑, 플라워 가든을 가진 10동의 빌라를 건설했다. 그렇다면 세토우치의 물에 떠 있는 미술관 안의 오베르주 호텔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10개의 빌라 중에서 주목할 만한 건물을 꼽으라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는 ‘킬스택(Kielsteg, 오스트리아의 목조 소재)의 집’이다. 이 빌라는 창가에 목욕탕을 만들어 놓아 노천탕과 같은 개방감을 느끼면서 몸을 담글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빌라의 중심에 놓인 히노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상쾌한 히노키향과 바다 내음을 맡으며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둘째로는 벽을 만들지 않고 유리의 미닫이 문을 중심으로 둔 ‘벽이 없는 집’이다.

 

 

빌라와 외부 토지의 경계선이 구분할 수 없는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벽이 없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벽이 없다보니,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은 미야지마같은 섬, 세토우치를 오가는 배들 그리고 태양에 반짝이는 수면 등 아름다운 전망을 독점할 수 있다. 셋째로는 ‘종이의 집’이 있다. 종이의 집은 종이 소재로 만들어진 110개의 관을 활용해 집을 지었다. 이 집은 종이 건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반시게루가 예전에 건축했던 건물 형태를 새로 재구성해 만들어 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시모세 호텔은 일반적으로 오베르주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다이닝 레스토랑에도 공을 들였다. 시모세 호텔의 다이닝인 SIMOSE French Restaurant은 도쿄의 고급 주택가인 시로가네다이(白金台)에서 오랜 세월 터를 잡고 영업해 온 일본을 대표하는 노포 프렌치 레스토랑인 오자와의 오너 셰프, 오자와 타카히코의 감수를 받은 요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세토우치의 하늘과 바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들을 오픈 키친에서 만들어 투숙객들에게 선보인다. 

 

 

반시게루의 미래지향적 가치가 담긴 건축


시모세 아트 가든 빌라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마루이산업주식회사가 반시게루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들어 낸 공간이라는 점이다. 마루이산업주식회사가 건축자재의 제조 및 공급을 하는 회사인 만큼 미술관 및 호텔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다른 의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반시게루가 시모세 미술관과 호텔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원래 반시게루가 건축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레스큐 시설로서의 공간 디자인을 통해서다. 반시게루는 지진이나 홍수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전쟁 및 분쟁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을 위한 건물을 만들면서부터 관심 받기 시작했다. 특히, 반시게루는 다양한 길이와 두께의 재생지로 만들어진 ‘종이관(지관)’이라고 불리는 소재를 사용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단지 실험적으로 종이관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건축법 상 건축소재로서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를 받았고, 그리고 이를 통해 아름다운 건축물을 디자인해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반시게루는 종이관을 활용한 레스큐 시설부터 주택 그리고 교회 건물 까지 다양한 건축물에 활용했고, 2014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카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상의 수상 후에도 그는 자신의 건축은 스타키텍추어(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건축)와는 반대되는 건축을 지향해 나갔다. 이 뿐만 아니라, 일본의 건축가라면 당연히 일본적인 요소를 담아야 한다는 일본의 건축계의 사고방식에도 반대하는 길을 걸었다. 반시게루는 많은 일본의 건축가들이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를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스스로의 틀을 만들어 두고, 틀 안에서 만들어 낸 결과물을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개념으로 포장해 나가는 것에 반발했다. 이러한 건축계의 트렌드에 대한 반발은 실제로 그의 건축물에도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소재의 사용에 있어서 이 부분은 명확하다.

 

 

반시게루는 이번에 시모세 미술관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도 큐빅 형태의 이동식 전시실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근처의 공단의 철재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콘테이너 형태로 구성했다. 미술관의 외관이 동네에 있는 풍경과 너무 동떨어지는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그 지역의 요소를 담으려고 한 것이다. 또한, 반시게루는 미술관의 입구는 히노키의 거대한 우산 아치 형태의 공간을 연출했다. 이것은 반시게루가 집착하는 나무와 종이 중의 하나의 요소인 나무 소재를 활용하는 그의 스타일의 표출이었다. 한편, 호텔 빌라를 디자인하는데 있어서는 건축 자재로 종이관을 사용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축 소재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흔히 건축가라고 하면 외관의 디자인과 같은 공간의 비주얼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반시게루는 항상 소재와 구조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위기의 상황에서 건축의 발전은 소재에 대한 새로운 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을 시모세 미술관과 호텔에도 역시 이어져 있다. 역시 세계의 명작을 품은 시모세 아트 가든 빌라는 세계적인 건축가 반시게루의 또 다른 명작으로 평가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