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Hotel] 긴급 점검! 호텔, 이대로는 안 된다 ① 위생 편

2018.02.28 09:30:40

- 호텔들의 충격적인 위생상태


최근 특급호텔들을 두고 네티즌들이 시끌시끌하다. 변기 청소한 수세미로 컵을 닦아내고, 이미 사용했던 타월로 컵의 물기를 제거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CSI 소비자 탐사대>의 몰래카메라에 잡힌 이후 너도나도 비정상적인 호텔 객실 관리에 해당 호텔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과연 호텔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쇼킹한 호텔 위생의 실체가 드러난 후 각 호텔들은 자신의 호텔 명칭이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파문에 휩싸인 호텔들의 위생 상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개선점을 파악해본다.


* ‘긴급 점검! 호텔, 이대로는 안된다’ 시리즈는 위생 편, 화재 편, 안전 편 총 3편으로 구성됐으며 [Feature HOTEL]에 연재됩니다.


이게 진짜 사실인가요?
<CSI 소비자 탐사대>가 밝힌 최악의 진실

<CSI 소비자 탐사대>는 TV조선이 야심 차게 준비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첫 회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안석호와 김하림이 진행을 맡아 소비자의 소비 행위가 권리를 증진시키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2월 4일에 ‘특급호텔 위생 긴급점검’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충격적인 호텔 위생 현장이 보도됐다. 방송에 표현 된 각 A, B, C호텔들은 정확한 명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확인해볼 수 있도록 각 호텔 전경을 집어넣기도 했다.


<CSI 소비자 탐사대>가 방송되는 시점부터 얼마 되지 않아 주부들의 모임 및 정보 교류 온라인 카페에 글들이 게시되기 시작했으며 ‘얼마 전 중국 5성급 호텔 위생이 엉망이라는 기사를 보고 욕 했는데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다시는 호텔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많은 시청자들이 A, B, C호텔 이름을 언급하며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든 책임은 누가 지어야 할 것인가. 이렇게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책임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한두 군데의 호텔 일이 아닌 국내 숙박업계의 충격적인 사태가 급격하게 퍼지고 있고 이것은 단지 호텔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장 두드러지게 보도됐던 호텔 위생 상태가 호텔 배치용 컵에 대한 것이었지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호텔 객실에서 제공하는 커피나 티백, 일종의 다과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실제 호텔리어로 근무하는 이들은 절대 티백과 커피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식품의 유통기한을 알 수 없을뿐더러 객실에 올려놓고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을 다시 재활용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호텔 객실 청소 알바를 했던 L씨는 “외국도 국내 못지않게 호텔 위생에 둔감한 것이 사실이다. 캐나다 홀리데이 인 브랜드 호텔에서 객실 청소 알바를 했는데 시간에 쫓겨 이미 사용해 던져 놓여있던 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락스에 담가 놨다 제대로 헹구지도 않은 이불을 건조한 후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최근 호텔 매뉴얼 교육을 받으러 갔던 A 씨는 “용역업체에서 유명 특급호텔 하우스키핑 매뉴얼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가르칠 때도 선배 하우스키퍼가 수세미 구분없이 컵이나 세면대를 닦더라. 실제로 호텔리어들은 객실 사용 시 컵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경우 없다?!
많아도 너무 많은 먼지들

호텔 객실에 들어갔을 때 숨이 막히는 경험들을 해본 적 있는가. <CSI 소비자 탐사대>에서 소파나 침구들의 오염도 측정이 기준치에 훨씬 웃도는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침구에서 나오는 먼지, 생활 먼지, 유해물질 등으로 많은 호텔들이 이 또한 문제 되고 있다. 특히 봄에는 미세먼지가 더 증가하고 객실 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먼지로 인해 고객들이 호텔 측에 컴플레인을 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에 최근 오픈하는 호텔들은 최대한 복도와 객실에 카펫과 러그를 제거하기도 한다.


특급호텔에서는 호텔 객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먼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객실 청소가 허술하다면 이 또한 전혀 소용없는 실천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 객실에 먼지가 많아 콘센트 안에도 들어가게 되면 꾸준히 그 안에서 먼지가 쌓여 제품을 사용하려 코드를 꽂을 시 화재의 위험도 있다.”며 “실제로 호텔 객실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시 콘센트 안의 먼지로 인한 케이스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위생 문제가 하우스키퍼 개인의 탓?
이번 사태에 대해 호텔 측은 매뉴얼 문제라기 보다는 하우스키퍼 개개인의 위생 관념 부족이라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실제로 호텔에서 서프라이즈 테스트를 진행해 객실 청소를 관리하지만 이번 <CSI 소비자 탐사대>처럼 몰래카메라로 모든 상황을 구체적으로 감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호텔 측은 청소 용역업체에서 청소 방법에 대한 부분까지 맡아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호텔에서 다시 하우스 키퍼들에게 일일이 다시 지시하는 일은 거의 드물다고 설명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의 매뉴얼은 언제나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 그러나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일은 그렇지 못하다. 매니저들의 지속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에 이것을 먼저 구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청소하는 시간이 모자라기에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하우스키퍼들은 제한된 시간에 수십 개의 호텔을 청소해야 하고 심지어 청소한 객실이 늘어 날수록 받는 인센티브가 다르다. 방 하나당으로 임금을 계산하는 경우도 많아 청소 용역 관리자들은 최대한 적은 시간 동안에 빠르게 청소를 마치도록 하우스키퍼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위생문제에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입을 닫아버리는 호텔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사실상 하우스키핑의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는 호텔 시스템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청소 용역 업체도 피해자입니다
일각에서는 청소 용역 업체가 하우스 키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대부분의 특급호텔들이 청소 용역 업체를 이용하며 호텔 중 같은 청소 용역 업체를 쓰는 곳도 많기에 서로 하우스 키퍼들을 공유한다. 만약 청소 용역 업체에서 제대로 교육을 시켰다면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에 ㈜DSC 이명희 대표는 반박에 나섰다. “특급호텔들은 지명입찰로 업체를 선정한다. 서로 경쟁하는 업체들은 입찰을 따내기 위해 특급호텔들의 입맛에 맞도록 더욱 저렴하게 인건비를 책정하고 그로 인해 업무능력, 표준화, 가격 조정 부분보다는 무조건 싸게 부르는 업체가 입찰을 따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청소 용역 업체들의 옥석을 가리기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조언했다. 호텔의 제도 자체가 최대한 이익을 남기고자 인건비를 삭감하고 정규직의 하우스키퍼를 두기보다는 최저 인건비에 위생은 그저 개인의 양심에만 일을 맡기는 것이다. 시청, 구청 위생 점검 담당자조차 <CSI 소비자 탐사대>와의 인터뷰에서 “호텔 위생 규정 자체가 자세히 없다.”며 “사업자의 양심에 맞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중위생관리법에 호텔 위생 및 청결에 관한 법조가 적시돼 있지만 위반 시 제재 강도는 약하다. 최소 4번의 위반 행위가 적발할 경우 영업장이 폐쇄되고 그 전에는 최대 10일의 영업 정지만 부과된다. 시행규칙 또한 다른 시설과 다르게 호텔은 청결 유지 방법이 디테일하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논란은 하우스키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며 가장 위에 있는 호텔 책임자, 또는 국가가 나서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일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전국 호텔 및 기타 숙박업소의 위생실태를 점검해달라는 청원 요구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각 특급호텔들 위생 매뉴얼 대책 마련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도종환 장관이 김하림 기자에게 ‘취재 아주 잘했다’라고 칭찬한 것처럼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문제가 국민들에게 잊히기만을 기다리던 호텔들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해외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자 문제가 된 호텔들은 화장실 청소 전문 인력을 별도로 고용하고 식기세척기를 추가 구매하거나 전 객실에 일회용 컵을 비치하고 있다.


컵들을 한 곳에 모아 중앙세척센터에서 객실 비품을 일괄 세척하기로 했으며 욕실용, 화장실용 청소 도구함을 분리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직원 정기 교육도 횟수를 두 배로 늘리며 시트와 가구 적정 오염도를 꾸준히 측정해 보강할 예정이다. 여전히 호텔 위생을 불안해하며 고객이 민원을 요청하면 새로운 가이드라인과 최대한 빨리 상황을 수습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는 한 객실을 청소하면 침실 청소, 침구정리, 화장실 청소 인력을 각각 따로 배치하는 호텔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업계와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스사사(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 네이버 카페에서는 정부에서 호텔의 위생 관리 정책을 시행하기 전까지는 국내 호텔 숙박은 한동안 자제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특급호텔들은 조금이나마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업계와 정부의 움직임을 어떠할까. 이번만큼은 소극적인 대처로 국민들의 원성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방안을 듣고 싶다. <CSI 소비자 탐사대> 문체부 도종환 장관은 호텔등급심사를 문체부에서 담당하지 않냐는 질문에 “철저히 관리해야 되겠다. 개선돼야 한다.”고 짧게 인터뷰를 마치며 급히 발길을 돌렸다.


한국호텔업협회 한 관계자는 “일단 각 호텔에 협조 공문을 보냈고 협회주관 호텔 종사자 교육 시 위생 관련 교육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며 “나중에 호텔 위생 관련 매뉴얼을 조사해 모범 호텔 사례를 정리해 회원사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라고 방안을 내세웠다. 관광호텔업의 건전한 발전과 권익증진을 도모하고 한국 관광호텔산업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협회인 만큼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과 함께 다양한 방법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