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Trend] 특별하고도 친근한 외식 경험 선사하는 비건 레스토랑

2022.10.18 09:02:47

- 이제는 비건 뿐만 아니라 논비건도 즐길 수 있는 푸드로 도약한다

 

비건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신념이 가득한 이들이 음식을 가려서 먹는 광경이 떠오를 것이다. 혹은 고기 없이 소스가 뿌려지지 않은 풀을 먹어야 하는 식단, 
혹은 식감이 살지 않은 뭉근한 대체육을 먹고 있는 광경…. 그러나 이제는 비건 푸드가 더 이상 맛없는 요리라는 편견을 끝낼 때가 왔다. 고기를 대체할 수 있고, 고기가 없이도 맛있는, 동물성 재료를 조금도 첨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비건 음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는 로컬 외식업자들이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던 비건 레스토랑은, 이제는 번화가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소가 됐다. 더불어 최근에는 여러 기업에서 비건 레스토랑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 이번 지면에서는 비건 레스토랑을 살펴보고 트렌드를 읽어보고자 한다.
 

 

이제는 명실상부 빠질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비건


비건은 늘 화제의 중심이다. 채소로만 구성된 맛없는 음식만 먹고 있다는 시선부터 신념 때문에 타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권한다는 시선까지. 이러한 편견들 가운데서도 한국의 비건 인구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21년 한국채식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에는 15만 명에서 2021년에는 150만 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특히 비건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MZ세대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 4월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5.6%가 환경을 위해 음식을 바꿨다고 응답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비건 푸드를 취급하는 레스토랑 및 가공식품이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플랜테이블’이라는 채식전문 브랜드를 론칭해 비건 만두와 김치를 해외 시장에 수출시켰다. 더불어 지난 7월에는 채식 떡갈비, 함박스테이크를 출시했으며 식물성 혁신푸드 스타트업인 올가니카는 429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체육 스타트업인 이노하스는 70억 규모의 시리즈A의 투자유치를 성공, 대기업 외에도 비건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주목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은 친환경을 생각하는 시선과 맞닿아있다. 전 세계적으로 극심해진 기후 변화의 첫 걸음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쉬우면서도 적극적인 대책이기 때문이다. 2021년 유엔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중 14.5%를 차지한다. 사료 생산 및 분뇨 저장과 처리, 수소에서 발생하는 장내 발효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농장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벌목한다는 점, 사료를 재배할 때 경작과 거름을 뿌리면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지수가 310배가 높은 아산화질소 발생된다는 점, 가축들이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을 탄생시킨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또한 비건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체질상 육류의 소화가 어려운 이들도 비건 푸드를 선택하고 있으며, 건강을 위해 비건 푸드를 섭취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처음부터 완전 비건이 어렵다면 간헐적 비건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2021년에 실시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MZ세대 3명 중 1명은 간헐적 채식을 하고 있으며, 실천하는 방식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육류를 섭취하지 않기, 비건 레스토랑을 찾기, 간식을 채식으로 대체하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건강관리를 위해 채식을 한다는 이들이 62.8%, 체중과 몸매 관리를 위해서가 48.4%(복수응답)를 차지하면서, 이제는 신념과 더불어 건강과 체중관리 등의 다양한 이유로 비건 푸드를 섭취하고 있는 특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제는 식품을 떠나 레스토랑으로


이러한 시장 상황 속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있다. 이제 비건 푸드는 이제 비건들 만의 특수한 식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배경에는 비건 푸드의 퀄리티가 상승했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한다. 식물성 재료만으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메뉴 개발이 쉽지 않다는 어려운 요소가 있어 더 까다롭게 만들기도 하며, 비건 시장의 확대로 음식의 다양성이 증가한 것. 유튜브에 ‘비건 푸드’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비건 푸드와 가공식품 추천 영상, 레스토랑 추천 영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건 푸드과 레스토랑을 엄선한 기사와 자료 또한 흔하며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도 비건 키워드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 다양한 비건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망원동은 비건 레스토랑의 격전지 중 하나다. 비건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곳부터 레스토랑까지 비건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다이너재키’는 대체육을 활용한 베이글 비건 불고기버거, 비건베이컨 감자무스 오픈 샌드위치 등 여러 비건 메뉴를 취급하는 가운데 해산물을 취식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위해 문어와 연어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망원동하면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터줏대감인 레스토랑이다. ‘셰발레리’는 캐나다 퀘백의 음식을 비건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버섯 크림 감자 뇨끼, 비건미트소스 통밀 리가토니 등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비건 와인과 무알콜 맥주 등을 리스트업해 건강까지 챙겼다.


식물성 단백질 전문기업인 알티스트는 올해 업계 최초로 비건 아시안 퀴진 ‘ALT.a(알트에이)’를 열었다. 비건하면 양식 일색인 비건 업계에서 ‘중식’으로 승부수를 봤다. 청경채를 비롯한 다양한 채소들과 볶아 만든 식물성 난자완스, 대체육으로 만든 꿔바로우, 채식 짬뽕 등이 그것이다. 알티스트의 마케팅부 임주희 주임(이하 임 주임)은 “중식으로 비건을 선보이는 게 쉽지는 않았다. 특히 다양한 고기가 활용되는 중식이었기 때문”이라며 “다년 간 대체육을 만들어온 경험을 살려 보다 맛있는 비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오랜 연구를 거듭했다. 비건이 아닌 고객들에게도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레스토랑에 빠질 수 없는 대체육
맛없다는 건 편견일 뿐


비건 음식은 메뉴 개발에 있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단지 채소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구성한 오일이나 첨가물에 동물성을 띄고 있지는 않은지, 맛은 있는지, 동물복지 등 윤리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졌는지 등 고객들이 까다롭게 검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체육 관련한 이슈도 늘 뜨겁다. 대체육은 보통 3가지로 나뉜다. 대두와 같이 식물성 재료로 만든 식물성 대체고기, 동물의 세포에서 추출해 만든 세포배양고기, 곤충으로 만든 대체 단백질 곤충식품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처럼 육고기뿐만 아니라 생선 등 대체 해산물도 존재한다. 문제는 대체육이 각종 첨가물로 구성된 가공식품이라는 시선과 세포배양고기가 동물 복제물의 결과물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비건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체 단백질 곤충식품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없고 영양분도 풍부하지만 원재료의 특수성과 비싼 가격으로 인해 취급하는 곳이 적다.


때문에 대부분의 대체육을 활용한 비건 푸드는 식물성 대체육을 사용한다. 앞서 소개한 레스토랑 및 최근에 개업하는 비건 레스토랑들도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해 메뉴를 제공한다. 올해 코엑스에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오픈한 풀무원푸드앤컬처 경영관리팀 김재윤 팀장(이하 김 팀장)은 “처음에는 아예 대체육 자체를 쓰지 않고 맛을 내려는 생각도 있었다. 론칭 이전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아예 고기 자체를 보고 싶지 않다는 고객들도 있었고 대체육 자체가 몸에 받지 않는 고객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며 “그러나 논비건들도 경험할 수 있게끔 공간을 기획, 대체육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선보일 수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물성 대체육은 맛이 덜하다는 시선이 있던 바, 최근에는 식물성 대체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전에는 콩고기라고 불리며 고기의 식감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그 맛이 변모하고 있다. 언리미티드는 다양한 대체육을 선보인다. 슬라이스 구이용, 다진 고기, 햄버거 패티 등 여러 식감을 재현한 대체육 제품을 내놨다. 비욘드 버거는 버거 패티로 유명한데, 색깔을 동물성 고기처럼 보이기 위해 비트로 색을 내고 코코넛 오일을 넣어 풍미를 극대화해 좋은 평가를 얻는 중이다. 알티스트는 떡갈비, 궁중 불고기, 제육볶음을 만들었으며 비건 참치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임 주임은 “국내 대체육 시장은 해외에 비해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새롭게 출시되는 대체육 제품 하나 하나에 고객들의 반응이 즉각적인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회의를 거듭해 더욱 맛있는 식물성 대체육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전단 응력을 이용, 단백질 섬유를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 시켜 압출 가공하는 알티스트의 LMHT(저수분 고온, Low Moisture High Temperature) 방식을 통해 제조한 대체육은 일반 고기와 같이 일정한 방향으로 분리되는 특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트에이를 찾은 고객들은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요리를 맛보고 고기대신 식물성 참치 등 알티스트의 제품 구매를 원한다고 이처럼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던 대체육 시장도 식물성 대체육을 기반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대체식품기업 최초로 올해 4월 이태원에 알트에이를 오픈했다. 과정이 궁금하다.
알티스트는 오랫동안 대체식품을 연구 개발한 회사다. 대체육 뿐만 아니라 대체당을 통해 무설탕 커피믹스, 아이스티 등 건강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알티스트의 대체육을 활용해 맛있는 비건 레스토랑을 선보이고 싶었고, 지금은 비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맛있고 색다른 요리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채로운 비건 푸드 경험을 제공하는 중이다. 많은 연구 끝에 메뉴를 개발했지만 오픈할 때까지만 해도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었고 모험적인 측면이 컸다. 하지만 홍보를 크게 하지 않았는데도 반응이 좋아 비건 레스토랑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확인해 볼 수 있어 의미가 깊다.

 

비건은 보통 양식으로 많이 접하게 되는데, 특별히 아시안 퀴진으로 선보인 이유가 무엇인가?
비건을 친숙하게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양식은 캐주얼 한 곳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격식을 차려야할 것 같고, 한식은 많은 이들이 집에서 먹기도 하고, 채식 반찬이 많기 때문에 색다른 면이 부족했다. 그런데 중식은 특별하면서도 친근하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날에는 짜장면을 시켜먹거나 중식 레스토랑에 가는 일이 잦지 않나. 그러면서도 배달이라는 매개가 있어 친숙하게 느낄 수도 있고. 또한 짬뽕과 짜장면은 국내에서 한식과 같은 위상이다(웃음).

 

메뉴의 특징이 궁금하다. 그리고 주로 찾는 고객들은?
대체육을 활용하지 않은 요리와 대체육을 활용한 요리로 나눌 수 있다. 비건 바게트 위에 맛과 식감을 완벽하게 구현한 식물성 참치 바게트, 식물성 대체육을 다진 후 기름에 노릇하게 볶은 난자완스, 버섯과 채수를 활용해 만든 짬뽕 등이다. 인기가 가장 많은 메뉴는 식물성 대체육을 바삭하게 튀겨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을 맛볼 수 있는 유린기다. 


레스토랑이 이태원에 위치해 있어 MZ세대 고객 외에도 비건에 우호적인 외국인 고객, 가족 고객들도 찾는데 대체육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다는 반응도 많이 보이고, 미팅 차 클라이언트를 초청해도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가고 있다. 실제로 론칭할 때 비건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를 가게 외관에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는데, 논비건 고객들도 예비 고객으로 맞이하고 싶어서다. 덕분에 비건 레스토랑인지 몰랐다가 와서 맛있는 경험을 하고 간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대체육 시장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식물성 대체육을 제외한 다른 대체육들은 여러 가지 한계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아직 연구를 거듭해야할 부분이 많아 대체적으로 식물성 대체육을 선호하는 편이다. 대신 식물성 대체육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많아 그 편견을 깨는 일이 중요한 미션이었다. 뭉개진 식감이 아니라 실제 살이 찢어지는 것처럼 대체육도 결대로 찢어질 수 있고, 식감과 비주얼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특유의 향으로 대체육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알티스트만의 육향 구현 기술을 통해 식물성 대체육에 향을 추가하고 있다. 또한 대체육과 대체식품 전반적으로 고객들이 영양성분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전 성분을 식물성 원료로 하는 건 기본이라 제대로 고지하고 있고, 유전자조작채소를 쓰지 않기 위해 제품을 만들기 전부터 많은 검토를 거친다. 또한 대체육이 요즘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다, 대기업도 진출을 하고 있다보니 궁금해서 맛보는 고객들도 많아 알티스트를 비롯, 여러 기업에서 퀄리티를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알티스트와 알트에이의 운영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해 출사한 비건 육포, 비건 핫도그처럼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앞으로는 우유, 치즈 등 모든 단백질 제품을 비건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더불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알트에이 메뉴를 제품화하고 레스토랑을 추가로 오픈해 소비자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10월 중으로는 도산공원 근처에서 알트에이 2번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인데, 아직 오픈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알트에이 도산공원에서만 먹을 수 있는 스페셜 메뉴를 개발, 중식 코스요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대체육 없이 채소로만 메뉴 구성하기도


한편 대체육을 활용할 때도 있지만, 채소 본연의 맛을 활용해 맛을 극대화하는 레스토랑들도 있다. 방배동에 위치한 ‘남미플랜트랩’은 남미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더한 음식을 선보인다. 수제 토마토소스와 비건 치즈에 채소를 듬뿍 얹어 깔끔한 맛을 더한 치즈 채소 피자와 깻잎 페스토를 활용해 고소하고 속이 편한 깻잎 페스토 리조또, 최근 유행하는 로제소스를 비건으로 해석한 파스타까지 다양하다. 식후에는 남미플랜트랩이 운영하는 인근의 카페 거북이에 들러 올 비건으로 구성된 디저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귀리 크림 라떼, 단호박 타르트, 레몬 머랭 등은 동물성 식재료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도 풍성한 맛의 향연을 자랑한다. 


마포역의 베이스이즈나이스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도 이름을 올린 레스토랑이다. 구운 옥수수를 얹은 밥과 오늘의 채소요리, 국이 한상차림으로 준비되며 바삭 청무와 옥수수밥, 홍고추퓨레의 구운두부 밥, 발효버터 우엉구이 밥, 알배기배추복숭아주스 등 채소로만 구성된 식단이라 의미가 깊으며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이곳은 환경을 위해 빨대와 앞접시를 제공하지 않는다. 온라인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 간신히 갈 수 있을 만큼 비건 커뮤니티에서는 단골 명소다. 앞서 언급한 듯이 대체육을 선호하지 않는 비건들을 비롯, 채식으로만 구성된 식단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한 한국은 이러한 채식에 익숙한 곳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한국의 식단의 대부분은 채식이라 일컫는다. 물론 코리아 바비큐라고 불릴 만큼 삼겹살 등 고기문화가 활성화 돼 있기도 하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대부분 나물과 국, 생선이나 고기를 조금 곁들인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대표음식이라고 일컬어지는 비빔밥 또한 달걀을 제외하면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으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비건 음식이라 보기도 하고, 실제로 비건 푸드이기도 하다. 유독 한국에서만 섭취한다고 알려진 식재료인 콩나물과 부추, 도토리묵, 깻잎 등을 생각하면 대체육 없이 채소로만 구성된 식사에 한국인들이 어렵지 않게 매료된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외국에서는 한국의 식단을 플렉시테리언(주로 채식을 하지만 가끔 고기나 생선을 섭취하는 유형)이라고 보는 경우도 많다.”며 “한식을 레스토랑 메뉴로 구성했을 때 배리에이션을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비건 레스토랑을 구성할 때 대체육을 빼놓기 어려운 반면, 한국에서는 채소로만 구성된 비건 레스토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종합식품기업도 도전하는
비건 레스토랑


종합식품기업도 비건 레스토랑에 도전한다. 올해 5월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코엑스에 ‘플랜튜드’를 오픈, 벌써 코엑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풀무원 외식 브랜드였던 ‘자연은 맛있다’ 자리에 론칭한 것으로, 평일에도 주말에도 웨이팅이 끊기지 않을 정도라고. 가격도 9000원~2만 원 선으로 코엑스 인근 직장인들도 점심에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대로 구성했다. 특히 풀무원푸드앤컬처는 비건 레스토랑 최초로 비건표준인증을 받은 곳으로, 올 비건으로 구성된 메뉴와 더불어 인테리어 전반과 식기마저 친환경으로 준비했다. 김 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니즈가 많아지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생기면서 기존 풀무원이 갖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더한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며 “1년 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메뉴 개발에 신경 썼다. 논비건도 재방문할 수 있도록 맛있는 비건에 중점을 뒀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비건 커뮤니티에서도 플랜튜드의 맛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적절하고 맛이 조화롭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농심은 비건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는 ‘포리스트키친’을 오픈했다. 친환경과 가치소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육류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대체육과 비건 푸드에 주목하게 된 것인데, 다른 레스토랑들이 단품 메뉴를 선보이는 와중에 코스 요리로 차별화를 둬 이슈를 모았다. 롯데월드 몰에 위치한 포리스트키친은 런치 코스 5만 5000원, 디너코스 7만 7000원으로 구성했으며 제철 채소를 활용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대표적인 메뉴는 코스의 맨 처음에 나오는 ‘작은 숲’이며 숲으로 꾸민 트레이에 제철 채소를 이용, 한입거리 음식과 콩 커스커드, 콩 꼬치를 담은 요리다. 농심 관계자는 “기업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위해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 지역 농가와의 협력을 통해 제철 채소를 엄선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과 대체육의 조화를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대다수 비건 레스토랑이 햄버거, 파스타를 제공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이었으나 포리스트키친은 프리미엄을 지향하며 특성 상 변화가 빠른 다이닝 업계를 선도하기 위해 파인다이닝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종합식품기업에서도 비건 레스토랑을 연이어 오픈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비건 인구를 의식, 비건 메뉴를 폭넓게 선보임과 동시에 비건 식품의 첫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어려운 식재료 수급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만큼 기대되는 미래


이처럼 비건 레스토랑은 수많은 이슈와 인기를 구가하며 맛있는 대체육, 고기의 자리를 메꿔주는 채소만으로 이뤄진 식사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도 로컬 레스토랑도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메뉴 개발이다. 해외의 식재료를 들여오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활용할 만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탓이다. 앞서 언급했듯 소비자들이 까다롭게 물건을 골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일이 비건 제품 출시기도 하고,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약이 많다. 특히 동물성 식품을 제조한 곳을 사용할 수 없기에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 적지 않은 돈이 들기 마련이다. 
김 팀장은 “플랜튜드를 오픈하기 전 많은 로컬 레스토랑을 다녔는데, 대표자가 비건인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고민도 메뉴 확장에 관한 건이었다. 비건 식재료 시장이 크지 않아 베리에이션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랜튜드 오픈 시에도 해외에서 들여온 식재료가 비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바꾸기도 했다. 앞으로는 기업과 로컬 레스토랑이 협업을 통해 다양한 메뉴를 마련, 고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업들은 비건 가공식품이나 식재료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비건 뿐만 아니라 논비건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내는 것처럼, 이제는 비건 푸드도 한식, 양식, 일식처럼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건 레스토랑은 크지 않은 비건 식재료 시장 안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종합식품기업들이 비건 시장에 연이어 뛰어드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장인 만큼 앞으로는 더욱 완성도 좋고 참신한 메뉴를 통해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비건 레스토랑이 되기를 바라본다.

 

 

올해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오픈했다. 오픈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풀무원의 기업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 식품에 대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점이었다. 때문에 비건 레스토랑 오픈 계획은 꾸준했으나 비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합의되지 않은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관찰 중이었다. 덧붙여 비건에도 락토, 플렉시테리언 등 단계가 많기 때문에 어느 쪽에 초점을 둬야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니즈가 생기고, 가치소비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확장되면서 비건 트렌드가 자리를 잡아 적기라는 판단이 섰다. 1년 간의 프로젝트를 거치며 수많은 비건 레스토랑에 가서 조언과 인사이트를 얻어 플랜튜드를 오픈, 지금은 자사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탁월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플랜튜드만의 차별점은?
대부분의 고객이 2030이며 영양성분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이다. 비건 메뉴라고 선보였는데 원재료에 동물성 식재료가 섞여있으면 그만큼 낭패인 일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건표준인증원에서 비건인증을 받았다. 메뉴를 만든 뒤 동물성 DNA 성분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반려당하고, 또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하는 엄격한 인증 제도다. 실제로 오픈 전 한 식재료에서 동물성 원료가 약소하게 검출돼 새로운 재료로 바꾸기도 했다(웃음). 


인테리어도 식물을 이곳저곳에 비치해놓고 식기 하나, 물컵 하나 구석구석 신경을 썼다. 재활용도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기들을 사용했으며, 고객들 맞춤형으로 탭으로 메뉴를 확인, 누르면 가격과 함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중과 칼로리 등 모든 영양성분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객들에게도 참신하다며 반응이 좋다. 음료도 모두 비건들이 먹기에 손색없게 준비했다. 콤부차와 당이 들어가지 않은 탄산수, 비건 맥주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를 두지 않았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것이 곧 시그니처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다양한 메뉴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종합식품기업에서 비건 레스토랑에 진출한 것도 궁금하다.
레스토랑이 풀무원의 메인 사업이 아닌 만큼 고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사 내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플랜튜드를 오픈했다. 한국에서 비건 푸드는 시작 단계인데다가 비건 자체가 이제는 비건 뿐만 아니라 논비건 고객들도 먹는 식문화가 됐기 때문에 제품을 출시할 때도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내려고 한다.

 

플랜튜드에서는 그러한 비건 푸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현장의 반을을 살펴볼 수 있으며 풀무원의 친환경 이미지 구축 및 비건 브랜드 경험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고객과의 유의미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레스토랑 운영 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우선 주방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기존 레스토랑은 시판 소스나 식재료를 사는 게 자유로운데 비건 레스토랑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의 비건인증유지를 통해 위해 직원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논비건 음료수나 식품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종합식품기업이니 식재료를 만들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생산라인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동물성 재료들과 제조과정이 섞여서는 안 되고, 좋은 재료만을 올려야 하니까 가격을 높게 측정할 때도 있어 레스토랑에서도,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하기 어려운 탓이다. 배송되는 차량, 창고도 동물성 제품과 연관이 없어야한다. 그리고 기물도 하나하나 고심해야 한다. 포장은 어떻게 쓸지, 빨대는 어떻게 할지. 이것저것 신경쓸 사항이 많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은 이번 플랜튜드가 1호점이니 만큼 플랜튜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알리고, 추후에는 기존 브랜드 매장을 플랜튜드로 전환 및 추가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많은 기업에서 비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레스토랑 외에도 화장품, 의류 등등 전반에 비건 제품들이 빠지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비건 복합문화공간을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지 고민해보기도 한다. 한 공간에 비건 의류, 화장품, 레스토랑 다 있어서 밥 먹고 쇼핑도 하고, 쇼핑하고 디저트도 먹는 거다(웃음). 비건 시장은 무엇보다도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서로 인사이트를 얻고 발전해 나가야 한국의 비건 시장도 더욱 커질 것이다. 앞으로 풀무원의 비건 사업에 많은 관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