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윤 기자의 생각모으기] 3000만의 허수

2023.06.30 09:00:00

 

그토록 기다리던 인바운드의 재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지 벌써 6개월이 됐다. 너무도 길게 느껴진 2년이었던 터라 하나 둘 모습을 비추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색했던 것도 잠시였다. 코로나 기간 동안 꾹 참아왔던 한국 방문의 열망이 관광객들을 하루 바삐 한국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폐허와도 같았던 명동거리가 살아났고, 홍대입구에는 배낭을 멘 외국인들이 여행의 설렘에 잔뜩 상기된 채 삼삼오오 거리를 누비고 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한국을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이에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K-콘텐츠를 필두로 3000만 K-관광을 견인하겠다며 5년 대계를 천명했다. 정부의 당찬 포부에 머리가 지끈했지만 1750만에서 두 배 가까이 널을 뛴 거대한 숫자를 호기롭게 내놓은 데 이유가 있으려니, 우선은 긍정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지도 반년이 지났다. 그러는 와중 국가별 인바운드 전략을 모색하는 ‘Inbound Strategy’ 시리즈를 시작했고, 인바운드 여행사 대표님들을 만나 국내 인바운드 시장의 현실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듣게 됐다.

 

오랜만에 좌담회를 진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Inbound Strategy를 연재하면서 매일 인바운드 추이를 살펴본 바, 일견 순조롭게 재개되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비자와 K-ETA의 빗장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 6시간가량 K-ETA 승인을 기다리느라 자비로 출발 직전의 비행기를 대기시켰음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행정에 결국 공항에서 발을 돌린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인센티브 팸 투어 유치를 위해 도에서 초대한 업체들의 대표였음에도 말이다.

 

200~300명 규모의 MICE 단체 클라이언트를 일본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여행사도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유를 물어봐도 코로나19로 담당할 인력이 줄어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뿐이었는데, 더 답답한 것은 인력을 충원하려고 해도 이에 대한 허가를 행정안전부에서 받아야하고 예산을 확충해야 하니 재정기획부에 기안 올리는데 시일이 걸린다 답변받은지도 1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좌담회 중 현 정부의 관광 정책에 대해 ‘문은 걸고 창문을 열어놓은 꼴’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돈 쓰러 오겠다는 외국인 관광객 비자는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제한하면서 산업체에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장려하고 있다. 인바운드 정책 좌담회를 하면서 아웃바운드 여행 기업을 산업 자문으로 부른다고 한다. 인바운드 여행사의 설립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 탓에 국내 인바운드의 90%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허가를 받고, 벌어들인 외화를 본국으로 유출시키고 있다. 팸 투어 유치의 비즈니스 차원에서 굴지의 해외 여행사 대표들을 불러놓고 단체 관광마냥 9시부터 10시까지 빼곡한 일정을 처리하는데 열심이다. 여행사 대표들은 크게 관심도 없는 청와대를 소개하고 비빔밥과 불고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진부한 밥상을 들이밀고 있다.

 

수요 없는 공급을, 그것도 열심히, 호기롭게 진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어찌 바라보면 좋을까? 수용태세가 온전치 못한 여행사들은 어떻게든 인바운드 관광객들을 붙잡고자 전전긍긍인데 정부는 어떻게 3000만을 채우겠다는 건지, 채운 이후에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음 스텝은 염두에 두고 있는 건지 묻고 싶은 부분이 많다. 좌담회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이후 인바운드 생태계에 대한 기사를 연재하고자 한다. 다달이 더해질 물음에 보다 속 시원한 해답들을 찾아갈 수 있을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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