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숙박업계와 플랫폼, 가교 역할을 할 제도 필요하다

2023.11.02 09:08:37

- 소비자 분쟁 사례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이전에는 호텔을 전화나 방문으로 예약 했지만, 이제는 플랫폼이나 공식 홈페이지 등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디바이스에 야놀자, 여기어때, 부킹닷컴 등 숙박 애플리케이션은 기본으로 탑재됐으며 리뷰를 찾아보기 이전에 애플리케이션에서 금액과 장소를 탐색,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숙박 예약 플랫폼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고도화 되는 가운데 그 사용량만큼이나 분쟁 사례도 빗발치고 있다. 이번 지면에서는 반복되는 숙박 예약 플랫폼의 분쟁 사례와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여행객 절반은 온라인으로 떠나는 세상


여행을 떠나는 고객 중 절반 가까이가 숙박 예약 플랫폼을 사용한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2022년 4월 당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 3개월 간 국내 여행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숙소를 예약했는지 묻고, 2017년 이후 5년 간의 결과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숙박 여행객 중 여행상품 전문 플랫폼에서 숙소를 예약한 비율은 44%에 달해 가장 많으며, 2017년 23%이었던 점유율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수치였다. 연령과도 관계가 없다. 2022년 8월 매일경제신문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국내 대표 숙박 예약 플랫폼 6곳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저렴한 숙소를 찾는 20대가 플랫폼을 활용했다면, 팬데믹 3년을 거치면서 30~50대 가족 단위 고객이 주력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56.3%나 집계된 것이다. 이처럼 이제 숙박 예약에서 플랫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존 관계가 됐다.


그러나 새로운 서비스가 태어나면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지만, 겪어본 적 없는 만큼 이슈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 사례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보원)에서 2022년 12월에 발표한 <숙박 예약 플랫폼 소비자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업은 매년 1000건 이상 접수되는 피해구제 신청 다발 업종으로, 2023년 상반기까지 총 4732건의 문제가 제기됐다. 연도별로 2019년에는 904건, 2022년에는 1428건 등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계약 해제에 따른 위약금’이며 그 다음이 ‘숙박시설의 위생이나 안전, 부대시설 불만’ 571건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숙박 예약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채널도 늘어나면서 이를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치지 않을 경우 호텔도 모르는 사이에 고객들이 불편을 감당하는 경우도 많아 곤란한 상황”이라며 “호텔업계에서도 나름의 자구책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중”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예약을 보다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 선택한 플랫폼이 오히려 여행의 경험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는 상황, 이와 같은 사례들은 왜 발생하고 있을까?

 

얽히고설킨 문제, 오버부킹


가장 많은 유형은 계약 해제에 따른 위약금이며 대부분 오버부킹에 관련된 문제다. 이번해 9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오버부킹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는 8월까지 총 1152건으로 집계됐다. 사례 또한 다양하다. 한 소비자는 객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하고 결제를 마쳤으나 밖에서 2시간 가까이 예약을 대기하는 ‘예약 지연’ 사태를 겪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호텔을 예약하고 확정 문자를 받은 뒤 방문한 호텔에서 ‘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앱에서 사용 가능한 3만 원어치 쿠폰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숙박 예약 플랫폼 소비자문제 실태조사>에 언급된 사례에 따르면 천재지변 및 기후변화로 인한 계약 해제 건도 존재했다. 폭설이 예상된다는 숙박 예정지의 재난 문자를 받아 숙박 예약을 취소했으나 예약 금액이 환급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권고 사항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권고 사항은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 구속력이 없는 법령이기에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됐다.


이런 오버부킹은 왜 생기는 것일까? 많은 호텔 관계자들은 플랫폼에 여러 상품을 올려놓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온라인이나 앱으로 예약하는 소비자의 시류에 따라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상품을 업로드하는 것이 유리한데, 만약 한 플랫폼에서 예약을 받을 경우 다른 플랫폼에서 예약 건을 취소해야 하는데 담당자가 이를 취소하지 못하면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대부분의 호텔에서 CMS를 사용하고 있다. CMS에서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중복을 잡아낼 수 없는 것도 한계”라며 “더불어 플랫폼의 구조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호텔이 플랫폼에 일대일로 상품을 업로드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플랫폼끼리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도매 상품을 소매로 판매하는 것처럼, A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B 플랫폼과 C 플랫폼이 구매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내놓으면서 중첩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한 플랫폼의 상품을 다른 플랫폼들이 거래로 사들이면서 여러 채널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A소비자가 C채널에서 예약을 확정했다. 그러나 똑같은 상품이 이미 A나 B채널에도 업로드 됐고, 다른 소비자들이 그 사실을 모르는 채 구매한다. 채널끼리 상황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뒤 오버부킹이 발생,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불편함이 접수되면 호텔에서 해당 문제를 감당하는 편이다. 객실을 업그레이드를 해주거나 환불을 해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객실이 있을 때의 문제지 성수기 시에는 업그레이드할 객실도 없는데다가 환불 금액을 호텔에서 온전히 감당하는 것도 부담이 되기 마련”이라고 토로했다. 

 

 

저렴한 가격의 명과 암
환불 금지 옵션


환불 불가 옵션 또한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플랫폼에 들어가면 흔히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환불 불가 상품’이 업로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상품을 구매하면 90일, 혹은 120일 전에 구매하더라도 천재지변 상황, 예컨대 코로나19나 기상 상황, 사고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환불이 불가한 셈. 실제로 환불 불가 옵션은 호텔에게는 계륵 같은 존재고, 소비자에게도 계륵 같은 존재다. 전 공정거래조정원장 김형배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는 한국일보의 칼럼에서 “일부에서는 환불 불가 상품이 소비자에게 불공정하므로 판매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가피하게 여행 일정이 변경되거나 마음이 바뀌는 일부 여행객에게는 억울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대다수의 합리적인 여행객은 환불 불가 상품으로 이익을 보게 된다. 호텔의 경우 대부분 같은 객실에 대해 환불 불가, 즉시 지불, 호텔 지불 등 3가지 옵션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으며, 그중 환불 불가 옵션이 가장 저렴하다. 경쟁을 통한 저렴한 가격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점에서 경쟁법의 목적과 일치한다.”고 이야기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금은 호텔하면 콘셉트와 콘텐츠를 경쟁하는 시대지만, 숙박 예약 플랫폼이 등장할 당시만 하더라도 최저가 경쟁이 가장 중요했다. 고객들이 플랫폼을 써본 적도 없고, 호텔도 플랫폼에 집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금액으로 모객을 하려고 했다.”면서 “그때 만들어진 것이 환불 불가 상품인데, 이에 대한 이의제기도 많은 편이다. 그럴 때마다 차선책으로 일정을 바꿔주려고 하지만 아예 다른 숙박 시설에 묵으려고 따지는 고객들도 있는 편”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꾸준히 논의가 있던 차,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객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하는 약관이라며 2017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에 따라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숙박 예약 플랫폼에 시정 권고를 내린 것이다.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는 공정위의 권고를 따랐지만 아고다와 부킹닷컴은 달랐다. 이에 소송을 낸 것. 6년간의 장기적인 공방 끝에 올해 9월 대법원의 판결이 났다. 플랫폼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니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으로서,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숙박업체와 고객일 뿐 플랫폼을 숙박계약의 한쪽 당사자라고 볼 수 없기에 고객에게 환불불가 조항을 제안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약관법 8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고객에게 부당하게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 따라서 플랫폼은 약관법 적용 대상 사업자가 아니기에 공정위의 권고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남기엽 변호사(이하 남 변호사)는 “법원 판결의 핵심은 계약당사자는 고객과 고객에게 계약 내용 및 취지, 서비스를 제안하는 숙박업자라는 것이다. 약관법은 계약당사자임을 전제로 적용되는 것인데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중개만 할 뿐 계약당사자가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례는 하나의 법으로 작용하는 법원성(法源性)이 사실상 인정되기 때문에 향후 5년, 10년 간은 새로이 소송을 내더라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호텔에서도, 플랫폼에서도 책임이 유야무야한 상황. 해결법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플랫폼은 노력하고 있지만…


우선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야놀자는 제휴점을 대상으로 중복 예약 취소 방지인 ‘야놀자케어’를 론칭했다.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발생 시 고객에게 결제금액 환불과 함께 야놀자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는 예약 보장 프로그램이다. 앱 내 배치 부착, 예약 관리 우수 호텔 대상 쿠폰 지급 등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취소 건수는 비가입 제휴점 대비 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어때는 2018년부터 안심예약제를 도입했다. 숙소의 사정으로 예약 취소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안 객실을 제공하는 제도로, 고객이 예약한 숙소보다 많게는 200% 가격이 나가는 숙소를 제안한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는 숙소들이 많지 않아서 사기업이 온전히 감당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공정위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마련했다.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제 시 사용예정일 10일 전까지 취소할 경우 계약금을 환급할 수 있고, 사용예정일 7일 전까지는 총요금의 10% 배상, 5일 전까지는 30%, 3일 전까지는 50%며 사용예정일 1일 전까지 또는 사용예정일 당일 취소는 손해배상에 해당한다. 소비자의 숙박 계약 해제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체크인 날짜를 착각했거나 여행이 변경됐을 경우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고시다. 계약 해제 시 계약금을 환급하고, 취소 시점에 따라 최대 총 요금의 50%를 배상 또는 소비자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용예정일 10일 전 또는 계약체결일 당일 취소에는 계약금을 환급해야 하며, 7일 전까지는 10%를 공제 후 환급, 5일과 3일, 1일 전까지는 각각 30%, 50%, 80%를 공제 후 환급해주는 규정이다. 


그러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어디까지나 매뉴얼로 강제성이 없다. 남 변호사는 “직접 규제하는 법률은 없지만 공정위 내부 규정은 존재한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에 불과해 플랫폼과 업소의 자율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환급 규정은 각 플랫폼마다 천차만별이며 호텔은 ‘호텔 약관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표기한 곳도 있었다. 더불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유, 1급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사유 등에는 계약금을 환급하라고 명시했으나 이를 게재하지 않은 곳도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 소비자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제외한 네이버 여행,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등은 고시가 돼 있지 않다. 따라서 같은 업소라도 A 플랫폼에서는 3일 전까지 100% 환불, B 플랫폼에서는 3일 전까지 40%를 환불해주는 식으로 저마다 다르게 표기 됐다.


현장에서는 어떨까? 이런 규정을 잘 몰랐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홍보와 교육이 부족한 것.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과 플랫폼의 규정을 인지했을 뿐 권고된 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어렵다. 강제성이 없기도 할뿐더러 대부분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처리하기 때문”이라며 “알더라도 일부를 알거나 바뀌는 고시에 대해서는 홍보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교육 자체가 부재하다.”며 상황을 알렸다. 

 

 

구체적인 법령 없으니
나뉘기만 하는 각자의 가이드라인


특히 구체적인 법령이 없는 것은 미성년 혼숙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2022년 10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바에 의하면, 2020~2022년도에 집행된 숙박쿠폰 200여만 건 중 8893건이 10대 청소년에 의해 사용됐다. 청소년 보호법 제30조에 제8호에 따르면 청소년 남녀가 혼숙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플랫폼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에 책임을 묻기가 애매하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호텔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한두 명도 아닐 뿐더러 성수기 때는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면서 “이를 호텔에서 일일이 다 관리하는 것도 어렵고, 플랫폼에서 예약을 하고 온 미성년자 혼숙 고객들이 환불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복잡한 로비에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에도 인력 낭비가 크고, 미성년 고객들이 돌아간 뒤 남은 객실을 어떻게 처리할 지도 고민해야 된다.”면서 제도의 미비함을 밝혔다. 플랫폼은 키오스크나 고지 등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힘쓴다. 여기어때는 현장에서 신분증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입실을 거부한다는 내용을 예약 시 고지한다. 야놀자는 행정안전부와 협업해 미성년자 확인이 가능한 키오스크를 마련해 업소의 짐을 덜겠다는 태세다. 이처럼 호텔은 호텔대로 고객의 요구를 맞추고 있었으며, 플랫폼은 플랫폼 대로 나름의 규정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제대로 된 법령이 제대로 없으니 플랫폼과 업소만의 논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이에 혼란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고객들이 숙박 예약 플랫폼을 널리 활용하게 된 것이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이기 때문에 여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규정이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로 각개 전투를 벌이는 듯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호텔 및 숙박업은 산업이 오래 됐기 때문에 관련 법령들이 있고, 기존 법령들과도 유기적으로 얽힌 모양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플랫폼은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생태계로서 플랫폼의 규제와 정책을 만드는 것에 산업계의 관심이 모여 있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 때마다 배달과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기업의 수장들과 숙박업계 플랫폼의 대표들이 줄줄이 출두하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에서도 관련 규제를 정비할 생각이 있다는 뜻이 되므로, 여태 보이지 않는 전투를 벌이던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법안을 선보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정부는 법령을 어떻게 정비하고 있을까?

 

 

자율규제로 가닥 잡히는 정부의 정책


우선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혁신과 플랫폼 시장의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한편, 불공정행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규제와 혁신을 조화롭게 고려한 시장 규율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변화가 빠르고, 다양한 참여자를 연계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 주도의 일률적 규제보다는 민간의 자율 규제가 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의견을 모으는 추세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022년 7월, <제1차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가 모였다. 협의체는 이를 중심으로 자율기구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모이지 않던 부처간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플랫폼 이슈에 대해 관계부처가 원보이스로 신속하게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굵직한 관계자들이 모인 기구다. 


같은 년도 8월, 그 다음에는 민간 스스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출범시켰다. 이 또한 기획재정부가 중추가 됐으며, ESG 분과, AI 분과, 갑을 분과 등 사업자와 소상공인 사이 거래 관계 개선과 상생 협력 촉진을 위한 다양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장이다. 민간이 주도해서 운영하고 정부 관계부처는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기구라고 밝혔다. 올해 3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이어 5월에는 오픈마켓이, 지난 9월에는 숙박 예약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에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의 이해관계자와 공정위 인사들이 모여 앞으로의 운영 방식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숙박업계는 자율규제보다는 2020년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의 처리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법안은 연간 수수료 수입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금액이 1000억 원 이상인 업체를 적용 대상으로 삼았으며, 당시 구글, 쿠팡, 인터파크, 야놀자, 요기요 등 고객들이 자주 사용하는 굵직한 플랫폼들이 다수 지목됐다. 구체적으로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손해 분담 기준 등 총 13개의 항목을 필수로 담은 법안이었다. 이에 국회에서도 공방이 뜨겁다. 공정위의 한기정 위원장은 지난 10월 16일 국정 감사에서 “자율규제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법적인 규율로 가져갈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관련 법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정부가 원하는 것과 산업계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터라 현재는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플랫폼 기업도 이와 같은 공정위의 주장이 애매모호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온플법 제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제정을 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두고 있어 입법 논의를 계속 하는 듯 싶다.”고 이야기했으며 다른 관계자도 “차라리 명확한 방향이 나오는 것이 낫다. 자율규제와 제도적인 규제, 온플법을 제정하든 확실한 결과를 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정부가 바뀌고, 현재 국회가 교착 상태에 놓이면서 이러한 법안들도 저절로 후순위로 밀렸다.”면서 “또한 플랫폼의 문제는 국민의 목숨이 달려있거나 당장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에 비해 부차적인 사안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추측해 보자면, 정부가 원하는 방식과 숙박업계가 원하는 법안이 다른 모양새고, 이에 플랫폼 기업들 또한 어디에다 방점을 찍어야 할 지 두리번 거리는 실정이다.

 

미비하더라도 향후 생태계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 거듭할 필요 있어


분쟁 실태를 명확히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은 현재로서 없다. 그러나 다수의 관계자들은 정책을 만들 때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범부처 협의체와 민간 기구를 두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부가 원하는 자율 규제로 맞춰진 것처럼 보이는 것. 애초에 범부처 협의체 또한 자율기구를 지원하겠다는 목적이었고, 협의체 출현 한달 뒤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출범시킨 것도 자율규제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보인다. 2020년 온플법을 마련한 이후로 유사한 내용의 의원 발의안이 7개 제출 됐으나 이 또한 지속적으로 계류 중이라 숙박업계와 플랫폼 기업의 의견을 담은 제도의 행방은 요원해 보인다.


플랫폼의 출현과 발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숙박에서 플랫폼 기업은 호텔 및 모텔과 펜션 등 다양한 숙박업소를 소개하며 서비스를 펼쳐 보이고, 숙박업계도 바뀐 니즈에 따라 플랫폼에서 많은 프로모션 및 요금으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당연히 숙박업계와 플랫폼 기업의 상생도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서로 공생관계에 놓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정부 정책의 애매한 구석이 있어, 각 업계마다 반복되는 오류와 자율적인 규정에 조금씩 지쳐가는 모양새다. 


이에 관계자들은 ‘네거티브 규제’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신기술에 비해 정책이 미비하니 아예 신산업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되 불법적인 요소가 존재할 시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최규완 교수는 지난 2022년 8월 발표한 <디지털전환(DX) 시대, 한국관광산업 위기인가? 기회인가?> 세미나 자료 관련 인터뷰에서 “국내는 포지티브 규제가 다수다. 국내 관광 사업자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과거 70~80년대 수출 기업 지원 정책처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포지티브 규제의 한계를 깨닫고 2019년 규제샌드박스를 신설했다. 정부에 샌드박스 승인을 받으면 신기술을 이용한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 또한 2023년 8월 기준으로 최종 단계까지 도달한 사업이 절반에 불과한 단계에 멈춰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산업이 바뀌다 보면 법도 새로 생겨야 하는데, 법이 생기기 전에 문제들이 생기고, 이를 막는 데 급급한 느낌”이라고 지적하며 법적 체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래를 위해서는 각자 도생이 아닌 공생관계 돼야


플랫폼과 관련된 이야기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플랫폼은 말 그대로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이다. 그리고 정거장이 없으면 기차를 탈 곳을 모르는 것처럼 숙박업계와 고객을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장이 돼 가고 있다. 


문제는 아직 법률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숙박업계에서는 숙박 예약 플랫폼과 대치되기도 하고, 플랫폼은 법제 마련을 위해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숙박업계는 숙박업계대로,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기업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보니 소비자들의 숙박에도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가끔은 미성년 혼숙 등 블랙 컨슈머의 등장에도 각자 대처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양 업계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제도가 신속히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오버부킹이나 환불 금지 조항 등 다양한 이슈가 생겨나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숙박업 소비자분쟁해결은 있다. 근데 이게 말 그대로 소비자와 사업자의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권고 기준에 불과하다.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공공의 과제를 시장 참여자에게 맡기니 실효적일 리 없다.


오버부킹은 명백하게 플랫폼 내지 호텔의 과실이므로 소비자는 민법 제750조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다수 소비자들은 숙박비 몇 십만 원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준비도, 소송 스트레스를 감내할 준비도 돼 있지 않다. 분쟁해결 최종 귀결점이 소송인데 이것으로 해결이 안 되는 사각지대에서 호텔과 플랫폼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공공성은 시장참여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다. 국가는 시장참여자들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활동할 최저선을 보호하는 데 의미가 있다. 계약 당사자 간 자유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공정위나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려 명확한 강제성 있는 지침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제도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계층이나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운이 나쁘면 걸리는, 일회성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비자 차원에서의 뉴스라고 생각하기에 다른 산업의 문제보다 늦게 해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슈가 된 교권 보호나 실손보험에 관련한 법률안은 조속히 처리됐다. 국민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인데, 플랫폼은 그런 문제에서 후 차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또한 업계에 충분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내부적인 소통 오류가 있다고 본다. 숙박업소의 특성 상 플랫폼에 리뷰를 달거나 하는 피드백도 잘 없는 편이고, 숙박업계와 플랫폼의 커뮤니케이션도 없는 편이다. 때문에 서로의 니즈를 알 수도 없고 합의가 된 영역도 없다 보니 문제점이 생겨도 보완이 되지 않은 채 계속 계류하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하면 숙박 예약 플랫폼이 빠지지 않는데, 숙박이라는 상품 자체의 특수성으로 빚어지는 문제인지도 알고 싶다.
플랫폼도 워낙 많이 난립해 서로 같은 상품을 중복해 올리는데 동시 예약에 따른 오버부킹 등 문제발생은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숙박 예약 플랫폼의 환불 내지 일자 변경 규정은 아직 제도적인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이 사각지대에서 각자 아웅다웅하고 있는데, 법의 개입이 필요하다. 다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환불 규정이나 교환 규정은 비슷한 업계인 항공업계와 비교해도 촉박한 편이다. 

 

그렇다면 현재 호텔에서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현재 마련된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뜯어보면 굉장히 합리적이다. 환불불가 상품을 거래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숙박업자는 하루라도 더 빨리 싸게라도 판매해서 공실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는 그 리스크를 취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20일 이전에 실수로 발리에 있는 호텔을 발리에 있는 호텔로 잘못 알고 예약했다면 당일 취소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 공정위의 이야기도 환불불가 상품을 팔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체크인까지 120일 이상 남은 환불불가 상품’에 대해 시정하라는 것이었다. 


다만 이와 별개로 글로벌 체인 호텔은 나름의 flexibility를 갖고 소비자들에게 유연한 대처를 해주는 것 같다. 이 영역도 우선 비즈니스 영역이니까. 

 

향후 플랫폼 관련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정부의 자율규제 정책 기조에 맞게 각 플랫폼과 호텔에서 자신들만의 규정을 만들어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비즈니스적으로 보자면 결국 법안이 나오기도 전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할 법한데, 결국은 정확한 입법을 통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버부킹은 성수기 때의 피해가 극심한데, 객실도 없는데 오버부킹이 되는 경우가 꽤 있다. 고객은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럴 때는 계약당사자(고객-숙박업소)들에게만 문제해결을 맡길 것이 아니라 이들을 중개하고 매니지먼트하는 플랫폼에게도 최소한의 책임을 부과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