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Insight _ Column] 밀가루, 얼마나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

2015.11.11 10:50:21

세계 3대 작물이자 제 2의 주식인 소중한 식재료 밀가루. 해방 후 광복과 한국전쟁으로 식량부족에 시달릴 땐 우리 국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줬을 뿐만 아니라, 빵과 국수, 수제비 등 여러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된다. 이토록 오래도록 우리 삶을 지켜주고 풍요롭게 해준 밀가루지만 어느 순간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밀가루가 하얀 것은 표백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방부제를 사용해서 밀가루 유통기간이 길고 썩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부터 ‘밀가루만 끊었더니 날씬해지더라.’, ‘밀가루 속 글루텐이 몸에 좋지 않으니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다.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지금도 퍼져나가고 있는 부정확한 정보가 밀가루에게 끊임없는 누명을 씌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일반 소비자는 물론 외식업계에서 밀가루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도 어떤 것이 진실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렇다면 밀가루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밀가루가 하얀 것은 표백제 때문이다?
과거에 밀가루 색을 더 하얗게 하기 위해 표백제를 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92년 이후부터는 업계 스스로 밀가루를 하얗게 만드는 과산화벤조일 등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요즘 유통되는 밀가루가 표백제를 쓰지 않음에도 하얀 이유는 제분기술이 발달해 밀의 껍질과 씨눈을 제외한 하얀색 알맹이만을 빻기 때문이다. 밀가루가 하얗다는 이유로 표백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은 오해다.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큼 최고 수준의 제분기술을 갖추고있다. 제분기술력이 좋을수록 밀을 잘 빻아 고운 입자를 만들어내며, 입자가 미세할수록 빛의 반사율이 높아 밀가루가 더욱 하얗게 보이게 된다.


유통기한이 긴 것은 방부제를 사용해서다?
밀가루의 유통기한은 보통 제조일자로부터 1년으로 표시되고 있다. 유통기한이 1년으로 돼 있고 유통기한이 지나도 밀가루가 썩지 않는다고 해 밀가루에 방부제를 사용한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밀가루의 유통기한이 긴 것은 원료인 밀의 수분함량이 8~12%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식품의 부패는 ‘수분활성도’라는 것과 연관 이 있는데, 수분활성도는 식품 속의 수분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식품의 저장성과 세균과 곰팡이 같은 미생물 생육과 관련해 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수분활성도가 높은 식품일수록 미생물이 발육하기 좋은 상태이므로 쉽게 부패된다. 그러나 밀의 경우 수분활성도(단위 Aw)가 0.25~0.50이며, 밀가루로 제분된 후에도 0.60로 곰팡이가 발생하는 수치인 0.8보다 낮아 서늘하고 건조한 조건에서 보관한다면 저장기간 2~3년까지도 비교적 안전하다. 따라서 방부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식품이 바로 밀가루다.


수입밀가루와 국내가공밀가루의 명백한 차이
밀가루에 대해 많이 혼동하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국내가공밀가루를 수입밀가루로 생각하는 것이다. 수입밀가루는 완제품의 형태로 수입되는 것이고, 국내가공밀가루는 수입한 밀을 우리나라 제분회사가 한국에서 가공한 것이기에 그 차이가 크다. 이 둘이 구분돼야 하는 이유는 그 품질이나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입밀가루는 대부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헝가리 등지로부터 들여온다. 국내가공밀가루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농업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 1등급의 우수한 밀만을 수입해 순수 우리나라 제분기술로 가공한다. 우리나라의 제분기술은 지난 60여 년 동안의 꾸준한 연구와 기술개발 및 투자의 결과로 그 우수성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식품 안전성에 매우 까다롭고 민감한 일본인들조차 우리나라에서 밀가루 제품을 연간 4만 톤씩 수입해 가는 것이 좋은 사례다. 현재 한국은 세계 30여 개국에 연평균 약 7만 톤의 밀가루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국가 중에는 우리나라에 밀을 수출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도 포함돼 있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밀가루의 품질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밀 VS 수입밀
먹거리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우리밀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밀 자급률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밀 자급률은 약 1~2% 수준으로 낮다. 반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밀가루는 국내가공밀가루다. 밀은 본래 건조기후에 적합한 작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습도가 높고 성숙기가 장마시기와 겹치는 기후에서는 제분이나 2차 가공에 좋은 고단백의 품종을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진 특성상 밀 자급률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수입밀은 없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밀과 수입밀이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밀이든 수입밀이든 어느 한쪽이 무조건 좋고 한쪽이 나쁘다는 오해 또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우선 농약에 대한 안전성 면에서 밀 수입 시에 수출국 정부 검사, 국제공인기관 검사, 우리나라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이렇게 3중의 검사를 합격해야만 비로소 국내 제분공장으로 입고될 수 있기에 수입밀이 농약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는 말은 정말 큰 오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영양성분 면에서도 우리밀과 수입밀은 수분이나 단백질, 회분 함량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으나 영양적으로 특별히 의미를 둘 정도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수입밀의 경우 오랜 기간 육종개발이 이뤄져 왔고 용도별로 밀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제품의 특성에 적합한 밀가루를 만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밀보다 식감에 있어서 더 세분화되고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국산밀의 거친 식감을 보완해 수입밀 못지않은 식감을 낼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및 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


글루텐 프리의 함정
국내외 스타들이 밀가루를 끊거나 글루텐 프리 식품을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말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면서 밀가루나 글루텐이 건강에 해롭고 비만을 유발하는 물질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루텐 프리 식품은 본래 글루텐이 장 내에서 염증질환을 일으키는 희귀병인 셀리악병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식품이다. 셀리악병의 발병률은 미국의 경우 인구 113명당 1명 정도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단 1명뿐으로 매우 낮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글루텐이 몸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지만, 마치 마케팅에 의해 다이어트 식품이나 건강식품처럼 잘못 인식되는 실정이다. 비만이나 성인병에 대한 걱정이라면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보다는 밀가루를 이용한 식품인 빵, 과자, 피자, 햄버거 등에 첨가되는 나트륨이나 동물성지방, 설탕, 식품첨가물 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밀가루 음식을 어떻게 조리했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무조건 밀가루와 글루텐이 비만이나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의 제빵사, 제분업자 소속 연합인 ‘그레인 체인(Grain Chain)’에 따르면 피자와 파스타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밀가루 소비량이 미국의 2배 정도지만, 비만율은 4분의 1수준으로 매우 낮다. 다양한 식재료와 첨가물이 들어간 미국의 패스트푸드와 화로에서 직접 굽는 이탈리아의 피자는 같은 밀가루 식품이지만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탈리아 패러독스’다.
언젠가 미국소맥협회 관계자에게 밀가루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적은 이유를 물어보니 ‘수 천 년에 걸쳐 안전성이 검증된 주 식재료라 연구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당연하면서도 명쾌한 답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인이 다양한 형태로 즐겨왔고, 예나 지금이나 높은 활용가치를 지닌 식재료 밀가루가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마치 질병의 원인이나 유해한 식품처럼 오인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업계에서부터 정확한 정보를 통해 밀가루가 쓰게 된 억울한 누명을 벗기고 한층 건강한 음식문화를 조성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사단법인 한국제분협회
한국제분협회는 1955년 12월 31일 설립됐다. 한국제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회원간의 친목 및 복리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제분 기술의 향상, 밀가루의 안정성 확보 및 홍보, 소비 촉진 등 제분 산업에 발전 사업뿐만 아니라 국제 밀 시세 동향분석, 국내외 제분산업에 관한 제반 통계조사, 정부기관 및 밀 수출국 관계기관 관련 업무 등과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덧붙여 정부 양곡시책에 대한 건의 또는 자문 사업 역시 하고 있다.






한국제분협회
조원량 전무

<2015년 11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