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ism Topic]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도시재생으로 보는 관광 지속가능성 -①

2019.05.15 09:20:49


감천문화마을, 군산 근대문화유산마을, 양림동 펭귄마을. 국내 여행에 관심 가진 이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봤을 이곳은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한 마을이다. 재생의 이유는 세 도시 각각 다르지만 쇠퇴의 길을 지나 또 한 번 성장한 도시들을 보노라면 도시재생이 가지고 있는 의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관광산업에 있어 도시재생은 어떠한가?


최근 관광 딜레마에 빠진 국내 관광업계에도 지속가능한 관광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도시재생과 관광 지속가능성,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를 통해 두 카테고리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자.


국내 도시재생의 서막
서구에서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쳐 성장해온 여러 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대개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한 쇠퇴로 활기를 띄던 도시들이 한순간에 생기를 잃어 이를 소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국내도 마찬가지다.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그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뤄온 도시들의 인구 감소, 전통산업의 이탈, 열악한 생활환경 등으로 쇠퇴의 국면에 들어선 도시의 활성화를 논의하면서 부터다. 국토연구원에서는 당시 전국 144개 시구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96개의 도시가 쇠퇴징후를 보이고 있고, 55개 도시는 이미 쇠퇴가 진행, 그 가운데 44곳은 이미 재정자립도까지 낮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도시를 살리기 힘들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당해 12월부터 국토교통부장관을 중심으로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이 수립돼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재생 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한다.


도시재생 수단으로서의 도시 관광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이후 문재인 정부는 전국의 낙후 지역 500곳에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착수했다. 뉴딜사업의 주목적은 △주거복지와 삶의 질 향상, △도시 활력 회복, △일자리창출, △공동체 회복 및 사회통합 총 4가지로 이뤄져 있으며,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 웹사이트를 구축해 도시재생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웹진을 발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재생과 도시 관광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심창섭 교수(이하 심 교수)는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이들에 있어 관광은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물론 관광이 제일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지역 내에서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라면 굳이 관광을 하려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외부에서 누군가 우리 도시를 방문해 소비를 하고 간다는 것은 지역 입장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도시재생의 수단”이라며 “재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관광이 부각되는 이유가 쇠퇴한 도시들의 줄어든 인구수를 일시적으로라도 메워주기 때문이다. 이를 관광업계에서는 ‘방문자 이코노미(Visitor Economy)’라고 하는데 방문자가 늘어남으로써 시장규모가 유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수단으로 도시 관광은 관광객들의 소비 지출이 도시경제 활성화에 큰 이바지를 할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보전하면서 도시 브랜드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 관광이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일부 분야로서 활용되는 정도인 것을 보면 아직까지 관광 개별분야로서의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관광의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변화된 도시들
도시 관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디까지를 ‘도시’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야 한다. 심 교수는 “여행은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이루고 있었던 도시는 전통적인 관광에서는 출발지”라며 “도시는 주로 관광객들을 공급하는 쪽이었지 관광목적지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관광 목적지로 유명한 파리나 뉴욕, 런던, 도쿄, 서울, 부산과 같은 곳은 일부 대도시에 국한돼 있는 정도라고.


그러나 관광의 개념이 시대가 변하면서 바뀌고 있다. 개인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여행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설악산과 같은 자연경관과 문화유적지 불국사를 보기 위한 전통적인 관광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 동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이지만 ‘로컬’에 대한 니즈가 강렬해 지면서 정치, 경제, 역사, 문화의 집결지인 도시로의 여행이 선호되고 있다.


도시 관광으로 활기를 띈 해외 도시재생 사례
이렇듯 관광목적지로서 도시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쇠퇴지역에 도시 관광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문화도시, 역사도시 등의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개별적인 캐릭터를 찾지 못한 채 천편일률적인 개발의 확산, 도시재생과 연계되지 않는 한정된 지역의 관광지화, 문화적 다양성의 부족, 과도한 상업화, 지속성 부족 등의 문제로 이렇다 할 대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점들의 중심에는 도시 관광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도시가 가진 매력을 추출해내지 못한 접근방법에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보다 도시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도시 관광이 대두됐다. 서구의 도시 관광도 산업도시의 재생과 국가의 신 성장 동력으로 관광산업에 대한 니즈로 자리 잡게 됐는데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통해 도시재생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 역사건축유산을 활용한 문화적 도시재생
아이리시해 연안의 영국 리버풀은 17세기 해상무역으로 크게 성장, 18세기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 무역량의 약 40%가 리버풀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업혁명 시기 제1의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도시가 몰락, 사람들은 점점 도시를 떠나고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 시설들이 흉물스럽게 변해갔다. 그러나 리버풀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항구 건물들을 철거하는 대신, 도시문화유산으로 재개발하기로 합의했다. 1999년, 리버풀 비전을 수립, 민간이 참여하는 도시재생 회사를 설립했으며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리버풀 수변 지역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또한 수변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연계해 주위 역사적 건축물이나 박물관을 잇는 루트를 개발, 자연스럽게 하나의 ‘매력물(Attractions)’에서 다른 매력물로, 매력물이 밀집된 상권으로, 상권을 둘러싼 도심 전체로 도시 관광지의 범위를 넓혀갔다.



- 도시의 매력성을 부각시킨 도시재생
17세기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는 도시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관광 매력물을 잘 융합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리버풀과 같이 개별 관광 매력물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매력물로 보고 성과 마약에 관련된 것들까지 감싸 안았다. 관광객들에게 ‘암스테르담’은 문화의 중심지이자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곳’이었다. 암스테르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면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습지가 대부분이고 도시는 말 그대로 질서란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극복, 암스테르담만이 가지고 있는 도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홍등가도 매력물로 취급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도시재생에 있어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창출했다.



-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
12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나가하마시의 도시재생은 일본 내에서도 성공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쇠퇴하는 지역 중심지에서 역사와 문화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단체를 조직해 재생에 성공한 사례다. 나가하마는 전국시대의 많은 역사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오랫동안 물류의 집산지의 역할을 했던 도시였는데, 교외에 대형 자본의 쇼핑센터들이 들어오면서 중심시가지의 급격한 쇠퇴에 이른다. 이에 시민들은 무너져가는 도시를 위해 나가하마 성의 재건부터 추진했고, 시민들의 기부로 이뤄진 이 사업이 점차 아름답고 살기 좋은 박물관과 같은 도시로 만들자는 비전으로 확산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마을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마을로 재탄생하며 활기를 띄고 있는 것.


위와 같은 선진 도시재생 사례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지역연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지역의 색깔은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활기를 관광을 매개로 찾았던 것.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서구에 비해 비교적 도시의 역사가 짧은 국내는 아직까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도시재생과 도시 관광은 어떻게 정착돼 왔는지,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심창섭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내일 이어서 [Tourism Topic]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도시재생으로 보는 관광 지속가능성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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