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ism Topic]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도시재생으로 보는 관광 지속가능성 -②

2019.05.16 09:20:33

어제 [Tourism Topic]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도시재생으로 보는 관광 지속가능성 -①에 이어서...


“도시재생,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심창섭 교수



도시재생의 개념이 생겨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일찍이 역사를 오래 쌓아온 서구 도시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퇴의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재개발(Re-Development)’에 초점을 맞췄었다. 즉, 망해가는 지역을 밀어버리고 새롭게 신식의 건물들을 세우는 것이다. 국내 도시개발도 재개발의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재개발은 생각만큼 지역의 문화를 완전히 녹여내지 못한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없다보니 도시마다의 특색이 없어져갔다. 이에 도시의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가능한 물리적 변화는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 ‘재생(Re-Generation)’의 개념이다.


도시재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속가능성’이다. 관광에서 지속가능성이란 우리 지역을 어디까지 보존하고 어디까지 개발할 것인지. 지역 특유의 전통과 문화는 유지하되 상업화 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다. 문화적 지속가능성이 뒷받침 돼야 도시재생이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접점을 찾는 일에는 당연히 지역 주민이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의 키워드는 ‘지역 환원’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들의 상생이 바탕이 되는 메커니즘이다. 몇몇 큰 대기업 자본이나 외부자본이 들어와 관광을 살리는 것은 관광산업 초기 단계의 이야기고, 현재 국내 수준의 관광개발에는 맞지 않다고 본다. 성공한 도시 재생사례의 조건은 이제 1000만 관광객이 방문했다는 수치가 아니라, 관광으로 인한 수익 중 몇 퍼센트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갔느냐다.


국내 도시재생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나?
국내 도시는 관광목적지로서도, 재생의 개념으로서도 시작단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순수하게 주민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점점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적 자원이 없어지고 있기에, 이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문화 활동가, 재생 활동가와 같은 이들이 투입되거나 지자체가 주민과 함께 실시하는 정도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하는 관광두레사업이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중 주목할 만 한 사례가 있다면?
아직까지 지속성을 논할 정도로 시간은 지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케이스들은 많은 것 같다. 감천문화마을이나 광주 양림동과 같은 곳들이다. 그런데 이런 케이스들을 쭉 살펴보면 대개 ‘관광을 위한 도시재생’을 하는 곳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벽화마을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첫째로 주민주도가 아니었다는 점, 벽화가 마을에서의 체류까지 이어지게 하지는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벽화마을이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주민들은 지금의 상황을 전혀 우려하지 못했다. 그저 환경 조성차원 정도로만 생각했지 관광객이 몰리면서 생기는 문제까지 생각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몰리는데 벽화를 거점삼아 잠깐 들렀다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실제 마을은 이들을 통해 이득은커녕 손해만 보고 있는 현상이 초래됐다.


이러한 점에서 마을호텔이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다. 마을호텔은 주민이 참여하는 참여형 도시재생일 뿐만 아니라 체류를 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 놨다. 도시 관광을 함에 있어 체류, 관광객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중요한 이슈다.


초기단계인 만큼 도시재생과 관광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을 때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도시재생에 있어 ‘속도’와 ‘상호이해’는 필수적이다. 도시재생을 주도하는 주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그리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따라서 지역 주민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빠른 속도의 변화는 이도저도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의 생활패턴에 맞게, 그들의 이해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상호이해는 관광객과 지역주민, 지역상인, 공공기관 등이 이해를 바탕으로 유기적인 결합이 돼야 수준 높은 관광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반돼야 되는 조건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속가능성은 줄어들고, 기존의 일방적인 관광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뿐이다.


건강한 도시재생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돼야 하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을 놓고 봤을 때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다양성이랑 글로벌 다양성을 의미한다. ‘트래블 시티즌(Travel Citizen)’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여행객들을 수용하는 관광 도시에서는 일정한 정도의 여행객들을 도시의 시민과 같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건, 장애가 있건, 이념이 다르건 이러한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야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창조 인력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그 인력들로 인해 도시의 활기가 띄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 사례들이 나타나려면 이러한 포용력을 갖춰야겠다.


주민과의 협업이 필수적
국내 도시재생 사업은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지정과 함께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자체에서는 너도나도 도시재생을 외치며 ‘도시경관조성사업’이라든지, ‘폐산업자원을 활용한 관광단지 조성’ 등 여러 아이디어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확한 맥은 짚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도시재생 실패 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국내 최초 마을단위 도시재생 사례’로 32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한 야심찬 시작에 비해 콘텐츠 포지셔닝의 문제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종로구사이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얽혀 도시재생의 의미를 퇴색시킨 채 방치되고 있는 중이다.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심 교수도 언급했던 마을호텔이다. 마을호텔의 메커니즘은 마을의 각 시설들이 호텔의 하나의 부대시설이 돼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존의 민박집은 마을호텔의 객실이, 세탁소는 코인런드리가, 음식점은 레스토랑이 되고, 경찰서는 보안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을이 관광객들의 커뮤니티가 되는 구조인 셈이다.



마을호텔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것은 강원도 정선의 ‘마을호텔 고한18번가’다. 고한18번가는 먼저 도시재생의 가장 기본적 요건인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 주민들은 고한18리의 마을만들기위원회 김진용 사무국장, 유영자 이장, 사회적기업 세눈컴퍼니의 김용일 대표와 영화제작소 눈의 강경환 대표를 가이드로 작은 결정 하나하나 주민간의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이 마을호텔은 심 교수가 언급했던 ‘속도’의 부분에서도 주민들과의 괴리감이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세눈컴퍼니 김용일 대표는 “주민주도방식의 도시재생을 이루려면 철저히 주민의 시간흐름에 의해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프로젝트 성으로 접근해 빠른 성과를 내고 이에 대한 보고를 올리려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 서울에 있는 시간과 정선에 있는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고한18리의 마을호텔 사업은 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 이 도시재생이 도시 관광을 통해 얼마나 의미를 갖게 될 것인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교적 도시재생의 메커니즘에 본질적으로 다가갔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관광분야에서 도시재생과 도시 관광을 크게 부각시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도시재생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 간과할 수 없는 조류다. 이제 시작단계에 이른 만큼 도시재생에 대한 방향성이 올바르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마을호텔은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도시재생이고자 해”
세눈컴퍼니 김용일 대표



고한18번가의 마을호텔 프로젝트가 흥미롭다.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개 각 지역마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는데 정선 센터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주민주도방식을 매우 우직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곳이다. 주민들 자체도 센터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늘 그렇듯 정선도 골목길 경관조성사업으로 시작했는데, 고한18번가 주민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 다음을 고민했다. 골목길 조성 사업으로 길은 정돈이 됐는데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마을이 살아났냐는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마을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살아가려면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다보니 아이디어가 한 두 개씩 모이기 시작했다.


준비한지 약 2년여 정도 돼가고 있다. 현재 진행과정은 어떠한가?
첫 단추는 아무런 지원 없이 마을에서 돈을 걷어 낙후된 집을 고치면서부터 꿰게 됐다. 서로 돕자는 의미에서 품앗이 개념으로 시작된 것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렇게 마을만들기위원회가 꾸려졌다. 어느 정도 진행됐냐는 질문을 왕왕 받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생각을 모으고 모양을 다듬어가는 중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빠르게 갈 생각이 전혀 없다. 도시재생은 도시주민들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지 관광객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언제까지 완성 짓겠다, 언제 오픈하겠다고 하는 정확한 계획은 없다. 질문 받으면 난감할 따름이다(웃음).


왜 마을호텔인가? 마을의 어떤 점이 호텔과 닿아있다고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고한리는 공교롭게도 아랫마을은 주택가, 윗마을은 상가중심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러다보나 중간지점이 주택과 상가가 반반 섞인 지역으로 말 그대로 개인주거시설도, 상업시설도 갖춘 곳이다. 이 골목길을 어떻게 공동체로 연합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다 ‘마을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도시재생이 주민주도방식으로 이뤄지려면 ‘참석’을 ‘참여’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어려운 일인데 주민들의 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고 있나?
사실 지금까지 지역관광, 도시 관광에 대한 시도들은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얼마나 납득을 하고 같이 참여를 하느냐다. 어떤 사안으로 인해 회의 참석은 누구나 다 하지만 직접 고민하고 의견을 내며 참여하는 이들은 드물다. 그만큼 그들이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할 때까지의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우리와 같은 조력자들은 그저 도움이 필요할 때 가이드를 제시해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결국 주민 중 한두 명만 나서도 다른 주민들의 마음은 기울기 시작한다. 정선의 경우에는 주민들도 주민들이지만 필요할 때 행정에서도, 지역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관여는 하지 않는 비교적 이상적인 구조로 마을호텔 사업이 착수됐다.


고한18번가 이외 지역에서도 마을호텔 콘셉트의 도시재생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을호텔은 여행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을마다 마을호텔이 생겨 도시재생이 이뤄진다면 멀리 봤을 때 지속가능한 관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고한리의 경우에는 주민과 행정, 지역 단체의 시너지가 잘 맞았고, 주거와 상업시설의 중간지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가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완벽한 주민주도형의 도시재생은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우리와 같은 조력자들이 부스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밀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을호텔에서의 재미난 아이디어도 많은 것 같다.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통해 정선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은 무엇인가?
도시재생과 관광이 서로 시너지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맥락’이 있어야한다. 그런 면에서 정선의 고한리는 탄광촌의 재생과 어우러질 수 있는 주변 인프라들이 많다. 주민들만 알고 있는 오밀조밀한 골목도 많아 이를 연계한 고한리만의 특색 있는 관광을 유도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고한은 함백산 야생화가 유명해 야생화 추리극장이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주민들만 알고 있는 오밀조밀한 골목들을 결합해 ‘마을판 방탈출’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 읍사무소 회의실 컴퓨터를 통해 퀴즈를 풀고, 주민들이 중간 중간 힌트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의 맥락은 유지하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시너지를 이루는, 그런 도시재생의 사례로 꼽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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