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19_ Post Corona II] 호텔업계의 최대 위기, 팬데믹_ 감염병 리스크 관리 절실하다 - ①

2020.05.11 09:30:03

감염병 리스크 관리 절실하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경보의 최고 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감염병이 특정 권역 창궐을 넘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 세계적 대유행이 일어난 국제적 비상사태를 의미한다. 그동안 WHO가 선언한 팬데믹은 1968년의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코로나19가 세 번째. 가까운 예로 11년 전 팬데믹을 겪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종플루의 여파가 타 국가에 비해 크지 않아 이번 팬데믹에 적합한 예방과 대처도 하지 못한 채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가 패닉에 휩싸였다. 


게다가 국내는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지는 감염 국가들로 호텔업계는 내년까지 팬데믹의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까지 진행 되면 세계 경제가 올 스톱돼, 현재 호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존폐 여부의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감염병을 포함한 여러 위기 요인을 관리해온 기업의 경우 발 빠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호텔업계가 직면한 최대 위기, 팬데믹. 약 3개월간의 팬데믹을 겪어오며 호텔업계에 드러난 팬데믹 리스크는 무엇일까? 


신종플루와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팬데믹을 포함해 호텔업계에 드리운 감염병 위기관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살펴보자. 




갈수록 주기 빨라지는 감염병 리스크

코로나19가 팬데믹의 최고 위기 경보 단계까지 이르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 2009년 신종플루가 국내 발병 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해 이번 팬데믹이 업계에 미친 영향은 시간적 여유도 없이 추이를 지켜보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실 그동안 감염병 이슈는 전 세계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국내까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엔데믹(Endemic)’ 말라리아나 뎅기열부터, 감염병 피해지역이 특정지역으로 한정되는 ‘에피데믹(Epidemic)’으로중국의 사스(2002)와 아프리카 서부 에볼라 바이러스(2014), 메르스(2015)까지. 특히 메르스의 경우 정부의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대응이나 국민의 과도한 불안을 막기 위해 메르스 정보를 의료진에게만 공개한 큰 실책으로 유독 타 국가에 비해 많은 확진 및 사망자를 발생, 국가적으로 대내외적인 상황은 메르스 때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같은 팬데믹인 신종플루 때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국내는 피해가 크지 않았던 상황인 데다가 11년 전의 오래된 기억이므로 여러모로 업계의 타격이 컸던 메르스 당시를 비춰보면, 당시도 호텔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 감지기,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긴축재정을 선포하며 내부 운영비 절감에 나선 것은 지금과 같은 모양새였다. 당시 명동 지역 호텔 점유율은 2014년 동월 대비 20% 수준. 평일 점유율이 4~5%대까지 하회하는 호텔이 속출하고 있는 지금에 비하면 배부른(?) 상황이지만, 국내 호텔업계 입장에서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 외부 재난 상황이라 별다른 뾰족한 수를 세우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에피데믹에 머물렀다는 것. 메르스 종식은 최초 환자 발생 49일 만에 이뤄져 급하게 조인 숨통이 오래 걸리지 않고 트였다. 


인건비 절감 통해 고정비 비중 줄이는 호텔들

그러나 코로나19는 석 달째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뒤늦게 피해가 커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 인바운드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호텔들은 내년까지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호텔 총지배인은 “2019년 국내 여행객들의 호텔 수요가 늘어나 운영 사정이 좋았던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버텨야 할 것 같다. 물론 일부 지역의 경우 주말 객실 수요가 답답함을 느낀 국내 여행객들로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것도 주말 한정일 뿐, 주말 장사만 가지고서는 호텔 운영이 좋아졌다 평가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추세로 7~8월 정도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지 않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 닫는 호텔들이 계속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객실 점유율이 한 자리 수의 정점을 찍으며 호텔 운영이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고민이 시작된 것은 인력 운영 방법이다. 운영상 고정비의 비율이 높은 호텔업의 경우 특히 인건비가 고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 포지션에 따라 많은 인원이 기용돼 있는데 객실도, F&B도 찾는 이들이 없어 축소 운영되다 보니 이전만큼 직원들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멀쩡한 직원을 정리 해고할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팬데믹 초반, 호텔들은 남아있던 휴가를 소진하는 방법으로 하나둘 인력 투입을 줄였고 4월부터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며 무급 휴가를 권장했으나 일부 직원들의 반발로 인건비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임원부터 솔선수범해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 전략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임원 기본급의 20%, 총지배인 및 팀장급 리더들은 직책수당을 3개월 반납, 5월까지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연차 및 무급 휴가 등을 활용해 인건비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롯데호텔 임원진도 지난 2월부터 급여의 10%를 자진 반납하고 있었는데 타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의 20%를 반납하면서 20%로 상향조정했다. 임원부터 고통을 분담하면서 직원들 또한 호텔 운영 축소에 따른 주 3일, 주 4일 근무제도나 무급휴가 등의 인건비 절감 노력에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소운영이냐 휴업이냐, 운영 지속성 여부 화두
인력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영업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영업마저도 수요가 받쳐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운영 지속에 의미를 두지 못하는 호텔들은 휴업을 선택하고 있다. 한 4성급 호텔 총지배인은 “고객의 수요가 워낙 없다보니 직원 배치를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줄인다고 최대한 노력했음에도 인건비가 여전히 고정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인건비뿐만 아니라 F&B 푸드 코스트, 계약사 대금, 에너지 요금 등 호텔의 불을 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새는 돈이 많아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F&B는 워낙 수익구조가 빈약해 운영을 중단하고 싶지만, 중간 중간 예약돼 있는 웨딩, 4성급이라는 포지셔닝으로 아예 문을 닫을 수는 없어 최대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딜리버리나 테이크아웃 등의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규모가 큰 호텔이야 휴업보다 축소운영을 통해 안간힘이라도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위주로 객실 판매만 하고 있던 3성급 이하 중소형호텔들은 휴업을 돌파구로 찾는 곳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부가 코로나19로 인건비 운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대규모 실업의 위험에 있는 직장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강화하자 오히려 휴업을 선택하는 쪽이 남는 장사라고 판단하는 호텔도 많아지고 있다. 다른 호텔 총지배인은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무조건 닫는 게 답인 상황이다. 지원금도 4월부터는 90%로 상향조정돼 이 때문에라도 휴업에 들어가는 호텔들도 있다. 만약 지원금이 풀리지 않았다면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노력할 텐데 직원들이 휴직에 들어가면 일단 세이브되는 금액이 큰데다가 해외 물량이 풀리지 않는 이상 내수 쪽으로는 가망이 없어 영업을 지속하는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최장 6개월까지 지원을 보장한다기에 말 그대로 ‘버티고’ 있는 호텔들이 많은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휴업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선택지는 폐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운영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는 그나마 객실이외 부대시설을 활용해 자구책 마련이 가능한 4~5성급 호텔과 3성급 이하의 중소형호텔의 방향성이 나뉘고 있다. 중소형호텔은 휴업을 결정한다지만 아무래도 특급호텔은 전면 휴업에 나서는 것이 운영 능력이 부족한 호텔로 인식될 수 있고, 내수를 중심으로 한 관광 시장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는다면 영업재개 흐름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을 제외한 일부 외곽지역 호텔에서는 내국인 고객을 상대로 한 틈새 패키지 공략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19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호텔들도 있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코로나19의 종식이 조금씩 가시화되자 버텨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에 대처하는 감염병 리스크 관리
결국 어떤 체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 맞설 것인지는 호텔이 선택하는 것이다.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므로 호텔은 호텔이 현재 노출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 앞으로 닥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모든 기업은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기업은 각자가 특히 취약한 리스크에 대해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호텔도 인적 서비스에 의존한 사업구조, 높은 부가가치 창출의 전문성, 부동산적 가치, 글로벌 기업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팬데믹 사태를 통해서는 어떤 감염병 리스크 대응전략을 펼칠 수 있을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리스크자문본부 *고재철 이사(이하 고 이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Global Risks Report 2020에 따르면 감염병(Infectious Diseases)은 주목해야할 10대 리스크 중 하나로, 발생가능성은 낮으나 영향력은 높은 리스크로 꼽힌다. 이러한 유형의 리스크를 우리는 ‘블랙스완(Black Swan)’ 리스크라고 정의하는데 블랙스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911 테러나 세월호 사고와 같은 사건으로,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뿐만 아니라 재난 이후 파급효과로 해당 리스크에 대한 시각 및 대비를 위한 모든 것이 달라지는 재난”이라면서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국제표준인 ISO 22301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점진적 재난으로 분류, 사고 발생 시 대응보다는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를 토대로 한 예방과 대비로 사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예방·대비 및 통제의 노력에 따라 후속 피해의 규모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고재철 이사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자문본부에서 위기관리분야 전문가로 활약 중이며, 기업의 재해·재난, 팬데믹(감염병), 공급망 중단 등 상황에 대한 위기관리 및 비즈니스연속성관리(BC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자문 요천이 증가하면서 통합 위기관리 및 BCM 자문 용역을 집중적으로 수행 중이다.




내일 이어서 감염병 리스크 관리 절실하다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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