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Pierre Vessigaud

2023.07.16 08:57:54

 

2만 년 전에는 구석기 시대 인류가 야생말들을 사냥하며 뛰어 다녔던 곳, 2000년 전에는 로마 명장 카이사르에 맞서 골족(Gaules) 통합의 횃불을 올렸던 곳, 이제 21세기에는 섬세하고 우아하며 정교한 클래식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땅, 부르고뉴 마꼬네 뿌이이-퓌세 자연의 장관을 보아라~!

 

부르고뉴의 막내가 일냈다~! 뿌이이 퓌세의 재조명


부르고뉴 와인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은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과 피노 누아 레드 와인을 매우 특별하게 생각한다. 그 핵심 산지 꼬뜨 도르(Cote d’Or)의 주브레 샹베르땅(Gevray-Chambertin)에서 몽하쉐(Montrachet)까지의 주옥 같은 포도밭 마을들을 성지로 여기며 방문할 날을 꿈꾸고 실제로 많이들 다녀간다. 그러나 위대한 부르고뉴의 실제 영역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쪽으로 꼬뜨 샬로네즈 언덕을 지나 마꽁(Macon)시까지 이어진다. 마치 사람 척추의 요추에 해당하는 부분처럼 제일 마지막 아래쪽에 존재하는 산지, 그곳이 이 달에 우리가 여행할 막내 마꼬네(Maconnais) 와인 지역이다. 


필자는 3~4년에 한 번씩 와인 수강생분들과 함께 세계 와인 산지를 견학가는데, 이 마꼬네 지역은 프랑스 여행 코스에서 절대 빼놓지 않는다. 이 곳은 해발 고도 300~500m 정도의 구릉성 언덕과 풍화를 겪은 높은 바위산들이 장관을 이루는 광대한 구릉지대다. 기원전 2~3만 년 전의 구석기 선사시대의 유물들이 존재하며, 석회석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높은 순도를 보이고 있어 와인에 섬세함과 우아함을 전해주는 각별한 테루아를 가진 곳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 원산지 명칭은 ‘뿌이이 퓌세(Pouilly-Fuissé AOC)’인데, 부르고뉴 정통 샤르도네의 DNA를 고스란히 간직한 멋진 화이트를 생산한다. 드디어 2020년 빈티지 와인부터는 지역 최고의 22개 ‘클리마(Climats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은 레이블에 자랑스럽게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1er Cru 일급)’라는 등급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승격됐다. 


이 역사적 사건을 축하하며, 마침 한국 시장에 수입된 지역 대표 양조장의 일급 와인을 시음하고 소개하는 기쁨을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뿌이이 퓌세의 보석, Pierre Vessigaud


이 달의 주인공 도멘느 피에르 베시고 와인 농장은 1839년부터 5세대를 가족 경영으로 이어 오고 있는 양조장으로 푸이이 퓌세 지역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와인 농장을 설립한 첫 인물은 장 프랑수아 베시고(Jean-François Vessigaud)며, 끌로드(Claude)와 피에르(Pierre), 루시앙(Lucien)을 거쳐 현재 5대째 피에르-프랑수아(Pierre-François)가 경영하고 있다. 1987년,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피에르는 1988년부터 양조장의 키를 잡았다. 


1966년생인 피에르는 이미 어릴 적부터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는 경영 첫 해부터 바로 양조를 책임질 수 있었다. 전에는 병입은 거의 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포도를 부르고뉴 지방의 큰 네고시앙 회사들에게 판매했으나, 그는 100% 온전히 자체 양조장 레이블로 병입 판매할 것을 고집했다. 


회사는 현재 총 10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마꽁 AOC 구역에 3ha와 뿌이이 퓌세 AOC 구역에 5ha를 경작해 왔는데, 마꽁 샤르네(Macon Charnay AOC) 구역에 1ha와 보졸레 지구의 생 따무르(Saint-Amour AOC) 구역에 1ha를 추가했다. 포도밭은 퓌세(Fuissé) 마을과 Pouilly 마을에 걸쳐 있는데, 이 지역 최고의 테루아에 속한다. 대부분 남동향 채광에 언덕의 중간 고도에 위치한다. 대표 토질인 석회 점토질 토양은 와인에 우아함과 구조감을 동시에 갖추게 해준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35년 정도며, 70년 이상의 고목 밭도 있다. 포도밭의 평균 해발 고도는 200~350m며, ha당 나무 8500주를 심어 매우 조밀한 식재 밀도를 보인다. 그만큼 그루당 포도 생산량을 적게 유지할 수 있어 열매의 충일도를 높일 수 있다. 더욱이 전체 평균 소출율을 40hl/ha로 제한해 더욱 농축된 과실을 얻을 수 있게 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이 모든 것들이 베시고 와인의 농축미를 설명해준다.

 

자연스럽게 자연을 담은 와인, 피에르 베시고~!


베시고 농장의 포도밭과 와인은 그냥 저절로 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두 피에르의 섬세하고도 완벽한 손길로 다듬어진 것이다.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성실하고 책임감있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직접 포도밭을 쟁기질하고 시비하고, 풀을 뽑는다. 토양과 테루아를 존중하는 접근 방식으로, 매일매일을 포도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화학 제품을 기피하고 오랫동안 토양의 토질 개선에 공을 들여 2010년 모든 포도밭에서 유기농 인증(Ecocert)을 획득했다. 


숙련된 일꾼들이 밭에서의 엄격한 선별을 거쳐 손 수확된 포도는 부드러운 공기 튜브 압착기를 이용해 송이채 압착해 최고의 즙을 뽑아낸다. 오직 자연 토착 효모만을 사용해 발효하며, 발효조도 순화된 중고 오크조를 이용한다. 이후 숙성은 일부는 오크통에서 와인 품질에 따라 1~2년 정도 진행되며, 일부는 스테인리스조에서 효모 잔해 앙금과 함께 숙성된다. 또한 특이한 벌집 구조 모양을 한 콘크리트 탱크를 만들어 오크 뉘앙스가 없는 중성 탱크 속에서 미세 산소 공급을  하며 숙성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신선하고 경쾌하면서도 강한 미네랄 표현과 감칠맛을 모두 갖춘 균형감있는 와인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 지역은 20세기 말까지도 오크통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모두가 오크통을 사용하고 목재 맛나는 와인을 만듭니다. 무겁고 기름진 와인들이죠~.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오크 풍미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보다 신선하고 보다 정교하고 미네랄 느낌에 충실하고 균형감있는 와인을 찾기 시작했어요. 긴장감 있는 와인, 산미가 좋은 와인, 미묘한 쓴맛이 있는 와인을 찾는 것입니다. 화이트 와인의 아름다운 산미와 멋진 쓴맛을 되찾아야 해요. 우리 와인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생선회와 해산물 요리에 아주 잘 맞습니다.” 


우리 일행을 맞은 피에르는 이렇게 한국 애호가들과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매우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이 양조장은 세상에 더욱 알려질 필요가 있어요~. 과실미가 풍부하면서도 심오합니다. ‘Vessigaud’의 레이블이 붙어있는 와인이라면 어떤 와인이든 찾아 구해 마실 만한 가치가 있죠~!” 


필자와 함께 이 양조장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Robertparker.com 웹진의 윌리엄 켈리(William Kelley) 편집위원은 이렇게 평가하며 베시고 와인을 칭송했다.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정교하며 옹골진 클래식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땅, 마꼬네 뿌이이 퓌세~! 피에르 베시고 양조장이 있는 한, 이제 더 이상 막내가 아니다~!

 

 

 

생 따무르, ‘그렌느 드 폴리’ Saint-Amour, ‘Graine de Folie’

 

 

 

지난 25년간 주옥같은 화이트 와인을 생산해 온 피에르 베시고 양조장은 1986년부터 보졸레 지방에서 레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그렌느 드 폴리’ 뀌베 레드 와인은 생 따무르 마을의 위치한 ‘오 보네(Au Bonnet)’, ‘앙 파라디(En Paradis)’, ‘아 라 폴리(A la folie)’ 세 포도밭 포도를 블렌딩했다. 나무 평균 수령은 35~80년이다. 밭은 해발 고도 200m에 위치해 있으며, 토질은 가메 품종에 최적인 점토질과 화강암질 토양이다. 손 수확된 포도는 지역 특유의 탄소 침용 발효법(Carbonic Maceration)으로 10일간 양조했다. 


이 레드는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은 내추럴 양조법을 구현했다는 것이 특별하다. 보졸레 지방에서의 내추럴 와인 양조는 이제 큰 흐름이 되고 있다. 발효 후 10년 사용한 중고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2021 ‘그렌느 드 폴리’는 선명한 보랏빛 뉘앙스를 한껏 담은 루비 칼라가 영롱한 와인이었다. 잔에서는 딸기, 산딸기, 블랙베리, 체리 등 붉은 베리류 향이 가득하며, 제비꽃향과 장미향 등 꽃향기도 피어오른다. 부드럽고 산뜻한 입맛에 과실즙 풍미가 가득하며 산미 가득한 감칠맛이 좋다. 


생 따무르 AOC는 보졸레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구역이며,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스타일의 가메 보졸레 와인을 생산한다. 신선할 때 마시는 것이 좋으며, 내추럴 스타일이기에 구입 후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다채로운 지역 치즈와 불고기, 라구 파스타, 스테이크 핏자 등과 무난하게 잘 어울릴 미식 와인이다.

 

Price 7만 원대

 

마꽁 퓌세, ‘오 드 퓌세’ Mâcon-Fuissé, ‘Hauts de Fuissé’

 

 

‘오 드 퓌세’ 뀌베 와인은 퓌세 마을의 가장 서쪽 밭과 가장 동편 밭 2개를 블렌딩했다. 서로 거리가 멀지만, 고도 300m 같은 등고선으로 굽이굽이 연결된 지형이라 두 밭의 해발 고도 차이는 크지 않다. 채광도 동일하게 동향이라 오전의 양질의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테루아다. 총 면적은 1.5ha며 평균 수령은 약 40년이다. 유기농법 철학으로 재배된 두 밭에서 수확된 포도는 선별을 거쳐 중고 오크조에서 발효했으며, 12개월간 숙성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오 드 퓌세’ 2021 빈티지는 밝은 밀짚 색상에 반짝이는 황금빛 뉘앙스를 가진 멋진 외모를 자랑했다. 잘익은 복숭아와 살구, 망고향이 이국적이며, 구운 아몬드와 민트, 신선한 버터향이 복합미를 준다. 13.5%vol의 알코올은 미디엄 보디감으로 충분한 입안 볼륨을 형성하며, 멋진 미네랄 감각과 신선한 산미가 피니시까지 깔끔하게 인도한다. 피에르 베시고 화이트 라인업의 입문격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조개구이와 생굴 석화, 해산물 접시, 채소 샐러드 등과 잘 어울리겠다. 


Price 10만 원대

 

마꽁 퓌세, ‘레 따슈’ Mâcon-Fuissé, ‘Les Tâches’

 

 

뀌베 ‘레 따슈’ 와인은 해발 고도 350m로서, 퓌세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밭 포도로 생산됐다. 이 회사의 Pouilly-Fuissé, ‘Pierre à Canards’ 와인을 생산하는 밭 바로 윗쪽 아주 작은 구획이다. ‘마을 단위 AOC’ 구획 확정 당시, 그냥 함께 묻어 갈 수도 있었을텐데, 엄격한 기준으로 분리된 곳이다. 0.8ha의 작은 면적에 나무 평균 수령은 35년 정도다. 산 밑이라 바위가 많고 자갈밭이라 일하기 힘든 땅이라서 ‘고된 일거리(Tache)’를 뜻하는 밭 이름이 지어졌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수확된 포도는 5~10년 된 중고 오크조에서 발효 및 숙성했으며, 병입 전 6개월간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휴식을 취했다. 


필자가 시음한 ‘레 따슈’ 2020 빈티지는 맑고 투명한 연한 황녹색 색상을 보이며, 산사나무 하얀 들꽃 향기와 은은한 생 버터향이 우아하게 교차하며, 부르고뉴 화이트 고유의 프로필을 형성하고 있다. 생동감있고 지속적인 산미와 정갈한 미네랄 표현이 고급스러운 화이트다. 염소 치즈, 부르고뉴식 달팽이 요리(Eescargots de Bourgogne), 생선회 등과 부담없이 잘 어울린다.

Price 12만 원대

 

뿌이이 퓌세, ‘비에이으 빈느’ Pouilly-Fuissé, ‘Vieilles Vignes’

 

 

 

뀌베 이름처럼 ‘고목(Vieilles Vignes = Old Vines)’에서 생산된 포도로부터 만든 와인이다. 퓌세 마을의 ‘Vignes des Champs’, ‘'Vers Châne’을 포함한 5개 밭, 약 4ha 면적의 포도밭인데, 각 밭에 따라 수령은 40~70년 가량 됐다. 손 수확된 포도의 80%는 7~15년 이상 사용한 중고 오크통에서 발효 및 숙성했으며, 나머지 20%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약 18개월간 숙성했다. 이 콘크리트 탱크는 6각형의 다면체 구조로 제작돼 마치 벌집같은 모양새를 가졌는데, 피에르 만의 제조 철학이 담긴 디자인이다. 


필자가 시음한 2020 빈티지 ‘비에이으 빈느’는 풍만한 복숭아, 농익은 살구, 패션프룻츠, 오렌지 껍질 향의 세련되고 복합적인 부께를 풍기며 고급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미감에서도 귤, 레몬, 라임의 싱그런 산미와 맛의 농축미가 두드러진다. 나무는 수령이 늘어감에 따라 석회암에 깊이 뿌리박고 뽑아낸 광물질 성분으로 강인한 미네랄 표현을 구현한다. 여기에 이회암(Marle) 성분에서 오는 결단력과 힘까지 겸비해 13.5%vol의 알코올에서 기대하기 힘든 응축미와 보디감을 경험할 수 있는 수준급 와인이다. 프렌치 생선 요리, 닭 요리, 거위 간 요리, 숙성된 브리 치즈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Price 13만 원대

 

뿌이이 퓌세, ‘피에르 아 까나르’ Pouilly-Fuissé, ‘Pierre à Canards’

 

 

‘피에르 아 까나르’는 프르미에 크뤼로 승격한 ‘레 빈 블랑슈’ 밭 바로 윗쪽에 위치한 밭이다. 길을 사이에 두고 프르미에 크뤼로 간택되지 못한 원통함이 배어 있을 와인이다. 자갈이 많은 석회 점토질 토양이며 좁고 긴 모양을 한 포도밭으로, 뀌베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포도밭 면적은 0.3ha로 매우 작은 편이라 생산량이 매우 적다. 포도나무 평균 수령은 70년으로 엄청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발효와 숙성은 5년 이상 사용한 큰 오크통(600L)에서 발효하며, 그 후 1년간 오크통에서 숙성, 마지막 6개월은 스테인레스조에서 휴식한다.

 

필자가 시음한 2020 ‘피에르 아 까나르’는 은은한 꽃내음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싱그러운 크로커스 노란 꽃내음과 민트의 야생미, 그리고 오렌지, 망고 등의 과일향이 섬세한 조화를 이뤘다. 오랜 수령의 나무는 그 정수를 뽑아 고상한 부께를 만들어줬다. 산뜻한 산미와 부드러운 알코올, 착착 입에 감기는 조직감, 약간은 까칠한 듯한 수렴성을 만들어내는 정교한 미네랄 표현이 고유하다. 뀌베 이름 ‘까나르’는 ‘오리’라는 뜻도 있는데, 오리 가슴살 요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프랑스라면 이 지역 근방의 명품 닭인 ‘뿔레 드 브레스(Poulet de Bresse)’ 닭요리가 찰떡 궁합이고~!   


Price 14만 원대

 

뿌이이 퓌세, ‘레 빈 블랑슈’ Pouilly-Fuissé, 1er Cru ‘Les Vignes Blanches’

 

 

뿌이이-퓌세 AOC 구역에 경사가 났다. 구역의 최고밭 22개(Climats)가 ‘Premier Cru 일등급’으로 승격된 것이다. 부동의 부르고뉴 포도밭 위계 질서의 대변동이다. 2020년 레이블부터 일등급 크뤼 명찰을 달 수 있게 됐다. 당연한 결과를 격하게 축하하며, 맛있게 시음하고 독자 여러분과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0.57ha 규모의 밭은 해발 고도 300m로 최적의 정동향 경사 지형에 있다. 석회석 조각돌이 점토 위에 풍부히 섞여 있어 밭 이름도 ‘하얀 포도밭’이다. 포도나무 평균 수령은 35년 정도로서 힘과 복합미를 최고도로 뽐낼 수 있는 시기다. 최고로 힘찬 시절이기에 생산량이 아주 적지는 않아서 다행히 이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필자가 시음한 2020년 빈티지 ‘레 빈 블랑슈’는 개암과 피스타치오 견과향, 은은한 삼나무의 진중한 분위기로 첫 무대를 열었고, 이어서, 감미로운 아카시아 꿀향과 오렌지의 농염함에 싱그러운 레몬 그라스와 타임, 딜의 허브 향이 시원스럽게 올라오며 중간 무대를 장식한다. 농축된 풀보디 조직감과 완숙한 과일의 감미로움, 강력한 미네랄 파워로 매우 진하고 묵직했다. 화이트 와인임에도 타닌 같은 수렴성 느낌까지 전달될 정도다. 오리 가슴살 요리나 일식 은대구 구이가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미식 와인이다. 프르미에 크뤼로 승격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인상되지 않을까 다소 불안하다. 합리적 성격을 가진 삐에르는 아직은 가격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의 다른 생산자들이 다르게 결정한다면, 그도 이 합리적 가격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미리미리 셀러에 쟁여 둬야겠다.
Price 16만 원대

 

사진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 1588-9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