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Story] 부자의 기운이 넘치는 경남 의령 향토음식

2024.01.18 08:42:37

-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부자의 기운이 넘치는 경남 의령을 가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하면 지리산이 있는 산청을 지나 한참을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가야 한다. 어느덧 입구에 지역브랜드인 토요애를 홍보하는 커다란 탑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엄청 멋지게 지은 미래 테마파크도 보이는데 달리고 있는 이 길이 바로 ‘이병철대로’다. 왠지 모를 부자기운을 받으며 의령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의령은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시골이 그러하듯 의령도 인구 고령화가 되 60대도 젊은 편에 속한다.


반면 의령은 유명한 인물이 많이 배출됐고 크고 작은 축제들과 5일장이 열려 오가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많다.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의 ‘의병’ 이미지로 의병탑, 의병대로, 의병 박물관, 의병 체험마을, 홍이장군 축제 등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의령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의령의 관문이자 함안군과 경계를 짓는 남강의 정암 철교 아래 강물 속에는 솥뚜껑을 닮은 ‘솥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반쯤 물 위에 드러나 있으며, 물밑에는 솥 다리처럼 세 개의 큰 기둥이 받치고 있다. 조선 후기에 어느 도인이 이 솥바위에 앉아 놀면서 “앞으로 이 근방에서 나라를 크게 세우는 부자 세 명이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과 “솥바위를 중심으로 반경 8km 이내에는 부귀가 끊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 예언이 적중했는지, 우연의 일치인지 이 솥바위 인근에는 삼성의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회장 등 3대 기업의 창업자의 생가가 솥바위로부터 반경 20리 내에 위치하고 있다.


‘부자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해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생가에서 출발하는 ‘부자길’이라는 둘레길도 있으며 앞서 언급한 이병철대로도 있고 리치리치 페스티벌은 의령의 대표 축제이기도 하다.  

 

의령의 먹거리


의령은 망개떡과 소고기 국밥, 의령소바가 먹거리로 유명하며 이를 먹기 위해 또는 부자의 기운을 받기 위해 인근에서 많이들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망개떡은 의령 최고의 가공 특산품이다. 청미래덩굴인 망개나무의 잎으로 감싸서 만든 떡이 망개떡이며, 의령 최고의 가공 특산품이다. 망개잎의 향기이 배어 상큼하며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는 떡으로 알려져 있다. 


가야시대에 백제와의 관계를 해소하고자 혼인할 경우 이바지 음식으로 망개떡을 보내 백제 시댁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지는 오랜 역사의 음식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끼니 대신 먹었던 떡으로 망개잎으로 싸서 떡에 흙이나 먼지가 묻지 않도록 하면서 쉽게 상하지 않아 그렇게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의령의 소고기 국밥은 옛날 시골장터의 국밥이 40여 년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의령시장 안이나 주변 곳곳에 전통있는 소고기 국밥집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큰 무쇠로 만든 가마솥에 순수 한우고기만을 충분히 달인 국물에 콩나물, 무, 파, 고춧가루, 양념 등을 넣어 진한 국물에 소고기와 선지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시원해서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또한 일본의 메밀소바가 있듯 의령 향토음식으로 메밀소바도 유명하다. 의령지역의 소바라는 이름은 단순히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에 일상화된 일본식 표현이 그대로 남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브랜드 네이밍으로도 자리잡았다. 우리 민족은 곡식이 귀하고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현재의 잔치 국수 형태로 밀가루 대신 메밀에 다른 전분을 섞어 국수와 메밀묵, 메밀전병 등으로 해 먹던 것이 오늘날 의령 메밀국수 장사의 시작이라고 한다. 의령전통시장 입구에 유명한 소바집이 있는데 두 곳 모두 평일에도 식사 시간대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할 정도로 인근에서 소바를 먹기 위해 찾아 올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다.


이 외에도 가례 불고기, 돼지국밥도 의령의 향토음식이다. 의령지역의 불고기는 1960~1980년대까지 돼지고기를 석쇠에 구운 가례 돼지불고기가 유명했다고 한다. 지금은 예전의 가례 불고기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변형해서 운영하고 있다. 의령의 석쇠불고기는 남산 숯불갈비 등 일부 식당에서 이어가고 있다.

 

 

의령전통시장 특화먹거리 개발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 전통시장들이 사라지거나 외면받고 있는 요즘 몇몇 지역의 전통시장들은 재정비를 통해 청년몰 등 문화관광형사업으로 육성됨으로써 많은 타지인들이 찾고 있다. 3일, 8일에 5일장이 열리는 의령전통시장은 평상시에는 조금은 한산하고 조용하지만 장날이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활기차다. 이러한 의령전통시장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의령전통시장 특화먹거리를 개발해 부자의 기운을 받기 위해 의령을 찾아오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 시장을 둘러 보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들어간 곳이 숨은 맛집이었다. 그곳에서 주인 어르신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도심에서는 브레이크타임으로 문이 닫히는 곳이 많지만 아직 시골은 가능한 일이어서 손님의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테이블이 몇 개 없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벽면에 붓으로 그린 그림과 글들로 가득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주인장의 솜씨였다. 가끔은 손님들이 써주기도 한다고 하며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 주는 말투에서 추억을 떠올리는 감격이 묻어나 있었다.


슴슴하게 끓여진 청국장에 손수 만든 투박하지만 맛깔스런 반찬들로 차려진 소박한 밥상이 출출함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의령전통시장 상인회에서 부자(富者)와 복(福)을 콘셉트로 특화먹거리를 개발 중이라는 설명도 해줬다. 의령 부자 비빔밥, 의령 돈 불고기, 오복 볶음, 의령 메밀 복 수제비, 한우 복 주머니빵, 황금 메밀 아이스크림까지 의령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솥바위에서 부자 기운을 받고 의령전통시장에 와서 부자 콘셉트로 개발된 다양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특화 먹거리 골목도 조성 예정이란다. 


의령전통시장에는 숨은 고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골목골목을 지나다 보면 숯불 맛을 즐길 수 있는 남산 숯불갈비, 한상차림으로 나오는 울산식당의 가정식 백반과 이번에 먹은 복돼지식당의 청국장도 최고였다. 다음에 의령을 찾을 땐 부자의 기운이 들어간 특화먹거리 음식을 먹어 보길 희망하며 의령을 떠났다.

 

자료 출처
의령군청_ www.lampcook.com/food/food_local_view.php?idx_no=194
의령문화원_ https://uiryeong.kccf.or.kr/html/sub03/sub0301.php
의령신문의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2020년·2019년 기획취재_  
http://m.urnews.co.kr/view.php?idx=9515
 

이승진

아란치아 대표, 한국음식평론가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