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수의 세계음식여행] 라마단과 할랄푸드

2024.04.23 08:44:57

 

라마단(Ramadan)


올해 라마단 기간은 3월 10일 일요일부터 4월 8일 월요일까지다. 한국인에게는 매우 낯선 종교인 이슬람의 절기인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제9월로, 아랍어로는 ‘무더운 달’을 의미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
한달의 금식기간 동안 생으로 굶지는 않으며 라마단 기간 동안 먹는 식사를 중동에서는 ‘이프타르’와 ‘수후르’, 그리고 ‘이드’라 부르며 동남아시아에서는 또 다른 명칭이 있다.


이프타르는 “금식을 깬다.”는 뜻으로 해가 진 후 먹는 첫 번째 식사를, 가족과 친지와 함께 먹는 푸짐한 식사를 말한다. 약 한달 간 진행되는 라마단 기간에 따라 시각도 바뀐다. 일몰시각을 따라가는 이프타르는 각계각층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약자를 배려하는 라마단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때를 활용해 정치 및 마케팅 활동을 하는 곳들도 많다.


수후르는 해가 뜨기 전 하루의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먹는 가벼운 음식으로 새벽 3시 경에 먹는데, 이프타르와 마찬가지로 먹는 시간은 일몰에 따라 유동적이다. 새벽 기도 전에 먹는 음식이므로 가볍게 푸딩이나 요거트, 갈은 곡물과 같이 소화가 잘 되고 영양가가 높은 음식으로 구성되며 낮 동안의 금식으로 몸이 약해지거나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식사다. 수후르는 “신의 축복”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드는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의 준말로 “금식을 끝내는 축제”라는 뜻으로 라마단이 끝나는 날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대한 음식으로 축하하며 약 사흘간 열리는 축제다. 


축하 음식으로 단 음식을 주로 많이 먹어서 ‘설탕 축제’로 불리기도 한다. 


이슬람은 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믿는다. 따라서 금식 기간에 먹는 이프타르, 수후르, 이드의 음식 역시 두 지역이 매우 다르다. 

 

동남아시아의 무슬림


동남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며 필리핀과 태국, 싱가포르에도 무슬림이 많다. 아세아 인구 6억 6000만 명 중에는 약 40%가 무슬림인데 그중 동남아시아에 무슬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총 인구 2억 7000만 명 중에서 84%인 2억 2700만 명이 무슬림이다.


이슬람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아 7세기 중동에서 창시한 일신교인데 어떻게 동남아시아에 전파돼 이렇게 큰 세력을 가지게 됐을까? 


동남아시아에 이슬람을 전파한 세력은 이슬람으로 개종한 인도 상인이었으며 이슬람을 받아들인 세력은 무역항을 통치하던 토착 지배층이었다. 인도와 해상무역로를 통해 13~14세기에 들어온 이슬람은 수피즘(신비주의)적 경향으로 기존의 토착종교와 힌두교, 불교와도 마찰 없이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지역에 확산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라마단 음식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라마단 금식기간 동안 Maghrib에서 기도 소리가 흘러나오면 그날의 금식을 깨고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달달한 간식을 먹으며 12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몸을 천천히 적응시키는데, 이를 인도네시아에서는 ‘금식을 열다’라는 뜻의 ‘부까 뿌아사(Buka Puasa)’라 부른다. 이 가벼운 식사 후 기도를 각자의 장소에서 한 후 적절한 저녁식사를 한다. 


인도네시아의 부까 뿌아사를 위한 대표 음식과 음료는 다음과 같다.

 

콜락(Kolak)
라마단 기간 금식을 끝낼 때 먹는 콜락은 많이 달콤해서 장기간 금식 이후 혈당을 높이는데 권장되는 음식으로 코코넛 우유에 야자 설탕, 바닐라, 판다누스 잎을 넣고 만든 양조주며 바나나, 고구마, 호박 등과 같이 말아 먹는다.

 

 

대추야자(Date Palm)
라마단 기간 동안 대부분의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에서 대추야자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매우 달고 영양가가 있기 때문에 금식 후 먹기 좋은 음식이다. 특히, 빈혈에 좋고 이나 뼈를 튼튼하게 하고 심장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피상이조(Es Pisang Ijo)
마까사르(Makassar)와 남부 술라웨시(South Sulawesi)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문자 그대로 ‘초록 바나나’라는 뜻이다. 녹색의 밀가루 반죽에 바나나를 감싼 후 코코넛 우유, 코코빤단 시럽 및 얼음과 곁들여 시원하게 먹는 음료다.

 


끼짝(Kicak)
끼짝은 까우만(Kauman)과 족자카르타(Yogyakarta)에서 라마단 기간 먹는 음식이다. 으깬 쌀밥과 코코넛 가루, 채 썬 잭 푸릇을 섞어 만든다.

 


빠깟(Pakat)
빠깟은 메단과 수마트라 북부에서 유명한 라마단 음식이다. 어린 등나무를 한시간 이상 구워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등나무를 튀긴 코코넛 가루와 전통적인 칠리소스와 곁들어 먹는 음식이다.

 

쏘통 뽄띠아낙(Sotong Pangkong)

뽄띠아낙과 깔리만딴 서부(West Kalimantan)에서 즐겨 먹는 이 음식은 숯불 위에 구운 말린 오징어(Sotong)로 만드는데, 부드럽게 씹을 수 있도록 굽고 난 후 두들겨 주며 새우 소스 또는 땅콩 소스와 곁들여 먹는다.


싸떼 수수(Sate Susu)
발리(Bali) 덴파사르(Denpasar)에서 먹을 수 있고 암소의 가슴고기로 만들며 전통 향신료와 숯불로 구워낸다. 수수꼬치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 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금식 기간에 체력을 향상시키는 음식이다.

 

띠문 수리(Es Timun Suri)
찌르본(Cirebon)과 자바 서부(West Java) 음식인 띠문 수리는 라마단 시기에 마쳐 수확을 하는 메론 모양의 과일이다. 과즙이 많으며 코코빠딴 시럽이나 꿀과 함께 곁들여 먹는다.

 

르바단에 즐겨먹는 음식


앞서 이야기했듯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장만해 축하하는 축제를 중동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라고 하는데 이를 인도네시아에서는 ‘르바란’ 또는 ‘이둘 피트리(Idul Fitri)’라고 부르며 독특한 방식으로 기념한다. 르바란에는 우리나라의 설이나 추석처럼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대규모 이동이 이뤄지며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해 먹는다.

 

끄뚜빳(Ketupat)
르바란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명절음식으로 야자수를 엮어 사각형 주머니 모양을 만들어 그 안에 쌀이나 찹쌀을 넣고 찐 음식인 끄뚜빳은 꼬치구이인 사떼(Sate)나 렌당(Rendang) 등 다양한 육류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

 


렌당(Rendang)
렌당은 울금, 레몬그라스, 고추, 마늘, 생강 등 각종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에 코코넛 밀크와 고기를 넣고 오랜 시간 끓인 음식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Sumatra) 서부지역 토착민인 미낭카바우족(Minangkabau)의 전통음식이기도 하다.

 


오포르 아얌(Opor Ayam)
인도네시아 자바(Java) 지역의 음식으로 닭고기를 코코넛 밀크에 삶은 요리다. 레몬그라스, 고수, 갈랄갈 등 각종 향신료를 함께 넣고 향이 닭에 잘 스며들도록 저온에서 40분간 조리한다. 짭짤한 끄뚜빳과 궁합이 잘 맞는다.

 


나스타르(Nastar)
르바란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네델란드 식민지 시절 딸기, 블루베리, 사과 잼 등을 넣어 만든 유럽식 파이인데 인도네시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인애플로 변화했으며 ‘나스타르’라는 이름은 파인애플을 의미하는 ‘아나나스(Ananas)’와 타르트(Tart)’를 합성한 단어다.

 

아랍에미리트의 라마단 음식


그렇다면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어떤 음식을 즐겨 먹을까?

 

대추(Dates)
하루종일 공복인 속을 달래주기 위해서 이프타르 시작과 함께 맨 먼저 대추야자, 요구르트, 과일주스로 속을 달래주는 음식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카라카데(Karkadeh) 주스
달콤한 맛을 지닌 히비스커스(Hibiscus) 꽃을 이용한 주스다.

 


쿠사 마시(Kousa mahshi)
간 양고기, 마늘, 매콤한 양념, 강황을 양념과 섞은 후 데친 애호박에 속을 채우거나 포도 잎에 싸서 레몬과 소금을 넣고 약한 불에 2시간 찐 음식이다.

 


하리라 수프(Harira)
모로코 스타일의 양, 렌틸 콩, 병아리 콩을 이용한 수프로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은 건강식이다

 


하리스(Harees)
아랍에미리트의 전통음식으로 고기와 밀을 섞어서 만든 음식으로 고기와 밀을 소금과 함께 한 시간 이상 끓는 물에 넣고 반죽이 될 때까지 끓인 다음 점토냄비에 밤새 넣어두고 다음날 아침 수하르 시간에 먹기도 한다.

 

어린 양 한 마리 고기(Lamb Quzi)
양념을 한 어린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천천히 구워서 브리아니와 견과류와 함께 큰 접시에 놓고 나눠 먹는 이프타르 음식이다

 

쿠나페(Kunafeh)
리코타 치즈를 꿀이나 시럽과 함께 먹는 패스트리로 디저트의 한 종류다.

 

움 알리(UmmAli)
이집트 디저트로 우유, 바닐라, 물을 섞고 견과류, 코코넛, 건포도 등이 들어간 디저트로 장미물이 들어가 향이 좋다. 아랍지역의 디저트는 당도가 높아 아랍커피와 마시면 더욱 좋다.

 

할랄푸드(Halal Food) 


한국의 특급호텔들은 이미 무슬림 고객을 붙잡기 위해 2014년 인천 아시아게임을 계기로 할랄 인증을 받기 시작했으며 특히, 저자가 근무했던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는 인천 아시안 게임 메인 호텔로 할랄 주방 인증을 받고 할랄푸드를 준비했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경제 파트너로 전 세계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베트남 역시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중동 및 동남아시아의 무슬림 국가들의 비즈니스 방문이 잦아지면서 할랄푸드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할랄 인증의 필요성을 느껴 2023년에 하노이에서 처음으로 인터컨티넨탈 랜드마크 72호텔이 할랄 인증 주방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할랄이란, 또 할랄푸드는 무엇일까?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란 뜻이고 더 정확히는 이슬람교의 율법인 ‘샤리아’에 의해 허용된 것을 뜻한다. 할랄푸드는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인(무슬림)들이 먹어도 되는 식품을 의미한다. 할랄 인증을 받는 과정은 굉장히 까다롭다. 할랄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은 모든 메뉴에 돼지고기와 알코올을 사용하지 못하고 식기와 주방 기물조차도 할랄푸드만을 준비하는 데만 사용해야만 한다. 


인터콘티넨탈 랜드마크 72와 같은 국제적인 체인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무슬림만을 위한 식단을 짜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할랄 인증 식당 대신 할랄 인증 주방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무슬림 고객이 요청이 있을 경우 할랄 인증 주방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재료와 기물 그리고 할랄 교육을 받은 베트남 셰프와 무슬림 셰프의 진두지휘 아래 할랄푸드를 준비하는 것이다. 메뉴는 앞서 소개했듯이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온 고객의 니즈에 따라 각각의 행사 성격에 맞춰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 만족을 1순위로 여기며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과 함께 2024년이 더 기대되는 할랄 비즈니스의 성장을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