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약 16만 6000 실, 관광 호텔과 분양형 호텔을 망라해 2017년 대한민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호텔 객실 수 추정치이다.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증하기 직전인 2008년 전국 객실 수가 약 7만 실로 추정되므로, 10년간 2배가 넘게 증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년간 2700만 명의 숙박 관광객이 입국하는 홍콩 호텔 객실 수 (약 7만 4천실, ‘16 기준)의 2배를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대한민국 호텔 산업은 어떻게 될까.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시들어가게 될 것인가? 수요 확충에 성공해 다시 한 번 성장할 것인가? 시장을 혁신할 게임 체인저는 등장할 것인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언제나, 매우 어렵다. 과거로부터의 데이터와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스타일로프트글로벌은 호텔 컨설팅을 주요 업종으로 해 2007년 창업했다. 금년까지 11년간 포시즌스호텔서울을 비롯해서 100여 건이 넘는 호텔 개발 및 운영 컨설팅을 수행했다. 2016년부터는 ‘에이퍼스트’라는 자체 브랜드 호텔과 ‘라마다앙코르호텔해운대’ 등 제3자 운영에 이르기까지 호텔 운영업도 경험한 바 있다. ㈜스타일로프트글로벌은 그 간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금년도에 ‘호텔 산업 백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호텔 경기는 좋지 않습니다. 메르스가 있었던 2015년 이후에는 금년이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해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하여 듣곤 합니다. 그러나 호텔 산업 백서를 준비하면서 분석해 본 바로는, 호텔 시장 수급 평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년마다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요의 구성이 바뀌고 있을 뿐이지요.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호텔 산업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타일로프트글로벌 이훈 사장은 말한다.
최근 10년간 최고의 호황기였던 2012년, 호텔의 내/외국인 수요 비중은 4:6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동 비중은 메르스와 사드를 겪으며 2016년 5:5, 2017년 6:4 등 내국인 우위로 역전된 것으로 ㈜스타일로프트글로벌은 추정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과 모바일 등 예약 수단의 변화에 따라 대규모 내국인 수요가 호텔 시장으로 신규 유입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성장 둔화와 감소에 따른 호텔들의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으나, 한 편으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해가는 호텔 산업의 진화라는 측면이 있다. 업계에서 동남아나 무슬림 시장으로의 다변화를 고민하는 사이에, 예기치 않았던 내국인 시장으로의 수요 다변화가 벌어진 것이다.
"메르스의 2015년, 사드의 2017년을 겪으며 발생한 또 하나의 변화는 게임의 구조가 매우 복잡해졌다는 것입니다. 호황기에는 단순했거든요. 고성장 일변도의 중국인 관광객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었고, 중국인 출국객 중 방한객 점유율은 인접 국가 중 단연 독보적이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내국인 고객들은 국내 호텔 여행 대신 콘도미니엄이나 펜션을 선택할 수 있고 해외여행시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에도 2017년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과 태국의 중국인 출국객 점유율이 우리를 크게 추월해 버렸습니다. 내/외국인 시장 모두산업의 경쟁자가 명확히 떠오른 셈이고, 이러한 복잡한 경쟁 관계 속에서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은 크게 올라간 셈이지요."
출처 : 호텔업운영현황 및 각국 관광기관 자료를 토대로 연구자 재구성
"출판을 위한 분석을 진행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또 하나 있습니다. 시장의 평균 객실 가동률은 2017년을 제외하고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호텔경기는 왜 이리 악화됐을까요? 저희 호텔을 운영하면서 직접 느끼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를 단순한 수급의 양적 분석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내국인 수요는 거의 대부분이 개별 고객이므로, 중국인 수요의 감소와 내국인 수요의 증가는 개별 고객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모바일 채널 등의 발달로 개별 관광객의 예약 행태는 정말 예측이 어렵습니다. 체크인 당일에도 예약 취소와 타 호텔 예약이 얼마든지 가능할 정도이니까요. 길게는 2월전, 짧게 봐도 일주일전에 예약돼 향후 운영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단체 고객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영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된 개별 호텔들은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이 호텔들을 객실 요금 덤핑 경쟁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축적한 데이터와 고객 지식을 갖추어 과학적인 예약 전망과 가격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호텔이 아니라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 역시 미래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입니다."
그렇다면 ㈜스타일로프트가 보는 호텔 산업의 전망은 어떠할까? 이훈 대표는 앞에서 거듭 호텔 산업 전망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2012년 전후한 수요 급증과 2015년 이후 메르스와 사드로 이어지는 위기 상황은 한국 호텔 산업이 처음 겪는 것입니다. 이후 전망에도 혼선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글로벌 관광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던 중국인 출국객 성장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10년 이상 두자릿수의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던 중국 출국객은 堅七(7%의 경제성장률)이 붕괴된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한자릿 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의로의 호텔 수요 성장 엔진은 불가피하게 더욱 다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는 내국인 수요의 성장 지속 여부, 2017년 크게 하락한 중국 출국객 중 방한객 비율의 회복 여부를 두 가지 주요 변수로 하여 호텔 수급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봤습니다. 두 요소 모두가 정체된다면 국내 호텔 평균 객실 가동율은 장기적으로 50% 대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반면, 내국인 수요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2017년 3.3%까지 하락한 한국의 중국 출국객 점유율이 다시 인접 국가 최고 수준을 회복한다면 급증한 공급에도 불구하고 시장 평균 객실 가동률은 70% 후반대에서 80% 대에 이르러 2012년 수준을 훨씬 상회하게 될 것입니다.
이 두 시나리오의 중간 정도, 즉 시장 평균 객실 가동률 60% 중후반대 정도가 가장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는 가장 호황기였던 2012년 이후 메르스 이전까지의 상황인 2014년과 유사한 수치입니다. 다만, 객실 요금의 경우는 개별 호텔의 예약 예측 및 가격 전략 역량에 따라 그 차이가 갈수록 확대될 것입니다. 차별화의 전선은 객실 요금 부분에서 형성되겠지요."
이훈 대표는 운영의 변화에 따라 호텔 매입 매각 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호텔의 역량이 예측력과 전략 등 스프트웨어 부분으로 옮겨감에 따라 입지와 시설 등 고정적 요소만을 대상으로 하던 가치 평가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호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도 점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일로프트글로벌이 출간할 호텔 산업 백서는 금년중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급 분석과 전망, 호텔 등급별 분석, 주요 지역 상권별 특성, 운영사 및 매입 매각 시장에 대한 분석 등의 내용을 망라해 한국 호텔 산업의 전반을 조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