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어느 봄, 호텔 한식당에 첫 발을 들인 뒤 젊은 시절 한식과 함께 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캄캄한 밤하늘을 보면서 퇴근하자마자 새벽별을 보고 출근하는 생활이 익숙하다 못해 이골이 났다. 조찬이 예약돼 있는 날이면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한식은 정성스런 음식인지라 하나라도 소홀히 여기면 티가 나게 되니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메뉴, 식재료의 특성, 단골 고객의 취향,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의 무게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만큼 한식에 정통한 김순희 셰프다. 이런 그의 성실성과 꼼꼼함을 알기에, 정년퇴임을 훌쩍 넘기고도 호텔에서는 9년째 김순희 셰프의 자리를 유지해줬다. 젊은 날의 청춘과 열정을 다 바쳐 호텔 한식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김순희 셰프는 호텔 한식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아랫배가 묵직하게 당겨 오면서 약간의 통증도 느껴졌다. 병원에서는 무거운 물건은 절대로 들면 안 된다고 했다.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신신 당부를 했는데도 기어코 출근을 하고야 말았다. 얼마 전 자궁에 혹이 발견돼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터라 봉합해 놓은 곳이 여간 욱신거리는 게 아니었다. 지금껏 주방 일을 겁내본 적이 없으니 조
호텔 한식당의 대모,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서울의 김순희 셰프를 소개한다. 김셰프는 1986년 3월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現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에 입사해 32년 동안 호텔 한식당을 지켜오며 호텔 한식당의 흥망성쇄를 함께한 산 증인이다. 특히 지난해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서울의 한식당 안뜨레를 오픈하며 그동안의 공력을 모두 쏟았다. 국내외를 오가며 한식을 널리 알리며 뿌듯함을 느낀다는 김 셰프는 묵묵히 그의 일생을 한식의 발전에 헌신했다. 정년 퇴임을 하고도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식당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김순희 셰프를 3월호 더 셰프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