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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토)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피폐한 상점가의 구세주, 시로이야 호텔(白井屋ホテル)

 

군마현(群馬県)의 마에바시(前橋)는 현청 소재지로 지역의 중심인 동시에 야키만주(焼きまんじゅう)로도 유명한 지역이다. 하지만 마에바시는 언젠가부터 지역의 중심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폐점한 가게들이 증가하면서 고스트 상점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곳의 상점가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는 전성기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다. 이처럼 피폐한 상점가의 재생에 뛰어든 것이 일본의 스타트업 안경브랜드 ‘Jins’의 창업자인 ‘타나카진(田中仁)’이었다. 타나카진은 30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산에 이른 료칸을 중심으로 지역의 부활에 뛰어들었다. 이번 호에서는 도산한 노포 료칸을 아트 호텔로 탈바꿈 시켜 지역의 부활을 꿈꾸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성공한 경영자의 고향 살리기


마에바시시는 도쿄역에서 전철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인구 33만 명의 지방 도시다. 마에바시시의 인구는 2000년을 피크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역 앞의 상점가는 점점 고스트 타운으로 변해갔다. 빈 상점가가 늘어나면서 치안도 나빠졌고, 부동산 가치도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300년이 넘는 지역을 대표하는 료칸이었던 ‘시로이야 료칸’마저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마에바시는 도쿄 인근의 지방도시 중에서 가장 빨리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곳이 돼갔다. 그런데 바로 이때, 마에바시시는 이곳 출신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웨어 브랜드 ‘JINS’의 창업자, 타나카 진에게 지역을 살리기 위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타나카가 지역을 살리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전 세계의 뛰어난 기업가를 표창하는 ‘Ernst & Young 월드 안트레플레너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면서, 다음해의 세계 대회에 초청받았다. 그리고 타나카는 모나코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사회공헌에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도쿄로 돌아와 사회공헌을 위한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고향인 군마현의 마에바시 시청으로부터 지역 창업 어워드와 기업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의 어드바이저로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게 됐다. 

 


타나카는 오랜만에 마에바시를 찾았는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상점가의 절반 이상의 가게가 문을 닫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일본을 대표하는 료칸의 하나였던 노포 여관 ‘시로이야’의 도산이었다. 타나카는 료칸 시로이야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뉴스를 듣고, 시로이야를 인수해 줄 파트너를 찾았지만 아무도 인수할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인수를 결정했다. 타나카의 사회공헌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트 호텔 ‘시로이야 호텔’


타나카는 2008년에 폐업한 료칸 시로이야를 인수한 후 어떻게 재생시킬지 고민했다. 아이웨어 비즈니스에는 성공을 이뤘지만 호텔 경영은 미지의 분야였기 때문이다. 다만, 타나카가 확실하다고 믿은 것은 시로이야 호텔 재건이 마에바시 거리를 활성화시키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향이 정해지자 타나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후지모토소스캐(藤本壮介)에게 시로이야 호텔의 재건을 의뢰했다. 후지모토는 시로이야 호텔을 두 개의 동으로 구성했다. 하나는 기존에 있던 료칸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헤리티지 타워라는 이름으로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마에바시 시내를 흐르는 토네가와를 이미지로 한 그린 타워를 건설했다. 오랜 료칸의 기억과 새로운 건축물을 조화시키는 형태로 시로이야 호텔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건축적인 요소 외에도 시로이야 호텔의 가장 큰 특색은 바로 아트를 콘셉트로 호텔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시로이야 호텔의 첫 번째 아트 작품은 헤리티지 타워의 건축 외관에 나타나 있다. 콘셉츄얼 아트의 기수로서 1960년대부터 활동해 온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인 로렌스 위너가 시로이야 호텔 헤리티지 타워의 정면에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호텔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워너의 작품을 보면서 프론트에 들어서면, 스기모토히로시(杉本博司)의 작품인 우미카게(海景) 시리즈가 맞이한다. 우미카게는 마에바시에 있는 호수를 이미지한 작품으로 호텔의 역사를 느끼게 한다. 그런 후 로비로 걸어가면, 헤리티지 타워 4층 전체를 감싸고 있는 조명 아트가 맞이한다. 빛을 밝히는 빔과 계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조명 아트는 레안드로 엘리히(Leandro Erlich)의 작품이다. 레안드로의 환상적인 빛을 이용한 작품인 Lighting Pipes는 수도관을 본 뜬 디자인으로 마치 공간을 실로 꿰매는 듯한 이미지로 설치돼 있다. 이 작품은 호텔을 찾는 숙박객들에게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심어준다. 

 

 

또한 헤리티지 타워에는 17개의 객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트를 콘셉트로 한 4개의 스페셜 룸이 있다. 각각의 객실을 디자인한 아티스트는 재스퍼 모리슨, 미켈레 데루키, 레안드로엘리히, 후지모토 소스케다. 이들 아티스트가 각각 하나의 객실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했는데, 단순히 아트 작품을 벽에 장식하는 차원이 아니라 룸의 설계부터 참여해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편 언덕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그린 타워는 8개의 객실로 구성됐다. 특히 언덕의 정상에는 오두막이 있는데, 이 오두막에는 나오시마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미야지마 타츠오(宮島達男)의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이 외에도 키토켄고를 비롯한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타나카는 호텔 객실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도 공을 들였다. 미쉐린 2스타를 받은 카와테 히로야스 셰프의 감수 아래 지역의 식문화와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다이닝, the RESTAURANT를 오픈하고,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올 데이 다이닝인 the LOUNGE를 뒀다. 실제로 이 레스토랑이 요리를 제공하는 데 가장 중요시 한 것은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하는 메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호텔 숙박객이 외부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도록 균형을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일례로 타나카가 호텔 재생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는 상점가 프로젝트와 연계해 상가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본식 화과자 가게, 해물 덮밥 가게 등을 호텔 레스토랑의 연장선상에 두고 숙박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차별화했다. 

 

 

지역 전체를 아트 갤러리로


타나카는 시로이야 호텔의 완성과 함께 또 다른 아트 공간을 설계하는데 착수했다. 아트가 지역의 전체적인 테마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로이야 호텔 근처 비어 있는 건물을 아트 갤러리로 리노베이션한 것이다. 실제로 이 아트갤러리를 설계한 건축가인 히라타아키히사(平田晃久)는 갤러리를 중심으로 거리 전체를 아트의 고리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콘셉트 아래 오픈한 마에바시 갤러리아는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갤러리 5곳이 입점했고, 프랑스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그리고 2층부터 4층은 아트 작품을 테마로 한 맨션을 건설해 24개의 방을 분양했다. 

 


타나카는 시로이야 호텔과 갤러리아를 오픈하면서 상점가에는 블루보틀을 유치했다. 이는 타나카의 네크워크와 영업에 의한 성과였다. 그는 여기에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포틀랜드로에서 인기를 있는 파스타의 가게를 일본 최초로 출점, 예전의 마에바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글로벌 브랜드를 입점시켰으며, 이 외에도 도쿄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타르트 디저트 가게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의 재생을 꿈꾸며 아트를 매개로 재생시킨 시로이야 호텔은 오픈 이후 국제 무대에서 각종 어워드를 잇달아 수상하고 있다. 미국의 인기 디자인 매거진인 <Architectural Digest>의 2021 AD Great Design Hotel Award를 시작으로, 더 베스트 뉴 호텔 인 재팬 2021, 영국의 여행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트래블러>의 2021년의 베스트 디자인 호텔 등 각종 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본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숙박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얻는 중이다. 

 

 

아트 붐이 일어나면서 지난 10년 사이에 도쿄에서도 수많은 아트 호텔이 등장했고, 지역 살리기 붐이 일어나면서 호텔을 매개체로한 지역 재생 사업도 진행된 사례가 많다. 그런 가운데 에바시의 시로이야 호텔의 도전이 특징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최대한 외부의 유명 브랜드를 유입시키고 지명도가 있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실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 브랜드와 공간의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타나카는 대중들이 알고 있으며,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요소를 제안하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외부 콘텐츠의 힘을 피폐해진 지역에 유입 시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이 방식은 무리해서 그 지역만의 매력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현실적이고 스피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고, 결국 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냈다고 보여 진다. 이런 점에서 시로이야 호텔의 도전은 딱히 내세울 매력이 없는 지역의 재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_ www.shiroiy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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