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필자가 경험해본 가장 좋은 기차는 KTX 특실이나 신칸센의 특실 정도였다. 반면 럭셔리 크루즈에 관해서는 팸투어를 해본 경험도 있고, 관련 배경지식도 남달라 언젠가 한 번쯤은 크루즈 드레스 코드를 제대로 갖춰서 영화 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점의 여행 코너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은 교통수단으로만 인지했던 기차에 관한 선입견을 럭셔리 크루즈 트레인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나츠보시.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이 기차는 이제 필자에게도 새로운 로망이 됐다. 1인 15~95만 엔의 크루즈 트레인 크루즈 트레인은 차내에서 최상의 시간을 즐기면서 관광지에 들러 지역마다 최고의 환대를 체험하는 여행의 형태다. 쉽게 말해 호화 여객선의 육지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나츠보시 인 큐슈(이하 나나츠보시)라는 이름은 일곱 개를 의미하는 ‘나나츠(七)’와 별을 의미하는 ‘호시(星)’가 합쳐져서 일곱 개의 별을 의미한다. 이 별은 특급호텔이나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용도로서의 별이 아니라 큐슈가 일곱 개의 현으로 구성돼있는 데서 유래했다. 큐슈의 현을 빛나는 ‘별’이라고 비유한 것은 실로 큐슈라는 지역에 대한 사랑을
지난 7월 일본에 이상한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 이름이 문자 그대로 ‘이상한 호텔’일 뿐만 아니라, 로봇이 직원을 대체해 손님을 맞는 운영시스템 등 특이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호텔을 단지 ‘이상함’으로 차별화를 둔 곳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만은 없다. 일본어 ‘헨(変)’에 ‘변화’의 의미가 포함돼 있듯, 호텔의 슬로건이 ‘변화하는 것을 약속하는 호텔’이라는 것은 이 호텔이 ‘이상함’을 넘어서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진보를 조금 더 일찍, 그리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이 이상한 호텔은 어쩌면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현재 호텔업계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훗날 보편화돼 있을 호텔서비스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현재 조금 이상한 이 호텔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세계 최초의 LCH(Low Cost Hotel, 저가형 호텔) HIS그룹의 사와다 히데오(澤田秀雄) 회장은 오픈 이후 적자가 계속되고 있던 하우스텐보스를 인수해 창업 이래 사상 최고치의 매출과 경상 이익을 달성시켜 화려하게 재생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이미 오래 전 LCC(Low Cost Ca
칼럼 연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필자의 머릿속에는 일본의 ‘나오시마(直島)’라는 선망의 지역이 있었다. 가보고 싶었고,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이곳을 칼럼의 소재로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취재자료를 요청한 필자에게 돌아온 담당자의 답은 ‘매거진의 특성 때문에 취재를 거절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신들은 호텔이라기보다 미술관과 지역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기 때문에 호텔 소개에 중심을 둔 맞춘 본지의 콘셉트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당황스러웠지만 이해가 됐다. 사실 이 곳을 선택한 것도 그러한 문화 예술적 특성이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에 기사의 방향을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취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호의 내용은 숙박시설로서의 호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문화예술과 지역프로젝트에 비중을 둔 내용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산업 폐기물 처리장에서 예술의 섬으로 나오시마는 낙도의 독특한 문화와 경관을 유지하면서 현대 미술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개발이 이루어진 섬이다. 오래 전부터 해운업과 제염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던 나오시마는 1917년 미쓰비시 광업(현재 미스비시 메트리얼
일본이라는 애증(愛憎)의 나라. 덮어 놓고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만도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필자에게도 일본은 그런 나라였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바뀐 것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서비스에 관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과도한 친절과 제스처, 심지어 콧소리 나는 목소리로 응대하는 서비스마저도 경험할 때마다 손가락이 오그라들 것 같았다. 편하지만 편하지 않은 묘한 느낌을 받곤 해서 과도한 서비스에는 손사래를 치던 필자가 이에 익숙해지니 이제 다른 나라에 가서 웬만한 서비스를 받아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실로 일본의 서비스는 대단하다. 이 칼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정교함과 기발함이 어우러진 최고의 호스피탤리티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고라고 꼽을 수 있는 곳의 이야기를 담거나, 한국에도 이미 유명한 곳이라면 보다 생생한 경영 노하우를 전하게 된다면, <월간 호텔&레스토랑>의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작은 팁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적의 공간 - ‘천공의 숲’ 가고시마 공항에서 택시로 20분, 인구 7400명의 작
2015년 4월 15일 도쿄국제포럼의 한 홀에서는 일본 호텔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의 하나인 호시노리조트의 프레스발표회가 개최됐다.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과 각 지역의 매니저들은 활기찬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호시노리조트가 앞으로 무엇을 지켜나가고, 어떤 것을 리드할 것인지, 또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 야심차게 보여줬다. 일본 자본의 국제적인 호텔&리조트 운영회사인 호시노리조트가 앞으로 보여 줄 Hospitality Innovator로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전략적 계승의 100년 스토리 초대 경영자 호시노 쿠니츠구는 별장지로 발전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카루이자와 온천이 중요한 휴양지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1914년 호시노 온천 료칸을 개업했고, 이것이 호시노리조트의 시작이 됐다. 1974년 2대 경영자인 호시노 요시마사는 ‘생태’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시대에 생태계 보호 활동을 전개해, 국가로부터 ‘카루이자와 야생 조류의 숲’을 지정받았다. 그리고 이 시기에 가이드가 함께 새를 보는 투어를 시작해 생태 관광을 전개하게 된다. 1991년 취임한 3대 경영자인 호시노 요시하루는 기존 사업의 틀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성장을 계속해 관광
“저 아줌마 진짜 특이하다!” 꽃인지 모자인지 분간이 안가는 커다란 모자, 짙은 화장, 미인의 범주에 들기 힘든 이목구비, 부담스러운 액세서리까지……. 모토야 후미코(元谷芙美子) 대표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APA 호텔 지하철 광고를 본 필자의 반응이었다. 호텔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호텔의 안티로 보일 정도로 비주얼이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바로 나 같은 범인(凡人)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모토야 후미코 대표는 그 다음 수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별난 아줌마의 특별한 경영은 일본 비즈니스 호텔을 주름잡는 성공신화가 됐다. 별난 광고의 전략 APA 호텔의 대표이사인 모토야 후미코가 일약 유명해진 것은 1994년 사장 취임 직후부터다. 당시 “제가 사장이에요.”라는 광고 문구와 화려한 모자에 꽃무늬 정장을 입고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이 전국의 모든 신문을 일면을 장식했다. 신문광고에 이어 전철과 지하철 안까지 이 광고로 도배를 했다. 덕분에 본사에는 그 광고 빨리 집어치우라는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하지만 모토야 후미코 대표는 전혀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반응은 광고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필자는 얼마 전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 위해 테이코쿠 호텔(帝国ホテル, Imprerial Hotel, 제국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마침 같은 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문해 로비는 다소 부산스러웠지만, 라운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국빈의 방문에도 변함없이 침착하게 미소를 짓는 직원의 공손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 호텔의 내공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일본에서 처음 애프터눈 티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17층 라운지에 도착해 둘러보니, 평일임에도 예약을 하지 않고는 티 한잔 즐기기도 쉽지 않은 그 곳에는 한껏 멋을 내고 시간을 내서 찾은 듯한 고객들이 많아 보였다. 테이코쿠 호텔에는 이처럼 평생 한 번쯤은 이곳의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매일 아침 이 호텔의 조식을 즐기는 고객이나, 3대를 이어 이곳의 고객이 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125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으며 일본 호텔의 역사와 자존심이 돼 온 테이코쿠 호텔의 비법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던 필자가 찾은 답은 바로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정성을 담은 환대) 정신이다. 도쿄 올림픽 정신=오모테나시=테이코쿠 호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