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엽 변호사의 Labor law Note #17] 음주자 버리고 운전하기를 기다려 음주운전으로 신고한 대리기사, 처벌 못 할까?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부재전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부재전표>는 택배 배달기사와 배달을 받는 남자의 두 관점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배달기사는 유아들이 이용하는 대형 완구를 전달하며 자신이 아이가 된 것 마냥 들뜨지만 실제 그 아이는 고열을 앓다 며칠 전 이 세상을 떠났다. 주는 자의 설렘과 받는 자의 절망이 묘하게 겹치는 지점에서 독자는 완구의 새로운 의미를 포착한다. 차(Car)와 술(Alcohol)의 궁합은 차 역시 배달을 가능하게 했다. 차를 끌고 가야 하나 음주운전은 할 수 없을 때 대리기사는 차를 배달한다. 좁은 공간에 더부살이하며 운명을 공유하고 전화번호와 내 차번호, 운전대, 목숨, 주소까지 타인에게 맡긴다. 이는 낯설고 묘하다. 왜일까. 택시를 탈 땐, 남의 차에 내가 탄다. 구성진 트로트가 나오는 어느 할아버지의 쥬크박스에, 온갖 얄궂은 할로겐 불빛으로 치장한 20대 젊은 기사의 할로윈쇼에, 양당제를 비판하며 대한민국 검찰개혁을 역설하는 뉴스룸은 내가 아닌 타인의 공간이다. 그런데 대리기사가 탈 땐, 내 차에 남이 탄다. 내가 세팅한 의자, 내가 셋업한 주행모드, 내가 미리 듣던 음악까지. 대리기사가 자신의
- 남기엽 칼럼니스트
- 2024-01-08 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