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필리터리(Fillitterl)
“새해가 겨울의 한 복판에 자리잡은 까닭은 낡은 것들이 겨울을 건너지 못하게 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민주 운동가 신영복 선생은 칼날 같은 추위가 낡은 것들을 가차 없이 잘라 버리는 것을 겨울의 한 복판에 새해가 있는 것에 비유했다. 올 겨울도 지난 겨울처럼 길고 혹독한 북극 추위가 예고돼 있다. 겨울 초입부터 몰아닥친 강추위에 서늘한 연구실에서 떨다보니, 시원한 아이스와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냉혹한 추위에 동결된 포도로 만든 북국의 아이스와인이야말로 혹한과 새해 첫 달에 소개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 아닐까? 추위가 탄생시킨 와인, 아이스와인 일반 와인은 더위가 탄생시킨 와인이다. 따뜻한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이 포도를 충분히 익게해 향긋한 과일 향과 넉넉한 알코올 도수를 갖게 한다. 그러나 아이스와인(Icewine)은 정반대로 추위가 만든 와인이다. 한 겨울의 동결된 포도를 이용해 만든 스위트 와인이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생산돼 독일어로 아이스바인(Eiswein)이라고 부르는데, 이 글에서는 보다 대중적인 호칭인 아이스와인으로 통일하겠다. 용어상의 디테일로 들어가자면, 띄어 쓰기를 한 ‘아이스 와인’과 붙여 쓴 ‘아이스와인’은 다르다. 아이스 와인은 냉동
- 손진호 칼럼니스트
- 2019-01-22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