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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7 (금)

남기엽

[남기엽 변호사의 Labor Law Note #6] 고객이 준 팁, 최저임금에도 포함될까?

 

 

서비스산업 지형의 변화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중년의 의사는 강인구(송강호)를 향해 말한다. 
“술 좋아하시죠? 혈압도 안 좋아서 2주 정도 약처방해 드릴게요.”
그러고는 눈도 쳐다보지 않은채 당뇨병 진단을 내린다. 강인구는 “다 끝난 겁니까?”라고 묻는다. 끄덕이며 끝났으니 나가라는 의사에게 강인구는 소리친다. “이 양반아 아니, 뭘 먹으면 안 되는지, 얘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당뇨가 감기야?”


위 장면은 클립으로 편집됐고 많은 호응을 받았다. 까닭은 병원은 대중에게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공간으로 각인된 탓이다. 이 중에서도 상급 종합병원인 대학병원은 권위적, 불친절의 대명사였다. 물론 사명감을 가진, 친절한 의사가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1번의 불친절은 9번의 친절을 쉽게 덮는다. 배달 플랫폼 자영업자들이 악평 하나에 매달리는 것처럼. 


그런데 최근 발표된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의 1위 기관이 어딘지 아는가. 대학병원이다. 세브란스 병원은 입원생활에 불만을 제기하는 환자 목소리를 복음이라 부른다. ‘설명간호사’를 배치했고 엘리베이터에 환자용 의자를 설치했으며 의사라 해도 동의 없이 ‘함부로’ 입원 공간에 들어가지 않는다. 병원의 만족도 관리 체계는 여느 서비스업의 서플라이 체인보다 뛰어나다. 고객 설문을 받아 주요 의견들을 매주 병원 운영회의에서 논의한다. 안건마다 문제해결을 위한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필요할 경우 부서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온 병원이 전사적으로 지원한다. 이런 혁신에 힘입어 국가고객만족도 조사 상위 10위 중 7곳이 서울성모, 서울아산, 고대안암 등 대학병원이다.


‘서비스’의 대명사는 어디였을까. 10년 전만 해도 이 분야 1등은 호텔이었다. 롯데, 조선, 신라, JW 메리어트, 인터컨티넨탈 등 많은 호텔들의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는 고객만족이라는 지표로 실현됐고 위와 같이 평가된 호텔서비스는 산업별 부문 부동의 1등이었다. ‘서비스’ 그 자체였던 호텔은, 더 이상 고객을 예전만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호텔 문턱(가격)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만큼, 서비스도 낮아진 것일까.  


의료행위의 본령(本領)은 ‘치료’이지 ‘서비스’가 아니다. 그런데 호텔의 ‘본령’은 서비스다. 어떤 병이든 고치는 명의가 있다면 서비스는 상관없이 병원을 찾지만, 아무리 좋은 시설 및 다이닝을 갖춰놓아도 불친절한 호텔은 찾지 않는다. 그래서 본령인 서비스에 충실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하는 호텔리어들을 볼 때면 그 당연한 귀결로 감동을 나눈다. 때론 리뷰로, 때론 팁으로.

 

 

고객이 준 팁, 임금에 포함될까?


어딜 가나 예외는 있다. 1번의 불친절에 9번의 친절이 덮이지 않도록,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고마움을 표하려 한다. 그래서 지배인을 아는 경우에는, 직접 해당 호텔리어를 칭찬하거나, 나아가 공식 서베이에 직원의 이름을 남기기도 한다. 때론 팁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팁, 임금에 포함될까?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없다. 그러나 모두가 ‘팁(봉사료)’을 지불한다(대부분 가격에 포함돼 있다). 고객이 호텔리어에게 직접 팁을 주지 않고 봉사료라는 명목으로 10%를 주는 것이다. 이렇듯 팁은 2가지로 나뉜다. ① 고객이 직접 주는 방식 또는 ② 고객이 사업주에게 주고 사업주가 이를 다시 호텔리어에게 주는 방식.


①의 경우 원칙적으로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팁을 주는 고객은 흔치 않고 그렇게 주는 행위 역시 부정기적이다. 따라서 팁은 ‘업주가 직접 명령·지휘하는 근로의 대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②는 임금에 포함된다. 사업주가 미리 팁 명목으로 가격에 포함시켜 놓았고, 이를 모아뒀다가 ‘정기적으로’ 호텔리어에게 분배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실질적으로 근로의 대가에 포함된다. 


이거,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고객으로부터 받는 팁을 임금에 포함시키는 경우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문제에까지 논의가 연장되기 때문이다. 팁 문화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팁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논쟁이 뜨겁다. 직원 간의 서비스 편차도 존재하겠지만, 어느 고객을 만나느냐에 따라 직원간 편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미국에서는 팁이 시급을 초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팁, 부정기적으로 받는다면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족(팁): 전술한 ①팁, ②(가격에 포함되는)봉사료를 구분하는 방법은 쉽다. 팁은 금액을 내가 정한다. 금액이 사업주와의 협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 줄지 역시 고객이 정한다. 그런데 봉사료는 고객이 정할 수 없다. 강요받지 않고 내는 페이먼트, 그게 팁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1) 

5.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남기엽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돈만 있으면 소비 가능한 다른 사치재와 달리 호텔에는 ‘시간’까지 쏟아야 하기에 특히 애정이 깊다. 현재 SBS 시사프로그램 법률자문 및 시사저널 법률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그 외 남변의 미술노트, 음악노트 등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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