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 했던 보드게임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보드게임 시장은 매년 4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드게임 시장은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클래식 게임뿐만 아니라 새로운 보드게임이 속속 개발돼 출시될 정도로 핫한 시장 중의 하나다. 이처럼 보드게임이 재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2022년 6월 오사카의 번화가 난바에 130개 이상의 보드게임을 밤새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만든 보드게임 호텔이 탄생했다.
‘주식회사 코스모스호텔매니지먼트(株式会社コスモスホテルマネジメント)’에 의해 문을 연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MIMARU大阪 難波STATIONホテル)’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호텔 내 모든 것이 게임화
코스모스호텔매니지먼트는 주방과 다이닝을 갖춘 약 40㎡의 넓은 객실로 구성된 아파트먼트호텔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존 비즈니스호텔 시장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모여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선보인 것이 모두가 모여 재미있게 하루 밤을 보내는 것을 콘셉트로 한 보드게임 호텔이다.
올해 6월에 오픈한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MIMARU大阪 難波STATIONホテル)은 외관만 보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비즈니스호텔로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호텔의 반전 매력은 호텔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게임의 세계로 안내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야말로 엔터테인먼트를 극대화한 데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도 유일무이한 보드게임 특화형 호텔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호텔의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보드게임의 세상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는 대형 오브제다. 그리고 오브제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로비와 체크인 카운터가 있다. 특히 로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간에는 누구나 로비에 놓여있는 130개 이상의 전 세계의 다양한 보드게임을 자유롭게 가져와 둘러앉아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돼있다. 그리고 호텔 로비에 진열된 130종의 보드게임은 일본 전역에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하는 ‘JELLY JELLY CAFE’가 감수했다고 한다.
투숙객들은 선별된 보드게임들을 호텔의 로비 등 공용 공간뿐만 아니라 객실에 가져가서도 놀 수 있다. 무엇보다도 투숙객이 많은 금요일부터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보드게임 컨시어지가 로비 플로어에 상주하면서 보드게임 초심자 그리고 연령대에 맞춰 적절한 보드게임을 추천해 준다고 한다.
또한 객실에 들어서면 각각 방의 콘셉트에 맞춘 보드게임들이 놓여져 있다. 예를 들면, 한 객실에는 ‘늑대인간’과 ‘머더미스터리’와 같은 스테디셀러 보드게임이 숙박객을 맞이한다. 또한 이 객실의 경우, 마더미스터리를 즐기는데 빼놓을 수 없는 비밀의 방도 갖추고 있다. 투숙객들은 방의 불을 끄고, 랜턴의 으스스한 불빛과 거기에서 흐르는 사운드를 통해 머더미스터리의 분위기를 한층 더 키운다.
호텔에 있는 130종류의 보드게임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3D 카탄’이다. 카탄은 독일에서 탄생한 게임으로 세계에서 200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게임이다. 카탄이라는 무인도가 게임의 무대로 설정돼 있고, 2~4명의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는 무인도 전체의 개발을 진행하는데, 개척에 필요한 자재 등을 주사위로 던져서 얻고, 부족한 경우는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협상을 통해 획득해 나간다. 이러한 플레이어들 간의 소통에 기반을 둔 협상의 과정은 게임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최종적으로는 정해진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게다가 호텔은 카탄의 게임을 3D로 구현해 호텔 숙박객들만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호텔 오리지널 게임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은 보드게임 외에도 오리지널 게임을 통해 기존의 보드게임 카페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드게임만을 즐기려면 저렴한 보드게임 카페를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때문에 호텔에 숙박을 하는 경우에는 보드게임 외에도 투숙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은 자신의 호텔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게임을 여러 게임 크리에이터와 협력해서 만들어 냈다. 예를 들면, 객실 안에 숨겨져 있는 금화를 찾는 ‘작은 금화’라든지, 호텔 관내에 숨어 있는 ‘픽토그램의 숨박꼭질’,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 수를 추측하는 게임 등 시설을 활용한 게임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호텔이 만들어낸 오리지널 게임 중에서 최근 고객들이 빠져있는 게임은 무엇일까? 바로 ‘자판기 퍼즐’이다. 자판기 퍼즐은 자판기에 ‘?’로 표시돼 있는 음료가 무엇인지를 맞추는 것이다. 물음표로 표시된 버튼을 누르는 곳에 어떤 음료인지를 추측하게 하는 게임으로, 참가자들은 자판기 옆에 놓여있는 힌트를 근거로 물음표로 표시된 음료의 정체를 추리한다. 이 힌트와 음료는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호텔에 일하는 직원들도 자판기 앞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일상이 돼있다고 할 정도다.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의 오리지널 게임은 보드게임을 즐기러 온 투숙객들뿐만 아니라 게임에 관심이 없이 친구나 가족을 따라 숙박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연스럽게 게임의 세계에 빠져드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호텔 전체를 게임과 연결시켜 보드게임과 오리지널 게임을 계속 고안해 내는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다. 특히, 컴퓨터나 비디오게임을 일반적으로 이용하던 MZ세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호텔의 격전지로 불리는 난바에서 차별화된 특색을 가진 호텔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보드게임 호텔의 차별화 전략은 독특한 콘셉트뿐만 아니라 호텔의 수익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준다. 구체적으로 일단 보드게임은 넓은 방에서 테이블에 여러 사람이 둘러싸여 즐기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평균 4명이 모여 게임을 즐긴다는 점에서 고려하면 객실당 많은 인원의 고객을 확보 가능하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이 호텔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호텔 내의 레스토랑 및 음료 등을 이용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호텔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즉, 호텔의 ‘체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보드게임 호텔인 미마루 오사카 난바 흐테이션 호텔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전에도 보드게임을 호텔에 배치해 두고 투숙객이 무료함을 달래는 수단으로 배치해 둔 곳은 많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e스포츠에 특화한 온라인게임 호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게임 호텔하면 디지털 기반의 호텔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은 왜 굳이 보드게임이라는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게임에 집중한 것일까? 많은 호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 안에서의 즐거움을 찾다 보니 보드게임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류에 적절히 잘 어울리는 호텔이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재미있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재미있는 법이다. 브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의 추억이 있는 기성세대들도, 영상 게임에 익숙했지만 아날로그적인 보드게임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는 MZ세대들도 둘러앉아 함께 웃고 떠드는 보드게임의 매력에 공감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보드게임 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보드게임을 호텔 전체에 녹여 낸 미마루 오사카 난바 스테이션 호텔의 인기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사진 출처_ https://mimaruhotels.com/jp/hotel/namba-station/board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