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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목)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Domaine de la Mordorée 1편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나는지~ 저 푸른 소나무보다 높이~ 저 뜨거운 태양보다 높이~ 저 무궁한 창공보다 더 높이~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저 말없는 솔개보다 높이~ 저 볏 사이 참새보다 높이~ 저 꿈꾸는 비둘기보다 더 높이~ 도요새 도요새~ 그 몸은 비록 작지만~ 도요새 도요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 2000km를 쉬지 않고 비행했다는 새, 도요새~! 이 달의 명가 와인은 도요새에 바치는 헌정 와인이다.

 

 

2000년 역사가 면면히 흐르는 프랑스 론(Rhône) 산지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한 론 강은 프랑스 리용시를 지나면서 마르세이유까지 북에서 남으로 흐르며, 남부 프랑스의 장대한 산악 지형인 ‘중앙산괴지대(Massif Central)’와 알프스 산맥을 좌우로 가른다. 북부 론강 유역은 좁은 골짜기 지형으로 포도밭이 매우 좁고 가파르게 조성돼 있으며, 반면 지중해에 가까워지는 남부는 론강의 유속이 느려지며 멋진 유역 평지와 테라스, 구릉을 만들어 놨다. 이렇게 형성된 론 밸리(Vallée du Rhône) 와인 산지는 북부와 남부가 현저하게 다르다. 북부에서는 레드, 화이트 와인 모두에서 거의 단일 품종에 가까운 와인을 만든다면, 남부는 20여 가지 품종의 ‘블렌딩 천국’이다. 북부 론 와인이 ‘소나타’ 음악이라면, 남부 론 와인은 수많은 품종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색깔과 스타일, 품질의 교향악이 연주되는 곳이다. 


이 달의 주인공 도요새 양조장이 있는 곳은 남부 론 지역이다. ‘미디(Midi)’라고도 불리는 남부는 낮은 구릉과 숲, 올리브 나무, 사이프러스 나무, 이름 모를 풀꽃과 약초향이 난무하는 황야(Garrigue), 그 위를 불어오는 산들바람, 단 꽃 향내음과 라벤더의 허브-스파이시한 모든 느낌들이 감성을 불러내는 땅이다. 론 강이 범람하면서 뿌려놓은 풍부한 자갈과 모래밭 토질은 배수에 용이하며, 낮의 열을 축적해 밤에 내뿜어 포도의 완벽한 성숙을 보장한다. 고흐의 화폭을 황금색으로 물들인 뜨거운 태양과 세잔느의 이젤을 넘어뜨리곤 했던 차가운 미스트랄 강풍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 이런 건조한 환경은 병충해 없는 생태 유기농 영농을 구현해준다. 


로마 점령기 이래의 오랜 포도 재배 역사와 이처럼 다채로운 자연 환경을 지니고 있기에, 사용하는 포도 품종이 매우 많다. 적포도에서는 그르나슈(Grenache Noir), 시라(Syrah), 까리냥(Carignan), 쌩쏘(Cinsault), 무르베드르(Mourvèdre) 등이 재배되며, 청포도에서는 그르나슈 블랑(Grenache Blanc), 부르블랑(Bourboulenc), 끌레레뜨(Clairette), 마르산느(Marsanne), 루싼느(Roussanne) 그리고 비오니에(Viognier) 등 수십 종으로부터 와인이 생산된다. 남부 론 생산자들은 전통적 양조법을 사용해 고유의 과일향과 향신료향이 조화되고, 야생의 들판 내음, 시골 농장의 향토성이 배어 한 폭의 전원 풍경이 담긴 화폭 같은 멋들어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4월의 새 봄날, 도요새가 거니는 남부 론 우안에 이 달의 명가로 ‘날아’가 보자. 

 

 

 

도요새 양조장, 모르도레(Mordorée)~!


봄 햇살 따사로운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 프로방스와 랑그독 지방의 교차점, 작은 마을 따벨(Tavel)에 사는 한 가정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엄마 손을 잡고 초등학교를 다니던 소녀는 아빠 손을 잡고는 포도밭을 뛰어 다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녀를 대자연과 포도밭, 숲에서 키웠다. 솜씨 좋은 아빠가 화목한 가정에서 만든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와인들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작은 양조장은 번창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땅에 대한 사랑, 와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멋진 직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초여름의 어느 날, 그녀가 22세 되던 해, 도요새와 함께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갑작스런 이별을 슬퍼하기도 잠시… 그 해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담아야 했다. 그렇게 그녀는 2015년 이래, 아빠 없이 엄마와 함께 9번째 수확을 앞두고 있다. 모르도레 양조장의 현재 와인메이커인 앙브르 들로름(Ambre Delorme)의 이야기며, 그 아빠는 모르도레의 설립자 크리스토프다. 필자가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일 정도로 이 사람들과 이 농장은 필자가 정말 아끼는 가정이고 귀하게 여기는 양조장이다.  


남부 토박이 들로름(Delorme) 가족은 본래 가업인 제조업을 정리하고, 1986년 포도 재배에 뛰어 들었다. 주인공 크리스토프는 24세의 나이로 아버지 프란시스(Francis)와 함께 도멘느 드 라 모르도레(Domaine de La Mordorée) 와인 양조장을 설립했다. 그들의 초기 소유지는 1970년대에 크리스토프의 어머니가 상속한 포도밭 5.4ha에 불과했지만, 크리스토프의 추진력으로 농장은 빠르게 성장해갔다. 형 파브리스(Fabrice)가 1999년에 합류했으며, 이렇게 론 밸리에서 가장 역동적인 양조장이 탄생했다. 


양조장 이름 ‘Mordorée’는 구릿빛 황갈색을 뜻하는 단어인데, 이 지방에서 멧도요새(Woodcock)를 부르는 몇 가지 별칭 중 하나로서 매우 시적인 단어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크리스토프는 수천km 이상 이동하는 철새 도요를 좋아했다.

 

도요새와 관련된 표현은 농장 이름에서 그치지 않고,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등급 분류와 뀌베 이름으로도 사용한다. 그리해 ‘La Belle Voyageuse(아름다운 여행자 The Beautiful Traveller)’ and ‘La Dame Rousse(적갈색 머리칼의 여인 The Russet Lady)’, ‘La Reine des Bois(숲의 여왕)’, ‘La Plume du Peintre(화가의 깃털붓)’ 등과 같은 문학적인 이름이 탄생했다. 필자가 서문 도입부에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도요새의 비밀’ 노랫말을 적어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이 노래는 1980년대 가요로, 유행가의 반열에 오른 노래도 아니며, 약간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노래였으니 아는 이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 나이 또래의 지식인들의 가슴에 꼭 박혀 있던 노래였고, 다시 들을 때마다 늘 가슴이 뛰며 벅찬 감동을 받는 노래이기에 소환했다. 

 

 

 

남부 론, 우안의 수호자 크리스토프 들로름 Christophe Delorme


필자가 프랑스에서 만난 크리스토프는 외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 흩날리는 금발에 꺼칠한 민낯이었지만, 강단있고 잘생긴 훈남이었다. 그는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양조장과 포도밭을 가꾸고 있었다. 그의 포도밭은 주로 이름이 덜 알려진 따벨과 리락(Lirac AOC) 타벨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인근 꼬뜨 뒤 론 AOC 지역과 강 건너 샤또뇌프 뒤 빠쁘 AOC 지역에 일부 구획이 있다. 각 밭은 토질과 미세 기후가 다르기에, 모두 38개의 필지로 분류, 관리한다. 크리스토프는 유기농법에 대한 열렬한 신봉자로서, 론 밸리에서 유기농 철학을 처음으로 시작한 선구자 중의 하나였다.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영지의 모든 밭은 2007년 이래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그는 기계화 수확이 일반적인 Tavel AOC 지역에서 손 수확을 고집했으며, 모르도레는 지금도 여전히 손 수확하는 두 양조장 중 하나다. 그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 포도나무 그루당 수확량을 급격히 줄였고, 이로 인해 종종 그의 아버지와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단다. 그러나 그 대가로 얻게 된 모르도레 와인의 품질에 대한 증거는 명백하다. 그의 리락과 따벨 와인은 이웃 샤또뇌프 뒤 빠쁘의 그늘에 가린 덜 알려진 AOC 명칭 와인들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진됐으며, 그의 최고급 와인인 샤또뇌프 뒤 빠쁘 ‘La Reine des Bois’와 ‘La Plume du Peintre’ 와인은 매번 최고 클래식 점수를 받고 있다.

 

<Wine Advocate> 평론지는 그의 2001년 ‘CDP, La Reine des Bois’에 100점 만점을 줬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2013년 직접 그의 양조장을 방문하고는 “남부 론의 가장 인상적인 AOC 와인을 생산하는 크리스토프 들로름은 더없이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매우 귀하고 값비싼 샤또뇌프뒤빠쁘 뿐만 아니라 멋진 꼬뜨 뒤 론과 리락 와인을 가지고 있으며, 고귀한 화이트 와인과 놀라운 로제 와인을 선보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들로름의 모르도레 양조장은 론 밸리의 보석과 같은 양조장이었기에, 불과 5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당시에 믿겨지지 않았으며, 남부 론 와인 산업을 위해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는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와인에 관한 한 최고의 가치를 지향했기에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않은 듯하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글 중에서 <La Magazine du Vin> 매거진이 2015년 겨울 호에서 “La Reine des Bois a perdu son Roi(숲의 여왕이 그 왕을 잃었다)”라고 적은 애도 글 제목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다. 그 작은 날개를 움직여 쉬지 않고 거친 바다 위를 날아 수 천 킬로미터 나그네처럼 이동하는 철새, 도요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가장 멀리 나는 새, 그 도요새는 크리스토프였다(다음 호에서 이어짐).

 


*Domaine de La Mordorée에 관한 칼럼은 와인 산업에서의 중요도를 감안해 2회에 거쳐 수록합니다.

 

따벨, 로제, ‘라 담 후쓰’ Tavel, La Dame Rousse

 

 

‘따벨’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로제다. 프랑스의 로제 삼총사 중, 프로방스 로제(Prevence Rose)는 가볍고 상쾌한 특성과 더불어 코카콜라 병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병 라인으로도 눈길을 끌며, 루아르 로제 당주(Rosé d'Anjou)는 미디엄-드라이 미감으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따벨은 ‘정통 드라이 로제’로 완벽하게 차별화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따벨의 로제 와인은, 상큼하고 신선하면서도 내용이 충실하고 균형잡힌 로제로 명성을 누려 왔다. 연한 레드 와인으로 보일 만큼 진한 로제 색상이며, 매 빈티지 평균 13%vol 이상의 알코올 함량으로 힘도 넉넉하다. 


중세 때부터는 프랑수아 1세, 필립 4세 등 강력한 군주들이 선호했던 와인이었고, 아비뇽 교황들의 애호주였다. 1936년 이래 론 지방의 유일한 정통 100% 로제 AOC이니, '따벨'은 로제의 또 다른 대명사다~! 모르도레 농장의 따벨 밭은 석회암 기저에 모래와 자갈이 풍부해 물빠짐이 아주 좋고, 보온력이 뛰어나며, 미네랄 특성이 예리한 로제를 만들기에 완벽한 토질을 갖췄다. 


필자가 시음한 2021 빈티지 따벨은 그르나슈(Grenache) 60%, 시라(Syrah) 20%, 끌레레뜨(Clairette) 10%, 쌩소(Cinsault) 10%로 매우 복합적으로 품종 블렌딩됐다. 그르나슈의 알코올, 시라의 과일 풍미, 끌레레뜨의 꽃향기, 쌩소의 향신료를 겸비한 모르도레의 따벨은 이 지역 최고의 기념비적 로제다. 맑고 연한 석류씨 색상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마셔 사라지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 그 맑은 수면 위에서 빨간 옷을 입은 요정들이 새콤한 크랜베리와 레드 커런트 열매 향을 풍기며 춤추고, 살구향, 검붉은 장미향과 회색 후추 향신료 터치가 복합미를 거든다. 이 모든 향들은 단단한 미네랄 속에 매우 은은하고 수줍게 표현되고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한 모금 머금으면 쌉싸름한 자몽과 붉은 과육질의 천혜향의 화사한 향미가 입안에 번진다. 적포도 껍질과 36~48시간 담가 둬 우려낸 세련된 타닌이 주는 긴장미가 높은 산미와 함께 입안 전체를 응축시킬 무렵, 무려 14.5%vol에 달하는 알코올이 구현해내는 보디감이 두 번째 펀치로 다가오는데, 묘하게도 이 알코올은 전혀 뜨겁지 않고 따사롭게 점막을 어루만져주며 애무한다.

 

연신 타액을 분비시키는 높은 산미와 고급스런 미네랄의 정갈함이 시음의 후반부를 이끌고는, 과일향과 꽃향기의 긴 여운을 남기도 아름답게 퇴장한다. 스릴감 넘치는 진지하고 정교하며 감각적인 로제다. 


유기영농인증(Agriculture Biologique ‘AB’과 생태영농 디미터 인증(Biodynamie ‘Demeter’)을 모두 받은 청정 자연의 와인이다. 모르도레에서 만드는 두 개의 따벨 로제 중, ‘La Dame Rousse(적갈색 머리칼의 여인)’라는 뀌베 명칭을 가졌다. 생동감, 세련됨, 기본 복합미에 충실한 멋진 로제로서, 우리의 식탁을 귀족스럽게 이끌어줄 행복한 와인이 될 것이다. 4~5월 새 봄의 화사한 식탁에서 오렌지, 자몽을 곁들인 다양한 주재료의 샐러드, 매콤한 타파스 스타일 푸드, 연어 스시 등과 곁들여 보자. 

Price 9만 원대

 

라 흐미즈, 화이트 ‘La Remise’, Blanc 

 

 

 

프랑스 와인의 품질 등급은 최상위의 AOC, 중간의 IGP 그리고 최하위에 Vin de France 등급으로 구성된다. 높은 등급의 레이블을 달고 있으면 가격도 잘 받고, 판매도 잘된다. 낮은 등급은 아무래도 계급장에서 딸린다. 더욱이 와인 문화가 낮은 곳일수록, 외견상의 등급만 보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계급과 명성만 가지고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계급장 떼고 승부한다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모르도레 양조장은 어려운 길, 힘든 길을 선택했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기본 Cotes-du-Rhone AOC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론 산지 임에도, 최하위의 ‘뱅 드 프랑스’ 등급을 취했다. 초심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뜻에서다. 그래서 뀌베 이름도 ‘La Remise’ de la Mordorée 로 정했다. ‘모르도레의 귀환~! 모르도레의 재출발~!’이라는 다짐과 결심을 담은 뀌베명이다. 이 계열에는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 3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화이트와 레드가 수입된다. 


필자가 시음한 2021년 빈티지 ‘라 흐미즈’ 화이트는 청포도 품종 끌레레뜨 80%에 비오니에 20%를 블렌딩해 생산됐다. 끌레레뜨는 지중해 주변국에서 주로 재배되며, 프랑스에서는 남부 론과 랑그독 등지에서 주로 생산된다. 온전한 남부 지역 품종이고, 국제적인 지명도가 낮기에 와인 생산의 철학이 없으면 함께 가기 힘든 품종이다. 더욱이 산미가 낮고 알코올이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어, 현대인의 화이트 기대감과는 다소 괴리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르도레 농장은 끌레레뜨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평균 수령 15년의 1.5ha의 작은 밭에서 소량 생산되는 ‘매우 귀한 하급 와인’으로서, 생산량을 보르도 그랑크뤼 수준으로 현저히 감축해 매우 진한 과일을 얻었다. 밭의 토질은 모래와 약간의 점토가 섞인 토양이며, 회사의 상급 와인들과 똑같은 유기농, 생태영농기법 철학대로 재배했고, 손 수확으로 잘 익은 포도들만 선별했다. 


반짝이는 영롱한 연한 녹색 뉘앙스를 지닌 노란색 와인은 그 안에 복숭아와 살구, 배, 레몬과 청사과, 바나나, 아카시아와 프리지아 꽃향이 향그런 부께를 연출한다. 산뜻한 산미와 수확량 감축에서 오는 농축미, 모난 구석없는 매끄런 질감, 13%vol의 합당한 알코올 볼륨감이 조화를 이룬 유쾌한 화이트 와인이다. 가벼운 채소나 해산물 튀김, 생선회, 초밥, 샐러드 등 새 봄과 어울리는 음식과 즐기기에 더없이 행복한 와인이다.

Price 6만 원대

 

라 흐미즈, 레드 ‘La Remise’, Rouge

 

 

뱅 드 프랑스 라 흐미즈 레드 와인은 마르슬랑(Marselan)이라는 특별한 품종을 50% 블렌딩한 와인이다. 아마 독자분들 중에는 마르슬랑 품종을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마르슬랑은 프랑스에서 1961년에 까베르네 소비뇽과 그르나슈를 교배해 생산한 새로운 품종이다. 짙은 색상과 풍부한 향, 적절한 타닌감과 숙성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모르도레 농장에서는 점토와 사토가 혼합된 토질의 약 2ha 밭에서 평균 수령 15년의 나무들로부터 회사의 상급 와인들과 똑같은 유기농, 생태영농기법 철학으로 재배했고, 손 수확으로 잘 익은 포도들만 선별했다. 수확된 포도는 20여 일간의 긴 침용 공정을 거쳤는데, 놀랍게도 발효와 침용 과정 모두에서 산화방지제인 이산화황(SO2)을 넣지 않고 ‘내추럴 와인 콘셉트’로 생산했다. 


필자가 시음한 2021년 빈티지 ‘라 흐미즈’ 레드는 그르나슈와 마르슬랑 품종을 50:50으로 블렌딩한 제품이다. 짙은 흑적색 루비 칼라에, 산딸기와 딸기향, 블랙커런트와 자두향 등 과일계가 풍부히 느껴지며, 약간의 후추와 정향, 향신료의 특징이 배어 있는 부께를 드러냈다. 벨벳 타닌감에 감미롭고도 이국적인 풍미의 과일-향신료 조합, 레이블에 적힌 15%vol이라는 알코올 도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균형감있는 미디엄 보디의 말쑥한 신사 같은 미감이었다. 자연 존중과 건강한 와인 생산이라는 콘셉트를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와인이면서, 기존 내추럴이 갖지 못한 농축미와 세련미를 갖춘 특별한 자태가 맘에 쏙 들었다. 아울러 토마토 소스 핏자, 미트볼, 살루미, 광양불고기, 스테이크 등 일상의 음식들과 무난히 어울리는 관대함까지 갖췄다. 

Price 7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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