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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화)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Domaine de la Mordorée 2편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나는지~ 저 푸른 소나무보다 높이~ 저 뜨거운 태양보다 높이~ 저 무궁한 창공보다 더 높이~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저 말없는 솔개보다 높이~ 저 볏 사이 참새보다 높이~ 저 꿈꾸는 비둘기보다 더 높이~ 도요새 도요새~ 그 몸은 비록 작지만~ 도요새 도요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 2000km를 쉬지 않고 비행했다는 새, 도요새~! 
이 달의 명가 와인은 도요새에 바치는 헌정 와인이다(2편. 전월 호에 이어).

 

 

 

남부 론의 빛나는 전설이 된, 크리스토프 들로름


뭐니뭐니해도 모르도레 양조장의 가장 큰 업적은 론 강 우안의 덜 알려진 두 개의 원산지 명칭 리락(Lirac AOC)과 따벨(Tavel AOC)을 자신들의 와인을 통해 전 세계에 알린 것이리라. 반대로 그 리락과 따벨 와인을 통해 모르도레 양조장도 세상에 알려지고 명성을 쌓았다. 작고한 크리스토프는 리락AOC를 품질 와인의 세계로 올려 세상의 이목을 끄는데, 20여 년의 세월을 쏟았다. 1990년대 후반에 모르도레 양조장은 리락AOC 지역에서 고품질 리락 AOC 와인을 만드는 유일한 생산자였다. 주변에 그의 경륜과 경험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인색하지 않았고, 추종자들을 만들어내고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2000년부터 시작된 고품질 리락 와인 생산의 고난의 길은 2015년에 끝났다. ‘Lirac, Plume du Peintre 2012’가 마침내 출시된 것이다. 

 

이 소문난 역작을 시음, 평가하기 위해 파리에서 프랑스 최고의 와인 평론지 <Le Magazine du Vin>의 편집진과 여러 소믈리에들이 방문했다. 크리스토프는 왠만해서는 공적인 자리에 잘 나타나지 않는데, 시음이 끝난 뒤 양조장을 거닐던 시음 평가자들과 우연히 양조장 내 한 구석에서 마주치자, 그는 매우 조심스럽고도 정중하게 자신의 리락 와인이 어땠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잡지의 관례상, 9월호에 나오니 미리 공개할 수 없다는 말밖에 그들은 전할 수 없었는데, 아뿔싸~! 잡지의 출간을 앞두고 그의 서거 소식을 접한 평가자들은 ‘위대한 와인의 탄생 소식’을 직접 그 생산자에게 기쁨으로 전하지 못했던 회한의 아쉬움을 가졌다는 말을 들었다. 9월호의 기사에는 “와인 애호가들이 경의를 표할만한 이제껏 없었던 품질의 당대 최고의 리락 와인~!”의 탄생을 칭송하는 기사가 나왔다. 아마도 크리스토프는 그날 심사자들의 얼굴의 미소에서 그 결과를 읽어내지 않았을까? 


크리스토프는 그의 무대인 포도밭에서 죽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그의 와인을 마시는 동안 론 남부 천재의 이름을 전설로서 계속 칭송할 것이다. 그는 최근 25년 동안 프랑스의 가장 빛났던 와인메이커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바비 인형이 와인메이커가 됐다, 앙브르 들로름 Ambre Delorme


도멘느 드 라 모르도레 양조장은 2015년 설립자 크리스토프 들로름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부인 마들렌느(Madeleine)와 딸 앙브르(Ambre)가 관리하고 있다. 과연 이 두 여성이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모두의 우려와 걱정을 말끔히 불식시키고 그들의 도전은 완전 성공이었다. “모르도레 양조장은 여전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능한 사람들의 손 아래에 있다.”고 <Wine Advocate> 지의 젭 더넉(Jeb Dunnuck)이 평가했듯이, 오늘날 모르도레 양조장은 순항하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 30살의 앙브르가 있다. 그녀는 그 옛날 아버지와 거닐던 포도밭과 숲을 걸으며,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항상 저를 포도밭과 숲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자연을 느끼도록 해 주셨죠. 땅에 대한 사랑, 와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 멋진 직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러니, 와인메이커가 된다는 것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멋진 일을 한다는 것이죠~!” 어릴 때부터 바비 인형처럼 예뻤던 앙브르는 이제 다 큰 숙녀가 돼 이렇게 어른스럽게 말을 했다. 


대학에서 무역과 관련된 일반적인 공부를 한 후,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농장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그때가 2015년 22살이었다. 그 해 빈티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포도밭을 돌보던 중, 불행히도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다른 운명의 선상에 서게 됐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아버지 크리스토프가 돌연 심장사했고, 그녀는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어머니와 함께 2015년 수확을 해야 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모험을 계속하고 그의 양조 유산과 생산 철학을 계속 실행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로, 모녀는 항상 테루아와 그 생물학적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최고의 포도와 와인을 계속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농장은 2013년에 ‘Bio Ecocert’ 인증을 이미 받았으니, 다음 단계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Biodynamie)을 농장의 전 포도밭에 적용하는 일이었고 결국 앙브르는 2020년에 ‘Demeter’ 인증을 받았다. 그녀는 유기 농법의 선구자였던 크리스토프의 철학을 이어 받아 남부 론의 다채로운 자산인 포도 품종이 각기 다른 테루아에서 표현하는 자연의 방향을 따라가고 있다. “결국 품질의 길은 두 방향이예요. 끊임없는 포도밭 관리를 통해 포도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건강하게 잘 익은 완벽한 포도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양조장에서는 포도의 신선한 과일 풍미와 숙련된 양조 기술로 오크의 복합미를 통한 농축된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죠.” 기술적으로 완벽한 와인 그리고 영혼을 가진 와인, 진정한 개성과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특별한 와인을 추구했던 부친과 그 철학을 이은 딸 앙브르. 오늘 그녀는 이런 선택들을 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큰 열정과 경이로움으로 예술가적 수공업자의 길을 가고 있다.

 

 

아름다운 모녀의 정감있는 와인들, 모르도레~!


현재 모르도레 양조장은 남부 론 지역 8개 마을에 걸쳐 약 60여 ha의 자가 소유 밭에서 론 밸리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며, 연간 생산량은 2만 5000병 정도다. 무엇보다 품질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크리스토프 밑에서 일했던 레미 쇼베(Rémy Chauvet)가 여전히 셀러 마스터로서 양조장 일을 도와주고 있다. 

 

모르도레는 화이트, 로제, 레드에 걸쳐 다섯 가지 ‘브랜드 뀌베 Cuvée’ 와인을 생산한다. 도요새(Woodcock)의 별명인 ‘Mordorée’는 양조장의 이름이 됐고, 또 다른 별명인 ‘La Dame Rousse’, ‘La Dame Voyageuse’, ‘La Reine des Bois’는 양조장의 세 가지 주력 와인의 뀌베 이름이 됐다. 마지막 별명 ‘La Plume du Peintre’는 최고의 특별한 빈티지 해에만 예외적으로 생산되는 뀌베다. 


최근에 나온 ‘La Remise de la Mordorée’는 빈티지 뱅 드 프랑스 등급 와인에 붙인다. 또한 모르도레 양조장은 지역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북부 론 지역의 꽁드리유(Condrieu)와 꼬뜨 로띠(Côte-Rôtie)의 포도밭을 인수했다. 아마도 곧 새로운 비오니에 화이트 와인과 시라 레드 와인을 맛보게 될 듯싶다. 모르도레는 유명한 역사 도시 아비뇽(Avignon)에서 14km 지점이다. 농장 부대사업으로 양조장 옆에 호텔 ‘빌라 당브르(Villa d’Ambre)’를 만들어 놓았으니, 투숙객들은 전기 자전거를 타고 포도원 투어를 즐길 수 있으며, 모르도레의 셀러를 방문해 두 모녀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정서가 깃든 와인을 만날 수 있다. 혹 이번 여름에 프랑스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이 잡지를 가지고 농장을 방문해 보자. 특별 대우를 받을 것이다.  

 

꼬뜨 뒤 론, 레드 Côtes du-Rhône, Rouge

 

 

 

꼬뜨 뒤 론 AOC는 지방 단위급 원산지 명칭으로, 론 지방의 기본 등급 와인에 할당된 명칭이다. 따라서, 생산량이 많고 부드러운 개성과 원만한 품질을 느낄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성비가 프랑스에서는 최고다. 그런데, 모르도레의 꼬뜨 뒤 론 와인은 저렴하지 않다. 지방 단위 와인으로서는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먼저 포도밭 관리와 포도 생산에 들인 노력을 보자. 유기농법(Agriculture Biologique)으로 ‘AB’ 인증을 받았고, 생태영농법(Biodynamie)로 ‘Demeter’ 인증을 받았다. 이 등급 와인으로선 흔치 않게 엄청난 공을 들인 포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알코올 도수가 15%vol다. 엄청나게 잘 익은 포도로 발효시켰다는 뜻이다. 포도나무 평균 수령도 20년 정도며,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45hl/ha로, 보르도 그랑크뤼급 와인의 소출율이다. 이 정도면 가격이 오히려 저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시음한 2012년 빈티지는 그르나슈 40%, 시라 30%, 쌩쏘 15%, 까리냥 10%, 무르베드르 5%로 다섯 가지 품종이 필드 블렌딩돼 뛰어난 복합미를 선보였다. 감미로운 딸기향, 이국적인 블랙 체리향이 진하고, 따사로운 알코올의 힘과 섬세하고 매끄러운 타닌이 고급진 입맛을 선사하며, 마지막에 피어 오르는 피니시 여운의 산뜻한 산미도 수준급이었다. 


제임스 서클링 평가 점수 90점을 매년 유지하며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다. 매콤한 배달 음식이나 캠핑장에서의 소시지 바비큐 요리, 야들야들한 불고기 등과 잘 어울린다. 매우 만족스러운 가성비의 Cotes-du-Rhone 레드 와인~!

Price 6만 원대

 

리락, 라 헨느 데 부아, 화이트 Lirac, ‘La Reine des Bois’, Blanc

 

 

 

통상 프랑스산 화이트 와인을 고를 때면, 부르고뉴 샤르도네나 알자스 리슬링 아니면 루아르의 슈냉 블랑이나 보르도의 소비뇽 블랑 블렌딩 화이트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좀 더 화이트 와인에 대한 내공이 있는 애호가나 전문가들이라면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로 론의 화이트 와인을 생각할 것인데, 필자에게는 론의 화이트 와인이 첫 번째다.

 

론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은 포도 품종의 다양성이 매우 크다. 많은 품종을 블렌딩한다는 것은 그만큼 복합미가 충만하다는 것이며, 더구나 일부터 비율을 재서 섞는 것이 아니라 지난 수 세기부터 자연스럽게 한 포도밭에 혼재돼 있었다면 그 자연스러움이 압권이리다. 자랄 때부터 사이좋게 함께 컸으니, 포도주 안에서의 궁합도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이 화이트를 보아라. 4ha 밖에 안되는 작은 밭에, 그르나슈 블랑 30%, 끌레레뜨 20%, 비오니에 15%, 루싼느 15%, 마르싼느 15%, 삑뿔 3%, 부르불랑 2% 등 모두 7가지 품종이 혼재됐다. 손 수확된 포도는 짧은 껍질 침용을 거쳐 바로 압착됐고, 신선한 발효를 거쳐,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됐는데, 일부 10% 정도 분량을 중고 오크통에서 숙성해 오크로 인한 복합미를 추구했다. 


필자가 시음한 2021 빈티지 Lirac, ‘La Reine des Bois’, Blanc은 한 마디로 경탄할만한 와인이었다. 존경과 경외, 감사의 마음으로 한 자리에서 한 병을 다 마셨다. 마시는 내내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를 듣는 전율을 느꼈다. 영롱하고 맑은 황금빛 자태에서 뿜어 나오는 놀라운 부께~! 레몬과 복숭아, 살구, 부사, 서양배, 멜론과 바닐라 터치, 은은한 아카시아 꿀향, 화사한 산사나무 흰꽃 내음. 입에서는 알코올 14.5%vol의 탄탄한 몸집과 풍만한 볼륨감, 크리미한 질감, 럭셔리한 갖은 과일 맛과 높은 산미, 정갈한 미네랄 포인트에 매력적인 쓴 맛이 길고 긴 여운을 남겨 끝나지 않는 황홀함을 안겨 줬다. 이렇게 맛있는 근사한 화이트 와인은 곡물빵을 안주 삼아 순수하게 와인만 즐기는 것을 좋아하나, 스시 오마카세, 생선 회, 도미나 광어 생선 스테이크, 오리 가슴살 구이 등의 요리라면 금상첨화다. 

Price 14만 원대

 

리락, 라 담 후쓰, 레드 Lirac, ‘La Dame Rousse’, Rouge

 

 

 

생전의 크리스토프가 심혈을 기울였던 포도밭이 리락에 있다. 22ha 넓이에 평균 수령 40년 이상된 밭은 붉은 점토와 규소, 배수가 잘 되는 다양한 크기의 돌들로 구성됐다. 단위 면적당 30hl/ha의 최소화된 생산량으로 손 수확된 포도는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20일간의 침용 과정 속에 발효해 과일의 생동감과 신선함을 강조시켰으며, 이후 약 10% 정도만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2020 빈티지 리락, 라 담 후쓰, 레드는 그르나슈 50%, 시라 50%를 균형감있게 블렌딩했다. 짙은 진보랏빛 뉘앙스를 가진 레드 칼라가 매혹적이며, 갓찧은 산딸기와 블루베리향과 황야에 핀 세이지 허브 향이 특징적으로 등장해 순수하고 세련된 지역 특색을 살렸다. 그르나슈의 너그러움과 시라의 활기가 미감에 교차하며 세련된 타닌이 점막을 스치는 벨벳 촉감이 매력적이다. 검붉은 베리류 맛과 후추의 향신료 풍미가 맛갈스러움을 더하며, 긴 여운 속에 뚜렷한 잔상을 남긴다. 15%vol 알코올이 주는 미디엄 풀보디감은 유기농 포도의 산도가 주는 신선한 산미의 뒷받침으로 균형감을 이루고 있다. 제임스 서클링 평가 점수 92점을 받은 2020 빈티지 와인은 향후 5년 정도 추가로 병 안에서 숙성하며 최고의 향과 미감을 형성할 듯하다. 


깨알 상식 하나~! 모르도레 와인들의 뒷 레이블에 보면, 와인 생산자가 오크통을 어깨에 이고 있는 모습의 로고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독립 생산자(Vigneron Indépendant) 협회’ 로고다. 기업형이 아닌, 가족 공동체 인력으로 소박하게 운영되는 프랑스 전국의 양조장들의 연합체다. 필자가 프랑스에 있을 때도 와인을 고를 때, 이 마크가 붙은 와인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구입했고, 그 믿음이 깨진 적은 없었다. 

Price 9만 원대

 

샤또뇌프 뒤 빠쁘, 라 헨느 데 부아, 레드 Chateauneuf-du-Pape, ‘La Reine des Bois’, Rouge

 

모르도레 양조장의 최고급 와인이다. 이 뀌베가 생산된 샤또뇌프 뒤 빠쁘 마을의 La Crau 테라스는 점토-규소질 하부토에 ‘갈레 훌레(Galets roulés)’라고 불리는 큰 돌들이 특징적으로 표피를 덮고 있는 최고 품질의 테루아다. 모르도레가 이 구역에 소유한 4ha의 귀한 밭은 평균 수령 65년 이상의 고목으로 구성됐고, 유기농법 인증과 생태영농 인증을 받았으며, 소출율 30 hl/ha로 극소량 재배했다. 손 수확된 포도는 근 한 달 동안의 장기 껍질 침용 발효를 통해 기본 체형을 가다듬고, 20%는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필자가 프랑스 현지 직송으로 받아 시음한 2020 빈티지는 그르나슈 75%, 시라 10%, 무르베드르 10%, 꾸누아즈 3%, 바까레스 2%로 매우 정교하고도 고유하게 필드 블렌딩됐다. 특히 5%에 달하는 희귀 소수 품종이 있어, 여느 CdP 와인이 갖지 못한 고도의 복합미와 디테일을 완성했다. 짙고 강한 루비 색감은 매우 청명하고 영롱해 2020년 늦여름 밤의 붉은 일몰 황혼을 보여주는 듯 했다. 


산딸기와 블랙베리, 제비꽃과 붉은 장미꽃향, 과일 캔디, 바닐라, 카라멜, 다크 초콜릿향이 교차되며, 거칠게 갈은 통후추 향과 아니스, 정향 향신료와 무두질한 새 가죽향, 남불의 은은한 허브 풍미로 복합미를 이끈다. 입안에서도 달고 진한 과일 풍미, 빈 아인슈패너 커피맛, 서양 송로 트러플 풍미와 감초 풍미가 조성하는 단쓴단쓴~~ 맛이 2분 이상 길고 긴 여운으로 남는다. 농밀하고도 매끈한 액체의 질감은 입안 점막을 애무하듯 점령한다. 풍부한 타닌과 석회암 층에서 기인한 산미가 결을 세워주고, 15.5%vol 알코올이 결을 잡아주는 미디엄 풀보디 와인으로, 18~19°C 정도의 온도에서 마셔야 이 와인의 품질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미디엄 템포의 등심 스테이크, 한방 갈비찜, 양갈비 구이, 숙성된 꽁테 치즈, 서양 버섯 요리를 추천한다.    


‘숲의 여왕’이라는 뀌베명처럼, 웅장하고 거대하고 진하고 탄탄한 구조감으로 향후 15~20여 년은 너끈히 숙성할 수 있겠다. 숙성 초기인 지금은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처럼 장엄하고 위압적이나, 견고한 타닌-산미-알코올 균형감은 장기 숙성을 예감하며 2500여 년을 견뎌온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클래식한 우아한 구조를 보는 듯하다. 이 뀌베의 2001 빈티지는 <Wine Advocate> 지 100점 만점을 받은 바 있으며,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1001가지 와인>에 선정됐다. 필자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까?^^;; 

Price 32만 원대

 

사진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 1588-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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