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엽의 Hotel Notes] 겨울 속 화폭을 채워줄 두 호텔
악행은 그 자체론 그저 지탄의 대상이지만 재능이 들어가면 열광한다. 특히 극적일수록, 언더도그마일수록 배가(倍加)된다. 가난하지만 천재였던 태국 소녀 린 닐텝. 그녀는 친구들에게 커닝을 시켜줬다 징계를 받고 삶의 전략을 바꿨다. 전 세계에서 같은 날 치르는 미국 대학입시 시스템을 이용해, 시차가 빠른 호주로 날아가 ‘먼저’ 문제를 푼다. 이후 몇 시간 뒤 시험을 치르는 태국 금수저 아이들에게 ‘정답’을 알려주고 돈을 받는다. 케이퍼무비의 전형 영화 ‘배드비즈니스’의 내용이다. 좋은 머리를 가진 주인공 린 닐텝이 윤리를 저버린 계기를 만든 장소는 다름 아닌 호텔 수영장. 당시 린의 옆에는 호텔 체인 소유주의 아들인 팟이 있었다. 팟은 커닝을 하게 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한 번 상류층의 생활에 녹아든 린 닐텝에게 선택지는 하나였다. 재능은 팔 수 없다. 공유될 뿐이다. 소모되지 않는 자원으로 재화를 공급받는다는 건, 남는 장사다. 범죄만 아니라면. 호텔은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호텔에서의 경험은 사실 나 같은 일반인이 쉽게 겪기 힘들다. 내가 들어갈 때 맞춰 문을 열어주고, 미소로 반기며, 취향을 기록한다.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는 내가 읽은 신문까지 기억해
- 남기엽 칼럼니스트
- 2021-12-24 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