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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화)

호텔&리조트

[Issue Hotelier]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 끝없는 용기와 영감을 주는 10명의 여성 호텔리어들 (下)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24 세계여성의날 조직위원회(IWD 2024)는 ‘포용을 고취하라(#InspireInclusion)’는 캠페인 슬로건을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 #inspireinclusion를 단 세계여성의날 기념 피드가 약 16만 건 이상 올라오며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존중받고 평등하게 기회를 얻기를 지향하는 이번 캠페인 슬로건은 “장벽을 허물고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소외계층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이 지닌 독특한 관점과 이들의 기여를 모두가 인정하도록 장려한다.”는 것이  2024 세계여성의날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오늘도 열심히 포용을 고취하며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여성 호텔리어 10인을 지난 3월호에 이어 소개한다.  

 

일러스트_ 김나현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 송영주 총지배인 

“‘나’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수록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26년 경력의 호텔리어인 그는 리츠칼튼 서울을 시작으로 JW 메리어트 서울, 메리어트 이규제큐티브 아파트먼츠 서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서울과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에서 운영부서 총괄 책임 이사를 역임, 2022년 5월부터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수원을 이끌고 있다. 메리어트 브랜드만을 고집하는 그는 끊임없는 도전과 꾸준한 노력이 성공을 끌어내는 원동력이라 믿으며, 이러한 생각이 계속된 동기부여와 원동력을 주고 있다.   


2017년 말, 건강에 이상이 생겨 단기간에 전체 탈모에 이르렀던 송영주 총지배인은 휴직이나 사직을 고민했다. 일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가발을 착용하기로 결심했고, 처음 가발을 썼을 때 거울 속 모습이 너무 어색해 당황스러웠다고. 하지만 그의 자녀가 용기를 줬다. “아무도 엄마만큼 엄마한테 신경 쓰지 않아, 그러니 그냥 쓰고 다녀!” 남편도 직장생활을 하는데 여자가 가발까지 쓰고 돈을 버는 이유가 뭔지 참 독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이겨냈다고 한다. 그는 2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성공은 노력과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건강한 개인의 생활을 유지하며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가족의 지지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가 성장해 자신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이해와 존중을 보여주며 엄마를 존경한다고 칭찬해 줄 때면 울컥한다.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


인생의 절반을 메리어트와 함께 보내며 얻은 모든 경험과 업적을 바탕으로 총지배인에 임명된 순간을 가장 자랑스러운 성취로 꼽은 송영주 총지배인은 “JW메리어트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 직속 상사가 남의 부탁을 거절하는 법이 없어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남들이 부탁을 하러 올 때는 수십 번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찾아오는 것’이라 말하며, 나에게 베풀 수 있는 위치에서 최대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 대답이 내 생활 패턴을 크게 변화시켰고,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려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상사의 위치에 올라가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운영 부서 담당 이사로 근무할 시절, 만일 새로운 메리어트 호텔이 오픈을 한다면 운영 책임자로 과연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한다. "이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기를 원했다."고 말한 그는 자신이 운영 담당 책임자로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그의 업무가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떠올리며 동기부여를 했다. 총지배인이라는 직책에서의 위치와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고, 과거의 노력과 같이 현재의 열정과 노력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임을 알고 있다고. "끊임없는 도전과 꾸준한 노력은 성공을 끌어내는 원동력"이며, 지금도 꾸준히 동기부여와 원동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호텔산업에서 섬세하고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업무에서 여성으로서 빛날 기회가 더 많음을 강조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한 책임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리더십 직책에 있는 이들이 현재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할 때,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말한 그는 “‘나’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여성 후배들에게 제언했다.  
 

 

 코모도호텔 경주 객실팀 진순희 과장 

“지역 호텔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되고 경쟁력 갖춘 

참신한 아이디어 구현 필요해” 

 

 

1988년 코모도호텔 경주의 전신인 웰리치조선호텔에 입사한 그는 올해로 36년째 장기근속 중이다. 호텔리어로서의 일이 적성과 잘 맞아 즐겁게 일하며 전문가라는 자부심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고 한 그는 “오래전에는 고객이 여러 문의를 한 뒤 이름을 물으면 ‘미스 진’이라고 답하곤 했다. 요즘은 이름을 궁금해하는 고객에게 '진순희'라고 알린다.”며 시대가 바뀌며 호명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이 인상적이라 전했다. 


“예전부터 코모도호텔을 자주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이 있다. 이들이 우스갯소리로 ‘아직도 계시냐, 고래 심줄이네.’라고 한다. 그 말에 함께 웃곤 한다.”며 고객과의 일화를 나눈 그는 암기력이 좋아 고객의 전화번호나 이름을 잘 외우는 것을 강점으로 꼽는다. 고객들이 “이런 것까지 다 기억해 주냐”며 감동할 때 할 때 오랫동안 근무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호텔리어로의 오랜 경험을 돌아볼 때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무엇일까? 진순희 과장은 “처음 입사할 당시만 해도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나도 입사 이래 이렇게나 오래 근무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현재가 있기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승진이나 업무 역할에 있어서부터 남녀가 구분되거나 여성이 배제되는 일은 아주 흔했다. 예나 지금이나 육아 문제가 기혼인 직장 여성에겐 직장인으로 남느냐 경단녀가 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예전 나의 세대가 고민한 문제를 후배들이 경험하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한편 지역 호텔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세계적인 연결망을 갖춰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호텔과 경쟁하기에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호텔만의 강점을 잘 살려낸다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호텔업이 다양한 채널로 형성되는 숙박업들의 도전에 좀 더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고 구축돼 앞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호텔 나루 서울–엠갤러리 김보미 예약실 & 레비뉴 팀장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언제나 끈을 놓지 말 것” 

 

 

2005년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의 프론트 오피스에서 첫 호텔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이비스 스타일 강남 등에서 예약실장, 레비뉴 팀장, 객실 팀장, 오퍼레이션 매니저 등을 두루 거쳤다. 호텔 나루 서울-엠갤러리에는 2021년 12월 프리 오프닝 멤버로 합류했다. 


호텔 레비뉴를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고객 수요와 경쟁 환경은 호텔 가격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 그는, “객실 요금 책정 시 수요 예측과 경쟁 호텔의 동향을 주시하며 가격을 조절하고 있다. 특히 행사나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할 시 예측 불가능한 수요 변동이 발생하므로, 이에 빠르게 대응하고 탄력적인 가격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고객들의 가격에 대한 반응을 예측해가며 가격 조절 시 신중하게 타협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로 빠져나가는 내국인 수가 높아졌는데 이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보미 팀장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 또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 말하며, 호텔 나루 서울–엠갤러리는 문화적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국가별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외국인 고객의 꾸준한 유입을 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국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특별 상품 런칭에도 주목하고 있는데, 런칭 이후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프러포즈 패키지는 로맨틱한 숙박 경험을 원하는 국내외 고객에게 특별한 호텔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그는 “레저 고객뿐만 아니라 여의도의 비즈니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과 혜택 또한 꾸준히 제공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성 인재에 대한 복지와 지원 정책이 점차 나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한 김보미 팀장은 “호텔 나루 서울–엠갤러리도 현재 유자녀 기혼 여성 직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고, 전체 리더 중 여성 리더가 50%로 구성돼 있다. 자녀를 기르고 있는 엄마로서 일과 라이프의 밸런스를 찾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일이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느낀다.”고 한다. 때문에 커리어와 가정에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언제나 끈을 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호텔 내부에서의 주기적인 교육과 여성 직원을 위한 지원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으니 여성 인재들이 모두 커리어와 삶의 균형을 잘 맞춰 성장했으면 한다.”며 여성 호텔리어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더 클래식 500 펜타즈호텔 유연 웨이트 트레이너  

“안팎으로 아름다워지고, 스스로 지키는 힘을 만들자.” 

 

 

대한보디빌딩협회 소속 보디빌딩 선수인 그는 세계 선수권에서 4위를 차지한 국가대표다. 그는 “트레이너는 필드에서 지도하는 실전형 실기 강사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체력과 더불어 트레이닝 분야의 방법론적 지식, 실기 경험까지 풍부하고 능숙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으로 다양한 운동 경험부터 지식을 쌓으며 충분한 연구와 함께 이 분야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 왔다.”고 말하며, “트레이너가 운동을 게을리하면 회원님들에게도 소홀하게 된다는 소신이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 꾸준한 운동, 경험, 연구 등이 저절로 몸에 남아 성장하게 됐다. 대회에서도 큰 꿈을 가지기보다 꾸준히 열심히 한 결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보디빌딩 선수이자 트레이너로서의 경험을 전했다. 


일대일 운동 처방 시스템을 갖춘 펜타즈호텔은 시니어타운 시설과 함께 운영 중이다. 때문에 고령자의 운동지도 요청 수요가 높다. 고령층의 뼈, 근육 상태 및 움직임 등에 초점을 맞춰 개인 특화 운동법을 선봬고 있다는 그는, “펜타즈 호텔에서는 트레이너 채용 시 다양한 경험 및 경력, 단정한 용모, 실력, 인성과 같은 자격 사항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따라서 검증된 트레이너에게 안정된 운동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장기 고객이 많아 한번 인연이 되면 오랜 시간 지도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트레이너가 회원 개개인에 따른 컨디셔닝이나 신체적 특징, 건강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호텔 피트니스 센터가 지니는 특화점으로 꼽은 그는 회원들 사이에서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서 있기조차 힘들어 수술 날짜를 기다리던 82세 여성 회원의 재활 운동을 함께한 결과 무리 없이 걸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먹거리를 꼼꼼히 고르고 규칙적으로 먹어야 건강하듯, 몸 안팎의 근육을 만들고 건강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컨디션을 만들어 꾸준히 운동해야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하는 그가 여성들에게 추천하는 운동의 핵심은 ‘안팎으로 아름다워지기’다. “운동을 시작하고자 하는 회원 개개인이 원하는 아름다운 몸,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피부도, 근육도 젊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 영양, 휴식 3박자가 균형있게 맞아야 한다. 그래야 탄탄하고 탄력적인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강과 운동에 대한 메시지를 물어봤다. 유연 웨이트 트레이너는 “여성도 당기는 힘, 미는 힘, 드는 힘, 차는 힘, 버티는 힘이 있어야 건강할 수 있고 힘든 상황에서 버티고 이겨낼 수 있다.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힘을 만들자. 당연히 무거운 것도 척척 들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INTERVIEW

 

“내 삶에 불어온 변화가 슬럼프 극복에 도움줄 것”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 이현정 지배인   

 

지난 2021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는 비건 인테리어와 관련 용품을 도입한 ‘비건 전용 객실’을 도입했다. 국내서는 최초였다. 한때 ‘비건 라이프’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비건 레스토랑, 비건 화장품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비건 객실이라고 하니 처음에는 다소 생소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무엇이 비건인가, ‘비건 라이프’를 우리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비건 퀴진과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칠 것인가. 친환경적인 것을 비건으로 통칭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의 이현정 지배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기획한 비건 전용 객실은 비건 인테리어와 관련 용품들로 채워져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디까지 비건을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시도였다. 이불과 베개 커버로는 친환경 ‘오코텍스(OEKO-TEX)’ 인증 제품을 사용, 동물성 충전재인 구스다운 대신 한국 비건 인증원에서 인증 받은 비건 충전재를 넣었고, 비건 객실 내 비치된 방석, 쿠션은 닥나무 소재의 ‘식물성 한지 가죽’ 제품이다.


이현정 지배인은 또한 클린 뷰티 브랜드 ‘수페(Soofee)’와 협업해 친환경 콘셉트 기반의 어메니티 교체를 기획하고,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론칭한 ‘NFT(W.XYZ) TF’로 활동하는 등, 워커힐의 새로운 시도와 굵직한 변화를 이끄는 콘텐츠 기획을 주도한 호텔리어다. 뿐만 아니라 사내강사 및 겸임 교수로 활동, 여전히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떤 계기로 호텔업계에 입문하게 됐나? 

 

유니폼이 좋았다. 호텔에 입사를 하고 싶어 관광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졸업할 당시 업계 침체로 구인을 하지 않았다. 여행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호텔리어로의 꿈은 여전히 안고 있었다. 때마침 워커힐에서 입사 지원서를 받고 있었고,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KBS에서 연락이 오더라. 당시 방영하던 <일요일은 101%>라는 프로그램의 ‘열린 취업 꿈의 피라미드’ 4기(쉐라톤 워커힐) 지원자로 면접을 보게 됐고, 전체 지원자 890명 중 최종 10명 안에 들어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6일 간 워커힐에서 합숙하며 여러 미션을 수행해야 했는데, 첫 번째로 입사가 결정됐다. 이후 워커힐에서만 20년간 근무해왔다. 
 

준비된 인재라 가능했던 일이 아닐지.

관련 학과로 진로를 결정한 계기가 있었다면?

 

호텔 붐이 막 일어나던 시점이었고,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조짐이 일었다. 대학교 재학 시절에는 신라호텔 의전을 뽑는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는데 임원 면점까지 올라갔다. 면접이 처음이라 새카맣게 옷을 입고 갔는데 몸도 엄청 말랐을 때라 “의전이 얼마나 어려운데 할 수 있겠냐.”고 묻더라. 그때 처음으로 ‘호텔 일을 하려면 유니폼을 입더라도 건강해 보여야 되는구나, 남들이 약해 보인다고 느끼면 내가 원래 잘 하는 것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졸업을 앞두고 미국 호텔에 인턴으로 취직해 메이드 일을 하며 업계 분위기를 익혔다.  

 

업계에서 잘 시도되지 않은 기획을 다양하게 추진했다.

국내 업계 최초로 판매된 비건 콘셉트 룸의 경우,

어떤 인사이트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올해로 근무 21년 차다. 손님을 만나는 일만 17년 가까이 했고, 하우스키핑으로 부서 이동이 이뤄졌다. 이 시점에 친환경 상품이 객실 쪽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마침 2010년 석사과정을 하며 작성한 논문이 그린 캠페인과 관련된 것이었고, 친환경 객실을 만들기 위한 좋은 기반이 됐다. 


사실 호텔은 돈을 쓰게끔 하는 곳이지 않나. 처음에는 고객에게 절약을 하게 만드는 것이 맞는가 싶었다. 그러던 중에 비건 트렌드를 접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국내에는 어떤 선례도 없었기 때문에 기획 초반의 모든 과정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처음은 언제나 어렵다. 협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기획 과정에서 찾아보니, 이미 다른 업계에서 조금씩 시도를 한 흔적이 있었다. 아예 맨땅에 헤딩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한지 가죽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모 자동차 업체에서 한지 가죽을 사용하고 싶어 이미 테스트를 몇 번 거쳤다더라. 협력업체들도 특급 호텔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줘서 정작 구현되는 과정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수페’와의 협업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한다.

친환경 어메니티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일회용품 사용 규제 관련한 정부 발표가 처음 나오고나서, 하우스키핑 쪽에서는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대용량 디스펜서로 교체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수에즈 운하 선박 고립 같은 이슈로 쉬핑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큰 단위의 호텔에서는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맺어버리기 시작했다. 사실 유명 브랜드를 가져오면 그 인지도 때문에 내부에서도 편하고 고객 만족도 역시 높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물량 조달에 있어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 리스크를 안고 가지 말고 차라리 다른 방향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수페는 개인적으로 사용 중이던 브랜드였고, 고객들에게 선뵈기 좋을 것 같아 협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제안한 사람이 진행도 하는 법. 그렇게 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비건 콘셉트 룸, 친환경 어메니티 등 호텔에서의

친환경 실천에 대해 고객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건 콘셉트 룸의 경우, 세일을 시작하고 나서 반 년 가량 코멘트를 받아봤다. 국내에선 이런 곳이 아무 데도 없기에 비건인 고객은 당연하게도 반응이 너무 좋았고, 비건 트렌드에 대해 궁금해서 체험 삼아 찾아오는 고객은 세세한 부분들까지 비건이 녹여질 수 있다는 부분에 놀라워 하더라. 외국인 고객뿐 아니라 국내 수요도 꽤 있었다. 비건이 ‘트렌드’는 아니게 됐지만 전에 비해 많이 보편화 돼가는 추세인데, 지금은 그래서 상징적으로 객실을 유지하고 있다.   


고객의 성향에 맞추면서 친환경을 끌어나가기는 어렵다. 다만 지속적으로 개도하고 안내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호텔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할 수 없는 것, 가령 한지 가죽으로 소파를 만드는 등, 기업 차원에서의 시도를 고객이 경험했을 때, 호텔을 떠나 일상에서도 관심갖고 새로운 실천이나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커뮤니티형 호텔 멤버십 ‘W.XYZ’의 기획 TF에도 참여를 했다.     

 

내부에서 보다 차별화된 멤버십의 기획을 원할 때였다. 호텔 자체적으로 NFT 상품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때마침 취미로 하던 디지털 드로잉을 NFT 마켓에 직접 판매하고 있었다. NFT 관련 기획을 하는데 실제 판매를 해 본 경험자도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객실팀 대표로 TF에 합류하게 됐다. 직접 NFT를 발행해 본 사람이 참여하면 아무래도 도움이 될 테니. 커스터마이징된 NFT를 만들기 위해 48명의 고객과 일일이 인터뷰하며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끌어내고자 했다. 그렇게 각각의 고객에 맞는 48개의 NFT를 발행했다. 이것으로 팬덤이 형성돼 커뮤니티성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성 호텔리어로 일하며 경험한 가장 큰 도전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런 얘기는 안 하고 싶었다. 출산과 육아를 일과 함께 병행하는 모든 여성이 겪는 일이니까. 하지만 여성들의 인생에서 여전히 큰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것이 결혼과 출산, 육아다. 결혼하고서는 자기 일을 유지할 수 있지만, 출산을 하고 육아를 맞닥뜨리면 가장 먼저 놓는 게 자기 일이다. 그래서 그게 가장 큰 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가 중학교 올라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아이가 3살 때 그만두지 않은 게 다행이었고, 초등학교 들어갈 때 그만두지 않은 게 다행이었더라. 질문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과연 무슨 도전을 했나. 엄마로서, 엄마이자 사회인으로 살아온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고비가 왔을 때마다 어떻게 넘겼는지 말해달라. 

 

입사하고 5년 차 정도 됐을 때 슬럼프가 왔다.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실 환경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럴 때 보통 이직을 많이 하는데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대학원에 갔다. 어차피 회사는 내가 못 바꾸니 내 삶이라도 바꿔보자는 마음이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결혼을 하게 됐고, 결혼이라는 터닝 포인트를 받아들이는 사이 슬럼프는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컨시어지 주임으로 있을 당시 아이가 많이 아픈 날이 있었다. 그런데 주니어 컨시어지도 계속 바뀌었다. 안정되는 것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 그때 진지하게 사직을 고민했다. 그런데 엄마가 물으시더라. 사직서를 내면 퇴사일까지 얼마를 더 다녀야 하냐고. 보통 한 달은 걸릴 것이라고 했더니, 그럼 그 한 달 사이 나의 힘듦이 또 지나간다던 말이 지금까지도 기억난다. 그렇게 ‘한 달만 버텨보자’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20년이 지났다. 

 

사내 강사로도 활동 중이라고 했다.

후배 호텔리어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회사에서 슬럼프가 왔을 때, 회사를 바꾸려고 생각하면 근간이 흔들려서 본인만 힘들다. 그래서 나는 개인을 바꿔보라고 말한다. 성향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환경을 말이다. 연애를 하든, 대학원이나 학원을 다니든, 새로운 것을 통해 내 삶을 바꿔야 리프레시가 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대학원에 갔고, 그러다 결혼이라는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고, 출산 후 사내 강사를 시작하게 됐고, 그렇게 여러 변화를 겪는 동안 회사 안에서도 나름의 변화가 생겨났다. 그렇게 버텨 나가보면 좋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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