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새벽이면 비몽사몽간에 이불을 잡아당기게 됩니다. 꿈속에서도 ‘아 벌써 겨울이 오면 안 되는데...’라며 침대 안으로 침입하는 가을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향해 투덜댑니다. 천고마비의 유래는 은나라 때 흉노족의 침입과 관련 있다고 합니다. 흉노족은 2000년 동안 중국의 각 왕조와 백성들에게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척박한 초원에 살면서도 유목 생활을 하는 이들은 말에 의한 기동력으로 오랜 기간 위협의 대상이 됐습니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 들어와 약탈을 일삼곤 했는데요. 유목민인 ‘흉노족’에게는 겨울이 가장 두려운 계절이었습니다. 초원이 얼어붙는 고난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늘 흉노의 침략을 두려워하던 북방 지역의 중국인들은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찔(천고마비)가 가장 두려워!”라고 푸념했는데, 이것이 천고마비의 유래가 됐다고 합니다. Scene 1 # 계절의 변화는 지구의 공전을 통해서 생겨납니다.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의 남중 고도와 밤낮의 길이가 달라져 생기는 현상이지요. 하루에 1도씩 365일을 끊임없이 경주하면 결국 제자
Prologue # 베란다 사이로 걸쳐있는 알프스의 만년설을 구름이 우산처럼 덮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정든 옛 집에서 조금 더 외곽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깨끗하고 확장된 새로운 집으로 옮기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섭섭함이 몰려옵니다. 사람만큼이나 집도 정이 드나 봅니다. 햇살이 스며든 창문을 열자 동공 안으로 삼각형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장관이 빨려오듯 들어옵니다. 복잡했던 마음도, 겨울의 쓸쓸함도 이내 고요해 집니다. 자연의 설계자에 대한 경탄과 함께 말이죠. Scene 1 # 알프스는 유럽 중부에 있는 산맥으로, 동쪽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와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독일을 거쳐 서부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위치한 몽블랑입니다. 알프스(Alps)는 산을 뜻하는 켈트어 또는 백색을 뜻하는 라틴어가 어원입니다. ‘희고 높은 산’이란 의미로 불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보통 알프스라고 하면 스위스의 절경 또는 프랑스의 몽블랑을 연상시키기 쉽지만, 이탈리아의 산맥은 1200km에 이르는데, 이는 전체 산맥의 약 27.3%를 차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