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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화)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Feudi Bizantini

 

2023년 2월의 가장 반가운 소식은 대부분의 장소에서 코로나 감염병 예방용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이 아닐까? 감염병의 위험도 많이 줄어들어 해외 여행도 자유로워졌다. 마음이 들뜬 필자가 가장 먼저 '마음으로' 달려간 곳은 이탈리아 동편의 아브루쪼 지방이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영동 지방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높은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곳, 필자가 가장 가고 싶은 곳, 와인 인심도 넉넉한 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유럽 최강 청정 지역, 아브루쪼(Abruzzo)


아브루쪼는 이탈리아 20개 행정 구역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곳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오지여서 그렇다. 이탈리아 중동부에 있는 지방이며, 로마로부터 동쪽 100km 거리, 아펜니노 산맥 능선부터 시작해 아드리아 해안을 접한다. 이탈리아 지형은 중부 이남의 국토를 세로로 달리는 아펜니노 산맥으로 인해 서부와 동부로 나뉘는데, 아브루쪼는 그 동편에 위치한다. 우리나라의 울진군 정도에 해당되는 위치다. 서부는 산악 지형으로서 아펜니노 산맥에서도 가장 높은 산인 그란사소(Gran Sasso, 2912m)와 마옐라(Majella 2793m)와 같은 고원 지대로, 영역의 1/3이 국립공원과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유럽 최고 청정 지역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영토의 대부분이 산지이거나 구릉이어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울퉁불퉁한 지역이며, 특히 이 지역에서는 아펜니노 산맥과 그 지류의 산세가 ‘ㄷ’자로 형성이 돼 있어서, 골짜기마다 고유한 와인 테루아를 가진다.


아브루쪼 지방의 포도밭 면적은 3만 3500ha 정도인데, 와인 생산량은 400만hl로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은 편이다. 대다수 남부 지방의 와인 산업의 특성이 그렇듯 공동생산조합 위주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아브로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평균 소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 예로, 이웃 토스카나(Toscana) 지방의 40%도 안되는 포도밭 면적을 가지고, 토스카나보다 1.5배나 더 많이 생산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가족 단위의 생산자들이 각 테루아의 특징을 살린 와인들을 생산 시판하고 있어, 이탈리아 와인 세계의 다채로움에 기여하고 있다. 이 달의 주인공 페우디 비잔티니가 그렇다. 

 

 

 

비잔틴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양조장, 페우디 비잔티니~!


페우디 비잔티니(Feudi Bizantini) 와이너리는 아브루쪼 지방의 가장 남쪽 해안가 지역인 끼에띠(Chieti) 군의 해안 도시인 오르또나(Ortona)에서 내륙으로 약간 들어간 인근 마을 크레끼오(Crecchio)에 세워진 작은 농장이다. 멀리 아펜니노 산맥의 높은 봉우리 만년설이 보이고, 다른 편으로는 아드리아해가 느껴지는 극적인 테루아를 가진 곳이다. 고산 지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들판의 산들바람 그리고 온화한 바닷 바람이 모두 포도밭의 포도를 어루만져주는 테루아에서 자라는 포도는 매우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지녔다. 이러한 지형 특유의 자연 조건에 매료된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들에 의해 2010년 6월 비잔티니가 설립됐고, 역사는 짧지만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최근 많은 수상 내역을 확보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젊은 와이너리다. 모 회사는 지역 대표 농장인 테누타 울리쎄(Tenuta Ulisse)로서, 생산 시설을 공유하고 있다.  

 

 

 

비잔티니의 청정 테루아와 와인 철학


크레끼오 마을은 해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짜기 절벽에 세워진 중세 마을이다. 중앙에는 비잔틴 제국 시절 영주의 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고, 마을은 정상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몇 개의 골짜기를 지나면 높은 지대에 잡은 테라스 구릉지대가 나오고 포도밭이 멋지게 조성돼 있다. 깊은 석회암 층위에 자리잡은 토양은 가벼운 모래와 점토가 상부토를 구성해 물빠짐이 좋고 온화한 지온을 유지한다. 석회질에서 유래한 높은 산도와 이탈리아 남부 태양이 주는 감미로운 과일향 그리고 아드리아 해안 바람이 불어다 준 짭쪼름한 미네랄 기운이 크레끼오 지역 와인의 기본 특질을 형성한다. 아울러, 유럽 최고의 청정 지역인 아브루쪼 지방에 자생하는 수많은 야생초들이 뿜어내는 허브 향과 들꽃들이 내는 오묘한 꽃향기에 취한 포도는 그 기억을 와인에도 각인시켜, 페우디 비잔티니 와인의 최종 복합미를 완성한다. 


현재 비잔티니 와이너리는 경영주 루이지 안토누치(Luigi Antonucci)를 중심으로 양조를 담당한 동생 안토니오 안토누치(Antonio Antonucci)와 수출을 담당한 마르꼬 디 파올로(Marco di Paolo)가 주축이 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몬테풀치아노, 뻬꼬리노 등 아브루쪼 지역의 품종과 고유한 테루아, 그리고 와인 양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금의 우수한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해 ‘몬테풀치아노, 일 라브도만테’ 와인처럼 7년 연속 루카 마로니 평점 98점을 기록하며 와인 전문가와 와인 애호가가 사랑하는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럼, 국내에 수입되는 페우디 비잔티니의 와인을 시음해 보자.

 

몬테풀치아노, ‘떼레 데이 루미’ Montepulciano, Terre dei Rumi

 

 

아브루쪼 지방의 대표 레드 품종인 몬테풀치아노 품종으로 만든 페우디 비잔티니 와이너리의 가장 상징적이고 기본적인 와인이다. ‘떼레 데이 루미’는 브랜드 뀌베 명칭이며, 원산지 명칭은 Montepulciano d’Abruzzo DOC다. 이 원산지 명칭은 마치 산죠베제로 만든 Chianti & Chianti Classico DOCG와 비슷한 성격과 품질을 갖는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가성비 좋은 레드 와인이라는 의미다. 필자가 시음한 떼레 데이 루미, 몬테풀치아노 2019 빈티지 와인은 몬테풀치아노 품종 100% 와인으로서, 수확한 포도는 20°~25°C의 온도에서 15~20일간 발효와 침용 과정을 거쳤다. 이어 일부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시킨 후, 병입 전에 블렌딩해 약간의 오크 뉘앙스로 인한 복합미를 추구했다. 자줏빛 뉘앙스가 돋보이는 짙은 루비 색상을 보이며 맑고 투명하다. 


자두와 레드 체리향이 기본으로 깔리며, 화사한 블루베리와 성격있는 블랙커런트가 조화를 이루며 향긋한 부께를 형성했다. 향의 후반부에는 개암과 구운 아몬드, 황야의 허브 향도 올라온다. 산뜻한 산미에 드라이하며 깔끔한 미감의 미디엄 보디 와인으로서, 부드러운 타닌 질감과 안정된 구조감을 보이는 기분 좋은 레드 와인이다. 알코올은 13.5%vol으로 음식을 동반하기에 최적이며, 음용 온도는 16~17°C 정도가 좋겠다. 볼로냐식 스파게띠, 구운 통닭 요리, 유럽식 소시지 구이, 바비큐 파티에 편하게 어울릴 만능 재주꾼 와인으로 소용이 많은 레드가 될 것이다. 레이블은 까만색 바탕에 강렬한 빨간색 12개 도트 프린트가 눈에 띄며, 제품 정보 전달이 매우 명료하다. 가격이 매우 매력적이니, 칠레 와인 가격에 이탈리아 와인을 살 수 있다.

Price 3만 원대

 

몬테풀치아노, ‘빠소피노’ Montepulciano, Passofino

 

 

산죠베제 다음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는 이탈리아 품종이며, 아브루쪼 지방의 대표 품종인 몬테풀치아노의 기원과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토스카나 지방에서 유래댔다는 얘기도 있고, ‘Sangioveto’가 동의어로 등장하는 자료도 있기는 하나 정확치 않다. 다만, 토스카나의 유명한 산죠베제 와인 산지인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DOCG)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만숙종이며 다수확종이고, 산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타닌이 부드러워서 대부분의 음식에 무난하게 맞출 수 있는 효자 품종이다. 병입 후 오래 보관하지 않고 일찍 마실 수 있는 편이다. 무난한 가격은 덤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사랑받는 이유다. 비잔티니 와이너리의 새로운 브랜드 ‘Passofino’는 회사의 플래그십 와인으로서, 설립자 니꼴로 안토니오 안토누치(Nicolo Antonio Antonucci)에게 헌정된 와인이다. 그의 완숙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양조 손길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레이블에서 기하학 디자인 육각형 도안 안에 빨간 줄과 검은 줄의 라디에이션 방사선 디자인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병 생김새가 특별하다. 보르도 병을 위에서 누른 듯한 땅딸한 병 모양으로, 매우 단단하고 특별해 보인다. 회사에서도 그런 지향점을 두고 특별한 모양의 병을 사용했다고 한다. 필자가 시음한 몬테풀치아노 빠소피노 2020 빈티지는 짙은 흑적색에 자줏빛 뉘앙스가 매우 선명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칼라를 느낄 수 있었다. 검은 체리와 블루베리의 향긋한 베리향과 커런트 류의 야생 베리향이 교차하는 미묘한 과일 부께에 은은한 정향과 아니스 향신료 풍미가 깃들어 있으며,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아, 품종 본연의 순수한 표현을 강조한 브랜드 취지가 공감되는 부께다. 부드러운 산미와 당도, 짙은 과일의 농축미, 힘있는 알코올, 충분한 보디감에 안정된 구조를 얹혀 이 회사의 ‘Rumi’ 와인과 ‘Rabdomante’ 와인의 중간 특성을 경험할 수 있는 몬테풀치아노다. 토마토 라구 파스타, 살루미 핏자, 광양식 불고기, 한우 구이,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릴 가장 무난한 중간 품질의 레드다. 


루카 마로니 94점, 독일 마이닝거에서 개최된 제30회 Grand International Wine Award(Meininger 2022) ‘Gold’ 수상, 2022 New Zealand International Wine Show ‘Gold Medal’ 수상에 빛나는 와인이다.


Price 5만 원대

 

몬테풀치아노, ‘일 라브도만테’ Montepulciano, Il Rabdomante

 

 

‘일 라브도만테’ 뀌베는 비잔티니 와이너리의 가장 상징적인 아이콘 와인으로서, 아브루쪼 지방 몬테풀치아노 품종의 진수를 보여주는 멋진 와인이다. 먼저, 뀌베 이름 풀이부터 하자면, ‘Rabdomanti del Vino’는 ‘Wine Diviners’라고 해석되는데, 원어로는 ‘예언자’ 쯤으로 해석되지만, 필자는 “좋은 와인 생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몰입하는 열정, 본능적 육감을 가진 타고난 와인메이커” 정도로 풀이하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비잔티니 생산자들은 이런 열정을 레이블에 담았으니, 승리의 V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필자가 시음한 라브도만테 몬테풀치아노 2019 빈티지는 비잔티니 소유 포도밭 중 최고인 란치아노(Lanciano), 쥴리아노(Giuliano), 테아티노(Teatino) 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사용했다. 수확한 포도는 ‘떼레 디 루미’ 보다 약간 더 높은 온도인 24~26°C의 온도에서 15~20일간 발효와 침용 과정을 거쳤다. 이어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을 적절히 섞어 와인을 오크통에서 9~12개월간 숙성시킨 후, 병입 전에 블렌딩해 고도의 복합미를 추구했다. 프랑스산 오크는 보다 정밀하고 빳빳한 타닌을 주며, 미국산 오크는 보다 온화하고 감미로운 향을 제공해 준다고 알려졌다. 짙은 흑적색 루비 색상이 매우 심원하게 느껴지는 외모가 범상치 않아 보이니, 향과 부께에서 일반급 몬테풀치아노 레드의 풍미를 뛰어넘는 복합미를 뿜어낸다. 잘 익은 산딸기와 크랜베리, 블랙베리, 오디 향이 특별하며, 바닐라, 토스트, 삼나무 향의 이국스러움을 바탕으로 묵직한 감초와 후추, 정향의 향신료 터치까지 매우 만족스러운 복합미를 연출한다. 잘 익은 과일의 풍미로 인해 입안에서 부드러운 드라이감이 나타나며 높은 산미와 깔끔한 조화를 이룬다. 벨벳 타닌감에 미디엄 보디의 비중감과 14%vol 알코올이 주는 적절한 힘의 균형감이 잘 안배됐다. 안정된 구조미에 긴 피니시를 가졌으니, 향후 4~5년에 걸쳐 꽃 피울 맛난 레드다. 


필자는 특별히 집에서 올리브유에 구운 등심과 함께 시음했는데, 최적의 궁합을 보여 줬다. 숙성된 뻬꼬리노 양젖 치즈나 양갈비 구이 등과도 잘 어울리겠다. 이탈리아 와인 평가에 있어 최고의 권위자 중 하나인 루카 마로니가 98점을 7년 연속 부여했다는 기록이 당연히 느껴지는 테이스팅이었다.


Price 8만 원대

 

떼레 디 끼에띠, ‘빠소피노 뻬꼬리노 (Terre di Chieti IGT, Passofino, Pecorino)

 

 

이름도 특별한 뻬꼬리노 청포도 품종은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의 동편에서 주로 재배돼 마르께(Marche)와 아브루쪼 지방이 주산지다. 20세기 중반까지 거의 멸종됐다가, 1980년대 이후 몇몇 생산자들이 묘목을 구해 부활시킨 영웅적 스토리를 가진 청포도로서, 그 덕분에 현재 이탈리아 중부 지방에서 멋진 화이트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높은 산미와 청량한 미네랄을 즐길 수 있는 화이트를 생산한다. 


‘작은 양’이라는 뜻의 이름은 동명의 ‘뻬꼬리노’ 치즈를 연상시키지만 특별한 관련은 없으며, 아마도 지역에서 양들이 즐겨 뜯어 먹었던 포도였기에 그렇게 불렸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필자가 시음한 빠소피노 뻬꼬리노 2021 빈티지 와인은 석회암 토질에서 자란 10~15년생 수령의 포도나무로부터 손수확한 포도를 사용했다. 수확된 포도는 시원한 터널에서 온도를 낮추고, 곧바로 압착해 14°C 정도의 저온에서 1~2일 둬 정제했으며, 8~11°C의 저온에서 발효를 이어갔다. 이후 중성 용기인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3개월 정도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병입했다. 밝고 맑은 노란색이 돋보이는 뻬꼬리노 화이트 와인은 글라스에서 상큼한 레몬과 라임 향으로 자극을 준 뒤, 우아한 복숭아향과 이국적인 파파야 열대 과일향을 거쳐 너트류 풍미를 저변에 깔며 이탈리아 중부의 고급 화이트 와인의 개성을 보여 준다. 드라이 당도에 예민한 미네랄을 동반한 높은 산미 그리고 입안을 어루만지는 쌉쌀한 광물질감이 13%vol의 알코올과 함께 힘을 갖는 근사한 화이트 와인이다. 


도미, 방어회나 제철 생선 요리, 조개 구이, 봉골레 파스타, 가벼운 튀김류, 다채로운 샐러드 등의 음식에 추천한다.


Price 5만 원대
사진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 1588-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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