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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일)

호텔&리조트

[Hotel Specialist] 대체 불가한 아티스트의 길,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 최정하 총주방장

 

주방은 뜨거운 불과 칼이 오가는 공간이다. 위험천만한 곳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다면 고객이 주문한 요리를 시간 내 완성하는, 즉시성이 오가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주방 외에도 이렇게 즉시성이 필요한 장소가 있을까? 고객들과 소통하며 어울리고 즉시 피드백을 반영해야 하는 바의 DJ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기 현장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맛있는 음식을, 때로는 왁자지껄한 호텔의 루프톱 바에서 맛있는 음악을 제공하는 셰프가 있다. 바로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의 최정하 총주방장이다.

 

인터뷰는 4층에 위치한 차르에서 진행했다. 클래식한 웨스턴 스타일에 한국적인 터치를 가미하는 차르는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이하 라이즈 호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모던하고 개성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곳 차르와 루프톱 사이드 노트 클럽에서 디제잉을 선보이는 최정하 총주방장(이하 최 총주방장)은, 밝고 쾌활한 매력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특히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스테이지 체질’이라며 다양한 포즈를 선보였고, 새로운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올해 1월에 라이즈 호텔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그 전의 이력을 말해준다면?
필리핀 마닐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인도 뉴델리, 중국 마카오, 몰디브, 제주도까지 6개국에서 16년 동안 근무했다. 샹그릴라 호텔, 메리어트 등 글로벌 특급 호텔 및 여러 카지노 복합 리조트 호텔에서 일했으며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동남아 퀴진 섹션을 빠짐없이 수행했다. 평소에 홍대 문화를 좋아하는데다가, 서교호텔 시절부터 터줏대감이라는 인상을 받고 있었다.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라이즈 호텔에 지원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는 차르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맡은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늘 조식 뷔페를 오픈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많은 투숙객이 오가는 터라 가장 바쁜 시간일 때인데, 주방을 진두지휘하면서 직원들을 돕는다. 이후에는 매일 오전에 모이는 전 부서 임원 미팅에 참석, 하루의 일과와 특이사항을 보고한 뒤 연회장, 베이커리, 루프톱 바를 순찰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루의 식재료 수량, 퀄리티 및 직원들의 동선 등 여러 상황을 파악한다. 주방 점검을 마친 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 계획을 세운 뒤 차르의 런치 오퍼레이션과 디너 오퍼레이션을 본다. 그리고 한 달에 두 세 번씩 사이즈 노트 클럽에서 디제잉으로 고객들과 소통하는 중이다.

 

 

"요리와 음악, 내게는 둘 다 중요하다"

 

주방 일과 디제잉을 같이 선보인다는 게 특이하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 어울리던 친구들이 다들 힙합 문화를 좋아했다. 자연스레 나도 따라서 즐기게 되더라. 당시 하이텔과 나우누리를 쓰던 시대였는데(웃음), 현재에도 활동 중인 유명 래퍼가 수장으로 이끄는 힙합 동호회에 가입하게 됐다. 지하 연습실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가사를 쓰고 랩을 했다. 크루 단위로 앨범을 내기도 하고, 모 힙합 페스티벌에서 본선에 진출하고 상을 받기도 하는 등 여러 활동을 선보였다. 대학에 가야한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했을 거다(웃음). 그때부터 디제잉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힙합과 디제잉은 스케이트 보드 문화와 닿아있다. 음악을 금지 당하니 스케이트 보드를 탔다(웃음). 그 분야 지인들이 많이 갖는 자유로운 취미다. 나도 보드를 즐겼고, 지인들과 어울리고 배우면서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힙합 문화와 디제잉 문화가 비슷한 구석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호텔에서의 디제잉은 이런 내 음악적 취향과 특기를 살려 고객들과 소통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호텔에서도 흔쾌히 허락을 해줘서 정기적으로 곡 리스트를 고르고 작업해 선보이는 중이다.

 

그렇다면 음악이 아니라 호텔 주방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원래 관광과 여행을 좋아했다. 음악을 쭉 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고, 관광과 호텔, 외식에 관심이 많아 호텔경영학과에 지원하게 됐다. 프론트, F&B 홀 서비스, 수영장 등 많은 부서에서 실습을 진행했지만 특히 조리부가 와 닿았다. 주방을 오가며 쉼 없이 움직여야 하니 활동성이 있었고,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아티스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리핀 교환학생 때 6성급 복합리조트에서 조리부 생활을 시작, 지금까지 즐겁게 업무를 해나가고 있다. 

 

”요리와 디제잉은 둘 다 아티스트의 영역
서로 영감을 주고 있어”

 

디제잉을 한다고 했을 때 호텔의 반응은 어땠나?
셰프 면접을 볼 때부터 디제잉을 할 수 있다고 어필했기 때문에, 호텔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실제로 DJ를 뽑는 기회가 있어 직접 지원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라이즈 호텔에서 가장 원하는 포인트는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캐릭터가 있는 직원이다. 고객에게 라이즈 호텔이 젊고, 힙한 호텔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유니크한 강점을 가진 직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DJ를 한다고 했을 때 말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검증을 거쳤다. 총지배인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홍대 스트리트 문화와 힙합 문화를 좋아하고, 오래된 리스너기도 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제이썬 전 총지배인이 미국으로 발령이 나기 전 열린 파티에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엄격한 검사 끝에 오케이를 받은 거다(웃음).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힙합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는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는 당연히 좋아한다. 투팍은 라이즈 호텔의 로비의 조형물에 영감을 줬을 만큼 위대하고(웃음). 최근에도 힙합 프로그램은 웬만하면 챙겨보고, 딥플로우나 팔로알토 등 한국 힙합 가수들의 노래도 즐겨 듣는 편이다. 프로그램과 음악을 꾸준히 들어야 디제잉의 퀄리티도 높아지기 때문에 늘 여러 노래와  퍼포먼스를 접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셰프 업무와 디제잉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것 같기도 한데.
물론이다. 셰프와 디제잉 둘 다 아티스트의 영역이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다. 셰프는 하나의 요리를 창작할 때 오감을 생각해야 한다. 플레이팅과 색감 등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악 및 배경까지도 고려하며 만들어야 하는 섬세한 직업이다. 또한 이제는 셰프가 단순히 뒤에서 음식을 조리할 뿐만 아니라 음식의 콘셉트를 만들고, 소개 또한 잘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일종의 ‘무대 경험’을 공유한다고 느낀다. 


또한 내가 사이드 노트 클럽 루프톱에서 디제잉을 하지 않았다면, 그 공간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다. 그저 정해진 가이드라인대로 음식을 만들어 제공했을 텐데 디제잉을 선보이니 그곳을 즐기는 손님들의 특성이나 인기가 많은 음식, 음악과 잘 어울릴 법한 음식을 구성하게 되더라. 내가 총주방장인지 모르기 때문에, 또 다른 시야로 고객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음식은 이렇게 먹는 걸 더 좋아하시는구나, 이 메뉴는 바에서 불편한 메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메뉴 개발에 자연스럽게 영감을 준다. 


특히 디제잉의 경우 선곡하는 사람이 하나씩 분류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이번 9월에 리뉴얼한 차르의 메뉴에도 영향을 줘서 모든 음식의 원재료를 인하우스로 제작하기로 했다. 파스타 건면을 사용하지 않고 파스타 생면과 홈메이드 소스를 만들어서 음악을 고르듯이 조리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사이드 노트 클럽의 바 메뉴도 리뉴얼 했는데, 해당 층에 주방이 없다 보니 한결 심플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해당 바를 찾는 고객들의 성향과 음악의 종류에 따라 재미있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선보일 계획이다.

 

자신 있는 스타일의 음식은 무엇인가?
창의적인 음식과 다양성! 전에 일했던 호텔이 제주도에 위치해 있어, 나의 스토리를 살려 차르 메뉴를 리뉴얼했다. 연어 스테이크와 감귤, 녹차 소스, 오징어 먹물로 크루통을 홈메이드로 만들어 현무암처럼 올리고 직접 만든 빵을 제주 푸른콩 소스에 찍어 먹도록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한 그릇에 참치를 3종으로 내어 한 가지는 스테이크, 한 가지는 타다끼, 한 가지는 간장 소스에 재운 것으로 구성해 재미있는 콘셉트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이것도 셰프와 DJ의 공통적인 입장으로 말할 수 있다. 셰프도 음식을 대접해야 하니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하고, DJ도 늘 행복해야 하는 직업이다. 다시 말해 고객들의 표정과 태도를 면밀하게 읽고 센스 있게 응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보통 컴플레인이 많은 고객들이 오면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데, 오히려 나는 잘 접대하는 편이다. 어떤 것이 부족한지 들어 보고 일대일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며, 즉시성을 발휘해 레시피를 발전시켜 제공해 보기도 한다.


또한 몰디브에서 근무할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프라이빗 갈라 디너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도 몰디브에서 유명한 참치 요리와 같이 디제잉을 같이 선보였는데, 요리의 재미있는 요소와 디제잉, 스타일리쉬한 점들이 많아 만족했다는 코멘트를 받은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향후 업무 계획에 대해 한 마디 부탁한다.
요리, 힙합, 디제잉 외에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업무를 잘 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고, 또 고도의 지구력과 체력을 요구하기에 운동에 좋다(웃음). 그런데 사실 업무와 비슷한 점이 있다. 셰프라는 직업은 지구력이 많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내가 내 것을 해보이고 재깍 피드백도 들을 수 있으니 마치 보드를 타는 것처럼 날아다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밑에 있을 때는 정말 컴컴하다. 일은 힘든데 연봉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인내심에 한계가 느끼기 마련이다. 이처럼 견디면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보드와 일의 공통점이라고 느낀다.


이처럼 나만의 독창적인 방법을 바탕으로, 초반의 감정을 되새김질하며 롱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라이즈 호텔 안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메뉴를 만듦과 동시에 훌륭한 디제잉을 선보이며 어디에서도 겪지 못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최 총주방장은 독창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인터뷰 중에도 리드미컬한 손동작이 돋보였고, 요리, 디제잉, 음악 등 좋아하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을 빛내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들려줬다. 스트릿 패션과 여러 소극장, 공연장이 위치한 홍대 거리와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재미있고 색다른 특기를 가진 셰프인 만큼, 앞으로도 독특하고 세련된 메뉴와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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