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열차 여행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최근 열차 여행을 모티브로 한 호텔 또는 이와 관련된 상품들이 하나둘씩 소개되면서 이제 하나의 관광 아이템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디자이너 빌 벤슬리는 태국의 인터컨티넨탈 카오야이 리조트에서 철도 테마의 객실을 제작, 버려진 기차를 고급 스위트룸으로 업사이클 해 기차 여행의 황금기를 연상시키는 숙박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벨몬드 호텔 그룹과 이들이 소유한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열차와 상표권을 인수한 LVMH 그룹에서는 뵈브 클리코의 250주년 기념행사나 크리스챤 디올의 스파와 함께하는 럭셔리 열차 여행 등 LVMH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호텔 그리고 열차를 컬래버레이션을 해 경험으로서의 럭셔리 여행을 완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와 같은 빈티지 열차를 타고 각 도시의 럭셔리 호텔을 방문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여행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어마 무시한 가격으로 지금껏 쉽사리 이루기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 이 버킷리스트가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 바로 베트남 중부 럭셔리 리조트인 아난타라 호이안(Anantara Hoi An)과 중남부에 위치한 아난타라 꾸이년(Anantara Quy Nhon)를 잇는 더 비엣티지(The Vietage)를 타고 럭셔리 열차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빈티지 철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열차인 더 비엣티지는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6개의 부스석에 총 12명의 승객을 태우고 다낭에서 꾸이년(또는 반대로)으로 매일 달리며 약 6시간의 여정 동안 베트남 중남부의 자연을 즐기면서 코스 요리를 만끽할 수 있다. 거기다 무제한 와인과 맥주, 그리고 마사지 체어가 마련돼 있어 1인당 무료 마사지 30분의 서비스가 패키지 안에 포함돼 있다. 열차는 아난타라 호텔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호이안과 꾸이년의 호텔과 패키지로 이용하는 경우 열차 예약의 우선권과 요금 할인이 적용된다.
특히 다낭과 냐짱의 중간에 위치한 꾸이년은 한국인들에게 아직 생소한 지역이지만 베트남인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해변 관광지로 아직 때묻지 않은 바다와 아름다운 일출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또한 11세기 무렵 베트남의 참파 왕국의 수도로 베트남 중부에서 가장 많은 참파 유적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꾸이년까지 직항 전세기만 운영 중이라 대부분 골프리조트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더 비엣티지 열차는 호이안과 꾸이년 두 곳의 아난타라 리조트가 위치한 지역만을 연결하고 있지만 5월부터는 꾸이년에서 나쨩도 연결될 예정으로 얼마 전 사전 예약도 시작됐다. 앞으로 사막 투어를 즐길 수 있는 남부의 무이네(Mui Ne)에 위치한 아난타라 무이네(Anantara Mui Ne)나 자매 호텔인 베트남 북부의 아바니 하이퐁(Avani Hai Phong)까지 연결시킨다면 언젠가 럭셔리 열차로 베트남 남북 일주까지도 가능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