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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금)

[Theme Inbound] 뻔한 전통문화유산 관광? - ‘Fun’하게 만들자!




전통문화유산은 각 나라의 역사와 고유문화 등이 담겨있는 고전적인 관광콘텐츠다. 하지만 한류나 쇼핑처럼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힘들어 관광콘텐츠 개발 속도가 더뎠다. 또한 ‘해외 관광지에 비해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은 규모도 작고 구경할 것이 없다.’는 자국민들의 과소평가도 발전의 걸림돌이 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궁’은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 인상 깊었던 관광지의 상위권에 맴돌며 관광콘텐츠로서 가능성을 보여 왔다.
요즘 길에서 한복 입은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더불어 서울시 각 고궁의 야간개장은 언제나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내국인 사이에서도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런 분위기가 청년층에서 일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처럼 내가 먼저 자주 찾고 자랑스러워하는 곳이 외국인에게도 사랑 받는다.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으며 변신 중인 전통문화유산 관광, 고품질 관광콘텐츠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취재 김유리 기자



한국 여행 중 빠지지 않는 방문지, 고궁
서구 여행자 만족도가 아시아권에 비해 높은 편

한국의 전통문화관광유산 중 가장 대표적인 장소로 꼽히는 고궁은 매년 외래관광객들의 30% 이상이 방문했다고 답하며 주요 관광지로 자리해 왔는데 대체적으로 구미주권 국가가 응답률이 아시아권 국가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중태국 관광객은 77.3%가 고궁을 방문했다고 답했는데, 주로 단체관광의 형태로 한국을 찾는 태국관광객의 여행 프로그램에 고궁 방문이 구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10%로 가장 낮았다. 일본은 한국 관광의 재방문율이 높은 국가로 한국을 다시 찾은 이들은 고궁보다는 명동이나 다른 관광지를 찾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편 고궁은 좋았던 관광지에서도 상위에 머물며 관광만족도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순위가 높은 것에 비해 선택율은 낮아, 개선점을 찾아야 하겠다. 또한 2010년에 비해 근소하지만 하락세를 보여 다른 관광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주국별로 봤을 때는 구미주권의 만족도가 대체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1위로 꼽혔다. 낯선 동양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고궁 외 전통문화유산을 관광콘텐츠로 발굴해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킨다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보다 다변화 될 것이라 기대된다.



서울과 근교에서 시작하는 전통문화유산 관광
창덕궁, 수원화성,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종묘,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인돌, 조선시대 왕릉, 안동하회마을, 경주양동마을,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한국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전 지역에 위치해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전봉애 회장은 “일본의 단체여행 코스 중 세계문화유산을 관광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오늘 날은 개별여행객이 많아져 관광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첫 술에 배부르랴. 큰 욕심을 내기 보다는 여건과 인적 자원이 풍부한 서울과 근교에서부터 전통문화유산 관광을 키워나가고 관심을 이끌어 내야한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유산인 궁궐과 궁중 문화를 소재로 ‘고궁 한류’ 창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고궁 한류’프로그램으로 ‘정조, 창경궁에 산다.’ 등 국민이 함께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궁궐 생활상 전시 프로그램, 경복궁 소주방을 활용한 궁중음식문화 체험 등이 신설될 예정. 아울러 창덕궁 달빛기행을 32일에서 49일로, 경복궁·창경궁 야간특별관람을 48일에서 120일로 확대해 관광객의 참여 기회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수원시는 2016년을 수원화성방문의 해로 정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연중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수원화성의 유적지에 대한 문화관광해설과 달빛기행 실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과 같은 프로그램부터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K-POP, 음악제, 연극제까지 곁들여 즐겁게 한국의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축성의 역사적 의미, 가치, 철학의 메시지를 대내, 외에 전달해 수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적인 역사와 문화관광의 도시로 나아갈 것을 목표로 한다. 한 해의 이벤트로 끝날 것이 아니라 2016년을 통해 역사문화관광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발전돼야 하겠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만나는 전통문화유산 관광객의 발걸음을 향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유산이라 하면 궁궐, 한옥과 같은 건축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옛 시대의 생활상이 담겨있는 도자기, 조각, 서화 등 유물을 비롯해 풍습과 같 은 무형문화도 우수한 전통문화유산에 속하며 관광과 연관된 콘텐츠로 개발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3만 여점의 국보급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선 사, 고대관부터 중근세관, 서화관, 조각·공예관 등을 12000여 점의 유물 을 상설전시로 관람할 수 있다. 상설전시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기획전시에 한 해서 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보다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한 무료 개방이 오히려 외래관광객들의 방문을 주저하게 만든다 고. 강남에서 게스트하우스 더자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중 매니저는 게스트 하우스를 방문한 고객들이 갈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국립중앙박물관 을 추천하곤 한다. 브로슈어를 보여주며 한국의 여러 유품이 전시돼있다고 소 개하면 관심을 보이지만 무료라는 얘기를 듣고 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더 라. 이해가 가지 않아 이유를 물으면 무료 관람은 그렇게 질이 높을 것 같지 않다며 일정한 값을 치르고라도 좀 더 질 높은 전시를 보고싶다고 말한다.” 라며 무료개방의 역설을 지적했다. 실제 루브르박물관은 성인기준 입장료 15 유로(2만 원)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 유명 미술관인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에게 훨씬 많은 입장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금이 가치를 대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나라의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 의 유료 정책은 국가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표현수단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 론 유료 정책과 함께 특정일 무료 관람, 학생 무료 관람을 통해 공공성을 확 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은 “2015년 기준으로 외국인 방문 객은 전체의 4.8%, 4만 명으로 추정한다.”단체여행객들은 박물관이 외져 있기 때문에 방문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관광객 숫자에 집중 하기보다 실제 박물관을 관람하고자 직접 찾아오는 고급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고 이를 위해 전시의 질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외에도 도심의 미술관이나 전시회장에서도 수준 높은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외래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동대문에 위치한 DDP에서는 2014년부터 간송미술관과 협업해 간송문화재단의 소장품을 활 용한 간송문화전을 열어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를 전시해오고 있으며 이태원에 위치한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도 국보와 문화재를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이 난 편이다. 이렇듯 한국의 전통문화유산 은고궁이 전부라는 편견을 깨고 도심 관광과 함께 할 수 있는 코스를 편성해 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서울관광마케팅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해설관광으로 외래관광객의 만족도 제고
서울관광마케팅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서울을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과 함께 서울 주요 관광명소를 도보로 탐방하며 여행할 수 있는 서울도보 해설 관광을 실시해오고 있다. 서울문화관광해설사는 해당 코스를 관광객과 함께 걸으며 서울의 역사, 문화, 자연 등 관광자원에 대해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며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안내한다. 현재 운영현황은 전통문 화 중심지역’, ‘근대문화 중심지역’, ‘생태복원지역’, ‘전통시장 지역’, ‘고대문화 중심지역’, ‘테마코스6개 테마 내 경복궁, 창덕궁, 북촌, 청계천, 남산성곽, 몽촌토성, 성균관 등의 20개 코스 및 서울시청사 통통투어 등 상설운영코스’ 3개를 포함한 총 23개 코스가 운영된다. 사전예약으로 진행되고 관람료는 무료다. 서울관광마케팅 전략기획팀 이혜진 과장은 서울을 찾는 개별여행객들 이 증가하면서 전통문화유산관광시 보다 전문적인 해설을 듣기 원하는 이들 의 신청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광일 기준 1일 전 오후 5시까지 인 터넷으로 추가예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의 현장 속으로_ 경복궁을 가다!


테마인바운드를 진행해온지도 어언 1년 반. 그간 여러 업계 관계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정작 외래관광객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서울도보해설관광을 조사하던 차, 내국인도 참가할 수 있다는 말에 냉큼 전화를 들었다. “저도 참여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합류하게 된 경복궁 도보해설관광. 과연 외래 관광객들은 전통문화유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전 10시, 경복궁 매표소 앞
“오전 10시까지 경복궁 매표소 앞으로 오세요.” 외국인의 경우 한국 내에서 직접 연락하기가 어려워 미리 약속시각과 장소를 정한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오늘 날, 괜히 낭만에 잠겨 기분은 벌써 들뜰 만큼 들떠있다.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은 이미 많은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길에서 거의 중국 관광객들을 마주쳤다면 여기에서는 보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되고 큰 소리로 북이 울리자, 일제히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들려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이 외국인에게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다니.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글로 익히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이때쯤 오늘 함께할 김명순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났다. 교직에서 은퇴하고 문화관광해설사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그녀의 단정한 차림새와 밝은 미소가 돋보였다. 지하철 사고로 인해 늦어지긴 했지만 도보관광을 신청한 외래관광객들이 모두 도착했다. 우리 팀의 구성원은 이탈리아에서 온 중년부부와 미국에서 온 20대 학생 세 명.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경복궁으로 입장!


바로 여기가 근정전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
흥례문을 넘어서 김명순 해설사의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설명이 시작됐다. 관광객들은 경복궁이 일제 침략기 때 조선총독부 건물이 들어섰다가 다시 복원됐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귀를 기울였다. 또한 찬란했던 조선왕조에 대한 설명에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근정문을 지나자 김 해설사가 오른쪽 구석으로 모두를 불러 모은다. “여기가 근정전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명당이에요!” 뒤에 펼쳐진 북한산이 웅장한 근정전과 어우러져 장관이 펼쳐진다. 이때 사진을 부탁하는 미국에서 온 학생들. 한국에서 사진 찍을 때는? 치즈보다 김치!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렇게 같이 걷기 시작한지 1시간 여쯤 지났을까. 사이 좋아 보이는 이탈리아의 중년 부부에게 물었다. “한국 전통문화유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답한다. “Beautiful!” 건강미와 유쾌함이 넘쳐흘렀던 아주머니는 알고 보니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닌 여행광이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다양한 아시아 나라의 유적지를 구경했지만 경복궁은 또 이곳만의 특색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은 크로스백에 많은 도시의 뱃지를 달고 있는 미국인 여학생 역시 경복궁이 마음에 든다며 이곳 저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경복궁의 작은 카페
그렇게 2시간의 관광이 끝나고 김 해설사와 차 한잔을 함께 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자 시작한 문화관광해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그녀가 풀어낸 첫 이야기였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알차고 재미있게 외국인들에게 전통문화유산을 설명할 수 있을까, 집안일을 할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늘 스크립트를 끼고 산다고. 이렇게 힘든 데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해설을 듣고 만족해하는 외래관광객들을 보며 자아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래관광객들은 한국전통문화유산을 아름다워하고 즐거워한다.”며 “중국처럼 어마한 전통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의 관광객들도 경복궁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한국만의 개성이 녹아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들은 한국의 역사에도 흥미를 가지는 편인데, 붕당정치와 당파싸움에 대해 설명할 때는 어쩜 그렇게 오래전부터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췄냐며 놀라워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현장경험을 통해 그녀가 느낀 전통문화유산 관광이 가야할 길은 ‘스토리텔링’이다. “몰랐다면 그냥 지나칠 나무나 돌에도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관광객의 기억에 남게 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해설과 가이드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보관광해설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북촌한옥마을과 경복궁을 즐겨 찾는 반면 창덕궁은 많이 찾지 않는다며 전통문화유산에도 편차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돌아가는 버스 안.
훌쩍 지나가버린 오전. 아침보다 더 북적이는 인파의 경복궁을 뒤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뉴스에는 면세점 확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부와 기업의 소식이 흘러나왔다. 외래관광객 2000만 시대 외국인에게 한국은 어떤 관광지일까? 아이돌의 나라? 쇼핑의 천국?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직구가 활성화되며 한국이 곧 쇼핑 목적지로서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관광콘텐츠 개발은 더 앞당겨지고 강력해져야한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 곳에서만 보고, 듣고, 즐길 거리가 있는 것이라는데 생각이 다다른다.
직접 체험해본 전통문화유산 관광, 뻔할 줄 알았는데 ‘Fun’했다. 문화관광해설사들의 일목요연한 해설과 친절한 미소 그리고 아름다운 문화유산까지. 이 자체로 관광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주변인에게 추천하거나 다시 오고 싶은 이유로는 충분할 것 같다. 문제는 이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관광과 연계시키고 세련된 상품으로 만드느냐다. 지금 당장 돈이 되는 관광산업도 중요하지만 훗날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할 가능성이 있는 관광콘텐츠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가 지원돼야한다. 전통문화유산은 오래될수록 빛을 발하지만 이와 관련한 관광콘텐츠는 언제나 날서 있어야하고 새로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펼쳐질 한국관광이 오늘의 현장 체험처럼 ‘Fun’하기를 바라본다.


문화융성의 시대, 문화유산과 관광이 나아가야 할 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기획팀 안희자 연구원

문화유산, 창조적 활용으로 나가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정 2기 문화융성 추진계획은 ‘전통의 가치와 현대의 문화·기술을 접목한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을 지향한다. 문화융성의 핵심정책은 ‘우수한 전통문화의 재발견 및 새로운 가치 창출’로, 문화유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화유산은 상징적인 관광자원으로 오랜 기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콘텐츠의 위치를 선점해왔다. 과거에 머물던 ‘역사’는 현대의 ‘관광’을 통해 현실적 효용을 찾고 우리의 여가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의 고급화와 다양화, 문화유산 향유 기회 확대가 정책 과제로 대두됨에 따라(문화재청, 2016), 문화유산 활용 정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제는 방문객 경험의 질적 관리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논의는 근래에 화두가 된 창조관광(Creative Tourism)에서 방향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창조관광은 관광객의 체험과 경험을 강조한다(Richards & Marques, 2012)¹. 문화유산 관광은 창조성의 재발견 과정이다. 문화유산의 활용에 대한 가치와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활용정책을 통해 문화유산의 품격을 높이는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문화유산 활용한 관광의 의미와 가치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째, 문화유산이 갖는 성격과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문화유산의 관광상품화 과정에서 유산에 내재된 의미와 가치가 어떻게 복원되고, 현실화되고, 재구성되는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관광자원으로서 문화유산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유산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경험하는데 중점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문화유산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노력이다. 문화유산을 고부가가치 콘텐츠로 발굴·육성하기 위한 지원체계 구축과 정책을 통해 명품 관광자원화를 유도해야 한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자원화 사업이 공연, 전시, 재현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정책적 지원 방안 점검 및 향후 지속적인 관리·운영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현재의 이벤트성·단발성 관광상품 운영은 지속적인 콘텐츠의 발굴과 육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중장기 발전구상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외래관광객 유치와 더불어 양질의 품격 있는 관광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문화유산 관광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문화유산 관광의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을 통해 전통·역사문화의 관광자원화, 문화유산의 관광상품화 지원정책 추진방향과 정부 역할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은 본래의 가치와 희소성을 토대로 고급화, 고품격화 전략을 통하여 고부가가치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때 비로소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유산 활용 가치의 공유다. 그동안 문화유산 관광에 대한 연구는 역사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관리방안 및 마케팅적 접근이 활발히 진행돼 왔으나 문화유산 자체에 대한 논의는 미흡한 실정이다. 즉, 역사적인 장소에서는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것이 관광장소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 접근할 경우 관광 경험의 공유와 만족도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화유산과 관광, 지혜로운 공생의 길
문화유산 관광을 바라보는 역사학자와 관광학자는 대부분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역사학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구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그것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홍보한다는 것이다. 반면 관광학자는 관광매력성과 상품성을 우선에 두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원의 역사성과 정통성에 대한 고증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문화유산의 중요성과 활용잠재력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역사학계와 관광학계의 시각차는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달리 보는데서 비롯된다. 문화유산의 관광상품화가 단지 대중적 소비의 형태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성찰과 의식의 전환 등 의미있는 경험으로 기억될 때 창조성 발현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라는 로웬델의 표현은 문화유산이 지닌 관광자원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로웬델의 말처럼, 관광의 눈으로 바라본 과거의 문화유산 역시 낯선 나라의 작품이다. 문화유산 관광은 가치선택적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관광은 우리가 물려받은 세상을 어떻게 묘사하고 재구성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때 사람들이 과거를 보는 방식은 현재의 우리 시각이다. 관광이 문화유산의 향유 수단으로 정당성과 신뢰성을 갖고, 지혜로운 공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때다.


(*이 글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웹진_문화관광>(2013년 6월호)에 게재된 글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주석

1)Greg Richards, Greg&Marques, Lénia(2012). Exploring Creative Tourism, Journal of Tourism Consumption and Practice, 4(2)

<2016년 4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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