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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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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의 의전 노하우]앤 공주의 소탈함 속에 감춰진 품위와 오만

공주는 동화 속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신분이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녀들은 누구나 한번쯤 공주를 꿈꾸고, 소년들은 공주의 손에 입 맞추는 왕자가 되고 싶어 한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던 남편을 통해 이 나라에 관한 얘기를 듣고 부터 호기심을 부쩍 갖게 됐습니다. 머무는 기간은 짧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싶습니다.” 1987년 11월 10일 오후 3시 30분, 영국의 앤 공주는 88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초청으로 짧게 소감을 말한 뒤 공항 귀빈실을 빠져 나갔다. ‘영국 왕실 가족들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ʼ는 관례에 따라 간단한 사진촬영에만 응하고 숙소인 우리 호텔로 직행한 것이다. 초록색 블라우스에 연한 녹회색 투피스 차림의 앤 공주는 6명의 수행원과 함께 우리 호텔로 들어섰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외동딸로 법도가 특별히 엄한 영국 왕실에서 자란 공주의 취미는 승마였다. 다섯 살 때부터 말 타기를 시작했으며 1971년 유럽장애물 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둔 실력자로 국제승마연맹의 회장이기도 했다. 방한 기간 중에는 올림픽 주경기장, 원당 승마경기장, 과천 승마경기장 등을 돌아봤다. 또한 승마는 앤 공주가 남편인 마크 필립스 공을 만나는 데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69년 멕시코올림픽 때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972년 필립스가 뮌헨올림픽 승마 금메달리스트가 된 후 결혼식을 올렸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는 두 사람이 나란히 영국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개성과 고집이 강한 앤 공주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 않는 초연함을 보였다. 늘씬한 키에 매혹적인 연갈색 머리칼을 지녔으며 차림새가 수수하기로 유명한데, 사람들은 이런 공주를 보고 ‘가엾은 앤 공주ʼ,
‘고작 입는다는 것이 중년취향의 이브닝 가운ʼ, ‘수수한 것이 지나쳐 촌티까지 나는 헤어스타일ʼ, ‘몸매의 선이라고는 얼굴밖에 드러나지 않는 부대자루 속에 넣어 다니다니 가엾기 그지없다.ʼ고 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 패션계는 세속의 유행에 무심한 앤 공주를 ‛가엾은 앤ʼ이라며 동정했지만, 이는 공주를 이용하지 못하는 패션업계의 불평에 불과한 듯하다. ‘왕족으로서 허용되는 옷차림에는 한계가 있다.ʼ는 장벽 때문에 핫팬츠가 유행하던 시절에도 앤 공주는 긴 바지만 입고 청춘을 보내야 했지만 공주에겐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쟁쟁한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평민 출신의 남편을 택한 만큼 소신있는 앤 공주는 옷차림도 천성대로 수수하고 평범한 것을 즐기는 편이다.
영국 왕족으로선 최초로 IOC위원에 선정된 앤 공주는 88서울올림픽 때 두번째 우리나라를 방문해 우리 호텔에 장기 투숙했다. 서울올림픽에 영국대표 선수로 참가한 부군 필립스 공과는 이틀간만 같은 방을 썼는데 필립스
공이 선수촌에 묵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호텔 측으로부터 기본 서비스만 제공받고 나머지는 동행했던 시녀가 맡았으므로 어떤 면에서 앤 공주는 아주 편한 고객이었다.
공주의 시중은 수행원들과 영국 대사관측에서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심지어 다리미 받침대까지 대사관에서 가져올 정도였다. 공주방의 출입자는 이름과 직책 등을 영국 대사관에 사전 제출해야 하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 중 매일 과천 승마경기장에 나간 앤 공주는 평소에 소탈함이 지나쳐 거만하다는 평을 듣는 왕족답게 시종일관 꼿꼿한 태도를 보였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오는 앤 공주 일행과 R국 대공 부인이 로비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그런데 앤 공주가 반갑게 인사를 청하는 대공 부인을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 아닌가. 당시에 필자가 일하던 호텔은 올림픽 본부호텔인지라 로비에는 세계 각국의 VIP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유럽의 귀족인 R국 대공 부인을 고개 돌려 외면한 앤 공주에게서 오만함과 동시에 영국 왕족의 높은 콧대를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남재철
(주)아이앤비컨설팅 대표/대림대 교수
남재철 대표는 20년 간 국내 최고 품격을 자랑하는 호스피탤리티 서비스업에서 경험한 VIP 환대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공공기관 기업체 대상으로 행사 및 VIP 의전서비스 전문대한민국 1호 강사로 왕성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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