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북반구에서 대다수 포도가 수확되는 계절이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기,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망태기를 지고 포도를 따던 유럽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폭염은 지나갔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폭거는 여전히 남아 있어 불안한 9월, 그래도 한가위 추석 명절이 있으니, 집콕하며 맛난 음식과 와인을 즐겨 보자. 이 달에는 한가위 음식에 잘 어울리는 스페인 와인을 소개한다. 풍요로운 와인 역사, 스페인 와인 기원전 3세기, 한니발 전쟁으로도 불리는 제2차 포에니 전쟁 이후, 이베리아 반도는 로마의 땅이 된다. 히스파니아로 새롭게 명명된 이 땅에서 난 식자재가 로마로 흘러 들어갔으니, 그 중 최고는 포도주였다. 그 후 로마 제국의 번영과 함께 스페인의 포도주는 지중해와 유럽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던 8세기 북아프리카의 무슬림인 무어족이 지중해를 건너 상륙, 단 7년만에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해 버렸다. 이후, 1492년까지, 이슬람 종교의 영향으로 반도에서는 포도주 문화가 고전을 면치 못했고, 16세기의 짧은 영광 이후, 스페인의 힘은 강하지 못했으니, 현재 와인 산업의 위계질서로 보면 이탈리아와 프랑스 다음의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1세기는
폭염의 8월 찜통 더위를 피할 길은 없다, 적어도 북반구에서는. 그렇다면, 비행기를 타고 남반구로 가면 어떨까? 지금이 한 겨울인 곳, 시원한 호주로 피서를 떠나보자. 메타버스가 별건가? 에어컨 틀어놓고 칠링된 호주 리슬링을 마시며 회 한 점 떠먹으면 호주 메타버스 와인 체험이다~! 남극 르윈 해류의 선물, 호주 와인 끼웃거리기만 하면 내 땅이 될 수 없다. 포르투갈이, 네덜란드가 끼웃거렸지만, 정작 깃발을 꽂은 나라는 후발 주자인 영국이 었다. 그래서 호주가 영국령이 됐다. 북유럽 잉글랜드 섬에서 출 발해 브라질과 아프리카를 거쳐 호주 신대륙에 이르는 수 개월 간의 여정은 그야말로 죽음의 항해였다. 가장 무서운 것이 괴혈 병이었는데, 비타민C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었다. 당시 호주에 이민 오면서 이 현상을 목격한 한 의사는 선원과 이민자들에게 포도주를 처방했다. 신선한 포도로 만든 와인에는 비타민도 함 유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포도밭은 넓어져 갔고, 지중해성 기후인 호주 대륙에서 와인 생산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 됐다. 물론 처음에는 유럽까지의 긴 운송 기간에 견디기 위한 알코올 강화 와인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럽의 전장에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주말에 동해안에 가서 바다에 발을 담궜다가 깜짝 놀랐다. 물이 아주 찼다. 기온은 30℃인데, 수온은 15℃ 정도다. 더워도 물이 차서 못 들어가는 아이러니다. 찬 바다 생각을 하니, 칠레 와인 산지가 떠올라서 그 날 저녁은 칠레 와인을 마셨다. 7월에는 뜨거운 대기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자연 에어컨이 작동하는 곳, 칠레 앞 바다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찬 바다의 선물, 칠레 와인 와인 양조용 포도는 24브릭스(Brix, 당도 단위) 이상의 천연 당도 를 가져야, 가당하지 않고 표준 알코올 도수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칠레는 지중해성 기후의 전형을 띠고 있으니, 여름, 가을에 고온 건조해 고당도 포도 생산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와인 은 알코올이 다가 아니다. 다채로운 향과 신선한 산미가 충분한 균형을 이뤄줘야 고급 와인이 된다. 이 부분에는 다소 시원하고 선선한 기후가 도움이 된다. 서늘한 기후로부터 산이 보존되기 때 문이다. 칠레의 낮기온은 상당히 뜨겁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급 강하해, 다음날 아침까지 선선한 온도가 유지된다. 이러한 기후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찬 바다다. 칠 레의 서해안은 광
6월호 원고를 쓰는 5월 중순에 서울 기온이 벌써 30도를 넘었다. 6월은 또 얼마나 더울까? 이 걱정에 갑자기 시원한 독일 와인이 생각나서 가벼운 리슬링 한병 칠링시켜 놓고 한잔씩 마시며 글을 쓴다. 유럽 대륙 와인 산지 중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서늘한 기후 지역에서 생산되는 독일 와인은 이처럼 땡볕에 마시면 시원하게 해갈할 수 있어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독일 와인에 대한 수많은 선입견들은 대개 부정적인데, 이번 호에는 착하디 착한 효자같은 독일 와인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 6월엔 독일 화이트 와인을 마셔 보세요~! 북위 50도, 포도 재배의 북방 한계선에서 와인을 만나다 세계의 모든 와인 산지는 남·북반구의 위도 30~50˚사이, 연평균 기온이 10~20℃사이의 온대성 기후 지역에 위치한다. 독일의 경우는 그야말로 포도 재배의 최북방 한계선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독일 와인 산지의 특수한 지형과 국소 기후의 영향으로 가능하다. 대서양 중미 카리브해에서 기원하는 걸프 난류의 영향을 받아 높은 위도에도 불구하고, 겨울 추위가 심하지는 않고, 서유럽의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온화한 여름 날씨와 짧은 가을의 영향으로 그동안 비교적 알코올
필자는 오래 전부터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주변 지인들은 삼성폰보다 아이폰을 선호한다. 둘 다 최고의 스마트폰이지만, 삼성폰은 대중적인 이미지, 아이폰은 다소 ‘컬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와인에도 이런 세계가 있다. 컬트 와인은 범접하기 힘들고 고가다. 그래서 필자는 대중적이면서도 훌륭한 맛을 가진 맛있는 와인을 좋아한다. 바로, 삼성 명품폰 같은 와인, 이 달의 주인공이다. 티레노해의 테루아를 품다 이탈리아 마렘마 Maremma 한반도 주변의 바다가 서해, 남해, 동해로 나뉘어 불리듯이, 수천 년 지중해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이탈리아 주변의 바다도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반도의 서북쪽은 Mar Ligure, 중서부는 Mar Tirreno, 동부는 Mar Adriatico, 본토 남부는 Mar Ionio로 불린다. 이 중에서 이 달의 와이너리가 위치한 지역이 티레노 바닷가의 마렘마 지구다. ‘Maremma’라는 말은 ‘습지’를 뜻하는 ‘Mare’에서 유래했는데, 중세 메디치가가 토스카나를 통치할 때부터 간척이 시작돼 농토로 활용된 역사적 지역이다 북으로는 볼게리(Bolgheri)부터 남으로는 라찌오(Lazio) 지방에까지 이른다
지구상 최고의 슈퍼 파워국 미국~! 영어와 달러, 군사력, 과학 등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모자라 이제는 와인까지 세계 최고를 넘본다. 와인은 자연과 경륜의 산물인데 이 두가 지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귀결. 그 큰 땅덩어리 모두에서 와인은 생산되나 그래도 품질 와인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데, 우리가 늘 듣는 진판델, 까베르네 말고 새로운 스타일의 우아한 와인들이 최근 대세다. 은근 궂은 날 많은 4월을 북돋워주는 싱그러운 와인을 찾아 간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품질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곳이다. 18세기에 멕시코를 거쳐 남부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포도 재배는 19세기 초반이면 북부 캘리포니아까지 이른다. 유럽 대륙에서는 나폴레옹의 군대가 러시아 침공에 실패하고 모스크바에서 퇴각할 시기인 1812년 즈음 소노마(Sonoma) 지역에까지 포도 재배가 전파된다. 소노마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 시티에서 금문교(Golden Gate Br.)를 건너 직진하면 도달하는 지역이다. 왼편에는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바로 내륙으로 300~600m 높이의 해안 산맥이 남북으로 달리고, 그 다음이 좁은 밸리 평
와인과 관련된 질병으로 가장 파괴적이고 광범위한 질병이 ‘포도나무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필록세라(Phylloxera)’다. 그런데 전 세계에 퍼진 이 병충해가 미치지 못한 유일한 국가가 있으니, 바로 칠레다. 그만큼 국토가 특수한 지형 요건으로 고립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칠레에도 코로나19는 상륙했으니, 21세기의 이 골치 아픈 바이러스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해결한 묘안을 칠레 와인을 마시며 풀어나 볼까? 고품격 칠레 와인의 태동 ‘DOMUS AUREA’ 칠레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지형 조건을 갖고 있다. 동쪽으로는 6000m가 넘는 만년설의 안데스 산맥, 서쪽으로는 광활한 태평양, 북쪽으론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남쪽으로는 혹한의 빙하지대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병충해가 침범할 수 없는 자연적인 보호막이 형성돼 있다. 19세기 후반에 전 세계를 강타한 이래 현재까지도 살아있는 위협인 무시무시한 필록세라 병충해도 칠레만큼은 침범하지 못했다. 물론 최근의 새로운 칠레 포도밭들은 예방 차원에서 접목(Grafting)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자랑 아닌 자랑이 돼, 칠레 와인 생산자들이 자국 와인 마케팅에 가
최강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번 겨울에 태양의 온화한 열기가 그리움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이번 달은 그리운 온기의 나라 이탈리아로, 따사로운 햇볕이 배인 지방, 뿔리아로 가본다. 지중해 세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포도주와 올리브 등 풍부한 식품이 생산되는 곳, 뿔리아~! 그 곳의 많은 와이너리 중에서, 사진에서도 보는 바처럼, 따뜻한 색감의 대명사인 자메이카 옐로우 색깔 간판에 이글거리는 태양의 로고를 새긴 곳, 바로 트룰리 농장이 2월의 와인이다. 이탈리아의 곡물 창고, 뿔리아 뿔리아 지방은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 남동부 끝단 구두 뒷굽 부분에 위치해 동편의 아드리아해와 남서편의 이오니아해를 구분하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산지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드물게도 평지 비율이 절반을 넘는 뿔리아는 지평선이 보이는 흔치 않은 이탈리아 지방이다. 역사 덕후라면 기원전 216년에 벌어진 역사적인 깐나에(Cannae) 전투를 기억할 것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와 로마를 풍전등화의 위기 상태로 몰아낸 유명한 전투가 바로 이 지방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와인 덕후인 우리에게는 지역 토착 품종으로 만든 맛깔난 대중성 있
악몽 같은 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1월 한 달 만큼은 새로운 해의 희망을 담아 춤도 추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다. 코로나19를 쫓아낼 살풀이 춤이라도 한판 추고 싶다. 마침 필자의 이러한 소망을 담은 정말 특이한 레이블 디자인의 와인을 발견했으니, 이 와인은 단연 1월 이 달의 와인이 될 운명이리라. 이름도 멋진 ‘인트린직’과 그 레이블을 소개한다. 리틀 캘리포니아, 워싱턴주 와인산지 2만 2700ha의 포도밭 면적을 가진 미국 2위의 와인 산지, 워싱턴주~! 미국 북서부 최북단에 위치하며, 캐나다와 국경을 이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의 도시 시애틀이 주도다. 워싱턴주의 기후는 캐스케이드 산맥을 가운데 두고 동서가 매우 다르다. 시애틀이 있는 서쪽은 태평양으로부터의 강수량이 매우 많고 서늘하지만, 산맥 이면의 동편은 펜 현상에 의해 매우 고온건조한 기후가 형성돼 사막성 기후 특성을 보인다. 연간 강수량이 150~250mm 정도로, 콜럼비아 강의 관개 수로망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다. 하루 최대 17시간의 일조 시간을 자랑하는 워싱턴주는 세계에서 가장 일조량이 풍부한 곳 중 하나다. 게다가 사막성 기후니, 낮과 밤
어느 덧 12월~! 연말이 되면 부쩍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를 보며 역동적인 한 해를 시작했다면, 높은 산 정상에서 장엄하게 한 해를 마감하려는 뜻일까? 고요하고도 웅장한 산은 생각의 깊은 원천이며 삶에 대한 경외심을 잃지 않게 한다. 그리고 산의 가장 높은 곳에서 새해의 새로운 태양을 맞는다. 이 즈음이니, 필자는 이 달에 산의 와인을 소개하려 한다.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와인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 안데스 산맥의 와인, 아르헨티나의 파이로스(Pyros)다. 멘도사를 대체하라, 산 후안 San Juan 1554년 스페인 이민자들에 의해 첫 포도밭이 식재된 아르헨티나는 현재 약 22만 3000ha의 포도밭을 가진 세계 5위권의 와인 대국이다. 자국 내 와인 소비가 세계 7위로 수출 비중은 칠레보다 낮아 우리나라에서는 칠레 와인보다 덜 알려져 있다. 이런 아르헨티나가 뛰어난 자연 조건과 충분한 생산량에 힘입어 남미 와인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안데스 산맥의 높은 해발 고도에서 풍부하게 쏟아지는 햇살과 높은 일교차로 품질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프랑스나 이탈리아, 미국 등 와인 강국의 러브콜을 받으며 잇단 기술 지
요즘 코로나19 뉴스와 함께 매일같이 등장하는 뉴스가 아파트 값, 전세 값 상승이야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단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도 예외는 아니다. 유명 산지 포도밭 가격은 아파트값보다 비싸다. 전 세계에서 포도밭 땅값이 비싼 곳이 몇 곳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비싼 곳이 토스카나 몬탈치노 지역이다. 이곳의 땅값은 1ha(3000평)에 약 60억이다. ‘억’소리 난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와인이 생산되기에 이토록 비싼 것일까? 금싸라기 땅, 몬탈치노 Montalcino 시에나(Sienna)의 멋진 대성당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달리면 1시간 안에 도착하는 작은 산동네가 있다. 해발 고도 300~600m 사이에 있는 산 중턱에 형성된 와인 산지다. 북쪽에는 성벽에 둘러싸인 중세 도시 마을 몬탈치노가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오르치아(Orcia), 아쏘(Asso) 그리고 옴브로네(Ombrone), 세 강의 골짜기에 둘러싸여 있다. 지름 약 16km의 네모난 정방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면적은 2만 4000ha다. 이미 10세기 무렵부터는 몬탈치노의 구릉 지대에서 포도가 재배됐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지만,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
미국 서부에서는 8월부터 시작된 사상 최악의 산불이 남한 면적의 1/5을 태웠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도시 기능은 마비되고 주민들은 거리에 나갈 수도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수마로 힘들었는데, 미국 서부는 화마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 서부는 동부의 기후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름철에는 고온건조한 기후가 계속돼 마른 번개나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기후 조건을 가졌다. 적당한 지중해성 기후는 포도밭에 유익하지만, 이런 산불은 포도밭과 양조장마저 앗아갈 것이다. 조속한 진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번 달에는 미국 서부의 와인을 소개한다. “어서 와~ 내륙은 처음이지?” 뉴월드 와인의 기수인 미국은 19세기부터 현대적 와인 산업 체계를 갖추고 와인을 생산했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엄청난 자본, 타고난 기업가 정신과 창의력으로 오늘날 세계 4대 와인 생산국 중 하나가 됐다. 이러한 미국 와인도 편중 현상이 심해, 전체의 90%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좀 안다하는 사람들은 나파 밸리, 소노마 밸리, 산타 바바라 카운티 등을 읊조리지만, 정작 그 생산 비율은 높지 않다.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와인은 내륙 밸리(Inland Valle
사상 초유의 가장 긴 장마를 보내고 수마가 할퀸 상처 속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이런 극과 극의 기후 현상은 계속되리라. 이런 날씨라면 좋은 포도를 가꾸기가 힘들겠지만, 9월의 기적 같은 온화한 날씨를 기대한다. 수확의 여신 세레스의 손길로 잘 익은 잘 익은 포도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안겨지기를 바라며... 이번 달 와인 명가는 파아란 하늘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는 남미 칠레로 발길을 잡아 본다. 남미 대륙에 울려 퍼진 브로맨스, 그라스 형제 불과 3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 와인을 수출하는 칠레 최대 가족 기업 중 하나인 몽그라스를 만들어낸 형제가 있다. 에르난 그라스와 에두아르도 그라스(Hernán & Eduardo Gras) 형제는 1993년, 칠레의 최고 테루아에서 세계적 품질의 와인을 일관되게 생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재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형제는 최신 기술과 합리적 관리 조직을 갖추고 매우 특별한 와인 그룹을 만들어왔다. 칠레 최고의 섬세한 와인 생산지인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에서 출발, 서늘한 기후 지역대인 레이다 밸리(Leyda Valley)를 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초유의 대학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무사히 종강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일반 대학이 ‘사이버대’가 됐다. 필자는 와인과 미식인문학 과목을 강의하는데, 실습이 필요한 과목이라 매우 힘들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만들고, 카메라로 시음, 시식 등 실습을 보여주며, 참조 동영상도 e-Class에 올려 줬다. 7월에는 식당 한 곳을 정해, 방역에 신경 쓰며, 학생들을 모아, 테이블 매너와 와인 에티켓 수업도 마쳤다. 기말고사도 온라인 시험으로 치렀고, 평점 부여까지 모두 마쳤다. 전국 대학의 교수진들이 이런 홍역을 겪었겠지.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친 기념으로 샹파뉴를 오픈했다. ‘대면의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비대면의 세기(Untact Siècle)’로 들어섬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로랑 페리에의 ‘그랑 시에클(Grand Siécle)’ 샹파뉴를 집어 들었다, 겁도 없이…! ‘1812년 서곡’을 들으며 마셔야할 샹파뉴, 로랑 페리에 이 달의 명가, 로랑 페리에 샹파뉴 하우스의 기원은 1812년에 앙드레 미셸 삐에를로(Andre-Michel Pierlot)가 세운 샹파뉴 네고시앙이다. 그의 아들 알퐁스 삐에를로(Alphonse Pierlot)가
르네상스 최고의 화가 중의 하나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중에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 있다. 지중해 에게해의 물거품 속에서 탄생한 비너스를 서풍의 신이 바람을 불어 육지로 밀어주는 장면이 묘사된 그림이다. 르네상스 강의를 준비하다가 요즘 날씨가 하도 더워서 “누가 저렇게 바람을 불어주면 시원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문득 한 와인 산지가 떠올랐다. 한 여름, 몹시도 뜨겁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에도 태평양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포도밭을 식혀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중부 해안에 위치한 ‘몬터레이(Monterey)’ 카운티다. 이 지역의 와인이면서 7월의 더위와 정면으로 맞설 와인을 고르려다보니 근방 가빌란 산 정상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이달의 와이너리를 찾았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숨은 진주, 샬론 빈야드 해발 550m 외딴 산속에 격리돼 있고 숭배받는 와인 생산지, 샬론 AVA~! 이곳은 9700ha의 놀라운 경관의 야생의 대지 ‘피나클 국립공원(Pinnacles National Park)’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 야생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곳, 고대 화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바위 투성이의 기복이 심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하늘길이 열리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하고 뜬금없이 생각해 봤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벌써부터 뜨거워진 태양을 쳐다보니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쪽빛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포도밭과 올리브밭으로 뒤덮인 부드러운 구릉,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난 굽이굽이 길에 심어진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그 긴 몸짓으로 여행객을 부르는 곳, 토스카나~! 아.. 생각이 닿으면 미각도 당기는 법, 토스카나 와인 한 병을 열고 피자 한 판 시킨다~! 이탈리아의 ‘보르도’, 토스카나~! 감히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와인 지방을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에 비교했으니, 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찍혔다~! 그런데 이 비유, 나쁘지 않다. 중세 이후의 오랜 와인 생산 역사와 상업 전통, 가장 이탈리아적인 품종 ‘산죠베제(Sangiovese)’, 가장 상징적인 와인 이름 ‘끼안띠(Chianti)’와 ‘몬탈치노(Montalcino)’는 프랑스 보르도의 까베르네 소비뇽, 메독, 생테밀리옹 등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영어로 ‘터스카니(Tuscany)’로 알려진 토스카나 지방은 이탈리아 중서부 심장부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