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문화에서 무엇인가 밋밋하고 지루하다면, 그것을 ‘바닐라’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이스크림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바닐라’였을 것이고 이는 지금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바닐라를 약간은 따분하고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기본’의 맛으로 치부하고 있다. 바닐라는 우리가 당연시하는 맛인 만큼,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부터 청량음료나 커피까지 수많은 음식에 들어가 있다. 바닐라는 음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향수나 비누에서도 그 향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삶의 여러 부분에 스며들어 있는데, 과연 우리는 바닐라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필자는 묻고 싶다. 바닐라가 사실은 2만 5000종 중에 먹을 수 있는 외국 ‘난초’라는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는가? 바닐라의 비밀 바닐라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 무려 300여 년 동안 잘 감춰진 비밀이었다. 바닐라의 이야기는 15세기 멕시코 산악지방에서 시작한다. 이곳의 토토나카(Totonac)라고 알려진 부족은 바닐라를 키우고 경작한 첫 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바닐라를 단순히 미식용으로보다는 의료나 종교적 용도로 주로 사용했다. 그들은 바닐라를 신의 선물로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텍인들이 토토나카인들을
Fairtrade international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향신료, 바닐라의 가격” 바닐라는 사프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향신료다. 따라서 바닐라를 생산하는 사람들도 높은 수익을 얻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쉬우나,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바닐라는 연간 고작 몇일의 개화기 동안 수작업으로 수분되며, 향신료의 원료가 되는 바닐라 콩을 품은 꼬투리(Pod)는 9개월 정도의 시간을 거쳐 성숙되는 등 까다로운 생산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없는 소규모 생산자의 수확량은 적을 수밖에 없고, 마다가스카(바닐라 최대 생산지)의 국가적 빈곤 하에 생산자들은 때로 생계를 위해 미성숙한 바닐라 콩까지 시장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게 저품질의 바닐라가 과다 공급되면 시장가격은 떨어지고, 생산자들이 생활고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된다. 이에 국제공정무역기구는 생산자들을 위한 생활수준반영가격(안정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가격)을 새로이 설정했다. 마다가스카는 €16.60/kg, 우간다는 €15.60/kg로, 2020년의 공정무역 최저가격 설정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생산자의 정당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될 때, 전 세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