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건축과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건축과의 경쟁률이 엄청 높아진 때가 있었다. 어찌 보면 필자도 그 시대에 건축과에 입학을 하고 설계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한 세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당시 건축설계는 지금 일반인들의 인식에 자리 잡고 있는 건축가의 모습과 동일하게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업무가 주였다. 건축주가 특정 용도의 건물을 짓고 싶다고 프로젝트를 의뢰하면 어떤 형태로 디자인할지 고민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건축주에게 제안 후 최종 계획안을 결정, 다음 단계로 인·허가를 진행한다. 그 이후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상세도면(실시설계)을 작성해 건축주에게 전달한다. 건축주는 그 상세도면을 가지고 건물을 지을 건설사를 선정하고 착공을 하게 된다.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건축가는 주기적으로 건설사 및 건축주와 실제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협의, 솔루션을 제시하며 최종적으로 건물이 완공되면 초기에 생각했던 디자인 의도에 맞게 지어졌는지 둘러보며 기뻐하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했다. 첫 호텔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할 때까지도 건축설계는 이전 방식과 동일하게 설계가 진행됐다. 호텔의 콘셉트 및 운영사가 초기 상품기획 단계에서 결
작년 5월에 오픈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담당이사와 식사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뉴스에 언급된 AI서비스 운반 로봇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오픈 이후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를 물어보니 다행히도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개인적으로 설계를 담당한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운영상의 몇 가지 애로사항에 대안 언급을 듣게 됐다. 실내수영장의 부재와 최상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E.F.L) 규모가 운영을 하기에는 조금 작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성수기 시즌에 가족단위 고객 유치에 일부 애로사항이 있다는 내용에 결국 이런저런 변명을 하면서 식사 자리를 마치게 됐다. 2014년에 처음 설계가 시작된 코트야드 프로젝트는 마곡지구에 대단위로 들어서는 LG 사이언스파크를 지원하기 위한 비즈니스호텔로 시작됐다. 약 2만 명 정도의 연구인원이 상주하는 R&D 연구소의 특성상 국내외 비즈니스 출장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측됐고, 이를 위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객실 및 다수의 미팅룸 등을 보유한 호텔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초기 프로그램 구성 역시 비즈니스호텔의 콘셉트에 맞춰 객실 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A.D.D, 이
자연의 선물 가족들과 휴가차 괌에 방문했을 때 호텔로 가는 여정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괌의 푸르른 바다였다. 호텔 주출입구에 도착해 로비로 들어선 순간 활짝 열린 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화창한 하늘은 비로소 휴양지에 도착했음을 실감케 했다. 이러한 로비에서의 감흥은 복도를 지나 객실에 들어서 커튼과 창문을 젖히고 발코니에 나가는 순간 정점을 찍었다. 일상과 다른 풍경, 바다 내음 등 자연이 선사하는 경관의 선물은 특히, 휴양지에 호텔 설계를 할 때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고려된다. 경관의 가치 휴양지에 있는 호텔에 투숙 시 경관이 좋은 객실은 그렇지 않은 객실에 비해 추가 비용을 지불했던 경험들을 누구나가 했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왕 휴양지에 온 마당에 몇 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View가 좋은 객실에 묵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강릉 앞바다에 위치한 호텔 부지에 설계를 진행할 당시 국내 대표적인 휴양지인 제주 서귀포, 부산 해운대 호텔 객실들을 대상으로 View에 따른 가격 차이를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한 적이 있다. 바다를 볼 수 있는 Ocean View 객실이 City or Mountain Vi
의도 혹은 실수 몇 해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 사진을 보고 격한 공감을 한 적이 있다. 프랑스 사진작가인 사샤 골드버거(Sacha Goldberger)의 작품으로 아이언맨이 16세기의 고풍적인 의상을 입고 있는 상당히 특이한 이미지였다. 이 사진에 마음이 간 이유는 마침 그 당시에 처음으로 설계한 호텔이 오픈을 앞둔 시기였는데 묘하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호텔의 외관은 라임스톤(석재의 한 종류)을 기반으로 모던클래식(Modern Classic)한 입면으로 디자인한 반면 내부 인테리어는 컬러풀하고 트렌디한 aloft 호텔 강남의 모습이 필자에게는 최첨단 아이언맨이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이미지와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런 외관과 내부의 대비되는 디자인 결과물은 처음부터 의도한 연출은 아니었고,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주제인 호텔설계 프로세스의 중요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프로세스의 역주행 앞선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호텔사업 프로세스는 상품기획(Product Planning) 및 상품재원(Financing) 단계에서 호텔 브랜드가 결정되고 그 브랜드의 콘셉트를 기초로 건축 및 인테리어 설계가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해외호텔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