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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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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verage People] 발베니의 60년을 이끈 전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를 만나다

-장인들의 수작업을 통해 탄생하는 발베니 위스키

 

윌리엄그랜트앤선즈 코리아의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The Balvenie)가 발베니 전 몰트 마스터이자 현 명예 앰배서더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함께 이어온 60년의 헤리티지를 만나볼 수 있는 발베니 헤리티지 전시를 10월 7일부터 20일까지 약 2주간 진행했다.


전시에서는 발베니 60년 제품을 포함해 선구적인 기법으로 위스키 업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C. Stewart MBE)의 업적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발베니 한정판 제품부터 새로운 기법이 탄생하게 된 계기, 발베니의 장인정신, 전통 등을 선보이며, 1962년부터 현재까지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발베니가 걸어온 역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당사자인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직접 방한해 의미를 더했다. 이에 그를 만나 그의 60년 발베니 인생과 함께 발베니의 지난 60년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발베니 위스키의 산증인


1962년,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발베니 증류소에 입사한 데이비드 스튜어트(이하 데이비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60년의 시간 동안 발베니와 함께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발베니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발베니의 ‘몰트 마스터’로서 지금의 발베니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몰트 마스터는 쉽게 말해 위스키 제조의 총 책임자다. 보통 싱글몰트 위스키 업계에서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구별하기 위해 위스키 제조 총 책임자를 ‘마스터 블렌더’라는 용어 대신 ‘위스키 메이커’, 혹은 ‘마스터 디스틸러’ 등 다른 표현으로 표기하는데, 발베니는 이를 몰트 마스터로 칭하는 것. 몰트 마스터는 하루 평균 30개의 위스키 샘플을 테스트하는 것부터 시작해 위스키의 제조, 관리와 관련된 전반적인 모든 부분을 관장하고 있다.


데이비드의 ‘마스터’라는 호칭은 그동안 발베니를 거쳐갔던 수많은 장인들을 대표한 것으로 상당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전 세계 위스키 업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캐스크 피니싱(Cask Finishing)’ 기법을 최초로 완성시킨 것도 그다. 해당 기법을 통해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21년 포트우드’ 등 다수의 걸작을 많든 공으로 2016년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업계 장인에게만 수여되고 있는 최고 영예 훈장 ‘MBE’를 받기도 했다. 


발베니의 ‘자부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는 위스키 재고 담당으로 시작해 12년의 훈련을 거쳐 1974년에 발베니 5대 몰트 마스터 자리에 등극했다. 업계 최장기간 근무라는 놀라운 경력과 함께 발베니에 공헌한 그의 헌신과 노력, 업계의 흐름을 바꾼 실험과 혁신까지, 위스키 업계에서는 귀감을 넘어 존재 자체로 위스키 종사자들의 영감으로 추앙받는 중이다.

 

 

 

위스키업계와 발베니의 상징이 된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2023년 8월을 기점으로 발베니 몰트 마스터의 자리를 그의 후계자인 ‘켈시 멕케크니(Kelsey McKechnie)’에게 넘겨주고 명예 홍보대사의 자격을 갖게 됐다. ‘발베니 60년’은 데이비드의 오랜 몰트 마스터 경력에 보내는 찬사로, 발베니 60년은 그가 입사하던 해인 1962년부터 싱글 캐스크에서 숙성된 원액을 병입한 위스키다. 그의 증류소 경력 60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러나는 풍미와 긴 시간 동안 여운이 남는 피니시가 그의 농익은 경력과 닮아있다. 여기에 라벤더와 헤더, 고사리 향과 풍부한 토피, 아름답게 층을 이루는 참나무 향, 설탕에 절인 오렌지의 넘치는 풍미가 특징이다. 발베니 60년은 전 세계 71병 한정으로 생산됐는데 국내에는 단 2병이 들어와 3억 3000만 원에 낙찰됐다고. 


한편 이번 전시의 주된 목적은 데이비드의 업적을 기리는 것과 동시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발베니의 변하지 않는 장인정신과 도전정신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데 있었다. 총 3층으로 구성된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발베니 역사는 물론, 제품 단독 전시존을 포함해 60년 외부 패키징 디자인을 참고해 만든 발베니 터널존, 데이비드 스튜어트의 인용문이 담긴 포토존, 이벤트존까지 모두 갖췄다.  


3층 루프탑에는 발베니 12년을 베이스로 한 ‘헤리티지 칵테일 2종’과 12년 니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의 인상 깊었던 점은 발베니의 60년을 축하하기 위해 발베니 증류소에도 남아있지 않은 한정판 에디션의 소유주들이 기꺼이 위스키를 2주간 대여해줬다는 것이다. 데이비드의 업적뿐만 아니라 위스키 업계의 전설이 된 그에게 존경과 감사를 느끼고 있는 한국 컬렉터들의 정성까지 모여 의미를 더했다.

 

 

발베니 60년 론칭과 함께 헤리티지 전시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먼저 본인의 헤리티지가 담긴 전시를 직접 관람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 컬렉터들의 도움으로 보기 힘든 위스키까지 전시장을 가득 메운 것이 인상적인데요.
6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입니다(웃음). 어떤 위스키는 잠시 잊고 있었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솟아나는 것들도 있고, 더블우드 12년 같은 경우에는 제 사인이 없는 이전 버전의 라벨을 보고 잠시 갸우뚱하기도 했고요. 한 사람의 헤리티지를 이렇게까지 전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대상이 저라는 점에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 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한정판 위스키들을 한국 컬렉터분들의 도움으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했다는 점은 특히 감격스러운 부분입니다. 전시를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코리아팀에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지난 60년 동안의 소회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반세기를 발베니, 그리고 위스키와 함께 했는데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면?
발베니의 제조사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William Grant & Sons)는 가족경영 회사입니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죠. 발베니에서 60년이 다되도록 위스키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하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덕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몰트 마스터로서 일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는 발베니의 몰트 마스터와 같은 마스터 블렌더가 15명 남짓인데다 매일 익숙하면서도 다양한 변화들을 맞이하며 새로운 위스키들을 만들어내는 일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몰트 마스터끼리도 경쟁사라는 개념을 넘어서 서로 유대가 돈독한 관계입니다. 위스키 하나로 평생토록 서로 의지하고 이끌어주는 동료가 생긴 셈이죠. 그만큼 제 인생에 있어 발베니, 그리고 위스키는 오히려 지금의 데이비드 스튜어트라는 사람을 만들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몰트 마스터로서 업계 최장기간 근무라는 의미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몰트 마스터를 꿈꾸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몰트 마스터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내심과 창의성입니다. 먼저 인내심의 경우 숙성의 미학을 가진 위스키가 그러하듯, 몰트 마스터의 길에 오르는 것도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12년 동안 훈련을 강행했고, 글렌피딕의 몰트 마스터 브라이언 킹스맨은 9년, 이번에 몰트 마스터가 된 켈시도 7년의 수행을 거쳤고요. 특히나 스카치위스키의 경우에는 이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최소 12년에서 많게는 30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은 몰트 마스터에게 필수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몰트 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타고난 재능이나 장기에 대해 물어보시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누구든 몰트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12년의 훈련 기간을 버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강조할 뿐입니다(웃음).


두 번째로 몰트 마스터는 같은 싱글 몰트지만 다른 풍미를 내는 위스키를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입니다. 캐스크 피니싱 기법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도 꾸준히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다양한 시도를 서슴지 않았던 스스로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발베니의 웨어 하우스(숙성창고)에서는 아직 이야기할 순 없지만 색다른 시도들이 여럿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팀에서 우리에게 뭔가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을 때 이미 실험 중인 아이디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각 아이디어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쌓이는 것 같습니다. 시도의 시도가 꼬리를 물고 새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다 보니 하나의 경험에서 여러 갈래로 퍼지는 것이죠. 실제로 캐스크 피니싱도 결국 기존의 관습을 깨고 한번 도전해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났고, 이를 시작으로 포트우드 캐스크나 럼 캐스크로의 숙성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한동안 글렌피딕도 같이 담당한 적이 있는데 지금의 글렌피딕 15년을 있게 한 솔레라 시스템도 사실 와이너리에서 와인 제조할 때 쓰는 방식을 차용한 것입니다. 그도 벌써 1998년도의 일이네요. 그 뒤로 솔레라 뱃은 한 번도 비워진 적이 없을 정도로 글렌피딕 15년산을 지속 공급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니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60여 년간의 공을 남기고 몰트 마스터의 자리를 후계자인 켈시 멕케크니에게 넘겨주셨습니다. 그가 발베니의 몰트 마스터로서 적합하다고 여기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희 본사에는 유관 학과에서 성적이 우수한 졸업생들을 트레이닝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이 켈시였고, 켈시는 발베니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의 위스키 증류소, 핸드릭스 진 증류소 등 다양한 곳에서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그런 그를 7~8년간 지켜봐오면서 노징(Nosing) 픽업에 재능이 있으면서도 자신감 있고, 혁신적인 마인드까지 갖추고 있는 면모를 보게 됐습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발베니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뚝심도 있었죠. 무엇보다 배움의 자세가 항상 열려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위스키는 모든 플레이버 노트, 아로마 노트를 기억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있었죠.

 

켈시에게 후계자를 물려주시면서 하셨던 당부의 말, 혹은 조언이 있다면?
조언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날을 잡고 한다기보다 켈시와는 트레이닝을 매일 함께 해왔기 때문에 틈틈이 필요한 정도만 해두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발베니 하우스 스타일인 꿀의 달콤함은 어떤 일이 있어도 유지함으로써 발베니 위스키의 근간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강조해오는 부분이고요.

 

 

발베니를 지켜온 몰트 마스터로서 자랑하고 싶은 발베니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주저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제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를 지향하는 발베니는 모든 작업을 5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각 분야 장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보리 경작부터 시작해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발베니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고요. 저 뿐만 아니라 구리 증류기를 만들고 세공하는 마스터는 65년째 발베니와 함께하고 있고, 오크통을 제작하는 헤드 쿠퍼는 54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죠. 특히 앞서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가족경영 기업이라고 말씀드렸는데 65년째 일하고 계신 세공 마스터가 증류기를 처음 만지게 된 계기가 바로 그분의 삼촌이 발베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경영진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도 장인들이 대를 이어가고 있어 발베니의 헤리티지가 계승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발베니를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아마 저희 증류소에 방문하시게 되면 바로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발베니 하나만으로 몇 시간 동안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만나게 될테니까요.


장인정신을 강조해주셨는데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빠른 디지털화가 일어나면서 수작업에 대한 가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럴수록 수작업을 고집하는 발베니의 철학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은데요.
저희가 가족경영 기업이라 그런지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만, 만약 창립자인 윌리엄 그랜트가 살아 돌아와서 지금의 증류소를 다시 총괄한다 해도 지금의 발베니와 다를 것이 없는 증류소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윌리엄 그랜트가 1892년에 발베니를 지은 지도 벌써 13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만큼 예전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우리의 가장 큰 헤리티지죠. 저희가 쿠퍼를 포함해 모든 직원들을 인하우스로 계속 두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지만 발베니의 장인정신에 대한 가치만큼은 꾸준히 계승될 것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은 위스키 열풍이 불어 현재 품절 대란,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발베니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우선 저희 발베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위스키가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죠. 현재의 현상을 설명드리자면 위스키는 오늘 100병을 생산한다고 해서 내일 100병을 마실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 예측이 굉장히 중요한데, 숙성이 적어도 10년 이상씩 걸리다보니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발베니의 인지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데다 더욱이 15년 전에 발베니 12년이 2022년의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지 아무도 몰랐죠. 전 세계적인 수요를 확인한 이후로는 증류의 양을 늘리기도 했고, 글로벌에서도 한국의 위스키에 대한 애정을 알게 됐으니 더 많은 분량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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