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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Food Insight_ 주꾸미] 봄철 해산물 별미 주꾸미


문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문어보다 훨씬 작은 주꾸미는 맵게도 먹고 샤브샤브로도 즐겨먹는 봄철 대표 먹거리다. 사실 주꾸미는 일 년 내내 섭취할 수 있는데, 봄철 대표 먹거리로 손꼽히는 데에는 산란기에 접어든 주꾸미의 맛이 그 어느 때보다 좋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제철 음식을 비유하는 속담 ‘봄 조개 가을 낙지’를 바꿔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 하겠는가.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꾸미의 어획량이 줄면서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고, 더불어 주꾸미 자원에 대한 연구와 보호에 대한 논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취재 오진희 기자


주목성
바다 속 5~50m 깊이의 서해/남해 연안에 사는 주꾸미는 5~6월 산란기를 갖는다. 봄 주꾸미를 최고로 치는 데에는 산란기를 앞둔 주꾸미에만 있는 알 때문이다. 주꾸미의 맑은 알은 더욱 더 풍부한 감칠맛을 선사하며, 쫄깃한 식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덩치가 작고 살이 물러 요리법이 다양하지 않은 비인기 연체동물 주꾸미를 단번에 인기 품목으로 올렸다. 4~5월은 알이 꽉 찬 주꾸미를 맛 볼 수 있는 시기인데, 인기만큼이나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허나 전문가들은 알이 꽉 찼을 때 보다는 반쯤 찼을 때가 오히려 맛이 좋다고 말한다.
주꾸미는 다른 연체동물보다 타우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꾸미에 들어있는 타우린은 100g 당 1597mg으로 낙지의 약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보다 5배나 많은 양이다. 타우린은 몸속의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간 해독 작용을 하며, 근육에 쌓이는 피로 물질도 빨리 없애 피로 회복에 좋다. 그래서 주꾸미를 먹으면 피로회복제 한 병을 마시는 것보다 좋다고도 말한다. 이외에도 주꾸미는 비타민 B2와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또 주꾸미 먹물 속에는 항암 작용과 위액 분비 촉진 작용을 도와주는 물질이 있다고 한다. 저칼로리로 알려져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관심을 얻고 있지만, 매운 양념 볶음으로 먹을 때는 그 효과를 얻을 수 없으니(물론, 매운 양념 주꾸미 볶음은 스트레스를 날리기엔 제격이다.) 적절한 조리 방법, 요리를 선택해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봄 주꾸미를 제대로 즐겨야 할 것이다.


역사성
주꾸미는 가장 크게 자라야 30cm 정도가 되는 소형의 문어과 연체동물이다. 흔히 ‘쭈꾸미’로 부르지만 주꾸미가 정확한 이름이며, 전라남도와 충청남도에서는 쭈깨미, 경상남도에서는 쭈게미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서해에 특히 많지만 남해에도 서식하며, 세계적으로 봤을 때에는 일본 전 해안, 중국의 황해 연안 등 동아시아에 걸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1814년 정약전(丁若銓; 1760∼1816)에 의해 쓰여진 어류학서(魚類學書) 「자산어보」에는 주꾸미의 한자어는 준어(蹲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 하고,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라고 기재돼 있으며, 1820년경 서유구(徐有榘)가 저술한 어류학(魚類學)에 관한 기술서 「난호어목지」와 「입원십육지-전어지」에는 한자어로 망조어(望潮魚), 우리말로 죽근이라 하고, “모양이 문어와 같으면서 작다. 몸통은 1∼2치이고 발은 길이가 몸통의 배이다.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릿속에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들이 찐 밥 같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이 반초(飯鮹)라 한다. 3월 이후에는 주꾸미가 여위고 밥이 없다.”라고 기술돼 있다.
암컷 주꾸미는 모성애가 강하기로 유명한데, 빈 조개껍데기에 알을 낳은 후 부화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알을 보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끼들이 나올 때쯤 영양이 부족해 죽은 암컷 주꾸미가 발견되기도 한다. 암컷은 새끼의 부화와 함께 생을 마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성
봄은 입맛이 떨어지고 춘곤증에 시달리는 계절이다. 살짝 데치기만 해도, 쫄깃하고 단 맛을 자랑하는 봄철 주꾸미로 입맛을 돋우어 주는 것은 어떨까. 주꾸미는 산란 후에는 맛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살의 단맛도 없고 쫄깃함도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봄철 별미로 주꾸미를 말하는 것인데, 알이 꽉 찬 주꾸미보다는 알이 절반 정도 든 주꾸미가 가장 맛있는 것으로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알이 꽉 차 있는 주꾸미는 알에 영양분이 다 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속이 비어있는 냉동 주꾸미의 경우 매운 양념을 한 볶음으로 많이 먹는데, 알이 반쯤 들어있는 주꾸미는 다리는 회로 먹고, 몸통은 쪄 먹는 것이 맛있다. 또한 주꾸미를 샤브샤브로도 많이 섭취하는데, 봄철 주꾸미로 샤브샤브를 해먹을 때에는 육수 진하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육수가 진하면 주꾸미 본연의 맛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꾸미는 익히는 시간이 중요한데, 한 마리당 80g, 길이 15cm를 기준으로 끓는 물에 15초간 살짝 익히는 것이 좋다. 이는 다리의 경우 익히는 데 시간을 조금만 넘겨도 식감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몸통은 푹 삶는 것이 좋다. 또한 주꾸미는 돼지고기와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주꾸미와 돼지고기는 상반된 성질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알이 차있는 봄철 주꾸미가 가을철 주꾸미 보다 호응이 적은 요리법이 있으니, 이는 바로 숙회로 먹었을 때다. 봄철 주꾸미는 쫄깃하고 감칠맛이 풍부한 반면 가을철 주꾸미의 경우 살이 연해 숙회로 환영 받는다.



접근성
간단하게 살짝 익혀서도 먹고, 전골 혹은 볶음으로도 많이 먹는 주꾸미는 지난해 봄, 전년대비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가 73%나 올랐다. 2015년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는 5kg 당 5만 4530원으로 값비싼 몸값을 자랑했다. 이는 주꾸미의 어획량이 감소했으며, 여러 지역에러 주꾸미 축제가 개최되면서 시중 유통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해 3~4월 충남 서천군에서 열린 ‘제 16회 동백꽃·주꾸미축제’에는 42만여 명이 다녀가 주꾸미의 인기를 실감케 했는데, 서천군 관계자는 “비싼 주꾸미 값에도 주꾸미 낚시 체험 등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이 관광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서천군 축제에 따른 경제이익은 46억 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주꾸미는 지역 축제와 가을철 주꾸미 낚시로 금값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지난해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주꾸미 금어기간을 설정해 접근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해수부는 지역에 따른 금어기를 설정해, 자원 보호에 대한 실효성과 소수 어업인들에 대한 생존권은 묵살했다는 뭇매를 맞고 있으며, 주꾸미를 소라껍질로 잡는 어업인들과 낚시로 잡는 낚시어선들 사이에 대립만 키우는 꼴이 됐다고.


발전성
사실 논란이 된 주꾸미 금어기의 시작은 주꾸미 자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주꾸미 자원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국제갯벌연구소는 해상가두리에서 주꾸미 종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제갯벌연구소는 지난해 5월 충남 보령 무창포 해역에서 어미 주꾸미 1800마리를 확보해 성숙 관리, 산란 유도 등을 통해 육상 수조시설에서 생산한 20만 마리와 무안군과 처음으로 해상가두리 부화 시험연구를 추진해 생산한 10만 마리를 지난해 7월 방류했다. 국제갯벌연구소 관계자는 “매년 줄어드는 주꾸미의 자원 회복을 위해 종묘 대량 생산에 나섰다.”며, “해상가두리를 이용한 종묘 생산 방법은 육상에서 종묘를 생산할 때 필요한 시설비, 운영비, 운송비 등을 절감할 수 있으며 방류지역에서 바로 산란/부화가 이뤄져 어린 주꾸미가 빠르게 현장에 적을 할 수 있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지난해 11월에는 충남 태안군이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수산자원 플랫폼 공모사업 대상에 선정된 내용이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수산자원 플랫폼 사업은 어족자원 고갈을 해결하고 수산자원 공급거점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것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국비 35억 원과 도비 5억 원 등 총 40억 원을 들여 진행된다. 지난해 태안군은 “수산자원 플랫폼 공모사업으로 지원받은 40억 원과 군청 예산 30억 원 등 총 70억 원을 들여, 5년간 연안 해역에 주꾸미 산란장과 보육장을 조성해 안정적인 공급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덧붙여 태안군 한상기 군수는 “주꾸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산자원 플랫폼 사업대상에 선정돼 주꾸미 자원량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사업 추진에 힘을 쏟아 수산자원 감소와 수산물 수입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연안 해역의 주꾸미 자원량이 늘면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수산생물의 연안 해역 서식환경이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3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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