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Very Important Person으로 국가 원수나 총리,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20%의 고객, 각종 행사의 내·외빈 등 말 그대로 기관과 기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일반 서비스보다 조금 더 특별해야하는 건 알겠지만 ‘어떻게?’라는 물음에는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해줄 이가 있다. 바로 국내 VIP 의전 서비스 전문강사 1호 남재철 대표. 20여 년간 호텔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강의를 진행해 VIP와 의전 서비스 교육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본지에 <남재철의 의전 노하우>를 통해 VIP를 서비스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비롯 의전에 대한 다양한 상식을 연재하고 있는 남재철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VIP 의전 서비스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취재 김유리 기자 l 사진 조무경 팀장
Q. 20여 년간 호텔에서 근무하다 현재 VIP 의전 서비스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십니다. 그 동안 걸어온 길을 소개해주십시오.
1985년에 신라호텔에 입사해 F&B에서 10년간 근무하고 교육원에서 8년간 근무했습니다. 당시 특급호텔 레스토랑은 외식업계의 최고층으로 주로 하이엔드 고객들이 방문하는 곳이었지요. 고객을 직접 응대하며 퀄리티 높은 서비스를 익힐 수 있었고, 교육원에서는 신라호텔 내부 직원 교육 및 호텔 서비스를 배우고자 하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탁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2002년 신라호텔이 월드컵 본부호텔로 지정되며 ‘VIP서비스드림팀’을 만들게 됐는데, 팀장을 역임해 기본 토대를 이루는 매뉴얼을 기획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 냈습니다.
퇴사 후에는 호스피탤리티 서비스 경험을 살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에서 CS 전문 강사로 활동하면서 VIP 의전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파악, 과정을 개발해 현재 한국 KPC(한국생산성본부)에서 행사의전실무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Q. VIP 의전 서비스의 특징과 일반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의전은 국가와 국가 간의 상호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 실시되는 서비스를 의미하며 서비스맨이 응대하는 대상자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뜻하기도 합니다. VIP 서비스는 각 기업 내부적으로 임원진이나 로열패밀리를 외부적으로는 높은 매출을 내는 고객을 대상으로 행해집니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주요 행사나 계약 체결 시 귀빈과 주요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VIP 의전 서비스는 최고, 최선, 최상의 고품격 서비스가 요구됩니다. 서비스를 하는 상대방에 대해 미리 파악하는 철저한 준비성과 상황이 틀어지거나 급변할 것을 예측해 행사를 물 흐르듯이 진행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의전 대상자는 서비스 맨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게 되는데 이때는 소속기관을 대표한다는 책임감도 갖춰야 합니다. 깔끔한 업무 처리와 ‘No’가 없는 유연성, 국제화 감각은 물론이고 매너와 에티켓은 필수입니다. 여기에 서비스 대상자의 특성상 일반서비스보다 보안과 안전이 중요해 프라이빗한 서비스가 행해져야하며 동선을 최소화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됩니다.
이와 같은 VIP 서비스는 호텔의 각 곳에서 행해지는 서비스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서울시내 특급 호텔의 대다수 도어맨들은 500여개 정도의 차량번호는 숙지하고 있는데, 고객이 차에서 내릴 때 일반적인 인사말 대신 고객의 이름을 언급하며 문을 열어줘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호텔리어는 호텔이 곧 무대라는 마음가짐으로 각자의 자리에 알맞은 서비스를 연출하고 표현해야할 것입니다.
Q. 그간 서비스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아찔했던 순간이 있습니까?
공공기관의 경우 각종 행사를 전문적으로 치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해 문경에서 열린 세계 군인 체육대회의 경우 개막을 3주 앞두고 지원을 요청 받아 통역 장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과 매뉴얼을 전수했습니다.
또한 ‘남재철의 의전 노하우’ 초반에 다뤘던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 실사단 에피소드도 빠질 수 없는데요. 당시 실사단이 묵게 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은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신규 호텔로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아 실사단 방문 소식에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고, 광주시 또한 첫 번째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터라 누구보다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저도 모든 일정을 취소한 후 광주로 향해 성공적인 행사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요. 모든 것이 무리 없이 흘러가던 중 한바탕 언쟁이 발생됐는데, ‘점심식사 중 상석에 누가 앉을 것이냐’가 문제였습니다. 의전의 원칙상 호스트인 한국 올림픽 조직위원회장이 상석에 앉는 것이 맞지만, 당시 광주시장이 광주시의 매력을 어필하고자 상석에 앉겠다고 나섰던 것입니다. 이에 각 의전 담당자들의 갈등이 빚어져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각 의전 담당자들은 서열과 자리를 정하는 문제로 많은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오히려 고객이 너무 쿨해 어리둥절했던 경험도 있는데요. 호텔에서 근무할 때 캐나다의 장 크리스티앵 총리 부부와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 내외를 고객으로 맞이할 때 였습니다. 모든 호텔리어들이 바짝 긴장해 있었는데 오히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자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소박한 모습을 보여 귀감을 보였지요. 또한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 또한 방한 때 신라호텔에 내방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통로에서 마주친 제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등 온화하고도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 인상 깊었습니다.
Q. 어떤 내용을 강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호스피탤리티는 사람을 환대하는 서비스로 VIP 의전 서비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익혔던 실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행사와 VIP 실전 의무, 고객을 대하면서 가져야할 응대 스킬과 글로벌한 마인드에 대해 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프리젠테이션 스킬과 교수기법도 함께 교육해 서비스의 연출력을 키우도록 돕고, 사내 서비스 강사를 양성하는데도 집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에 있어 타인을 이해하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보다 발전적인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행복한 노동자의 감정 관리에 대한 강의도 진행합니다.
Q. 호텔리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리며 서비스 맨이 갖춰야할 중요한 자질과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호텔리어는 희망하는 이들도 많지만 단기간 내 퇴사율 또한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관점의 차이 때문입니다. 멋들어진 건물과 화려한 조명의 호텔은 내가 고객으로 갔을 때 바라보는 호텔로, 호텔리어는 그곳이 보다 더 빛날 수 있도록 가꾸는 사람들입니다. 우아한 겉모습과 실제 업무사이의 간극을 인지해야하며 왜 호텔리어가 되고 싶은지, 서비스 마인드는 갖췄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진정한 서비스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최고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해야합니다. 호텔 내에서는 F&B 파트에 근무할 것을 추천합니다. 몸은 고되지만 메뉴와 식자재, 와인을 공부한다든가 경영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등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법, 특급호텔이나 해외의 호텔 등 보다 넓은 세상을 접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는 사람의 마음을 보다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잘 읽어내야 해 세련된 표현과 격식을 갖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국내 의전강의 1호 강사라는 별칭답게 내년에는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보다 전문적인 강의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현재 학회지에는 의전에 관련한 논문을 찾기 드문데요. 이에 의전 서비스를 보다 체계화한 논문을 게재하고 다양한 의전 사례를 수집해 대중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서적을 발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의전 전문 강사 100명 양성을 목표로 해 각 기관과 기업에서 성장 중인 VIP 의전 서비스 분야를 활성화 시키는데 선두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