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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불길 따라 사라진 호텔의 역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번 3월호 취재를 다니면서도 호텔에 가면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이 트였는데 코로나19의 파장이 너무 큰 탓에 한 가지, 업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불편하고도 안타까운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있다. 바로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 화재다.


지난 1월 26일, 한창 설 연휴를 보내고 있는데 뉴스에서 낯익은 호텔 건물이 보였다. 몇 일전 취재차 방문하기도 했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이었다. 엄동설한까지는 아니었어도 겨울철 새벽이라 잠옷 바람으로 호텔 밖으로 대피한 고객들은 꽤나 추웠을 텐데도 대피 과정에서 혼을 쏙 뺐는지 그저 멍한 모습이었다. 몇몇 정신을 차린 고객들은 인터뷰를 통해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화재가 난지도 몰랐던 상황에 분개하며 호텔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난히 호텔 화재에 대한 보도를 자주 접하는 요즘, 1955년 최초의 민영호텔 금수장에서부터 시작해 65년 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마저 불길에 뒤덮여 호텔 화재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됐다. 이번 호텔 화재 기획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소방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화재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화두에 올랐다. 정확한 사고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한 가지로 귀결되는 내용이 있었다면 바로 직원들의 대응이 문제가 됐다는 점. 그리고 그 미흡한 대응으로 그동안 호텔들이 얼마나 화재 예방에 소극적이었는지 드러났다는 점이다. 


불특정다수가 다목적으로 이용해 화재의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물에 방재실은 커녕 소방을 담당하는 전문가 없는 호텔이 부지기수였고, 그나마 시설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게 외주용역을 주고 있는 곳도 시설관리팀은 호텔의 별개 부서인 양 서로 협조가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물론 1년에 한두 차례 이뤄지는 소방 교육으로 모든 직원들이 화재 전문가가 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적어도 화재 발생 이후 퍼져나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를 막을 정도의 정보는 숙지하고 있어야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호텔은 이미지 산업이다. 특히 오래된 호텔일수록 호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헤리티지는 어떤 호텔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호텔에서 발생하는 불씨는 대부분 초기대응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큰 화재까지 번질만한 원인이 아닌 것들이라고 한다. 결국 작은 불씨가 큰 불씨로 번지는 데는 아주 찰나의 부주의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한 호텔 소방안전 관리자는 화재 예방에 있어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소방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지 않았던 호텔은 그동안 무수히 많은 타협의 유혹에 넘어가 오늘날의 상황을 만들었다. 단순히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의 화재 문제로 봐야할 것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화재 관리를 해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화재 예방 훈련에 참여했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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